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 낯선 땅 콜로라도에서 마음을 나눈 간호사
전지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아련해졌다. '외로움'

안먹어 허기가 지고, 그 상태가 너무 오래가면 생명을 지탱하기가 어렵듯이, 외로움은 정신적인 허기가 아닐까. 그 역시 너무 오래 가면 생명을 지탱하기가 어려운.

강한 사람은 힘이 세거나 엄청난 부자이거나 대단한 명예를 지닌 사람이 아니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 많지 않다. 내가 내 외로움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결정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차라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덜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의 '당신'이 되어 서로 서로 외로움을 알아주고 덜어주며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경우엔 내 아픔이 빨리 치료되기를 바라는 것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데, 그 외의 다른 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엔 생각이 많아진다. 현재 내가 어디 아프지 않다는 것에 일단 감사하는 마음부터 시작해서,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신체의 어딘가 병들어가는 상태에서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일 수 있을까. 아이나 어른이나 아무 느낌이나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창백하고 표정없는 얼굴들. 삶과 죽음이 한 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 그곳.

이런 병원을 일터로 삼십년 넘게 일해온 저자의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결단력있고 강인했다. 어쩌면 간호사란 그래야하는지도 모른다. 환자들을 보며 매번 가슴 아파하고 감정에 빠지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수도 있고 최선의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을 지나칠 수도 있을테니까.

책 표지 사진을 본다. 병상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 어느 날인가 벗어놓은 신발을 다시 신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게 될 그 날.

저자는 간호사의 직분에 매우 충실하게 환자를 대한다. 부질없는 노력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최선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가 있는 곳에서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의미없는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건강할 때 미리 자신의 죽음의 방법을 문서로서 남겨둘 수 있다고 한다. 장기 기증 의사라든지, 일주일 이상 인공호흡장치를 하고도 가망이 없으면 장치를 제거해달라든지, 어떤 방법으로 장례를 치뤄달라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방법을 저자는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 벌써 몇년 전에 자신의 남편과 함께 Living will 을 남겨두었는데 그것은 하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고.

마지막까지 더 살아보기 위해 무리한 방법까지 다 써보는 것이 과연 생에 대한 최선일까? 아니면 자신의 존귀함을 잃지 않고 될수 있으면 평화로운 상태에서 눈을 감는 것이 최선일까.

죽음 앞에 담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평범하게, 담담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드라마를 우리 머리 속에 이미 그려보고 있다는 뜻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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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2-2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모습이나
저마다
가장 힘을 다하는
좋은 삶이겠지요..

hnine 2012-02-27 14:10   좋아요 0 | URL
매순간 힘을 다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네요.
 

 

 

사랑을 버렸다

해묵은 영수증 쪼가리 버리듯이

유행지난 그릇을 버리듯이

케케 먼지 덮인 사랑을 끌고 나와

분리수거통에 넣어버렸다


 

소리가 들린다

훌쩍훌쩍

때로는 꺽꺽

분리수거통속에서

버려진 사랑이 운다

이제 난 어떻게 되는거냐고

서럽게

사랑이 운다


 

우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저 분리수거통 속의 사랑이라고

난 중얼거린다

자꾸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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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2-26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앓는 소리도
좋은 사랑
소리일 테지요

hnine 2012-02-26 10:16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

2012-02-26 0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2-02-2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그깟 사랑이 뭐라고 사랑한 적이라도 있었나 싶을만큼 늙었나봐요
영수증 쪼가리버리듯.
그렇게 울고 속상해 하던 사랑인데
2월이 가는 길에 쓰신 시네요.

hnine 2012-02-26 11:3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울고 속상해 하던 사랑인데'...
그게 그렇더라고요...

2012-02-26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6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2-2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쩍훌쩍 때로는 꺽꺽.
이 문구에서 지나치지 못 하고 서성대고 있습니다.

분리수거통 안에서 들리는 흐느낌, 어떤 흐느낌보다 그냥 지나치기 힘이 드네요.

hnine 2012-02-27 14:00   좋아요 0 | URL
다시 주워올까요? ^^

2012-02-27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7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사르 2012-03-0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야..제 마음과 꼭같은 시네요.
저는..분리수거통에서 다시 주워왔어요.ㅠ.ㅠ
근데 또 버리고 싶어지도록 자존심 팍 상해서..
오늘 하루 우울한데..

이 시가 저를 위로하네요. hnine님. ^^

hnine 2012-03-04 08:12   좋아요 0 | URL
음...달사르님. 무슨 일이 있으시군요 ^^
우울과 희열을 몇번씩 왔다갔다, 버렸다 주웠다를 몇번씩 왔다갔다, 그렇지 않을까요?
사실은 저도 참 우울한 마음에 끄적거렸답니다. 어딘가 비슷한 심정을 경험하신 분이 계실거라 생각하면서요.
 
[16인의 반란자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무슨 상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더 경외스런 마음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어떤 점 때문에 수상작이 되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분석해본 적은 있지만. 난 그저 내가 좋으면 그만이라는, 아주 단순한 동기만 가지고 책을 읽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문학전문기자가, 기사화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중 열여섯 사람들을 섭외하고,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서 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여진 책. 주제 사라마구가 맨 처음에 나오고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비슬라바 쉼보르스카가 마지막.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차례로 읽다가 어느 새 특히 더 관심있는 작가편으로 뛰어넘기를 하고 있었다. 도리스 레싱, 나딘 고디머가 그랬다.

토니 모리슨에게서는 비, 바람, 폭풍우 다 겪어내며 우뚝선 큰 나무 같은 느낌을 받았다. 노예제도는 흑인과 백인의 문제가 아니라, 마국 역사 이전부터 형성된 문제로서, 노예제도처럼 공식적이고 법적인 제도는 사라졌지만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거나 자기 마음대로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에서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발견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은 거르고 네댓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다시 일을 한다. 저녁에는 수영장에 가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아들과 함꼐 저녁을 먹고 조금 있다가 잠자리에 든다. 항상 같은 테이블에서 글을 쓴다. 나는 불운하지 않고, 다른 일들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리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에 겐자브로말이다. 나는 왜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을까. 그에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생활이며, 직업이며, 일상이다. 그야말로 '필'받을때 쓰는 이벤트가 아니란 말이다. 다른 일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리게 두지 않는다는 말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밑줄을 그은 이유는. 토니 모리슨도 그랬다. 시간에 무척 엄격하다고. 하루에 두세 시간은 꼭 글을 쓰는데 그건 자기에게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라고.

권력보다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다리오 포의하면 그것은 유머, 풍자이다. '풍자는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 효과적인 무기이다. 나에게 주어진 노벨상은 일반 대중의 체념과 권력의 부당함을 기꺼이 보여주려 했던 모든 광대들을 위한 보상이다.' 라고 말한다. 무서운 말이구나.

도리스 레싱이성관(異性觀)에 현재의 나는 동의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내 책에서만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그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것을 아니라고 거부하는 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각자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두 종류의 인간인 뿐이다. 그게 바로 내가 보는 관점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함께 살기를 원하는 것 뿐인다, 그마저도 별 소득이 없다.

가오싱젠이 말하는, 예술가가 직면한 두 가지 압박 중 하나는, 글로벌화된 시장의 압박이라는데, 이는 모든 것을 소비상품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상품화 되어질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그는, 문학은 인간이 의미하는 것을 심오하게 일깨워주는 도구이지, 다른 것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다른 것'이란 부, 명예,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책을 써서 많이 팔리기를 원하는 것, 그런 작가에게 따르는 인기, 이런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 우리는 보통 '프로'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하는 예술에 대해 평소에 회의적인 눈으로 보던 나에게 가오싱젠의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아우슈비츠를 겪은 사람, 운좋게 살아나온 사람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거나 임레 케르테스처럼 그 트라우마를 글 속에 담아낸다. 그 속에서 분노와 파괴로 탄식한다. 도대체 인간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다 하는 그런 동물이란 말인가.

혼혈은 긍지라고 말하는 데릭 월콧말한다. 유럽은 문명의 모델이기도 하지만 야만의 모델이기도 하다고. 유럽에서는 항상 인종주의가 존재해왔다고 믿는 그는 다른 민족의 이주를 반대하며 서로 섞이기를 거부하면서 말로 떠드는 '통합주의'에 코웃음을 친다. 문학과 음악의 통합을 시도한 그의 작품들때문에라도 그는 혼합적인 것의 기수라고 일컬어진다.

'어제 난 우주에서 못되게 굴었다/하루종일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고 지냈다/그저 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마치 내가 했어야 했던 유일한 것처럼'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시인데 번역이 되면서 그 뜻이 불안하게 전달된다 하더라도 눈에 번쩍 뜨이지 않는가? 대답을 하는 것보다는 묻는 게 더 마음에 든다는 시인. 알려지지 않은 일들은 삶을 매력적인 어떤 것으로 변질시킨다고 믿는 그녀의 싯구 중 한 구절, '산다는 것은 가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그 구절이 갑자기 왈칵 눈물을 쏟게 만든다. 가치를 '요구한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주어진 가치가 아니라 요구되어지는 가치.

얼마전,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세계로 여행을 떠난 그녀. 사람은 갔지만, 시는 남아서 그 사람의 자리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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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2-23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벨상작가 인터뷰인가요?
그런데 이분들이 '반란'을 했다고 해야 할는지...
당신들 삶을 '사랑'했다고 해야 할는지...
좀 아리송하네요.
한두 마디씩 따온 말을 읽으면
아무래도 책이름처럼 반란은 아닌 듯싶어요..

hnine 2012-02-23 21:52   좋아요 0 | URL
반란이라면 부당한 인권, 제도, 관습에 대한 것이 되겠고, 그런 자신의 삶을 사랑한 사람들이겠지요.
책의 표지도, 무게도 묵직해서 읽는데 부담갈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었어요.

하늘바람 2012-02-2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묵직할 것같은데 술술 넘어간다하니 정말 하네요.
멋진 책입니다
부담스럽긴 하지만
요즘은 단순해지서 자꾸 긴 이야기를 못 읽어내네요
봄 날이 다가와요
아프셨던건 괜찮으시나요?

hnine 2012-02-24 13:00   좋아요 0 | URL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연속적인 글이면 읽으면서 좀 부담스러울수 있을텐데 이 책은 열 여섯 작가들의 인터뷰 모음집이기 때문에 한 작가에 할당된 페이지수가 그리 많지 않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지금도 얇은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있긴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이 이미 겨울 햇살이 아닌 걸 보니 봄이 오고 있는 것 맞아요.
아픈 건 이제 다 나았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이번 감기가 전국적으로 아주 대단했던 모양이더라고요.
 

 

지난 주말 나는 밥도 안하고 빨래, 청소 하나도 안하고 내 방에 칩거했더랬다. 그 칩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낼지 나도 모른다. 미리 계획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내고 나면 가끔 그런 기간을 갖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

 

이번 칩거 기간에 다운받아 본 영화이다.

언제 이런 영화를 개봉한 적이 있던가 싶은 우리 나라 영화.

제목의 '검은 땅'은 강원도 탄광 지대를 말한다.

 

엉성해보이는 카메라 앵글, 탄탄해보이지 않고 어딘가 헛점이 드러나보이는 구성, 과장되지 않으면 모자라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결말의 개연성 부족 등, '아쉽다' 하며 마칠 뻔하다가, 그것도 모두 감독의 의도된 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고 판정내리기로 한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먹여 살려야 하는 어린 자식이 있는 가장들은, 좀, 그들이 원하는대로 일자리가 주어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좀, 좀!

 

 

 

 

 

 

 

일루셔니스트

 

영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
대사가 거의 없다. 등장 인물도 별로 없다. 포스터에 나오는 저 소녀는 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행동을 보니 꼭 영화 '길'에 나오는 젤소미나를 떠올리게도 하고.

영국 신사 복장을 한 저 남자는 직업이 마술사.

 

아는 노래 중에 Life is an illusion. 이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가 있었던 것 같아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보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결론과 같으면서도 다른 문장인데.

 

 

 

 

 

 

 

 

 

 

Flipped

 

 

이건 본지 꽤 지난 영화인데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특별한 느낌으로 남는 영화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끝까지 상처로 안고 가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휙 뒤집어 성숙의 기회로 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물론 후자가 될 만한 그릇이 못되는 사람이지만 그래야한다는 것을 알고 최소한 노력은 하는 사람이랄까?

 

Flip!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주문처럼 가끔 중얼거리고 싶은 말이다.

 

 

 

 

 

 

 

 

 

 

 

 

 

가끔 칩거해보는 것, 괜찮다.

'남은 식구들은 불편하든 말든' 할 배짱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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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2-1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한 편도 안 본 거에요.^^
칩거해서 세편이나 좋은 영화 보시며 다른 건 안 하고 휴식하셨군요.
잘하셨어요, 나인님.

hnine 2012-02-13 15: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두번째 영화는 위에 썼다시피 대화가 거의 없는데 볼만 해요. 결론이 한 문장으로 딱 나와요 마지막 부분에.
Flipped도 프레이야님 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첫번째 영화는 엉성한대로 봐줄만 하고요.
길모어 걸즈라는 미드도 봤어요. 정말 친구같은 엄마와 딸이 나오는데,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렇게 친구같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봤더니 엄마가 딸에 대해 뭐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결정을 하면 좋겠다...등의 기대를 거의 안하더군요. 정~말 비현실적이지요?

무스탕 2012-02-13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칩거 이상의 것을 실행해 보고 싶은데 도저히 몸이 마음을 안따라 주는군요 ㅠㅠ
잊어먹을만 하면 한번씩 하는 말이 '내가 안보이거든 페루 마추픽추에 가서 찾아. 거기 있을테니까' 인데 과연 가능할런지 말입니다..

맨 아래 영화 포스터는 참 이쁘네요 +_+

hnine 2012-02-14 14:05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지성이와 정성이는 아마 무스탕님 찾으러 페루까지 갈 것 같은데요? 그러니 다른데 말고 꼭 페루로 가셔야해요 ^^
Flipped는 영화 내용도 꼬 저포스터 같아요. 포스터 속의 저 나무가 영화 줄거리에서도 한 역할 하지요.

마녀고양이 2012-02-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칩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거기다 상당히 이기주의적 성향을 지녀서, 제가 칩거하고프면 그 누구도 나 몰라라 한답니다.
제가 죽을거 같은걸요 머... 플립 보고 싶네요, 표지가 넘 맘에 들어요.

hnine 2012-02-14 20:33   좋아요 0 | URL
'제가 죽을거 같은걸요 머...' ㅋㅋ
그렇지요, 칩거, 그거 아무때나 하는 것도, 아무 때나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
Flipped, 한번 보세요. 딸이랑 함께 봐도 좋을 영화예요.

반딧불,, 2012-02-1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칩거가 일상생활인 사람이라서..ㅠㅠ;;
그거 참 좋아요. 근데, 가끔 예정없이 사람 찾아보면 대략난감이라는...ㅠㅠ;;;

hnine 2012-02-14 20:3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반딧불님은 칩거 대신 '탈출'을 시도해보세요! ^^

gimssim 2012-02-15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칩거' 좋지요. 강추합니다.
저도 일년에 한 번 정도 '가출'을 합니다.
일주일동안 아무도 모르는 곳에가서 하루에 한끼만 먹고 종일 잠 잡니다.
그러다가 이삼일 지나면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오일 쯤 지나면 제 몸이 다시 '볼링' 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오는 거지요.

hnine 2012-02-15 08:07   좋아요 0 | URL
중전님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웬지 계속 해도 될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드네요. 사람마다 이렇게라도 일종의 '숨통트이기'가 필요한가봐요. 이게 저에게만 약이 되는 줄 알았더니 저말고 다른 식구들에게도 뭔가 약이 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고 있답니다.
중전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셔요 ^^
 
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내가 쓰기 시작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끝장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73쪽, 저자의 말)

 

읽기 전에 이미 귀로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읽은 것 같은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 중 한권.

읽어야할 책, 읽기를 권하는 책 목록에 단골로 끼어있기도 하고, 이 책을 인상깊은 책으로 꼽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물론 이 책의 문학적 가치보다는 사실을 고발한다는 책의 또다른 기능을 잘 보여주기 때문 아닐까 한다. 개인적으로는 읽기 전에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면 읽고자 하는 호기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의무감이 그것을 이기는 때가 오기 전에는 쉽게 손에 들게 되지 않는 아쉬운 책 중 한 권이었다. 그 의무감이 생겨나서 드디어 읽게 되었다.

지은이 히로세 다카시는 일본에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작가, 그리고 반핵평화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는 자신의 그런 목적에 한 방법으로서, 특히 어린이들에게도 이런 사실들을 알려야한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이른바 르포소설 형식이라고 하는 이 책은 그래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기보다는 마치 뉴스 기사보다는 좀 긴 분량의,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 논픽션 소설 답게 정확한 시각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쾅'하는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어두운 밤하늘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해지면서 지진이 난 것 처럼 아파트 전체가 무섭게 흔들린다. 자기집 창문으로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는 열다섯  살 소년 이반. 이반의 아버지는 바로 그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대번에 사고가 일어났음을 알지만 그게 무슨 사고인지, 그게 이반의 가족에게 어떤 생각지도 못하는 결과를 불러온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자신과 자기 가족에 닥친 위험보다 일터로 가서 사고를 수습해야했던 아버지가 제일 먼저 죽고, 제일 나이 어린 이반의 여동생이 병원에서 죽는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격인 이반도 목숨을 잃는다. 결국 이반의 엄마 혼자 남았지만 누구도 모른다 그녀가 얼마나 오래, 제대로된 생을 누렸을지.

책의 내용에 의하면 사고가 난지 하루만에 제일 먼저 이상을 느끼는 신체부위는 눈이었다. 시야가 갑자기 깜깜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시력을 잃게 되고, 온 몸에 반점이 생기면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입에서 그리고 피부에서 출혈이 시작된다. 장기가 손상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원자력발전은 과연 계속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기에 앞서 역시 진리는 세상에 댓가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 자원이 가지지 못한 훌륭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한번 사고가 나면, 국한된 인원의 사람에게, 국한된 기간 동안만 그 사고의 결과가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늘 그 장점에 익숙해져 있고 알게 모르게 그 장점의 혜택을 누리며 길들여져 살고 있다가 이제 더 이상 내치지 못할 단계에 이르러, 이런 치명적인 사고를 겪고 나서 그것의 다른 면을 보게 된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그러고도 그 길들여진 장점을 포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사고가 아직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인간의 힘으로 수습하기 어려운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 책에서도 제1통제권 역할을 하는 군(軍)조직. 하지만 사실이 말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기 위해 믿어져야 하는 대로 알린다. 이탈하는 자에게는 총살을. 과연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저 '원자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 현상인가, 아니면 그것을 제 멋대로, 제가 쓰기 편한대로, 대책없이 이용하고 자업자득을 겪고 마는 '인간들' 자신인가.

이런 책을 사실적으로, 제대로 쓰려면 고발 정신만으로도, 글쓰는 능력만으로도 안되는, 정말 필요한 한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이 방면에 대한 지식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공부했고 방사선 관련 서적 번역일을 꽤 했기 때문에 방사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었다고 한다.

훌륭한 의도가 담긴 책이지만 별점을 세개만 준 이유는, 논픽션소설이라도 이왕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 바에야 좀 더 읽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구성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기대때문이다. 결말이 정말로 예상대로 그대로 끝나는구나 하는 讀後感외에, 더 강렬한 느낌을 남길 수 있었다면 하는 기대.

이렇게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정도의 사건으로만 알고 있는 방사능. 사실 우리가 지금 숨쉬고 있는 이 공간에도 여기 저기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들 있는지. 엑스레이, 마이크로웨이브, 휴대폰, 전자파, 이런 것들 역시 우리가 결코 안심할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 길들임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모르는체 외면하면서 불편한 진실의 하나 쯤으로 못본 척 하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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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1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근데 정말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별 세개 이상은 줄 수 없는...

hnine 2012-02-13 13:17   좋아요 0 | URL
숙제로 읽었어요 ㅋㅋ
유명세에 비해 조금 아쉽지요?
전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원자력, 방사능이 아무리 위험하다 한들, 이런 사건이 또 일어난다 한들, 저를 비롯한 우리 인간들은 절대 그 편리함과 길들여짐의 끈을 놓지 못할 거라고 장담합니다.

이거 다 읽고 어제부터 이번 신간평가단으로 받은 책 <16인의 반란자들> 읽고 있는데, 기대를 별로 안했기 때문인지 기대보다 좋은데요? 책장이 휙휙 넘어가면서도 메모해놓을 구절도 꽤 있고요.

파란놀 2012-02-2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번역이 제대로 안 되어
읽는 맛이 떨어질 수 있어요.
어린이문학인데 번역이 영 꽝이거든요.
쓴 낱말, 말투, 문장구성...
그래서 저도, 처음에 장만해 놓고
몇 해를 묵이고서야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읽었거든요.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번역이 그르치면
참맛을 똑 깎아먹을 수 있어요...

hnine 2012-02-23 21:55   좋아요 0 | URL
저는 일본어에 대해선 잘 모르니 번역이 잘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못느끼면서 읽었네요.
외국어 번역을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우리말을 얼마나 많이, 제대로 알고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어떤 번역가가 그러던데 그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내용 자체가 흥미진진한 것은 아니지만 읽고나서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엔 참 좋을 것 같더군요. 저도 그런 이유로 읽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