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서 고속도로를 달려 두시간 후인 11시쯤 구례에 도착하였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떠난 건 아니다. 거의 매일 24시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가 아무래도 바깥 공기를 좀 유입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지리산에 처음 갔던 것은 1988년, 대학 4학년때. 과에서 생태학 실습에 쓸 자료 채집이 목적이었다. 버스로 화엄사 입구까지 간 후, 거기서부터 노고단까지 걸어 올라갔다. 우리 과 60여명에 교수님 두분, 조교 등, 출발은 같이 했으나 도착 시간은 각각. 돌이 많은 길을 올라가자니 어찌나 힘들던지, 헉헉 거리며 나는 대열의 맨 뒤에서 겨우 따라가고, 교수님 한분이 옆에서 같이 가주셨다.
목표지점인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거기서 1박을 했다.
25년 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차로 성삼재휴게소까지 갈 수 있게 길이 닦여 있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성삼재휴게소에서 우리가 차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며 찍었다.
노고단을 향하여 올라가기 전에 툴툴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야했다.

3월이지만 노고단 올라가는 길에 저렇게 눈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많았다.


생각난다, 예전에도 이 돌길을 걸어올라갔었지.
남편과 아들은 벌써 앞서 올라가고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번에도 역시 맨 뒤에서, 하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가파른 돌길. 시멘트가 아닌 자연의 돌을 디디며 걷는 것이 오랜 만이어서 그런지 힘들지만 좋다.
힘든 건 몸이고, 좋은 건 마음이겠지.
저렇게 경사가 좀 가파른 곳도 있고, 아래 사진 처럼 비교적 덜 가파른 곳도 있다. 어느 길이나 그렇겠지만.

돌길 한쪽에 쭉 늘어서 있는 관목은 대나무처럼 생겼지만 조릿대라고 알려주시던 교수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 어딜 가든지, 돌이 있는 곳엔 이런 조형물 (!)이 꼭 있다.

아, 여기! 그 옛날 숨이 턱에 닿아 도착했던 곳.

노고단이라는 이름의 '노고'는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으로, 우리 나라 옛이야기 속의 '마고할미'로 해석하기도 한단다.
노고단대피소 입구에서 맞아주고 있는 목각 '노고'이다.
이 건물 2층에 숙소가 있었다. 군인 내무반같이 생긴 곳이었는데 60여명이 함께 밥 해먹고 잠 자던 그 날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왔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그 아이들은 다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잠시 앉아서 쉰후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옛날엔 내려올땐 피아골 쪽으로 내려왔었는데.
더 도전해보고 싶은 몇몇 사람은 노고단보다 좀 더 높은 천왕봉까지 갔다왔지만 나는 물론 아니다.
첫번째 지리산이 대학생때였고, 두번째 지리산은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7~8년 쯤 전인가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때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주로 산수유 꽃구경, 쌍계사 등을 둘러보고 왔었다.
이번이 세번째 지리산.
앞으로 또 언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여길 오게될지 모르겠다. 모쪼록 건강한 몸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