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는 밥도 안하고 빨래, 청소 하나도 안하고 내 방에 칩거했더랬다. 그 칩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낼지 나도 모른다. 미리 계획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내고 나면 가끔 그런 기간을 갖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검은 땅의 소녀와
이번 칩거 기간에 다운받아 본 영화이다.
언제 이런 영화를 개봉한 적이 있던가 싶은 우리 나라 영화.
제목의 '검은 땅'은 강원도 탄광 지대를 말한다.
엉성해보이는 카메라 앵글, 탄탄해보이지 않고 어딘가 헛점이 드러나보이는 구성, 과장되지 않으면 모자라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결말의 개연성 부족 등, '아쉽다' 하며 마칠 뻔하다가, 그것도 모두 감독의 의도된 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고 판정내리기로 한다.
열심히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먹여 살려야 하는 어린 자식이 있는 가장들은, 좀, 그들이 원하는대로 일자리가 주어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좀, 좀!

일루셔니스트
영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
대사가 거의 없다. 등장 인물도 별로 없다. 포스터에 나오는 저 소녀는 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행동을 보니 꼭 영화 '길'에 나오는 젤소미나를 떠올리게도 하고.
영국 신사 복장을 한 저 남자는 직업이 마술사.
아는 노래 중에 Life is an illusion. 이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가 있었던 것 같아 이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보아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결론과 같으면서도 다른 문장인데.

Flipped
이건 본지 꽤 지난 영화인데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특별한 느낌으로 남는 영화이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끝까지 상처로 안고 가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휙 뒤집어 성숙의 기회로 삼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물론 후자가 될 만한 그릇이 못되는 사람이지만 그래야한다는 것을 알고 최소한 노력은 하는 사람이랄까?
Flip! 이 영화를 본 이후로 주문처럼 가끔 중얼거리고 싶은 말이다.
가끔 칩거해보는 것, 괜찮다.
'남은 식구들은 불편하든 말든' 할 배짱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