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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신규진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기 전부터 시작해서 참으로 많은 육아 관련책을 읽었다. 육아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육아책은 아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다. 엄마인 내가 어떻게 키워졌는가를 온통 후벼파는 것 부터 시작하는 책이다. 그 많은 책들을 읽으며 얼마나 자주, 그리고 깊게 나 자신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보았던가. 육아책은 어쩌면 엄마에게 그런 분석의 기회를 줌으로써 자기 자식은 어떻게 키워야할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책인지도 모른다.
웬만한 육아, 교육 서적은 다 섭렵했으니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고, 그렇게 마음 놓고 있던 동안 아이는 자랐다. 이제 열세살. 어느 날엔가 깨달았다. 아이가 이렇게 자랐는데 나는 수년전 책에서 읽고 생각한 그대로,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엄마'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 읽기 2라운드를 시작해야할 때에 들어선 것이다.
아마도 아이 교육 관련책 제목만큼 모순적인 책 제목이 또 있을까 싶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대로 큰다는 이 책의 제목도 여지없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제일 처음 밑줄을 그은 곳은,
"학교 며칠 빠졌다고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28쪽)
말 그대로 해석하여 학교 빠지는 일이 아무일도 아니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저 정도의 여유와 안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과학교사이자 상담 교사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여러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상담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차곡차곡 쌓였을까. "공부는 누굴 위해서 하지?"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거의 틀림없이 "나 자신을 위해서요~" 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때 그건 정답이 아니고, 공부는 장차 사랑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말한다는 저자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장차 사랑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서라니. 이쯤 되어야 아이들은 건성으로 듣던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나보다.
보통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권유할때, 부모는 아이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한다. 지금 공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평생 힘들게 살거라느니, 대학도 나오지 않아선 먹고 살 길이 막힐 것 처럼 엄포를 놓기도 한다. 왜 그럴까? 나 역시 많이 그랬을텐데, 그렇게 겁을 주어야 아이들이 더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나보다. 하지만 저자는 사례를 들면서 다시 일깨워준다. 동기는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일 때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엄마는 내가 만약 미혼모가 된다면 어떡할거야?"
아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엄마로서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어떡하긴 어떡해? 생명은 고귀하니 잘 키워야지. 근데 너 혼자서는 키울 수 없겠지. 분유 사 먹일 돈도 없잖아? 걱정 마, 엄마가 키워줄게."
엄마의 이 말을 듣고 아이는 안심하고 미혼모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될까? 그 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까지도 허용적일때 아이의 자기 관리 능력이 발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은 최악의 상황까지 품어주는 것.
부부의 사랑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라는 말은 어느 책에나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마음 속에만 품고 있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스콧 펙 (M. Scott Peck)의 말을 인용하여 하고 있다. '사랑하려는 욕구 자체는 사랑이 아니며, 행위로 표현되는 만큼만 사랑이다' 라고.
<엄마학교>를 쓴 서형숙 저자가 자녀를 키울 때 무엇을 제일 염두에 두었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했던 답이 이 책에도 나온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열쇠는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부모님이 나를 키웠던 방식에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버리면 되는 것이다. 내가 유능해질 수 있도록 이끈 부모님의 양육 태도는 무엇이었을까? 아울러 나를 불편하게 하고 무능하게 만들기도 했던 부모 요인은 어떤 것이었을까? (222쪽)
저자가 자기의 성장 경험을 토대로 세운 양육 태도의 원칙은 다음 네가지였다고 한다.
첫째, 아이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자.
둘째, 할머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를 무조건 지지하고 친구처럼 대하자.
셋째,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특별히 잘할 것을 요구하지 말자.
넷째, 칭찬받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로 키우지 말고, 일 자체에서 보람을 얻는 아이가 되도록 담담히 대하자.
이건 저자의 성장 겸험을 토대로 해서 나온 것이니까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에서도 보면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따라하고자 하는 것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아마도 어머니의 양육 태도에서 살리고 싶은 것보다는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 많았음을 짐작케 한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문장으로 맺고 있는 마지막 구절을 옮겨본다.
내 아이가 잘되기를 바란다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불편한 마음부터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자신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아야 한다. 간절히 바란다는 것은 쉽사리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 그런 생각은 각종 무리와 폐해를 낳게 마련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담백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내 자식에게 무언가 더 해주고 채워주는 것 보다, 안해주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 몇 배 더 힘들다는 것을 이 책은 또 확인시켜준다. 잊어버리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