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이제 스물 두살.

이미 수상 소식을 알고 들어서일까.

어떤 의심없이 연주 속에 빠져들어 들을 수 있어 좋다. 그럴만한 연주.

 

이 정도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가 포기해야했을 많은 자유 시간, 여흥의 시간들을 짐작해본다.

수상을 목적으로 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 선택한 것에 대한 도전, 책임, 의욕, 결국엔 애정. 그런 것 아니었을까?

 

 

 

 

 

집에 악보가 있기에 펼쳐보았다. 피아노 소나타 2번 B flat minor.

 

 

 

 

 

크...장난이 아니군.

악보 읽는 것만 해도 며칠 걸리겠다.

 

 

 

 

 

 

얼마 전에 무우를 두개 샀다.

하나는 쓰고 남은 하나는 부엌 한 구석에 치워두었는데.

어제 저녁 준비를 하다가 초록잎이 언뜻 눈에 띄어 보았더니 치워둔 무우에서 저렇게 잎이!

비닐로 포장한 채 한 구석에 두었을뿐 저렇게 잎이 자라나올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식구들을 불러 이것좀 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누가 일부러 키우지 않아도 햇빛과 공기만으로 이렇게 자라는 것 좀 보라고, 이게 바로 생명을 가진 것들의 본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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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5-12-11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청이 아주 맛나겠네요.
무는 뿌리뿐 아니라
요 잎사귀도 참 맛있어요.

hnine 2015-12-11 08:52   좋아요 0 | URL
더 자라는 거 보려고요. 지금은 먹을 생각보다 어떻게 더 키워볼까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네요.

icaru 2015-12-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특한 무,라고 이름 붙여도 되지요~ ㅎㅎ
아 그리고 감사해요 ㅋㅋ(아시죠~ 댓글 달려고 보니까, 지우셨더래,,)
악보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시디 케이스도 어쩜 저렇게 맛깔나게 찍으실까 ㅎㅎㅎ
저는 성진 군의 어머님이 어떤 분이실까, 개인적인 호기심이 무척 컸지만,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원해주신다더니, 어느 매체고 부모님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가, 얼마전에 어떤 기사(동영상)를 발견하고야 말았네요 ㅎㅎ 어머님 모습과 약간의 멘트 ㅎㅎ
혹시 궁금하시면 주소 붙여드릴까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2276045

hnine 2015-12-11 09:00   좋아요 0 | URL
일단 답글부터 올리고 가서 보려고요 ^^
댓글 달았다가 너무 제가 생색내는 것 같아 유치하다 생각해서 지웠지요.
아무튼 제가 저 CD를 구입하는데 icaru님의 페이퍼가 한 몫 했답니다. 하나도 아니고 다섯개나 구입했거든요 연말 인사를 대신해서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려고요.
음악 전공하는 자식을 둔 부모가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원하기가 정말 어려울텐데 말입니다. 기본만 하는데도 정말 부모의 뒷바라지 앞바라지가 필요한게 보통이거든요.
아무튼 감사드리며 이제 붙여주신 주소로 달려갑니다~

서니데이 2015-12-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잘 몰랐는데, 요즘은 저렇게 새싹이 돋고, 자라는 것들이 다르게 보여요. 살아있다는 것이 느껴져서요.
hnine님도 피아노 잘 치실 것 같은데, 많이 어려운 곡인가봅니다.
hnine님, 따뜻하고 좋은 금요일 되세요.^^

hnine 2015-12-11 23:27   좋아요 0 | URL
그냥 지나쳐오던 것이 마음에 한참 머물다 갈 때가 있지요. 뭉클할 때도 있고, 더 나아가면 눈물이 핑 돌때도 있고요.
피아노는 잘 치진 못하고요, 아름다운 음악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합니다.

2015-12-19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9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립과 다른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4
세스 노터봄 지음, 지명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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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덟 권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는 책꽂이로 가서 나는 하필 이 책을 처음으로 뽑아들었다. 처음 보는 작가이고 책 제목 물론 처음 듣는다. 제목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책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다는 이유였을까? 이 정도 두께의 책들은 다른 책들도 있었는데.

 

 

 

 

 

열 여섯 살 소년 필립이 1인칭 화자로 나오는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부르기엔 다른 소설들과 너무 뚜렷이 구별된다. 필립은 열살 되던 해 일흔 살 된 알렉산더 삼촌 집을 처음 방문한다. 6년 후 다시 삼촌 집을 방문하는데 이번엔 2년 동안 삼촌과 함께 지내게 된다. 결혼도 하지 않고 큰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삼촌은 필립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의 그 모호함은 이 삼촌의 이야기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던 셈이다. 마침내 필립은 삼촌의 집을 나와 혼자만의 길을 떠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때문에 이 책의 제목 "필립과 다른 사람들" 이 비롯되었다. 우리 말로 옮겨 놓으니, "필립과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인지, "필립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인지, 제목만 읽으면 그 뜻이 뚜렷하지 않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 필립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마도 필립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나보다 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마다 메모까지 하며 읽었는데, 어느 만큼 읽고 나자 내가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메모를 그만 두었다. 누구를 만났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달까. 잉그리트, 재클린, 마반테르, 후작의 어린 딸, 중국인 소녀, 페이, 비비안, 이들은 모두 필립 그 자신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인 소녀를 찾아가는 방랑길이라고는 하지만 필립이 찾고자 한 것은 중국인 소녀라기보다 중국인 소녀로 대변하는 자아 정체성이었던 것이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무언가를 찾아 길을 떠난다는 구성의 다른 여러 소설들을 떠올려본다. 재미있는, 재미만 있는 소설과 이 작품의 다른 점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문학적 가치를 위해 스토리텔링에 무엇이 더 들어가야하는지, 문학이라고 말하는 그 범위 속엔 얼마나 다양한 인간의 사고 방식과 사고의 결과가 엉켜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필립은 방랑의 길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결론을 찾고 싶어하는 나의 마무리 지음은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방랑의 길을 떠난다는 것, 길 위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 그것이어도 충분하달 수 있을텐데.

아무튼 문제의 중국인 소녀를 만나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필립은 알게 된다. 소녀는 곧 떠날 것이라는 걸.

나는 내가 이 게임에서 패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210쪽)

더 사랑하는 사람이 패자가 되는, 사랑이라는 게임.

이어서 중국인 소녀가 필립에게 해주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삶이란 사랑을 위해 마련된 기회라고.

 

이 세상은 지극히 사악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이며 파멸 지향적이지만, 바로 그로 말미암아 그토록 경이롭고 연민을 자아내고 그리고 극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신념을 가질 때에만 비로소 그점을 인지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 (210쪽)

 

자기를 돌봐주던 유모와 바람이 나서 가출한 아버지가 시내에 집중 투하된 폭탄에 맞아 사망하고, 그 후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저자. 나중에 수도원 산하 기숙학교에 보내지지만 적응을 못하고 방탕과 방랑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미국에서 페가수스 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책 표지 그림은 에곤 실레의 그림이다. <어떤 소년> 이라는 제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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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12-10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48권을요? 대단하세요. 앞으로 차곡차곡 읽으시는 거죠?
한 겨울 독에서 김장 김치 꺼내먹는 기분일 것 같아요.
표현이 좀 그런가요? 켁~ㅋㅋ

저도 작가가 처음 듣는다 했는데 `산타아고 가는 길`을 쓴 작가네요.
그책은 검색해봐서 아는데...
h님 이리 쓰시니 관심이 가네요.^^

hnine 2015-12-10 19:37   좋아요 1 | URL
원래 펭귄 클래식 세계문학 시리즈를 모으고 있기에 그걸 사려고 했는데 마침 품절이더라고요.
그래서 민음사에서 나온 것을 봤더니 A, B, C...이렇게 50여권씩 나뉘어 있더군요. 제가 산건 E 시리즈, 48권이랍니다. 제 돈 주고는 못샀고요, 생일선물을 빙자해서 남편으로부터 뜯어냈어요 ㅋㅋ
역시 stella님은 이 작가의 작품을 아시는군요. 맞아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쓴 작가라는데 작가 자신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여행과 여행기에 관심이 많았다고해요.

stella.K 2015-12-10 20:02   좋아요 1 | URL
앗, 맞아요. 생일이었군요!
저 보다 조금 뒤에 곧 hnine님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지났죠? 늦었지만 축하해요.
생일 선물로 대박 선물도 받으시고 부럽습니다.
지금도 행복하시겠어요.^^

hnine 2015-12-10 20:11   좋아요 1 | URL
우헤헤~ 고맙습니다 ^^
나머지 시리즈 A,B,C,D까지 다 사려면 앞으로 네번의 생일을 지내야 한다는...그래도 뭐, 좋아요 ^^

컨디션 2015-12-11 15:00   좋아요 0 | URL
우왕~ hnine 님 생일선물로 책을 받으셨군요. 그것도 이렇게 왕창 ! !ㅎㅎ 남편 분을 얼마나 조르셨는지는 몰라도ㅋㅋ 이런 생일 선물하는 남편, 정말 훈남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당. 정말, 부럽습니당. ^^
말 나온 김에 제 신세를 좀 늘어놓자면, 며칠 전부터 남편 다리-종아리부위-를 하루 십오분 마사지 서비스(?)에 들어갔는데 하루 일당 1000원씩 해서 한달이면 3만원이니까, 그걸로 맘껏(??) 책 사보래요. 치사하게 그 한도 내에서만요. 제가 이런 남자랑 삽니다요.ㅠㅠ 근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불평할 것도 없어요. 남편 말도 맞으니까요. 사놓고 안본 책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컨디션 너, 하는 꼬라지로 봐선 평생을 봐도 다 못볼 책이다..이러는 데.. 뭐 딱히 변명의 여지가 없더라구요. 흫흑..

hnine 2015-12-11 15:20   좋아요 0 | URL
에궁, 제 남편 훈남 아니고요 ㅠㅠ 하루 세마디 한다는 경상도 남자랍니다. 제가 조르고 졸라서 산거 맞고요. 그래도 사줬으니 오바하면서 고맙다는 말 여러번 하고 있지요.
십오분 마사지 서비스에 1000원은 남편분께서 그냥 하시는 말씀일것이고 아마 그것에 비하지 못할 만큼 고마와하실거예요. 저 처럼 전집 중 일부가 아니라 진짜 전집 전권을 사주실지도. (다른 남편들에겐 이렇게 너그러워지는 우리들 ㅋㅋ)

해피북 2015-12-10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색깔별로 하얀 책장에 꽂혀있는게 정말 탐스럽습니다 ㅎㅎ 그리고 헤르만헤세의 `크눌프`가 떠오르네요^~^

hnine 2015-12-10 19:40   좋아요 1 | URL
저 그책 아직 안읽었답니다 헤세의 크눌프요. 제목이 너무 귀에 익어 마치 읽은 듯 착각하는 책 중 한권이지요.
전집도 아니고 전집의 일부만 구입했는데도 저리 꽂아놓으니 보기는 좋더라고요 ^^ 그래서 번호순도 아니고 책등 색깔별로 꽂아놓고 사진까지 찍고 좋아했답니다.

[그장소] 2015-12-10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이책들을 보고싶은데로 사서 막 읽는 편이거든요..번호상관없이..

[그장소] 2015-12-1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48권을 나란하게 놓음 ㅡ저런 모습이 연출되는군요!
예..쁘..다능!!^^
그리고.축하드려요.생일 을 ~(라이브로..노래아~?)
ㅋㅋㅋ 오늘 목이 쉬어서..내년에...진심 축하드려요 ~^^♡

hnine 2015-12-10 20:31   좋아요 1 | URL
야금야금 읽어보려고요.
생일은 지났지만 어때요, 이렇게 축하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첫 책으로 위의 책을 읽었고 다음으로 고른 책이 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랍니다 ㅋㅋ
두툼한 책이 1,2,3 이렇게 세권이지요. 제가 한동안 리뷰를 못올리거나 다른 책 리뷰가 올라오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장소] 2015-12-10 20:47   좋아요 0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ㅡ시작을 축하드릴께요.
집중할 시기이니만치 ..기다리죠..얼마든~^^
다녀오셔서..아님 중간에 답답할적에 ..올리셔도
이야기할수있구요~
기대할께요!^^♡♡♡

살리미 2015-12-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서재 너무 부러워요^^

hnine 2015-12-23 22:15   좋아요 0 | URL
서재 따로 없고 그냥 마루 책꽂이 한부분인걸요.
오로라님 책꽂이 구경도 하고 싶네요 ^^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열한편의 단편집 제목을 이렇게 붙일 수도 있겠구나. 열한가지의 행복, 열한가지의 슬픔, 아니고 열한가지 고독이다. 번역본이 나오면서 원제 앞에 붙은 "맨해튼". 붙이고 읽어보고 떼고 읽어본다. 무슨 차이가 느껴지나? 출판사 쪽에선 맨해튼이라는 지역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것일까.

 

1. 잭 오 랜턴 박사- 잭 오 랜턴이란, 할로윈때 아이들이 들고 돌아다니는 호박등을 말한다. 가난, 그리고 사춘기. 인생의 2대 짜증스런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2. 가장 좋은 일- 결혼을 앞둔 남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은 다름 아닌 그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충돌 현장이니, 화합의 시작이 아니라 충돌의 시작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3. 조디는 주사위를 던졌다- 설명이 좀 장황하긴 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촌스럽고 덜 세련된 리스 중사가 신념이라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 이젠 거의 무시되고 간과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되는지, 그렇게 사는게 맞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4. 아프지 않아- 장기 입원중인 남자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비밀.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5. 처벌광- 조직의 "을"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월터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해고되었다는 자체보다 그 사실을 부인을 비롯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위치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남자에겐 더 두려운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틀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걸 보여준다.

6. 상어와 씨름하는 남자- 신문사 신입기자 소렐은 자신의 이름을 거는 컬럼을 쓰는 것에 대단한 가치를 두고 일하지만 결국 해고를 당하고, 해고 당한 그를 위해 다른 자리를 추천해주려고 소렐의 집으로 전화를 건 다른 기자 메케이브는 뜻밖의 대답을 듣는다. 남자들 허세 뒤의 슬픈 현실. 허세는 그를 크게 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결국 반토막을 내고 만다는 것.

7. 낯선 이와 지내기- 융통성 없고 꽉막힌 여교사 미스 스넬. 그녀는 결코 악의를 갖고 있거나 불성실한 교사가 아님에도 아이들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어긋남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낯선 관계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낯선 사람과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안 그러니? "(190쪽)

8. B.A.R.맨-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얘기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1960년대 미국이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전직 군인 존 팰런. 한번도 그럴듯하게 뽐낼만한 업적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그의 잠재의식은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일에 연루되게 한다. 제목의 B.A.R은 Browning Automatic Rifle의 약자로서 총의 한 기종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도 설명해주기 전엔 모를 것 같은 약자.

9. 정말 좋은 재즈 피아노- 이것으로써 이 책의 아홉번째 단편을 읽고 나니, 예이츠 이 사람의 단편들은 촌철살인의 핵심을 전달하기엔 2% 부족한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편도 그렇다. 소위 좋은 간판을 가지고, 일정한 직업은 없지만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자유롭게 여행하듯 사는 두 남자 카슨과 켄의 눈에, 칸느의 한 바에서 노래하며 피아노를 치는 시드의 삶은 속물적이고 매춘 행위에 다름 없다. 마지막에 켄이 카슨에게 주먹질을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나마 켄은 시드를 가리켜 재즈 피아니스트의 속물근성이라고 비난했던 그 성격이 사실은 자기에게도 내재해 있음을 깨달은 것은 아닐지. 남을 아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10. 옛날이여 가라- 폐결핵 환자 매킨타이어에게 제일 걱정은 자신의 건강이 아니라 가장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11. 건설자들- 보잘것 없는 현재라는 조각들을 그러모아 번듯한 미래를 건설하는데 동원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시간이 전부가 아니었다.

 

열한 가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공통점은 모두 소시민이라는 것. 그것이 맨하튼이든 시골 구석이든 소시민적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열한편 단편의 다른 주인공, 다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어라고 작가가 생각한 것이 바로 제목의 "고독"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며 책을 덮는다.

단편집을 많이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단편 소설 작가인 앨리슨 먼로와 얼른 비교해보게 되었다. 제대로 분석, 비교할 능력은 못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앨리슨 먼로에게 노벨상이 주어졌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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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12-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작가인데, 살짝 hnine님의 글을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져서 리뷰는 자세 읽지 않았어요.
왠지 겨울에 읽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네요.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있어서 바로 `책배달`신청했어요. ^^

hnine 2015-12-09 05:19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어요. 저도 다른 분 서재에서 보고 읽게 되었는데 장편과 단편은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겠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답니다. 짧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래서 어쨌다는거지?˝ 이럴 때도 있었어요. 집중을 안하고 읽었다는거죠 ^^
열한편의 단편 속 인물들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 보이고 있었어요. 책배달 신청하셨다니 곧 읽어보시겠네요.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2015-12-09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 Were Liars : Soon to be a major TV series on Amazon Prime! (Paperback)
Lockhart, E / Hot Key Books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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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싱클레어 가족에게 와주신걸 환영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다분히 비틀어진 의미가 숨어있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나"에 대한 소개글에 의하면 이름은 카덴스 싱클레어 이스트맨. 통상적으로 부르는 이름은 카덴스이고 성(姓)이 이스트맨인데 가운데 이름 싱클레어는 흔치 않게 외할아버지의 성에서 온 것이다. 버몬트 주의 벌링톤이라는 곳에서 세 마리 개를 데리고 엄마와 살고 있으며 아빠는 카덴스가 열 다섯 살 되던 해에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갔다. 좀 있으면 만 열 여덟살이 된다고 했으니 우리 나이로는 거의 스무살. 고3 혹은 대학 1학년 정도 되는 나이겠다.

카덴스의 외할아버지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돈이 많아도 너무 많은 카덴스의 외할아버지는 명문 하버드를 졸업한 후 사업과 주식으로 돈을 엄청 벌었는데 그에게 유일한 실패라면 아들이 없다는 정도? 하지만 슬하의 딸 셋이 모두 키도 크고 아름답고 공주같은 외모를 하고 있어 주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외할아버지는 결혼 후 아내를 자기 곁에 두고 살림에 집중하며 남편을 보필하도록 했으며 나중엔 개인 소유의 섬에 세 딸을 위한 집을 지어주고 들어와 살게 한다. 세 딸이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중 카덴스와 나이가 고만고만한 사촌들인 쟈니, 마이렌, 그리고 일종의 이방인 갯. 이들 넷은 여름 방학마다 섬에 들어와 지내는 동안 스스로를 Liars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데,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겉으로 보기에 단란해 보이는 거대한 싱클레어 가족 사이에 보이지 않는 틈과 벽이 생겨나고 있음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간다. 그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고민하던 중 마침내 이들은 생각만 해도 될, 실제로 저지르진 말았어야 할 두려운 그 어떤 일을 벌이고 만다.

이야기의 화자인 카덴스가 충격으로 말미암아 부분 기억 상실에 걸렸다가 다시 찾아가는 흐름때문에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또하나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부모의 재산을 두고 커져가는 갈등과 탐욕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암투를 벌이는, 이 소설 내용과 비슷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액자 소설 형식으로 글 중에 여러 차례 삽입시켜 이 소설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카덴스가 예전 기억을 모두 되찾은 후 알게 된, 이들이 벌인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로선 처음 접하는 저자이고 처음 읽는 그녀의 작품인데 미국에서 꽤 인기있는 작가답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가 진행될 뿐 아니라 진행 방식이 노련하다. 즉, 약간의 미스테리 형식을 취하여 독자가 끝까지 궁금증을 놓지 않도록 끌고 갔고, 자칫 뻔할 수 있는 스토리가 되지 않게 하고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할만한 점을 만들기 위해 동화 형식의 짧은 글을 중간중간 삽입하였다.

큰 감동이나 메시지까지 남겨준 건 아니었지만 일단 재미있게 훌떡 읽을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별 네개는 기꺼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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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 동물은 알까?

먹이를 던져주지 말라는 푯말이

관람객을 향해

자기 집 울타리 앞에 세워져 있다는걸

 

 

 

먹고 싶은 동물

주고 싶은 관람객

그 사이 푯말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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