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는 참 길었다. 1월 말 차례 장보기로 시작해서 설 지내고 난 다음에는 계속 그 음식으로 아침, 점심, 저녁 먹기를 오늘 아침까지 계속. 그래도 산적과 전 몇가지가 남아있으니 명절 음식을 이용한 음식 검색해가며 어떻게 좀 덜 질리게 이 음식들을 먹을 수 있을지 연구해야한다.

연휴 기간 동안 하루는 남편, 아이 함께 영화를 보러 다녀 왔는데, 아이들은 자리 찾아 앉아 있고 이미 극장 안은 어두워져 있는데 좌석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어두컴컴한 자리를 더듬더듬하며 팝콘에 음료를 사다 나르는 어떤 아저씨를 보며 남편이 그런다. 부모는 참 고달프다고.
'우리도 다 그렇게 컸잖아.' 라고 말하고 생각하니 남편의 그 말 속에 여러 가지 감상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찡 했다. 좋아도 싫어도, 해뜨면 집에서 나가 열심히 일하고, 그렇게 돈 벌어 자식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늙어가는 가장의 고달픔이 느껴진달까? 나는 직장 다니면서 여기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겨 볼까 참 자주 툴툴거리며 말했던 것 같은데......그 소리 마저 속으로 삼키고 묵묵히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화이팅이라도 외쳐주고 싶은 심정.

연휴의 또 하루는 가족끼리 동네 노래방엘 갔다. 어쩌다가 아이에게 노래방에 대해 설명해주다가 우리도 한번 가보자고 아이가 조르길래 정말 내키지 않은 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노래방 가본 것이 두세번 정도? 남편으로 말하자면 노래부르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라도 있는지, 직장에서 동료들과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어도 노래방을 나오기 까지 한번도 노래를 안부르고 앉아만 있다가 오는 사람이다. 아이는 물론 이번이 생애 첫 노래방 출입이고.
가기전에 아이는 몇번을 확인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부르는 거 아니죠?"
"우리 가족들끼리만 부르는거죠?"
"다른 사람은 내가 노래 부르는 거 구경할 수 없는거죠?"
아이는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나도 몇 곡 부르고, 남편은 열심히 곡 번호를 눌러주고. 예전 결혼 전에 남편이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세상'을 내가 골라주었는데, 그마저도 안부르겠다고 해서 나만 불렀다.
30분이 후딱 지나고, 화면에 '서비스 시간 20분' 이라는 글자가 깜빡깜빡하고 나온다.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더 부르고 가자는 아이를 끌고 밖으로 나왔더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20분 시간 더 드렸는데 그냥 나오시네요?' 그러신다. 아까워라~

아이도 학교로 가고, 남편도 일터로 가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오늘이 휴가 같다. 하지만, 벌써 12시가 넘어 갔으니 나도 내 할일을 찾아 해야겠다.
내게는 1년 중 제일 시간이 널널한 2월이지만, 2월 말이 되어가면 이미 3월에 대한 긴장감으로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리기 어려워지니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며 2월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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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0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감기가 걸려서, 노래방은 그림의 떡과 같은 기분이예요. ^^
이제는 머리도 아파오네요. 그런데 명절 음식이란 구절을 보자마자 배가 고파요.
저흰 시댁이 멀어서, 설 음식 안 하거든요. 텅빈 냉장고.....

나인 언니, 즐거운 2월 되셔염.

hnine 2011-02-07 15:46   좋아요 0 | URL
저도 감기 걸렸다 하면 열번의 아홉 번은 목감기인데, 침 삼킬때도 아프고 그렇지요? 약은 드셨어요? 아프기 시작할 때 먹으면 그래도 효과가 있는데 한참 아플때 먹으면 그것도 소용 없더라고요 제 경우엔. 머리 아픈 것은 약 먹으면 좀 나을테니 그 고통만이라도 덜어요. 이 상황에 텅빈 냉장고란 저희 집의 냉장고만큼이나 심난하겠어요. 오늘 저녁도 또 같은 반찬 내놓자니 참...

sangmee 2011-02-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 아까워라.ㅎㅎㅎ
경은이는 친구들이랑 가면, 1시간 내고 보너스를 2시간쯤 받는단다.
평일 낮이라서 가능하겠지 .
경은아빠도 좋아하는 노래라서 노래방 가면 그 곡 꼭 부른단다.
궁금해 하는건 뭐든 보여주고 같이 해줘.
애들 참 금방 자라더라.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한번은 봐야지 ? 종혜 아들 돌 때 볼까나 ? ㅎㅎㅎ

hnine 2011-02-07 21:15   좋아요 0 | URL
친구들이랑 여럿 가면 정말 1시간은 후딱 가겠더라.
경은 아빠도 좋아하는 노래라니 혹시 그 나이 또래 모든 남자의 애창곡은 아닐지 모르겠네. 넌 무슨 노래 부르는지도 궁금하다.
너는 그냥 복이 늘 따라다닐 것 같아.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생각해보았더니 아마 울상이 아니라 웃는 상이라서, 긍정적이고 무모한 욕심을 부리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 맞아? ^^
경은이, 병규 나름대로 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고, 다 잘 해나갈 것이라고 믿어. 든든한 엄마, 아빠 라는 포텐셜이 있으니까.

비로그인 2011-02-0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지금 밤 12시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다시 듣기로 듣고 있습니다. 음악이 착 마음에 와 닿아서일까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제가 자주 찾는 분들의 글이 착 마음에 닿습니다.

사뿐히 비행기가 땅으로 착륙하듯 착.. 그렇게요.

문득 그런 생각도 드네요. 봄은 이렇게 착 마음에 닿는 글과 함께 오는 것이라고. 봄 바람은 그렇게 어디선가 흘러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보면 그렇게 멋져보일 수 없는 봄 달을 맞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ㅎ

hnine 2011-02-07 23:31   좋아요 0 | URL
예, 봄밤, 하얗게 핀 목련꽃 사이로 둥근 달 볼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은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요? 슈베르트의 Standchen?? ^^

순오기 2011-02-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다린이는 노래방에 처음 갔으니 신나게 노래했겠네요.^^
우린 애들 어릴 땐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몇 번 가봤는데, 애들 크니까 오히려 갈 기회도 없네요. 아이들도 친구들하고 가고...

아무래도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에 맞추니까, 2월은 그냥 어영부영 보내게 돼요.ㅠ

hnine 2011-02-07 23:32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신나서 노래 부르더군요. 처음엔 앉아서 부르더니 조금 있으니 시키지 않아도 일어나서 부르더라고요. 그 다음날도, 오늘도 또 가자고 하는 걸 주말에 가자고 달랬습니다 ㅋㅋ

세실 2011-02-0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크니 부모랑 가는 것 보다는 친구들끼리 가는걸 선호하더라구요.
저도 그냥 직장 사람들하고 어울리는게 더...ㅎㅎ
2월엔 좀 쉬는 느낌으로 그렇게 가려고 합니다.
도서관도 3월부터 프로그램 시작이라 잠시 휴식기^*^

hnine 2011-02-08 07:17   좋아요 0 | URL
저도 다린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나중에 좀 더 크면 친구들과 와도 재미있을 거라고요.
2월에 힘을 좀 비축해두어야 3월에 추진력있게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쉬던 기계 돌리느라 애 좀 먹을지...저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서 말이지요. ^^

2011-02-0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2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2-08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가족분끼리 오붓하게 노래방에 가셨는데 금방 나오셨네요^^

hnine 2011-02-09 07:15   좋아요 0 | URL
남편은 거의 안불러서 그런지 꽤 여러 곡 불렀어요. 금방 나온거군요. 노래방 재미를 알게 된 아이때문이라도 다음엔 아마 더 오래 있다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꿈꾸는섬 2011-02-10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영화보고 노래방 다녀오고 정말 좋으셨겠어요.
전 여행다녀오고 싶어요. 홀가분하게......

hnine 2011-02-10 22:01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여러가지로 힘든 연휴 보내시느라 지금 여행 다녀오고 싶은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홀가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