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이 이제 스물 두살.
이미 수상 소식을 알고 들어서일까.
어떤 의심없이 연주 속에 빠져들어 들을 수 있어 좋다. 그럴만한 연주.
이 정도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가 포기해야했을 많은 자유 시간, 여흥의 시간들을 짐작해본다.
수상을 목적으로 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좋아 선택한 것에 대한 도전, 책임, 의욕, 결국엔 애정. 그런 것 아니었을까?

집에 악보가 있기에 펼쳐보았다. 피아노 소나타 2번 B flat minor.


크...장난이 아니군.
악보 읽는 것만 해도 며칠 걸리겠다.

얼마 전에 무우를 두개 샀다.
하나는 쓰고 남은 하나는 부엌 한 구석에 치워두었는데.
어제 저녁 준비를 하다가 초록잎이 언뜻 눈에 띄어 보았더니 치워둔 무우에서 저렇게 잎이!
비닐로 포장한 채 한 구석에 두었을뿐 저렇게 잎이 자라나올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식구들을 불러 이것좀 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누가 일부러 키우지 않아도 햇빛과 공기만으로 이렇게 자라는 것 좀 보라고, 이게 바로 생명을 가진 것들의 본능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