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에 뉴베리상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는 어떤 상이 있을까?
이 책이 제1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길래 문득 해본 생각이다.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이런 문학상 공모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얘기는 별개로 하더라도 수상작에는 나름대로 수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좀 더 세분하여 이 작품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1. 주제
'분단문제'. 내가 초등학생이던 때만 해도 어린이 책으로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 묻게되는 주제이다.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남과 북, 우리는 여전히 같은 민족이라는 것, 그리고 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단지 외모가 비슷하다는 것과 달리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는지,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쓴 책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한번 쯤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 소재
남북분단을 주제로 한 어린이소설은 흔하지 않다. 특히 이 작품 속에는 북한 어린이가 직접 등장하는데 그 아이가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긴장부터 하는 우리의 남한 어린이의 모습에서 어른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생활동화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는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게 쓰기란 어렵다. 다른 사람이 많이 다루지 않은 소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또 읽는 독자에게도 환영할만한 점 아닐까.  

3. 상상력
가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끄적거려있는 낙서를 보고 누가, 무슨 뜻으로 한 낙서일까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은 거기서 끝. 이야기 거리가 되려면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 이 책에서 주인공 아이는 이사온 집 책상에 낙서처럼 쓰여 있는 어떤 문구를 보고 궁금증을 갖다가 그 궁금증을 스스로 풀어보기로 작정한다. 아이의 궁금증은 읽는 독자의 궁금증이기도 하다. 누가 한 낙서일까, 왜, 언제? 이 책에서 상상력은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중요한 기제 역할을 한다.

4. 캐릭터
봉주가 주인공이기 때문일까? 남한 아이 봉주는 지극히 모범생다운, 바르게 자란 아이로 그려져 있고, 같은 반 친구인 디디에는 프랑스 아이로서 여유있고 자유스런 생각과 행동 방식을 가진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북한에서 온 아이 토시는 어딘가 베일에 싸여있고 경쟁심이 강하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며 어둡게 그려져 있다. 각 인물간의 구별되는 캐릭터 설정은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선입관을 지나치게 견지한 캐릭터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공통분모 역시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이 책의 주제에 더 맞지 않았을까. 봉주의 카메라를 빼앗으려고 달려든 아이들 네명 모두 짙은 눈썹을 가진 아랍계 아이들로 설정되어 있는 것도 좀 유감스럽다.

5. 배경
작품의 배경을 프랑스로 한 것은 작가의 프랑스 체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뚜르'라는 곳을 택한 것은 제목에서 부터 눈길을 끌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말로 옮겨 놓았을때 '봉주, 뚜'라고 끝나는 글자도 맞아 떨어지고.
이야기 내용을 위해서도 이렇게 낯선 곳으로 해야할 필요성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했다면 아마 어쩌다 발견한 한글 낙서를 가지고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았을테니까. 

6. 플롯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결말을 다 예측할 수 있게 쓰여진 이야기는 일단 좋은 플롯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좀 더 생각을 많이 해서,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선뜻 놓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런대로 성공적이라고 본다. 아이가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자기 힘으로 알아내려고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는 과정이 재미있다. 다만 책상의 그 낙서의 주인을 찾아가는 과정만 나타났을 뿐, 그 낙서의 의미, 왜 그런 낙서를 하게 되었는지, 토시 가족의 행방 등에 대해서는 마무리 짓지 않고 이야기를 끝낸 것이 아쉽다. 공원에서 만난 그 노숙자 아저씨가 혹시 토시의 아버지였을까? 그 의문에 답이 될만한 근거 역시 책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짧은 단편도 아닌데, 풀어 놓은 것은 결말은 제대로 지어야 했지 않을까.

7. 복선, 반전
그렇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굳이 반전 요소가 들어가 있는 곳을 말한다면 '토시'라는 아이가 일본인이 아니라 북한에서 온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대목 정도로 보겠다. 

8. 묘사
문학적으로 섬세한 묘사가 뛰어난 곳이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간접 표현 효과가 잘 되어 있는 부분은 몇 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토시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왔다고 하자 주인공 아이는 '조선족'이라는 말로 알아듣고 토시가 조선족 아이구나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남한과 북한이 얼마나 가깝고도 먼 사이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표현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본문 내용은 아니지만 113쪽 삽화에서 일본 식당 주인 아줌마, 즉 토시의 엄마의 모습이 몸체만 그려져 있고 얼굴은 배경과 마찬가지로 검은 색으로 표시된 것은 토시와 더불어 그 가족의 뭔가 숨기는 것이 많은, 비밀스러움을 나타내는 묘사였다고 생각된다. 

문학동네 수상작으로 내가 그동안 읽어본 <책과 노니는 집>, <내 가슴에는 해마가 산다>와 더불어 아이들에게, 그리고 관심있는 어른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정도는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지만, 좀 더 나은 작품들이 나왔으면 바라는 마음도 크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는섬 2011-02-10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로 찜해두어야겠어요.^^

hnine 2011-02-10 22:00   좋아요 0 | URL
출판서 공모전 수상작은 출판사가 알아서 광고를 많이 해주는 잇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인터넷 서점 여기저기서 많이 눈에 익어서 관심이 가게 되었지요. 저자가 원래 희곡을 주로 쓰던 분이시라네요. 읽어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