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겐 딸이 없지만 제목의 '딸'은 '여성'을 의미할거라 생각하고 관심이 가서 검색을 하던 중, 목차에서 마지막 글 소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이거 요즘 내가 새로운 삶의 지침으로 삼을까 하는 말 아닌가? 주저없이 구입하고 말았다.

저자는 33년 정신분석 전문의로서의 경험과, 30년 고이 길러온 외동딸이 혼자 유학가서 공부 마치고 힘들게 취업하더니 이제 거기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통보해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리고 손주들에게도 '그래, 잘했다' 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늘 '더 잘해라' 이다. 그래서  저자인 엄마가 딸에게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라고 했다는 것을 책의 지면에서 발견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시원해지는걸 느꼈다. 목마르던 차에 찬 물을 들이킬때의 느낌이랄까.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공통이겠지만 그 마음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밑줄 그은 부분들을 옮겨본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나는 딱 3일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첫째 날에는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둘째 날에도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셋째 날에도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25쪽)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 (30쪽)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 (58쪽)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아이의 존재를 존중하고 감정의 주파수에 맞추어 적절히 반응해 주는 어머니(양육자)가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아이는 혼자임을 견뎌 내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관계를 맺는 능력만큼이나 성숙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129쪽)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다. (143쪽)

 

내가 위킹맘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이야기 (214쪽)

 

1.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긴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내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만일 일과 육아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지레 겁먹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며 대책을 세워 보라.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기만 지나면 다시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만두라. 그래야 사회와의 끈을 계속 가져가며 다음을 모색해 볼 수 있다.

2. 아무도 너에게 수퍼우먼이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위킹맘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내리누르는 것은 가사 부담이 아니라 아이 양육이다.

수퍼우먼이 되기 위해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아이가 만3세까지는 삶에서 육아를 우선으로 하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 이때는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며 양육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엄마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3세까지는 아이의 뇌 발달이 총체적으로 일어나고, 특히 대인관계와 감정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회로도 이 시기에 큰 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3. 그래도 힘들 때는 쉰 살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라.

 

엄마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면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엄마가 고맙지만 엄마의 욕심이 너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다면,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들어 힘이 든다면 이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가야 할 때다.

딸들은 '레테의 강'을 건너 저편으로 가야 한다. 이제 성인이 된 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내면의 엄마는 지워야 할 과거다. 딸은 자신을 억누르는 엄마의 그늘을 모두 지우고, 엄마가 바뀔 수 있다는 미련조차 버리고 떠나야 한다. (238쪽)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찾아와 너를 시험할 때,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을 떨칠 수 없을 때, 사는 게 죽을 것처럼 힘이 들 때 그 말을 떠올리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276쪽)

 

나도 저자의 나이즈음에 이르러, 내용은 다르더라도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얻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눈 앞의 상황들을 두려워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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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쓰신 분도 그동안 살아온 나날 있으니
이만 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지요.
모두들 즐겁게 살아오며 즐겁게 삶빛 밝히는 이야기
나누는구나 싶어요.

hnine 2013-11-29 05:53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일, 힘들었던 일, 억울했던 일, 고마왔던 일...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마음 속에 저렇게 책 한권 분량의 이야기들이 쌓이지 않을까요? 그걸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겉으로 어떻게 보일지라도 순탄한 길만 걸으며, 즐거운 일만으로 살아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sangmee 2013-11-2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 엄마한테
엄마는 나한테 늘 잘한다고 해서
나를 너무 작은거에 만족하게 키웠다고 한마디 했었는데...
가끔 공부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해.

hnine 2013-11-29 23:21   좋아요 0 | URL
난 잘한다 소리 한번 듣는게 소원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일부러 다린이에게 잘한다 잘한다 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되려나? ^^
공부, 지금 해봐도 되지.

세실 2013-11-2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수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났어요^^
요즘은 나를 가꾸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합니다.

hnine 2013-11-29 23:21   좋아요 0 | URL
벗어나셨군요. 역시 현명하세요. 제 경우엔 생각은 그렇게 하고난 후에도 좀처럼 행동방식으로 옮겨지기가 않더라고요.
저도 내년부터는 저에게 좀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살아볼까 요즘 그런 생각하고 있답니다.

프레이야 2013-11-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만 둘인 제게 필요한 책 같네요.며칠전 공감하고 댓글 이제 남겨요 ㅎㅎ.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사는 일, 중요하죠. 적성이나 취향도 맞아야겠구요. 대화가 통한다는 게 그런 걸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겠네요. 울엄마와 저와의 관계는ᆢ그래요 이제 나이 드셨으니 불쌍하고 전 저대로 나이 먹어가니 좀더 너그러워지고,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싸우지 않게되어요. 예전에는 엄마와 애증으로 자주 싸웠거든요. 좀 놓았다고나할까요^^

hnine 2013-11-30 18:11   좋아요 0 | URL
저 책의 내용, 프레이야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신 내용일지도 몰라요 ^^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또 한편 남자도 여자를 찾을때 그런 상대를 찾을까 생각하니, 그러다간 결혼 연령이 많~이 늦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있죠 ㅋㅋ
프레이야님도 맏딸이시지요? 맏딸과 엄마의 관계란 참,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 같아요. 위의 제 친구는 엄마가 늘 잘한다고 한게 유감이라고 한거 보고 정말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없구나 다시 깨달았답니다.
 
매니페스트의 푸른 달빛 - 2011 뉴베리 상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11
클레어 밴더풀 지음, 김율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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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에선 칼데콧, 소설에선 뉴베리. 이제 우리나라 독자층에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11년 뉴베리상에 선정된 이 책의 원제는 Moon over manifest. 저자의 첫 소설이다. 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은 이 책 다음에 나온 <Navigating early> (여기서 early는 주인공 이름) 였는데 아직 페이퍼백이 안나왔기에 이 책부터 읽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400쪽 정도, 꽤 두툼한 부피인데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 그림도 별로 당기지 않았다. 읽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이야기도 그저 평이하게 전개되어 갔다. 그런데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제목의 단어 하나에서부터 앞에 나온 인물, 사건등을 얼마나 촘촘한 구성력으로 엮어놓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책의 주제와 어떻게 통하는지도. 역시 이번에도 "역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잘 썼다! 우리 나라에도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여러 공모전이 있고 수상작이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지만 읽고서 늘 '역시 수상작은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젠 공모전에 당선되려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까.

자기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얘기들이 빠지는 함정도 이 책의 저자는 잘 비켜갔다. 본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되어 그것을 되살려 이야기를 쓰지만 읽는 사람에겐 별로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는 예가 많은제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말하고 있고 1918년과 1936을 오가는 이야기임에도 따분하지 않다. 아마 단순한 경험 재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만큼 더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목의 Manifest는 '나타내다, 드러내다' 라는 뜻을 가지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을 이름이다. 중의적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다음 책 <Navigating early>에서 early라는 단어도 그러하듯이.

책의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manifest!) 점술사 세이디양의 이야기는 반전, 그리고 감동이다.

여자는 지켜본다. 기다린다. 사랑한다.

이 문장이 394쪽 한쪽에만 세번 반복해서 나온다. 여기서 여자는 점술사 세이디양. 그녀는 무엇을 지켜보고 기다리고 사랑했을까.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의 번역인데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쓸 수 있지?' 하며 읽던 부분을 다시 읽으며 뜻을 헤아려야 했던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번역본을 읽을땐 감수해야할 사항이려니 한다. 그래도 이틀 만에 다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재미있는 구성과 어제의 눈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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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책은 창작이든 번역이든
출판사에서 교정과 교열을 많이 봐요.
따로 여러 사람 손을 거치기도 해요.
그런데, 외려 큰 출판사는 큰 출판사대로, 또 작은 출판사는 작은 출판사대로
초역본을 띄어쓰기 정도만 잡고
그대로 내는 때가 있어요.

초역본을 제대로 손질해서 '문학책'이 되게 하자면
품이 많이 드는데, 이렇게 하는 책을 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요...

하다못해 린드그렌 님 동화책조차
번역이 엉성하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잦은걸요...

그래도, hnine 님 말씀처럼
지켜보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세 마디가 참 아름답습니다.

hnine 2013-11-28 22:27   좋아요 0 | URL
번역한 분 탓만은 아니겠군요.
일단은 번역하는 분이 성심껏 하시는 수 밖에요. 출판사 측에선 번역이 제대로 되었나까지 검토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13-11-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는 지켜본다. 기다린다. 사랑한다."

- 지켜보는 관찰이 없다면 사랑이 아닌 것.
- 기다려 보지 않았다면 사랑이 아닌 것.
사랑이라는 길목으로 가려면 관찰하게 되고 기다리게 된다는 것.
요런 생각을 해 봤어요. ^^

앞의 페이퍼, 눈 내린 풍경도 잘 보고 갑니다.

hnine 2013-11-28 22:33   좋아요 0 | URL
지켜보기와 기다리기, 어려운 일 중 하나이지요. 특히 그 대상이 자기 자식일때는요.
저 처럼 조바심 잘 내고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참 찔리는 문구랍니다.
오늘은 눈은 그쳤지만 길이 미끄러워 얼마나 조심조심 걸어다녔는지 몰라요. 부츠를 신었는데도 발이 시렵더군요.
눈 내린 풍경은 밖에도 안나가고 아파트 4층 저희집 마루에서 내다보며 찍었어요 ^^

icaru 2013-11-2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책이지만, 분량이 상당하네요~ 아이가 어려서 아직은,,이라며 ㅎ 차차 친해져야겠죠~ 요만한 분량의 이야기책들~

hnine 2013-11-29 09:45   좋아요 0 | URL
어린이책은 아니고 청소년책이지요. 어차피 이 책 읽을 정도 나이라면 엄마가 사주는 책 읽기보다 자기가 골라서 사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분량은 좀 되지만 재미있어서 오래 걸리지 않아 다 읽기는 했어요. 제 아이가 권해준 작가의 책이라 보게 되었네요.
 

일어나 책상에 앉아있은지 꽤 된것 같은데 밖이 훤할 기미가 안보여 시계를 보니 7시 10분이었다.

겨울이구나

 

조금 지난 후 커튼을 열어보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비도 아닌, 눈도 아닌 그 애매모호한 물체가 날이 밝기가 무섭게 세상을 다시 회색으로 칠하고 있다.

 

또 조금 지난 후,

창 밖을 보니 진눈깨비가 아닌, 눈이 온다. 그것도 제대로 온다 펄펄.

눈오는 모습에 '펄펄'이라고 붙인 사람은 누구일까.

펑펑이 아니라 펄펄.

 

 

 

 

 

 

 

 

 

 

 

 

 

 

 

 

집안에서 창 너머로 눈 구경하다가 찍었다.

 

펄, 펄, 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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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게 드리우는 눈이로군요~
고흥에서는 올해 가기 앞서 눈 구경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hnine 2013-11-27 12:20   좋아요 0 | URL
눈오는거 보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텐데요~

2013-11-27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8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1-2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함박눈이 내렸어요!

hnine 2013-11-27 18:5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퇴근길 오래 걸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여기는 깜깜해진 지금도 계속 눈이 옵니다. 오늘 눈은 아주 끈기있는 눈이어요.

잘잘라 2013-11-2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펄펄, 눈이 내리면 엄마가 떠준 털모자, 털장갑 챙겨서 후다닥 골목길로 뛰쳐나가던 어린시절이 생각나요. 눈이 쌓이기도 전이라 눈사람은 만들지 못하고 그저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눈을 맞는 것 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도 펄펄, 신나는 일이었다는게 새삼스럽습니다.

hnine 2013-11-27 18:55   좋아요 0 | URL
어릴때를 떠올리셨군요. 저 어릴때도 골목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요즘은 골목길이라는걸 찾아볼 수가 없어요, 에잇~

서니데이 2013-11-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눈 많이 왔어요.^^

hnine 2013-11-27 18:57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사시는 곳은 어디일까요? 오늘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눈이 아주 공평하게 와주셨군요.
서니데이(Sunny day)가 아니라 Snowy day였어요 ^^

sangmee 2013-11-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눈이 펄펄 왔구나
약국에는 창이 없어서,
출근 하면 나올 때까지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날씨를 전~~혀 모르겠어.

hnine 2013-11-27 19:16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지.
한번 보자. 며칠 안 남았어 이 생활도 ㅠㅠ (아쉬움).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기 전부터 시작해서 참으로 많은 육아 관련책을 읽었다. 육아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육아책은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엄마인 내가 어떻게 키워졌는가를 온통 후벼파는 것 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그 많은 책들을 읽으며 얼마나 자주, 그리고 깊게 나 자신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보았던가. 육아책은 어쩌면 엄마에게 그런 분석의 기회를 줌으로써 자기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할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책인지도 모른다.

웬만한 육아, 교육 서적은 다 섭렵했으니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고, 그렇게 마음 놓고 있던 동안 아이는 자랐다. 이제 열세살. 어느 날엔가 깨달았다. 아이가 이렇게 자랐는데 나는 수년전 책에서 읽고 생각한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엄마'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 읽기 2라운드를 시작해야할 때에 들어선 것이다.

아마도 아이 교육 관련책 제목만큼 모순적인 책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대로 큰다는 이 책의 제목도 여지없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제일 처음 밑줄을 그은 곳은,

"학교 며칠 빠졌다고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28쪽)

말 그대로 해석하여 학교 빠지는 일이 아무일도 아니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저 정도의 여유와 안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이자 상담 교사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여러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상담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차곡차곡 쌓였을까. "공부는 누굴 위해서 하지?"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거의 틀림없이 "나 자신을 위해서요~" 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때 그건 정답이 아니고, 공부는 장차 사랑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는 저자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차 사랑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니. 이쯤 되어야 아이들은 건성으로 듣던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나보다.

보통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권유할때, 부모는 아이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한다. 지금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평생 힘들게 살거라느니, 대학도 나오지 않아선 먹고 살 길이 막힐 것 처럼 엄포를 놓기도 한다. 왜 그럴까? 나 역시 많이 그랬을텐데, 그렇게 겁을 주어야 아이들이 더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저자는 사례를 들면서 다시 일깨워준다. 동기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일 때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엄마는 내가 만약 미혼모가 된다면 어떡할거야?"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엄마로서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어떡하긴 어떡해? 생명은 고귀하니 잘 키워야지. 근데 너 혼자서는 키울 수 없겠지. 분유 사 먹일 돈도 없잖아? 걱정 마, 엄마가 키워줄게."

엄마의 이 말을 듣고 아이는 안심하고 미혼모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까? 그 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까지도 허용적일때 아이의 자기 관리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은 최악의 상황까지 품어주는 것.

부부의 사랑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라는 말은 어느 책에나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마음 속에만 품고 있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스콧 펙 (M. Scott Peck)의 말을 인용하여 하고 있다.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며,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라고.

<엄마학교>를 쓴 서형숙 저자가 자녀를 키울 때 무엇을 제일 염두에 두었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했던 답이 이 책에도 나온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열쇠는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키웠던 방식에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버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유능해질 수 있도록 이끈 부모님의 양육 태도는 무엇이었을까? 아울러 나를 불편하게 하고 무능하게 만들기도 했던 부모 요인은 어떤 것이었을까? (222쪽)

저자가 자기의 성장 경험을 토대로 세운 양육 태도의 원칙은 다음 네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자.

둘째, 할머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무조건 지지하고 친구처럼 대하자.

셋째,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특별히 잘할 것을 요구하지 말자.

넷째, 칭찬받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지 말고, 일 자체에서 보람을 얻는 아이가 되도록 담담히 대하자.

이건 저자의 성장 겸험을 토대로 해서 나온 것이니까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에서도 보면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따라하고자 하는 것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아마도 어머니의 양육 태도에서 살리고 싶은 것보다는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 많았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문장으로 맺고 있는 마지막 구절을 옮겨본다.

내 아이가 잘되기를 바란다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불편한 마음부터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자신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아야 한다.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쉽사리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 그런 생각은 각종 무리와 폐해를 낳게 마련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담백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내 자식에게 무언가 더 해주고 채워주는 것 보다, 안해주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몇 배 더 힘들다는 것을 이 책은 또 확인시켜준다. 잊어버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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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1-26 12:15   좋아요 0 | URL
이건 책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3-11-26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27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날을 위한 우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5
빌헬름 게나치노 지음, 박교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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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쪽이 채 안되는 분량이지만 111쪽에서 다음 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책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감하면서도 그 사람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이상 들지 않는다면, 그게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111쪽까지 읽어내려오도록 딱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 없었다는 뜻이다.

연애에 대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상대나 시기 등을 묻는 질문은 그야말로 질문을 위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계획대로 만나지는게 아닐 뿐 아니라 계획대로 진행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면 혹시 모른다. 이런 사람은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나마나.

바로 뒷 장에 이어서 나오는 문장은,

현재의 사랑을 통해 그 이전에 갖고 있던 사랑에 대한 견해가 모두 쓸모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면, 그때 그 사람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겁니다. (112쪽)

그때까지 확실하게 파악이 되지 않던 소설 속 남자에 대해 겨우 실마리를 잡은 느낌이랄까.

 

이런 소설들이 있다. 사건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소설. 그래서 소설 속 인물에 공감하는 정도에 따라 누구에게는 좋았을 수 있지만 누구에게는 좋지 않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소설말이다.

중학교 겨울방학때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을 때의 느낌 비슷하기도 하고, 대학교 1학년 국어 교재속에서 읽은 이상의 '권태'의 느낌도 일었지만 같지는 않았다. 마흔 여섯살, 가족없이 혼자 사는 남자. 적극적이지도 않고 낙천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기만의 세계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 이런 남자는 필히 가족과 함께 살 일이다. 젊었을 때 사귀었던 여자들을 떠올리고, 후회하고, 자책하고, 허무해하고, 모든 삶은 진부하다며 관목덤불에 비유했다가 자갈더미에 비유했다가, 자기는 미쳐가는 중이라고 여기게 되는 그런 날들. 제목에서처럼 비오는 날도 자기의 삶을 비유한 말 중의 하나이다.

이 관목덤불같고 자갈더미 같은 남자가 어느 날은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젊다는 사실을 다섯 가지 형태로 표현한다고 (참고로 이 소설이 출간된 것은 2001년). 첫째, 그들의 몸을 한시도 가만히 두지 못하고 흔들어대는 것, 둘째,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물건들 (콜라, 팝콘, 만화책, CD), 세째, 그들의 옷차림새를 통해서, 넷째, 그들의 귀에 꽂혀 있는 이상한 마개와 연결되어 목 주위로 늘어져 있는 줄을 통해 표현되는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다섯째, 그들의 은어를 통해서. 그리고 바로 이어서 '하이퍼리얼리티'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건 무슨 뜻인지? 위에 말한 젊은이들에 대한 것과 무슨 관련성이 있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삶에 대한 회의와 우울을 경쾌하게 그려낸다'는 평에 대해서는 '경쾌하게'라는 말에 동의를 못하겠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녹아 있고 반어적이며 탁월한 언어의 기교를 보여준다'는 평에 대해서는 '언어의 기교'라는 점에 동의한다.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나왔음에도 드러나는 언어의 기교 -기교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는 보통 사람은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한장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읽는 내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 끝나갈 무렵, 유명한 사진작가의 꿈을 안고 이리 저리 뛰던 옛날 동료 남자가 길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남자는 그의 실패한 삶에 눈물을 흘리다가 나중엔 자기 자신때문에 운다. 이 남자는 쉽게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지 못하게 하는구나.

밑줄친 문장 중 이런 것도 있었다.

어쨌든 저는사람들이 아무 죄도 짓지 않고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쌓여가는 그런 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113쪽)

 

내키지 않지만 일 때문에 가게 된 마을 축제 현장에서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책은 끝이 나는데 그 소년은 남자가 모르는 소년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축제가 끝나고 흔적만 남은 풍경은 그가 바라보는 그의 현재 삶의 모습일지도.

 

아무리 봐도 어디가 유머러스하다는 것인지 참.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작가 이상의 '권태'. 독일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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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1-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운 이가 하는 말은 아름다운 꿈이 될 테고,
안 사랑스러운 이가 하는 말은 터무니없거나 뚱딴지 같은 소리가 될 테지요.

참말 그렇겠네요.

hnine 2013-11-25 12:13   좋아요 0 | URL
터무니없거나 뚱딴지 같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이 소설에 대한 평에 제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 혹은 제가 이 소설에서 놓치고 지난 부분이 있을지 모른다는거죠.
아무튼 특이한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