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겐 딸이 없지만 제목의 '딸'은 '여성'을 의미할거라 생각하고 관심이 가서 검색을 하던 중, 목차에서 마지막 글 소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이거 요즘 내가 새로운 삶의 지침으로 삼을까 하는 말 아닌가? 주저없이 구입하고 말았다.

저자는 33년 정신분석 전문의로서의 경험과, 30년 고이 길러온 외동딸이 혼자 유학가서 공부 마치고 힘들게 취업하더니 이제 거기서 상대를 만나 결혼을 통보해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그리고 손주들에게도 '그래, 잘했다' 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늘 '더 잘해라' 이다. 그래서  저자인 엄마가 딸에게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라고 했다는 것을 책의 지면에서 발견하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시원해지는걸 느꼈다. 목마르던 차에 찬 물을 들이킬때의 느낌이랄까.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공통이겠지만 그 마음을 이렇게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밑줄 그은 부분들을 옮겨본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나는 딱 3일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첫째 날에는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둘째 날에도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셋째 날에도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25쪽)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 (30쪽)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 (58쪽)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아이의 존재를 존중하고 감정의 주파수에 맞추어 적절히 반응해 주는 어머니(양육자)가 곁에 있을 때 비로소 아이는 혼자임을 견뎌 내는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은 관계를 맺는 능력만큼이나 성숙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129쪽)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다. (143쪽)

 

내가 위킹맘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이야기 (214쪽)

 

1.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긴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내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만일 일과 육아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지레 겁먹지 말고 어떻게든 버티며 대책을 세워 보라.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기만 지나면 다시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그만두라. 그래야 사회와의 끈을 계속 가져가며 다음을 모색해 볼 수 있다.

2. 아무도 너에게 수퍼우먼이 되라고 말하지 않았다.

위킹맘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내리누르는 것은 가사 부담이 아니라 아이 양육이다.

수퍼우먼이 되기 위해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아이가 만3세까지는 삶에서 육아를 우선으로 하는 스케줄을 짜야 한다. 이때는 엄마가 주 양육자가 되어야 하며 양육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기더라도 엄마가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3세까지는 아이의 뇌 발달이 총체적으로 일어나고, 특히 대인관계와 감정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회로도 이 시기에 큰 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3. 그래도 힘들 때는 쉰 살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보라.

 

엄마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면 한번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엄마가 고맙지만 엄마의 욕심이 너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다면, 또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밉고 죄책감이 들어 힘이 든다면 이제는 엄마와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가야 할 때다.

딸들은 '레테의 강'을 건너 저편으로 가야 한다. 이제 성인이 된 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내면의 엄마는 지워야 할 과거다. 딸은 자신을 억누르는 엄마의 그늘을 모두 지우고, 엄마가 바뀔 수 있다는 미련조차 버리고 떠나야 한다. (238쪽)

 

인생 별거 없다,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생각지도 못한 고난이 찾아와 너를 시험할 때,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을 떨칠 수 없을 때, 사는 게 죽을 것처럼 힘이 들 때 그 말을 떠올리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276쪽)

 

나도 저자의 나이즈음에 이르러, 내용은 다르더라도 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얻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이렇게 정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눈 앞의 상황들을 두려워하고 피할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는 용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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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9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쓰신 분도 그동안 살아온 나날 있으니
이만 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지요.
모두들 즐겁게 살아오며 즐겁게 삶빛 밝히는 이야기
나누는구나 싶어요.

hnine 2013-11-29 05:53   좋아요 0 | URL
즐거운 일, 힘들었던 일, 억울했던 일, 고마왔던 일...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마음 속에 저렇게 책 한권 분량의 이야기들이 쌓이지 않을까요? 그걸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요.
겉으로 어떻게 보일지라도 순탄한 길만 걸으며, 즐거운 일만으로 살아온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sangmee 2013-11-2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얼마전 엄마한테
엄마는 나한테 늘 잘한다고 해서
나를 너무 작은거에 만족하게 키웠다고 한마디 했었는데...
가끔 공부를 계속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해.

hnine 2013-11-29 23:21   좋아요 0 | URL
난 잘한다 소리 한번 듣는게 소원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일부러 다린이에게 잘한다 잘한다 하고 있는데 그러면 안되려나? ^^
공부, 지금 해봐도 되지.

세실 2013-11-29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수퍼우먼 컴플렉스에서 벗어났어요^^
요즘은 나를 가꾸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합니다.

hnine 2013-11-29 23:21   좋아요 0 | URL
벗어나셨군요. 역시 현명하세요. 제 경우엔 생각은 그렇게 하고난 후에도 좀처럼 행동방식으로 옮겨지기가 않더라고요.
저도 내년부터는 저에게 좀 더 많은 투자를 하면서 살아볼까 요즘 그런 생각하고 있답니다.

프레이야 2013-11-3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만 둘인 제게 필요한 책 같네요.며칠전 공감하고 댓글 이제 남겨요 ㅎㅎ.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사는 일, 중요하죠. 적성이나 취향도 맞아야겠구요. 대화가 통한다는 게 그런 걸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겠네요. 울엄마와 저와의 관계는ᆢ그래요 이제 나이 드셨으니 불쌍하고 전 저대로 나이 먹어가니 좀더 너그러워지고, 그러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싸우지 않게되어요. 예전에는 엄마와 애증으로 자주 싸웠거든요. 좀 놓았다고나할까요^^

hnine 2013-11-30 18:11   좋아요 0 | URL
저 책의 내용, 프레이야님은 이미 다 알고 계신 내용일지도 몰라요 ^^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또 한편 남자도 여자를 찾을때 그런 상대를 찾을까 생각하니, 그러다간 결혼 연령이 많~이 늦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있죠 ㅋㅋ
프레이야님도 맏딸이시지요? 맏딸과 엄마의 관계란 참, 겪어본 사람만이 알 것 같아요. 위의 제 친구는 엄마가 늘 잘한다고 한게 유감이라고 한거 보고 정말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없구나 다시 깨달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