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트의 푸른 달빛 - 2011 뉴베리 상 수상작 생각하는 책이 좋아 11
클레어 밴더풀 지음, 김율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그림에선 칼데콧, 소설에선 뉴베리. 이제 우리나라 독자층에도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11년 뉴베리상에 선정된 이 책의 원제는 Moon over manifest. 저자의 첫 소설이다. 원래 읽으려고 했던 책은 이 책 다음에 나온 <Navigating early> (여기서 early는 주인공 이름) 였는데 아직 페이퍼백이 안나왔기에 이 책부터 읽으며 기다리기로 했다.

400쪽 정도, 꽤 두툼한 부피인데 제목도 그렇고 책 표지 그림도 별로 당기지 않았다. 읽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이야기도 그저 평이하게 전개되어 갔다. 그런데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작가가 제목의 단어 하나에서부터 앞에 나온 인물, 사건등을 얼마나 촘촘한 구성력으로 엮어놓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책의 주제와 어떻게 통하는지도. 역시 이번에도 "역시~" 할 수 밖에 없었다. 잘 썼다! 우리 나라에도 출판사에서 주최하는 여러 공모전이 있고 수상작이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지만 읽고서 늘 '역시 수상작은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젠 공모전에 당선되려면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으니까.

자기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얘기들이 빠지는 함정도 이 책의 저자는 잘 비켜갔다. 본인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되어 그것을 되살려 이야기를 쓰지만 읽는 사람에겐 별로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는 예가 많은제 이 책은 저자가 자기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말하고 있고 1918년과 1936을 오가는 이야기임에도 따분하지 않다. 아마 단순한 경험 재생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만큼 더 치밀하고 복잡한 구성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목의 Manifest는 '나타내다, 드러내다' 라는 뜻을 가지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마을 이름이다. 중의적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다음 책 <Navigating early>에서 early라는 단어도 그러하듯이.

책의 결말 부분에 드러나는 (manifest!) 점술사 세이디양의 이야기는 반전, 그리고 감동이다.

여자는 지켜본다. 기다린다. 사랑한다.

이 문장이 394쪽 한쪽에만 세번 반복해서 나온다. 여기서 여자는 점술사 세이디양. 그녀는 무엇을 지켜보고 기다리고 사랑했을까.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의 번역인데 '어떻게 이런 단어를 쓸 수 있지?' 하며 읽던 부분을 다시 읽으며 뜻을 헤아려야 했던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번역본을 읽을땐 감수해야할 사항이려니 한다. 그래도 이틀 만에 다 읽어낼 수 있었던 것은 재미있는 구성과 어제의 눈 때문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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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1-2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책은 창작이든 번역이든
출판사에서 교정과 교열을 많이 봐요.
따로 여러 사람 손을 거치기도 해요.
그런데, 외려 큰 출판사는 큰 출판사대로, 또 작은 출판사는 작은 출판사대로
초역본을 띄어쓰기 정도만 잡고
그대로 내는 때가 있어요.

초역본을 제대로 손질해서 '문학책'이 되게 하자면
품이 많이 드는데, 이렇게 하는 책을 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아요...

하다못해 린드그렌 님 동화책조차
번역이 엉성하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잦은걸요...

그래도, hnine 님 말씀처럼
지켜보고 기다리고 사랑하는
세 마디가 참 아름답습니다.

hnine 2013-11-28 22:27   좋아요 0 | URL
번역한 분 탓만은 아니겠군요.
일단은 번역하는 분이 성심껏 하시는 수 밖에요. 출판사 측에선 번역이 제대로 되었나까지 검토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13-11-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는 지켜본다. 기다린다. 사랑한다."

- 지켜보는 관찰이 없다면 사랑이 아닌 것.
- 기다려 보지 않았다면 사랑이 아닌 것.
사랑이라는 길목으로 가려면 관찰하게 되고 기다리게 된다는 것.
요런 생각을 해 봤어요. ^^

앞의 페이퍼, 눈 내린 풍경도 잘 보고 갑니다.

hnine 2013-11-28 22:33   좋아요 0 | URL
지켜보기와 기다리기, 어려운 일 중 하나이지요. 특히 그 대상이 자기 자식일때는요.
저 처럼 조바심 잘 내고 성질 급한 사람에게는 참 찔리는 문구랍니다.
오늘은 눈은 그쳤지만 길이 미끄러워 얼마나 조심조심 걸어다녔는지 몰라요. 부츠를 신었는데도 발이 시렵더군요.
눈 내린 풍경은 밖에도 안나가고 아파트 4층 저희집 마루에서 내다보며 찍었어요 ^^

icaru 2013-11-29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책이지만, 분량이 상당하네요~ 아이가 어려서 아직은,,이라며 ㅎ 차차 친해져야겠죠~ 요만한 분량의 이야기책들~

hnine 2013-11-29 09:45   좋아요 0 | URL
어린이책은 아니고 청소년책이지요. 어차피 이 책 읽을 정도 나이라면 엄마가 사주는 책 읽기보다 자기가 골라서 사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네요 ^^ 분량은 좀 되지만 재미있어서 오래 걸리지 않아 다 읽기는 했어요. 제 아이가 권해준 작가의 책이라 보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