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 낯선 땅 콜로라도에서 마음을 나눈 간호사
전지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아련해졌다. '외로움'

안먹어 허기가 지고, 그 상태가 너무 오래가면 생명을 지탱하기가 어렵듯이, 외로움은 정신적인 허기가 아닐까. 그 역시 너무 오래 가면 생명을 지탱하기가 어려운.

강한 사람은 힘이 세거나 엄청난 부자이거나 대단한 명예를 지닌 사람이 아니다.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 많지 않다. 내가 내 외로움을 어쩌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결정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차라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것이 덜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처럼 누군가의 '당신'이 되어 서로 서로 외로움을 알아주고 덜어주며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경우엔 내 아픔이 빨리 치료되기를 바라는 것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데, 그 외의 다른 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엔 생각이 많아진다. 현재 내가 어디 아프지 않다는 것에 일단 감사하는 마음부터 시작해서, 인간이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신체의 어딘가 병들어가는 상태에서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일 수 있을까. 아이나 어른이나 아무 느낌이나 감정을 읽어낼 수 없는, 창백하고 표정없는 얼굴들. 삶과 죽음이 한 순간에 달라질 수 있는 그곳.

이런 병원을 일터로 삼십년 넘게 일해온 저자의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결단력있고 강인했다. 어쩌면 간호사란 그래야하는지도 모른다. 환자들을 보며 매번 가슴 아파하고 감정에 빠지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수도 있고 최선의 판단이 요구되는 순간을 지나칠 수도 있을테니까.

책 표지 사진을 본다. 병상 앞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 어느 날인가 벗어놓은 신발을 다시 신지 못하는 날이 온다. 그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맞게 될 그 날.

저자는 간호사의 직분에 매우 충실하게 환자를 대한다. 부질없는 노력으로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최선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가 있는 곳에서는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의미없는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건강할 때 미리 자신의 죽음의 방법을 문서로서 남겨둘 수 있다고 한다. 장기 기증 의사라든지, 일주일 이상 인공호흡장치를 하고도 가망이 없으면 장치를 제거해달라든지, 어떤 방법으로 장례를 치뤄달라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 방법을 저자는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 벌써 몇년 전에 자신의 남편과 함께 Living will 을 남겨두었는데 그것은 하나 밖에 없는 자식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고.

마지막까지 더 살아보기 위해 무리한 방법까지 다 써보는 것이 과연 생에 대한 최선일까? 아니면 자신의 존귀함을 잃지 않고 될수 있으면 평화로운 상태에서 눈을 감는 것이 최선일까.

죽음 앞에 담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기대했던 것보다 평범하게, 담담하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드라마를 우리 머리 속에 이미 그려보고 있다는 뜻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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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2-2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모습이나
저마다
가장 힘을 다하는
좋은 삶이겠지요..

hnine 2012-02-27 14:10   좋아요 0 | URL
매순간 힘을 다하며 사는 것이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