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0년 6월
구판절판


이마를 시원하게 드러낸 뱅스타일 헤어와 서있는 포즈, 표정 의상이 거의 한 세트처럼 어울린다. 엄마의 코디일까? 스트라이프 상의와 타이즈, 안경테까지 보라색으로 맞춰 준 것은. 저 환상적인 원피스도 엄마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주지 않았을까 오버된 추측까지 해본다. 구두가 아니라 꼬지한 운동화 신은 것까지 가산점을 주고 싶어라.

이 책에 몇 안나오는 청바지 차림의 여성 모델. 더구나 '엘르'라는 팬션 잡지에까지 실린 사진이라고 해서 다시 찬찬히 보았다. 정말 횡단 보도를 바쁘게 건너가고 있는 사람을 잠깐 세우고 찍은 듯한 사진이다. 사실은 그렇게 연출된 사진. 연출된 자연스러움도 이 정도면 수준급 아닐런지. 옷깃위에 헝클어진채 내려져 있는 갈색 머리카락과 가방을 세워든 모습, 바랜 청바지와 함께 신은 부츠 색깔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레이디'란 말이 절로 나온다. 요란스럽지 않은 의상과 헤어 스타일 속에서 절제와 품위는 기본이고 위엄까지 뿜어져 나오는.

나이 지긋하신 모델분께 죄송하지만 사진을 보자마자 귀엽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연한 하늘색 와이셔츠의 둥글게 굴린 깃, 사선 스트라이프 넥타이, 체크 조끼, 들고 있는 상의는 베이지색 코듀로이, 거기다가 '누빔'이다. 이미지는 약간 다르지만 예전에 Turnleft님께서 찍어서 보내주신 노신사분 사진이 떠올랐다. 그 사진 속의 할아버지도 참 멋있으셨는데.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예전에 Vogue지에서 본 어떤 화장품 전속 모델과 참 닮았다. 그 모델은 약간 까뭇까뭇한 피부색이었다는 것만 빼놓고.
이렇게 짧은 컷은 아무에게나 어울리지 않는데 미소와 옷차림, 하얀 피부와 더불어 역시 한 세트 같이 완벽해보인다. 아래 스커트처럼 보이는 것은 긴 상의인가보다. 부끄럼 많고 긴장을 좀처럼 풀지않는 가운데 어렵게 포착한 웃는 모습이라고 저자는 쓰고 있다. 순간 포착 기술이 대단하다.

상의의 행커치프, 머룬색 모자까지 멋있게 차려 입고, 아마 그냥 보도를 걸어가고 있었다면 이렇게 사진으로 실리지 않았을지도 몰라.

'에바'라는 이 모델의 사진은 이 책에 여러 장 실려있는데 다른 것은 몰라도 모델의 이 미소를 따라해보고 싶어서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교만하지 않은 자신감이 느껴지는 웃음이랄까. 입을 다물고도 이렇게 활짝 웃을 수 있다는 것.

학생때 종이에 빈 공간이 생기면 가끔 그려보던 여자의 모습을 닮았다. 굵은 웨이브의 긴 머리, 달걀형 마스크, 늘씬한 체형 (나와 닮은 곳이 한 곳도 없는). 저자도 이 모델에게 머리카락이 정말 예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의 모습에서 단연 돋보인다고. 암으로 머리카락을 잃어본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길게 기르고 다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절대 연출 사진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 사진의 모델은 이 책 저자의 딸. 치마와 신발 색깔의 멋진 조화.
이제부터 아이들 사진 찍을 때 "똑바로 서서 앞을 쳐다봐!" 이런말 하지 말기.

이 사진은 이 모델의 어떤 모습이 저자의 눈길을 끌었을까 궁금해서 올려본다. 그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도 흔하게 마주칠 것 같은 평범한 얼굴의 여자와 평범한 옷차림이기에.
아마 같은 동양인인 우리가 보기엔 평범한 것 같은 저 마스크가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나보다.


여기 알라딘에서 하도 눈에 많이 익어서인지 나온지 꽤 된 줄 알고 출판년도를 보니 겨우 작년 6월이다. 번역서인지 의식 못하고 읽을 정도로 매끄러운 번역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물론 글이 많은 책은 아니지만 많지 않은 그 글들이 평범하지 않다. 스콧 슈만은 패션, 사진 뿐 아니라 글도 매우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번역까지 보탬이 되어 잘 드러나고 있다. thesartorialist.com 이라는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운영자인 저자가 그동안 올린 사진들을 가지고 엮은 책이라서, 이 사진을 싣고서 어떤 반응들이 올라왔다는 등의 내용들이 있다.
옷의 기본적인 용도에만 충실하게 입고 구입하는 나이지만, 옷으로 그 외의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게 해준 책이다. 남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자기 방식대로 정리하여 하나의 일관적인 표현이 되게 하는 것, 이것도 자기 철학의 일종이라고 불러본다. 그 수단이 언어이든 그림이든 옷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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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11-02-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지네요~
덕분에 눈 호강하고 갑니다. ^^
(마지막 사진은 저두 열심히 봤는데.. 언니 구두 굽이 꽤 높군요. 서인영 구두 같은..
저두 그거 말고는 잘 눈에 안들어 오네요)

hnine 2011-02-15 17:30   좋아요 0 | URL
토토랑님, 이 책을 실제로 보면 눈만 즐거운게 아니라 나의 옷 입는 스타일을 슬쩍이라도 한번 점검하게 되더군요. 나에게는 그냥 옷인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옷 이상이구나, 그런 생각이요. 꼭 옷이 아니더라도 자기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 한가지 정도 누구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의 구두, 토토랑님 말씀이 맞네요 정말 ^^
 

 

 

 

 

 

 

 

 

 

 

 

  

 

 

 

 

 

 

 

  

 

 

 

 

 

 

 

 

 

  

 

 

 

 

 

 

 

 

  

 

 

 

 

   

-->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엄마의 정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 14층까지 있는 병원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15층에서 아이는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는데, 아이가 손을 대자 그 식물은 활기를 되찾으며 사람으로 변한다. 그 사람들은 모두 그 병원에 식물인간으로 입원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자기가 평소에 좋아하는 식물로 변해 있던 것이다. 엄마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던 식물이 무엇이었던가 아이는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을 만 하다.)

 

 

 

 

 

 

많은 어린이 책에서 식물을 심고 키우는 행위는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을 상징한다고 보여진다.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들은 일종의 나무를 심는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잘 자라는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눈을 가진 사람.
오늘 밤엔 저 나무를 심는 사람을 필사해보려고 한다. 

 

 

 

<아주 작은 씨앗>에 나오는 식물은 '달맞이꽃', <미스럼피우스> 표지의 보라색 꽃은 '루핀꽃'임.

  

 

 

 

 

 

 

 

 

 

 

 

루핀꽃  (사진 출처: Daum cafe vincenth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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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2-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의 책 중 하나인 리디아의 정원이 나와서 마구마구 반가웠어요. 저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어요. 식물이 등장하는 책 마음에 들어요.^^

hnine 2011-02-13 00: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저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다는 마노아님의 말씀도 멋져요!

세실 2011-02-1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디아의 정원 책 참 예쁘죠. 내용도 좋구요.
큰 아이들에겐 비밀의 화원도 좋아요^*^

hnine 2011-02-13 05:49   좋아요 0 | URL
읽고 나면 마음이 환해지고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지게 만드는 책, '리디아의 정원'은 어른에게도 오래도록 기억 되는 책이지요.
맞아요, 비밀의 화원도 있었네요. 말씀대로 초등3,4 학년쯤 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2-1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리디아의 정원이 무슨 책인가 막 찾아보고 있어요. 마노아님 인생의 책, 세실님은 예쁘고 좋다고 하시니 찜해두어요.^^

hnine 2011-02-13 00:35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

순오기 2011-02-1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디아의 정원은 '리디아에게 쓴 편지'로 2회 알라딘 리뷰대회 우수작으로 뽑혀서 더 좋아하죠.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부부의 작품은 다 좋아하지만.^^ 바버러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 루핀꽃은 실제 본 적이 없어서 매우 궁금하고, 나무를 심은 사람은 강추하는 책이고, 조태백 탈출사건의 '엄마의 정원'은 장미꽃이 되고 싶었던 엄마 마음을 알지요, 아주 작은 씨앗은 못 본 책이네요.

순오기 2011-02-13 16:21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를 보고 떠오른 책들은
숀 탠의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에 나오는 '에릭'과 '어디에도 없다'
에릭은 길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물건들(병뚜껑 같은)을 모아 어두은 찬장에 꽃을 심었고, 어디에도 없다,는 천정과 지붕 사이에 다른 공간으로 연결된 안쪽 정원을 갖고 있는 환상적이지만 너무 부러운 이야기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3365443

그리고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도 생각났어요.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http://blog.aladin.co.kr/714960143/3106580

아~ 내가 생각한 책들은 희망을 가꾸는 것과는 다른 비밀정원 이야기네요.ㅋㅋ
아래 '이상한 식물원'을 보고 덩달아 상상이야기에 꽂혔나봐요.
달밤이면 온 몸에 꽃이 피는 <꽃이 피는 아이>도 있어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10365

hnine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루핀꽃을 사진으로 찾아서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생각이 드는것지 정말 그런건지 모르겠어요.
역시 관련 책들을 줄줄이 알려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집에 있으니 지금 다시 보면 새로울 것 같아요. <이상한 식물원>은 도서관에서 발견해낸 책이고요, <꽃이 피는 아이>도 읽어보고 싶네요.
<리디아의 정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지요. 작가의 마음 속에 리디아 같은 어린이가 분명히 살아있으니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L.SHIN 2011-0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책 속의 식물'...내가 읽은 건 무엇이 있을까..하고 생각하다가,
어릴 때 인상깊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습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어떤 내용일까..궁금합니다.(웃음)

오랜만입니다,h님. 연휴 잘 보내시고 건강하신가요?

hnine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더 많이 찾아봐야 하는데 저 몇 권만 올리고 그런 제목을 붙이기가 좀 미안했어요. 이렇게 여러 분들로부터 읽으신 책들 추천을 받을 수 있어 저는 좋았지만요.
L.SHIN님, 영영 떠나시지 않고 이렇게 다시 알라딘에서 뵙게 해주시니 참 좋아요 ^^

프레이야 2011-02-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디아의 정원, 오랜만에요.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네요.
<모네의 정원>도 참 좋아요.
고학년 용이긴 한데 혹시 보셨나요?
나인님도 좋아하실만해요.^^

hnine 2011-02-14 10:21   좋아요 0 | URL
<모네의 정원> 아직 안 봤어요. 아마 다린이 사주려고 보관함에 담아 놓고 미리보기로 보여줬더니 시큰둥 하길래 안샀던 것 같아요. 남자 아이라서 그랬을까요? 이제 아이들책을 꼭 아이들을 위해서 산다는 생각을 버려야겠어요.

sslmo 2011-02-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심은 사람은 그 유명한 책일 것 같고,
미스 럼피우스 한 권 읽었는데...가물가물해요~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다는 댓글도 있고하니...나머지 책들을 조용히 챙겨요~^^

hnine 2011-02-14 13:44   좋아요 0 | URL
<리디아의 정원> 같은 책은 사서 마구 뿌리고 싶은 책입니다.
 

 

어서 오게! 찾는데 힘들진 않던가? 내가 이 식물원 주인이냐고?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이 식물원에 대해 좀 알고 있나? 아마 여기 있는 식물들은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을 걸세. 식물도감에는 나와 있냐고? 하하, 식물도감에도 나와 있지 않을걸. 여기에만 있는, 아주 특별한 식물들이거든.
그럼 대체 이 식물들을 모두 어디서 가지고 왔냐고? 그래, 그 얘기부터 해야겠군.
그러니까 그게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인데,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지.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어. 그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네. 왜냐고? 내가 가진 것을 몽땅 잃어버렸거든. 처음엔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고 그 다음엔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지. 그러다보면 또 눈물이 나와 울고, 한동안 그러고 있자니 내 풀에 지쳐버렸어. 겨우 일어나 어딘지도 모르게 그냥 터덕터덕 걷기 시작했지. 아마 어떤 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이었을 거야. 내 앞에 어떤 아이가 꼭 그때 나처럼 그렇게 다리를 질질 끌면서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거야.
‘저 애는 왜 저렇게 기운이 없을까?’
궁금해 하며 걷고 있는데, 바로 그때 이상한 것을 보게 된 거야.
‘어! 저게 뭐지?’
내가 뭘 잘못 보고 있나 눈을 비비고 다시 잘 보았지. 잘못 본 것이 아니었어. 마치 흐물거리는 식물의 이파리 같은 것이 분명히 그 아이 몸에서 삐죽거리며 스며나오고 있었다니까! 그 아이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지 계속 걷고 있고 마침내 그 이파리 같은 것은 길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지더라고.
“저기……, 얘야! 얘야!”
내가 부르는 것도 못 듣고 그 아이는 점점 멀어져 가고 나는 그 자리에서 몸을 구부려 떨어진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어. 그게 말이야, 생긴 것은 꼭 우리가 먹는 미역처럼 생겼는데 색깔은 아주 희끄무레한 것이, 시들어빠진 이파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라고나 할까? 나도 모르게 손으로 조심스레 그것을 주워들었지. 왠지 거기 길바닥에 그냥 버려두고 가고 싶지가 않았어.
손바닥 위에 올려진 그 시든 식물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집까지 왔지. 마당에 흙을 파고 그 식물을 심어주었어. 그리고는 매일 들여다보면서 그 식물이 조금씩 달라지기를 기다렸어. 하루, 이틀, 사흘을 기다려도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 그 앞에 앉아 한참을 쳐다봐주고, 물도 주면서 더 기다렸지. 그랬더니 마침내 어느 날 식물이 조금씩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았어. 잎 색깔이 초록색을 띄면서 잘 살펴보니 새로운 작은 잎눈이 자라나오는 것도 보이고 말이야. 그렇게 비실비실, 금방 쓰러질 것 같던 식물이.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지. 그런데 그 순간 참 이상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네. 기운을 차린 것은 그 식물인데 나도 함께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더란 말이지.
한번 그런 식물을 보고나자 난 어딜 가도 사람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슬프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모양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에 본 것 같은 그런 식물이 가슴께로부터 삐질삐질 빠져나오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었어. 하나같이 사람들은 자기에게서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가더군. 내가 불러도 못 듣고 말이야. 그렇게 하나씩 둘씩 길바닥에 떨어진 식물들을 데려다 보살피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식물원이 생기게 된 유래라네.
‘큭큭……, 하하하하…….’
응? 왜 웃느냐고? 하하, 내가 웃은 거 아니라네. 여기 자네와 나 말고 그럼 누가 또 있냐고? 식물이 있지 않나. 그래, 방금 여기 있는 어떤 식물인가 낸 소리일 걸세. 믿기 어려운가 보군. 이보게. 여기 식물들이 왜 특별한 식물들이겠나? 여기 식물들은 자라면서 웃음소리를 내기도 하고 또 가끔 재채기도 하고, 훌쩍거리기도 한다네. 보통 식물들과는 다르지. 식물원에 처음 데리고 올 때는 식물의 모양도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실거리고 약해져 있지만 점차 기운을 차리면서 저렇게 소리를 내기도 하더라고. 그러다가 꽃이 피면 이제 거의 회복 단계가 된 것이지. 그럼 나는 그 식물들을 주인에게 되돌려줄 준비를 하지. 어떻게 되돌려 주냐고? 그건 내가 걱정 안 해도 된다네. 식물들이 여기 들어올 때는 내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혀져 왔지만, 원래 건강한 식물과 그 주인 사이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 끌어당기는 무엇인가로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야.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느낄 수는 있다네. 건강을 되찾아 꽃을 피운 식물의 화분을 안고 그 식물이 까닥 까닥 흔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갈 뿐이야. 다시 주인을 만난 식물은 봄날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며 주인의 마음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지. 그리고 나면 나는 손을 흔들고 돌아온다네. 내 할일은 거기까지 인거야. 이제 알겠지? 나는 이 식물들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일 뿐이라는 걸.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때가 되어 식물의 주인을 찾아가 돌려주기 전에, 자기의 식물을 찾아 이렇게 직접 식물원으로 찾아온 것은 자네가 처음이라네.
이리 따라와 보겠나?
여기, 내가 가리키는 이 식물을 보게. 자세히 잘 봐야 하네. 아주 특이한 모양의 꽃봉오리가 보이나? 물방울처럼 투명한 꽃봉오리야. 이 식물과 자네 사이의 끈은 특별히 더 강했던 모양이군. 아니면 자네는 꿈을 잃지 않는 사람이던가....... 꽃이 피기도 전에 자네가 이곳으로 찾아온 것을 보면 말이야.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어. 이대로 자네가 데리고 가서 꽃이 필 때를 기다려도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하겠나?
그런데 저, 내가 한 가지만 더 얘길 해도 되겠나? 사실 부탁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내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고 자꾸 약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 마음속에서 힘없이 떨어져 나오고 있는 식물들을 못보고 지나치게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그때가 오면 말일세, 혹시 자네가 나대신 이 일을 맡아 줄 순 없겠나? 사실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그러니까 희망을 잃어버린 마음들을 돌보기에는 나는 너무 지쳐있어. 쉴 때가 온 것 같아. 내가 못하게 되더라도 이 세상 누군가는 이 일을 꼭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래준다면 정말 고마울 텐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아니겠나?
왜 자네를 생각하게 되었냐고? 여기까지 찾아와준 사람이고, 또......, 조금 아까 식물이 웃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 않나?

방문객은 그 때 식물원 주인의 가슴께에서 꼬물거리며 나오고 있는 작은 식물의 이파리 같은 것을 보았다. 흐물거리는게, 생긴 것은 꼭 미역 같고 색깔은 희끄무레한 것이, 마치 시든 이파리가 축축하게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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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2-12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누구의 창작인가요?
기막히게 좋은 식물원이네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힘이 나는 이상한 식물원!^^

hnine 2011-02-12 20:43   좋아요 0 | URL
이런 허접한 글을 hnine 아니면 누가 썼겠습니까? ㅋㅋ
물론 쓰는 저야 제 멋에 재미로 썼지만요 ^^

마노아 2011-02-1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식물원 이야기네요. hnine님이 직접 만드신 이야기인가요?
다음 편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hnine 2011-02-12 20:4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뻔 하다가 결말이 너무 허무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봐도 그래요.
다음 편은 없고 요기서 끝인데...^^

이 참에 식물원이나 식물이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꿈꾸는섬 2011-02-12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그런 식물을 보고나자 난 어딜 가도 사람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슬프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에게서는 모양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에 본 것 같은 그런 식물이 가슴께로부터 삐질삐질 빠져나오다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있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되었어. 하나같이 사람들은 자기에게서 무엇이 빠져나가고 있는지 모르고 그냥 가더군. 내가 불러도 못 듣고 말이야. 그렇게 하나씩 둘씩 길바닥에 떨어진 식물들을 데려다 보살피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식물원이 생기게 된 유래라네

요 부분이 너무 좋아요.^^ 나인님 너무 좋은데요.^^

2011-02-12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2-13 00:37   좋아요 0 | URL
희망을 잃고 약해져 있는 사람들을 유난히 잘 알아보고 도와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식물원 주인이 이를테면 그런 사람인거죠 ^^
보잘것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좋다고 해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꾸벅~

울보 2011-02-12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읽었습니다,

hnine 2011-02-13 00:39   좋아요 0 | URL
아이쿠 울보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좀더 밝고 희망적인 결말로 고쳐보고 싶은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

L.SHIN 2011-02-13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데요. 올해 들어 두 번째 별찜을 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말이죠.(웃음) 좋은 글입니다.

hnine 2011-02-14 10:21   좋아요 0 | URL
으왓! 영광입니다 ^^

2011-02-13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4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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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뉴베리상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어떤 상이 있을까?
이 책이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길래 문득 해본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이런 문학상 공모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얘기는 별개로 하더라도 수상작에는 나름대로 수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좀 더 세분하여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1. 주제
'분단문제'.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만 해도 어린이 책으로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 묻게되는 주제이다.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남과 북, 우리는 여전히 같은 민족이라는 것, 그리고 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과 달리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 소재
남북분단을 주제로 한 어린이소설은 흔하지 않다. 특히 이 작품 속에는 북한 어린이가 직접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긴장부터 하는 우리의 남한 어린이의 모습에서 어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활동화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쓰기란 어렵다.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지 않은 소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또 읽는 독자에게도 환영할만한 점 아닐까.  

3. 상상력
가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끄적거려있는 낙서를 보고 누가, 무슨 뜻으로 한 낙서일까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은 거기서 끝. 이야기 거리가 되려면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아이는 이사온 집 책상에 낙서처럼 쓰여 있는 어떤 문구를 보고 궁금증을 갖다가 그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보기로 작정한다. 아이의 궁금증은 읽는 독자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누가 한 낙서일까, 왜, 언제? 이 책에서 상상력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중요한 기제 역할을 한다.

4. 캐릭터
봉주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남한 아이 봉주는 지극히 모범생다운, 바르게 자란 아이로 그려져 있고, 같은 반 친구인 디디에는 프랑스 아이로서 여유있고 자유스런 생각과 행동 방식을 가진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북한에서 온 아이 토시는 어딘가 베일에 싸여있고 경쟁심이 강하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며 어둡게 그려져 있다. 각 인물간의 구별되는 캐릭터 설정은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선입관을 지나치게 견지한 캐릭터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공통분모 역시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이 책의 주제에 더 맞지 않았을까. 봉주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달려든 아이들 네명 모두 짙은 눈썹을 가진 아랍계 아이들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좀 유감스럽다.

5. 배경
작품의 배경을 프랑스로 한 것은 작가의 프랑스 체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뚜르'라는 곳을 택한 것은 제목에서 부터 눈길을 끌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말로 옮겨 놓았을때 '봉주, 뚜'라고 끝나는 글자도 맞아 떨어지고.
이야기 내용을 위해서도 이렇게 낯선 곳으로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했다면 아마 어쩌다 발견한 한글 낙서를 가지고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았을테니까. 

6. 플롯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결말을 다 예측할 수 있게 쓰여진 이야기는 일단 좋은 플롯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선뜻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대로 성공적이라고 본다. 아이가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자기 힘으로 알아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다만 책상의 그 낙서의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만 나타났을 뿐, 그 낙서의 의미, 왜 그런 낙서를 하게 되었는지, 토시 가족의 행방 등에 대해서는 마무리 짓지 않고 이야기를 끝낸 것이 아쉽다. 공원에서 만난 그 노숙자 아저씨가 혹시 토시의 아버지였을까? 그 의문에 답이 될만한 근거 역시 책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짧은 단편도 아닌데, 풀어 놓은 것은 결말은 제대로 지어야 했지 않을까.

7. 복선, 반전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굳이 반전 요소가 들어가 있는 곳을 말한다면 '토시'라는 아이가 일본인이 아니라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대목 정도로 보겠다. 

8. 묘사
문학적으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곳이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간접 표현 효과가 잘 되어 있는 부분은 몇 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토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왔다고 하자 주인공 아이는 '조선족'이라는 말로 알아듣고 토시가 조선족 아이구나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얼마나 가깝고도 먼 사이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표현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113쪽 삽화에서 일본 식당 주인 아줌마, 즉 토시의 엄마의 모습이 몸체만 그려져 있고 얼굴은 배경과 마찬가지로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토시와 더불어 그 가족의 뭔가 숨기는 것이 많은, 비밀스러움을 나타내는 묘사였다고 생각된다. 

문학동네 수상작으로 내가 그동안 읽어본 <책과 노니는 집>,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그리고 관심있는 어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는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만, 좀 더 나은 작품들이 나왔으면 바라는 마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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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로 찜해두어야겠어요.^^

hnine 2011-02-10 22:00   좋아요 0 | URL
출판서 공모전 수상작은 출판사가 알아서 광고를 많이 해주는 잇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인터넷 서점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익어서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저자가 원래 희곡을 주로 쓰던 분이시라네요. 읽어볼만 합니다.
 

이번 연휴는 참 길었다. 1월 말 차례 장보기로 시작해서 설 지내고 난 다음에는 계속 그 음식으로 아침, 점심, 저녁 먹기를 오늘 아침까지 계속. 그래도 산적과 전 몇가지가 남아있으니 명절 음식을 이용한 음식 검색해가며 어떻게 좀 덜 질리게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한다.

연휴 기간 동안 하루는 남편, 아이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녀 왔는데, 아이들은 자리 찾아 앉아 있고 이미 극장 안은 어두워져 있는데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어두컴컴한 자리를 더듬더듬하며 팝콘에 음료를 사다 나르는 어떤 아저씨를 보며 남편이 그런다. 부모는 참 고달프다고.
'우리도 다 그렇게 컸잖아.' 라고 말하고 생각하니 남편의 그 말 속에 여러 가지 감상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찡 했다. 좋아도 싫어도, 해뜨면 집에서 나가 열심히 일하고, 그렇게 돈 벌어 자식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늙어가는 가장의 고달픔이 느껴진달까? 나는 직장 다니면서 여기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볼까 참 자주 툴툴거리며 말했던 것 같은데......그 소리 마저 속으로 삼키고 묵묵히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화이팅이라도 외쳐주고 싶은 심정.

연휴의 또 하루는 가족끼리 동네 노래방엘 갔다. 어쩌다가 아이에게 노래방에 대해 설명해주다가 우리도 한번 가보자고 아이가 조르길래 정말 내키지 않은 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노래방 가본 것이 두세번 정도? 남편으로 말하자면 노래부르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라도 있는지,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어도 노래방을 나오기 까지 한번도 노래를 안부르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 사람이다. 아이는 물론 이번이 생애 첫 노래방 출입이고.
가기전에 아이는 몇번을 확인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부르는 거 아니죠?"
"우리 가족들끼리만 부르는거죠?"
"다른 사람은 내가 노래 부르는 거 구경할 수 없는거죠?"
아이는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나도 몇 곡 부르고, 남편은 열심히 곡 번호를 눌러주고. 예전 결혼 전에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을 내가 골라주었는데, 그마저도 안부르겠다고 해서 나만 불렀다.
30분이 후딱 지나고, 화면에 '서비스 시간 20분' 이라는 글자가 깜빡깜빡하고 나온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더 부르고 가자는 아이를 끌고 밖으로 나왔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20분 시간 더 드렸는데 그냥 나오시네요?' 그러신다. 아까워라~

아이도 학교로 가고, 남편도 일터로 가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늘이 휴가 같다. 하지만, 벌써 12시가 넘어 갔으니 나도 내 할일을 찾아 해야겠다.
내게는 1년 중 제일 시간이 널널한 2월이지만, 2월 말이 되어가면 이미 3월에 대한 긴장감으로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리기 어려워지니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2월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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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감기가 걸려서, 노래방은 그림의 떡과 같은 기분이예요. ^^
이제는 머리도 아파오네요. 그런데 명절 음식이란 구절을 보자마자 배가 고파요.
저흰 시댁이 멀어서, 설 음식 안 하거든요. 텅빈 냉장고.....

나인 언니, 즐거운 2월 되셔염.

hnine 2011-02-07 15:46   좋아요 0 | URL
저도 감기 걸렸다 하면 열번의 아홉 번은 목감기인데, 침 삼킬때도 아프고 그렇지요? 약은 드셨어요? 아프기 시작할 때 먹으면 그래도 효과가 있는데 한참 아플때 먹으면 그것도 소용 없더라고요 제 경우엔. 머리 아픈 것은 약 먹으면 좀 나을테니 그 고통만이라도 덜어요. 이 상황에 텅빈 냉장고란 저희 집의 냉장고만큼이나 심난하겠어요. 오늘 저녁도 또 같은 반찬 내놓자니 참...

sangmee 2011-02-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 아까워라.ㅎㅎㅎ
경은이는 친구들이랑 가면, 1시간 내고 보너스를 2시간쯤 받는단다.
평일 낮이라서 가능하겠지 .
경은아빠도 좋아하는 노래라서 노래방 가면 그 곡 꼭 부른단다.
궁금해 하는건 뭐든 보여주고 같이 해줘.
애들 참 금방 자라더라.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한번은 봐야지 ? 종혜 아들 돌 때 볼까나 ? ㅎㅎㅎ

hnine 2011-02-07 21:15   좋아요 0 | URL
친구들이랑 여럿 가면 정말 1시간은 후딱 가겠더라.
경은 아빠도 좋아하는 노래라니 혹시 그 나이 또래 모든 남자의 애창곡은 아닐지 모르겠네. 넌 무슨 노래 부르는지도 궁금하다.
너는 그냥 복이 늘 따라다닐 것 같아.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생각해보았더니 아마 울상이 아니라 웃는 상이라서, 긍정적이고 무모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맞아? ^^
경은이, 병규 나름대로 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고, 다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어. 든든한 엄마, 아빠 라는 포텐셜이 있으니까.

비로그인 2011-02-0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지금 밤 12시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시 듣기로 듣고 있습니다. 음악이 착 마음에 와 닿아서일까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제가 자주 찾는 분들의 글이 착 마음에 닿습니다.

사뿐히 비행기가 땅으로 착륙하듯 착.. 그렇게요.

문득 그런 생각도 드네요. 봄은 이렇게 착 마음에 닿는 글과 함께 오는 것이라고. 봄 바람은 그렇게 어디선가 흘러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면 그렇게 멋져보일 수 없는 봄 달을 맞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ㅎ

hnine 2011-02-07 23:31   좋아요 0 | URL
예, 봄밤, 하얗게 핀 목련꽃 사이로 둥근 달 볼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은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요? 슈베르트의 Standchen?? ^^

순오기 2011-02-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린이는 노래방에 처음 갔으니 신나게 노래했겠네요.^^
우린 애들 어릴 땐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몇 번 가봤는데, 애들 크니까 오히려 갈 기회도 없네요. 아이들도 친구들하고 가고...

아무래도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에 맞추니까, 2월은 그냥 어영부영 보내게 돼요.ㅠ

hnine 2011-02-07 23:32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신나서 노래 부르더군요. 처음엔 앉아서 부르더니 조금 있으니 시키지 않아도 일어나서 부르더라고요. 그 다음날도, 오늘도 또 가자고 하는 걸 주말에 가자고 달랬습니다 ㅋㅋ

세실 2011-02-0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크니 부모랑 가는 것 보다는 친구들끼리 가는걸 선호하더라구요.
저도 그냥 직장 사람들하고 어울리는게 더...ㅎㅎ
2월엔 좀 쉬는 느낌으로 그렇게 가려고 합니다.
도서관도 3월부터 프로그램 시작이라 잠시 휴식기^*^

hnine 2011-02-08 07:17   좋아요 0 | URL
저도 다린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좀 더 크면 친구들과 와도 재미있을 거라고요.
2월에 힘을 좀 비축해두어야 3월에 추진력있게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쉬던 기계 돌리느라 애 좀 먹을지...저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지요. ^^

2011-02-0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2-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족분끼리 오붓하게 노래방에 가셨는데 금방 나오셨네요^^

hnine 2011-02-09 07:15   좋아요 0 | URL
남편은 거의 안불러서 그런지 꽤 여러 곡 불렀어요. 금방 나온거군요. 노래방 재미를 알게 된 아이때문이라도 다음엔 아마 더 오래 있다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꿈꾸는섬 2011-02-1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영화보고 노래방 다녀오고 정말 좋으셨겠어요.
전 여행다녀오고 싶어요. 홀가분하게......

hnine 2011-02-10 22:01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여러가지로 힘든 연휴 보내시느라 지금 여행 다녀오고 싶은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홀가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