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고 몇주 되었을때 담당의사로부터 아버지에게서 항생제내성균이 검출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순폐렴인줄알고 병원에 가셨는데 입원까지 하셨고, 입원하신 바로 다음날부터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증상 (섬망)을 보이시더니 곧 의식을 잃으신 상태로, 그래도 이제나 저제나 차도가 있으시길 바라며 하루 두번만 허용되는 면회시간을 지켜 먼거리 불사하고 면회를 다니던 때였다.

"항생제내성균이라면 흔히 말하는 수퍼박테리아 같은거 말씀하시는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아, 어떻하나. 그때만해도 어쩌다가 항생제내성균까지 들어왔다는 말인가 절망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오래 지나면 수퍼박테리아 감염은 각오해야한다는 말을 역시 오랜 병원 생활끝에 어머니를 여의신 친지로부터 들었다.

 

말로만 듣던 수퍼박테리아가 이제 코 앞에 있다. 의약계에서 좀 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해서 내놓기가 무섭게 그것에 내성을 가진 수퍼박테리아가 출현하고 (박테리아는 워낙 분열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돌연변이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그래서 인간에게선 수천 수만년 걸려도 나올까 말까한 돌연변이가 박테리아에게선 일년도 안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치료할 항생제를 또 개발해내고, 그럼 그것에 대한 내성균이 또 나타나고, 계속 이런 줄다리기를, 그것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이 줄다리기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자그마치 26가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난 70대 여성 얘기가 2017년 1월 13일호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에 나왔다. ("Woman Killed by a Superbug Resistant to Every Available Antibiotic" by Helen Branswell on Jan 13, 2017 Scientific American,  링크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woman-killed-by-a-superbug-resistant-to-every-available-antibiotic/)

 

미국 네바다 주 르노에 사는 70대 여성이 치료불가능한 감염 (incurable infection)으로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온 몸에 퍼져있는 항생제내성균은 자그마치 26가지 다른 종류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았다. 미국에 나와있는 모든 항생제를 다 써봤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미국 질병관리본부 소속 의사 Dr. Alexander Kallen의 말이다.

이 환자의 경우 오랫동안 인도에서 지낸 경험이 있었고 미국 이전에 인도에서도 통원및 입원 치료 받은 경력이 있다고 한다. 인도는 미국보다 더 항생제내성균이 보편화되어 있는 나라. 미국으로 돌아온 후 지역 내 병원에서 치료중 14개 항생제 모두 효과가 없었고 이런 예가 처음이자 병원에서는 아틀란타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시료를 보내어 더 검사를 요청한 것. 그 결과 미국에 나와있는 어떤 약으로도 생장을 막을 수 없는 균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에 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박테리아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바로 Klebsiella pneumoniae. 이것은 요로감염증을 일으키는 흔한 세균으로서 어떤 희귀한 신종의 세균이 새로이 나타난게 아니다.

이 환자의 병명은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여기서 enterobacteriaceae라고 하면 보통 흔한 장내 세균을 말하며 carbapenem은 임상에서 많이 쓰는 항생제 이름인데 다른 어떤 항생제를 써도 효과가 없을때 최후로 써보는 항생제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CRE를 악몽의 박테리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박테리아는 자기 살길을 찾아 끊임없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형태를 출현시키고, 인간은 인간의 살길을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물론 속도가 빠른 쪽이 될 것이다.

 

 

* 위의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이 박테리아 Klebsiella pneumoniae 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캡슐처럼 생긴 작은 것이 박테리아이고 야구공 처럼 생긴 큰 세포는 환자의 백혈구일 것으로 생각된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oonnight 2017-01-16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섭네요. ㅠㅠ;

hnine 2017-01-16 14:45   좋아요 1 | URL
아무리 지난 일 빨리 잊는다고 해도 작년 메르스 공포는 아직도 생생해요. 치료할 약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니, 상상만 해도 저도 무섭네요. 우리가 항생제 하나 더 개발하는 것이 내성균 한 종류를 더 보태는 결과를 낳고 마니 사실 승패가 따로 없는 줄다리기인 셈이지요.

stella.K 2017-01-16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무섭군요. 저도 오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런 얘기 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 병원이 세균이 더 많다고. 웬만한 응급상황 아니면 병원은 다니지 말라는데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병원이라는 곳은...ㅠ

hnine 2017-01-16 15:15   좋아요 1 | URL
저는 제 아버지만 운이 나빠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신 줄 알았는데 그건 중환자실처럼 항생제를 많이 쓰는 병실에 있으면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너무 놀랐어요.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건 주로 병원 내에서니까 입원을 권유받으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생각만 해야하는데, 더 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해야하는 게 참, 딜레마이지요.

꿈꾸는섬 2017-01-16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섭네요.
오랜 병원생활에 감염을 각오해야한다니..
걱정이 많으시겠어요.ㅠㅠ

hnine 2017-01-16 16:16   좋아요 1 | URL
평소에 면역력을 길러놓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아요. 항생제 남용이 불러 일으킨 결과라고 하고 맞는 말이지만 앞으로의 대책이 있어야할텐데 말입니다.
(제 아버지는 그때 퇴원못하시고 병원에서 돌아가셨어요)

꿈꾸는섬 2017-01-16 16:18   좋아요 1 | URL
ㅜㅜ

qualia 2017-01-16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돌연변이) 박테리아에 듣는 만능 항생제 개발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원리상 불가능한 건가요? (미)생물학과 의학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지구 행성 인간의 과학기술은 정말 형편없는 수준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검색해보니까 인체 세포 수는 30조 정도, 인체내 박테리아 수는 39조 정도라네요. (종전에는 그 수를 각각 10조 정도와 100조 정도로 추산했다고 합니다. 참고: http://scienceon.hani.co.kr/354921) 인간 뇌세포는 약 1000억 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죠. 즉 이렇게 많은 세포와 세균들이 인간(의 마음과 몸)을 구성한다는 것인데요. 뇌에 대해서는 겨우 5%밖에 파악하지 못했고, 박테리아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이 지금 한창 발전 단계에 불과한 인공지능의 위험성, 로봇의 반란 가능성에 대해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과잉 경고하고 부정적 예측을 남발하는 게 정말 우습게 느껴집니다. 왜냐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한테 반란을 일으키려면 독자적으로 생각 · 판단 · 결정할 수 있는 의식을 지녀야 하는데요. 프로그램이나 생명 없는 무기체에 지나지 않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그런 의식을 지니려면 가까운 미래에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의식의 소유보다 더 중요하고 기본적인 게 인간 이상의 기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다소 역설스러운 얘기지만). 현단계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판단컨대 인공지능/로봇이 인간 이상의 기동성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에 도달하리라고 예측한 시점인 2045년보다 훨씬 더더 뒤의 일이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위 hnine 님의 ‘수퍼박테리아’ 얘기를 읽고, 우리 인간 혹은 인류라는 우주적 생물종이 지금까지 확보한 과학기술이라는 게 참으로 위대한 수준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정말 ‘보잘것없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거듭거듭 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0.5μm~0.5mm 크기의 박테리아 하나 이기지 못하는 게 인류라는 생물이란 얘깁니다. 그럼에도 그 생물의 뇌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와 그 세포들 각각이 서로 연결된 100조~5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있다고 하죠.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Neuron) 이렇게 어마어마한 인간 뇌를 겨우 5%밖에 파악하지 못한 인간 자신이 앞으로 고작 10년 혹은 20~30년 안으로 인류한테 반란을 일으킬 정도의 인공지능/로봇을 개발한다는 게 전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파악한 5% 정도의 뇌의 비밀도 대부분 그 해상도가 아주 낮은 수준이죠. 1나노미터 아래의 양자 수준에서 벌어지는 뇌의 비밀은 거의 연구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요. 즉 우리 인류는 아직 인간 뇌를 미세한 양자 수준에서 들여다볼 도구와 장비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든 것만으로도 요즘 언론과 방송, 대중교양과학서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드는 인공지능/로봇의 인간 위협설은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고 과장된 헛소리에 불과하는 게 증명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흔히들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위협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봅니다. ⑴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위협 문제와 ⑵ 인공지능/로봇의 반란 문제, 인간 멸종 시도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구별하지 않고 한데 뭉뚱그려서 논의하는 것은 일종의 개념 혼동 혹은 개념 착종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hnine 님의 수퍼박테리아(슈퍼박테리아) 글을 읽고 흥미를 느껴 간단한 질문이나 하나 하려고 했는데요. 쓰다 보니까 좀 멀리까지 나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hnine 님 윗글과도 꽤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hnine 2017-01-16 16:59   좋아요 2 | URL
워낙 방대한 지식과 자료를 요하는 문제라 저는 감히 뭐라고 말씀드릴 수준은 아닙니다만, 인간이 제어하기 쉽냐 어렵냐에 대상의 크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 같아요.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는 최상의 무기는 바로 분열속도이지요. 30분마다 그 수가 두배가 되니까 그런 속도로 분열하다보면 별별 돌연변이가 다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그중에 내성을 가진 놈이 몇개만 있어도 또 그 엄청난 분열속도로 개체수를 늘려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니까요. 사실 박테리아보다 더 무서운건 바이러스일지도 모르겠어요. 얘네들은 아예 주위 상황이 내가 계속 분열하고 살아나가기에 영 아니다 싶으면 완전히 다른 사이클을 가동시켜 <죽은듯이 살아있기> 모드로 들어가니까요.
인간의 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은 것도 사실이고 뉴런 자체보다 뉴런끼리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더 관건이기 때문에 연결의 경우의 수는 뉴런의 수보다 엄청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다 파악하기란 쉬운일이 아닌 것 같아요. 인간을 위협할 정도의 인공지능/로봇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수퍼박테리아는 이미 현실이기 때문에 저는 이게 더 무섭습니다 ㅠㅠ 어떻게서든 살아남으려고 하는 생존 본능은 30조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이나 겨우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박테리아나 모두 치열하긴 마찬가지니까요.
 

 

사랑, 분노, 두려움, 호기심, 걱정, 흥분 등등.

살아있는 동안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감정.

감정은 과연 우리가 목표를 향해가는데 조력자인가 방해꾼인가.

 

사이언티픽 어메리컨 (Scientific American) 이라는 과학대중잡지 2016년 11월 4일자에 감정에 대한 재미있는 동영상이 올라와있기에 간단하게 내용을 요약하여 옮겨보았습니다 (다분히 의역 위주입니다) 

 

Are you a puppet to your emotions? (당신은 감정의 꼭둑각시일까요?)

- by Stephen Asma, Rami Gabriel, Glenn Curran on November 4, 2016

 

 

동영상 링크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video/are-you-a-puppet-to-your-emotions1/

 

 

 

고대 철학자들은 사람이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것을 염려했다.

플라톤이 사랑에 빠지면 사람은 마치 미친 노예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 것을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감정은 사람을 이성적으로 행동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17세기 스피노자에 이르러 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감정을 갖는 것은 우리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 감정은, 해보고 싶은 욕구 (motivation)와 실제 행동 (behaviour)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중간역할을 하여, 행동에 대한 확신을 하게 해준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처음 뱀이라는 동물을 만났다고 해보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 사람은 일단 호기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호기심에 따라 가까이 다가간다든지, 만져본다든지 하는 행동으로 바로 옮기게 되면 우리를 위험한 결과로 이끌 수 있다. 이때 "으악~~" 하는 놀라는 반응 (startled reaction)을 유발함으로써 우리가 바로 위험한 상황에 다가가는 것을 한발작 늦춰주게 된다.

진화적으로 이것이 인간의 생존에도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근거로서 찰스 다윈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주머니에 뱀을 넣어가지고 침팬지가 잘 다니는 숲속에 풀어놓았다. 뱀을 발견한 침팬지는 처음엔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멀리 도망갔지만 잠시 후 진정이 되자 다시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두려움은 곧 생존 본능이고 이것이 인간으로 진화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두려움외에도 사랑의 감정, 마음써줌, 도와주는 마음 등 다른 감정들도 사람이 서로 협력하여 연대를 이룸으로써 위험한 상황에서 생존에 유리하도록 작용해왔다.

그렇다고 인간은 감정의 꼭둑각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유인원을 비롯한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고 특히 대뇌 피질 (cortex)이 발달하여 우리의 경험이 반영되고 훨씬 복잡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나중에 우리가 원하는 보상과 댓가가 올 것을 예상하면 당장의 감정이나 충동은 잠시 누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감정을 극복하는 대신, 감정이 우리를 지배하게 두었을때, 우리는 꼭둑각시가 된 것 같을 것이다.

 

 

 

음...마지막 맺는 말이 의미심장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혹시 클래식을 잘 모른다 하시는 분이라도,

혹시 조성진이 누구야 하시는 분이라도,

이 음반의 첫 트랙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꼼짝 못하고 계속 듣게 되시리라

장담하고 싶은 음반.

그래서, 대상의 취향을 잘 몰라도 선물하기에도 좋을 음반.

 

 

 

 

음악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언어

 

 

 

 

 

(KBS FM 즐겨듣는 프로그램에 사연 보냈다가 선물로 받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슬비 2017-01-1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hnine님~~ ^^

hnine 2017-01-15 23:2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저 작년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물 여러차례 받았는데 이 선물이 가장 최근에 받은 선물이랍니다. 무슨 사연 보냈는지 벌써 잊어버렸지만 선물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사람들이 들어서 알만한 곡들이 많이 들어있어서 더 사랑받을 것 같은 음반이예요.

서니데이 2017-01-1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hnine 2017-01-15 23:46   좋아요 1 | URL
방송국에서 선물로 받지 않았어도 구입을 했어야했을 음반이랍니다. 그런 것을 선물로 받았으니 정말 행운이지요. 아마 조성진 연주를 직접 가서 보게 되면 더욱 푹 빠질 것 같아요.
 

 

 

 

 

 

 

 

 

 

 

 

 

 

 

 

 

 

 

 

 

 

 

 

 

 

 

 

 

 

 

 

 

 

 

 

이집트인들은 이승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었고, 죽어서 그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여러 단계를 글로,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달아서 깃털보다 심장이 무거우면 사후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 못하며 (살아서 죄를 많이 지을 수록 심장이 무거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또한 주문을 제대로 잘 외워야 통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죽은 이가 그 주문을 잊지 않도록 글자로 새겨서 관에 함께 넣었다. 이것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 라는 것이다.

 

 

혹시 관람하실 분들이라면 설명을 꼭 함께 들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나는 줄 서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리는 바람에 박물관에서 마련한 도슨트 설명 시간을 놓치고 말았지만 다행히 이날 초등학생들과 이들을 인솔하시는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셔서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들었다 (^^).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설명을 쉽고 자세하게 잘 해주시던지.

 

 

꾸물한 날씨, 혼자 서울까지 가서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雨香 2017-01-09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과정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방학때 함께 갈 생각인데, 도슨트 시간 챙겼다가 맞춰서 가겠습니다. ^^

hnine 2017-01-09 10:02   좋아요 1 | URL
혹시 가실 분들에게 스포일이 될까봐 안올렸지만 다 둘러본 후 퀴즈를 맞춰보는 곳도 있어요. 제가 해봐도 재미있었어요. 오후보다 오전 시간이 더 좋으실 것 같아요. 어제는 아무튼 사람이 무척 많았거든요.

oren 2017-01-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라를 만드는 상세한 과정이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아주 잘 기록되어 있더군요. 저는 마침 그 책을 읽고 난 뒤에 이집트를 갔었는데, 현지 가이드가 ‘미라 제작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걸 듣고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책 내용을 그대로 베낀 듯이 너무나 똑같이 설명을 해서 말이지요. 미라 때문에 까마득한 옛날부터 이집트에서 아주 발달한 분야가 바로 향수 산업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집트에 가면 다른 건 몰라도 향수 한 병씩은 다들 꼭 사온다지요. 그때 저도 약병만 한 크기로(‘바나나 우유‘ 크기쯤) 한 병 사 왔는데 아직까지도 다 못 쓰고 반쯤 남아 있답니다..

hnine 2017-01-09 12:20   좋아요 1 | URL
네, 제가 다 적지 않았지만 어제 전시에서도 헤로도토스의 <역사> 내용 인용이 많았답니다. 현지 가이드가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설명을 해주었나봐요. 그걸 알아차리시는 oren님 같은 분이 계셨으니 설명이 더 빛났겠어요.
그러니까 이집트에서 향수 발달 계기를 제공한게 바로 미라였군요. 저도 나중에 혹시 이집트 여행을 가게 되면 향수를 꼭 사와야겠어요. 되도록 소용량으로요 ^^
저희 집엔 부모님께서 여행 중 사다주신 파피루스 액자가 있어요.

blanca 2017-0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 그래도 여기 너무 가보고 싶은데 사람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겁 먹고 있어요. oren님 댓글 읽으니 헤로도토스의 <역사>도 꼭 읽어보고 싶네요.

hnine 2017-01-10 00:16   좋아요 0 | URL
4월 초 까지니까 시간이 아직 여유 있어요. 그리고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또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오랜만에 사람 많은데 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요.^^
사진 촬영도 허용이 되어서 아주 신나서 구경하고 듣고 찍고, 그랬답니다. 꼭 가보세요~

해피북 2017-01-0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언뜻 미라가 되는 과정을 글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림하고 함께보니까 이해가 쉽네요 ㅎ 그리고 혼자서 서울에 다녀오셨다는 글에 감동했습니다. 저도 혼자 다녀보고 싶은데 아직 용기가 안나서요 ^~^

hnine 2017-01-10 00:24   좋아요 0 | URL
저는 혼자 다니는거 원래 잘 하기도 하지만, 요즘 이렇게 훌쩍 서울가는 날은 대부분 심적으로 매우 갑갑하고 울적한 날의 돌파구로 선택한 나들이랍니다 ㅠㅠ
대전만 해도 서울까지 버스로 2시간이니 그리 지루하지 않게 다닐만 해요. 서울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멀리 간다는 느낌이 안들기도 하고요.
미라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게 정리해서 6단계이지, 70일동안 아주 정교하고 복잡한 과정인 것 같아요. 주검을 저렇게 실험하듯이 처리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죽음만큼 두려운 것이 있을까.

세계 4대 문명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 문명의 흔적에서 읽을 수 있는 주제도 결국 죽음을 두려워했고 영원한 삶을 기대했던 이집트인의 믿음이었다.

 

 

 

 

 

 

이렇게 꾸물꾸물한 날, 가방에 우산까지 챙겨넣고 나선 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집트 보물전이다.

 

 

 

 

 

 

일요일, 게다가 방학 기간!

입장권 사는 줄도 길었지만 입장권 사고나서도 건물안에 들어가서 대기표 받고 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집트 보물이지만 이집트에서 온게 아니라 뉴욕에서 왔다. 브루클린박물관 소장품.

 

 

 

 

 

전시실 입구에, 포스터에, 입장권에 실려있는 사진이 바로 이 내관 (관속의 관) 이다.

무슨 관이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울까.

 

 

 

 

 

 

 

 

 

 

 

관의 바닥에까지 이렇게 빠짐없이 그림이 그려져있다.

 

 

 

 

 

 

 

 

 

미라 제작 과정.

주검이 미라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0일.

옆구리를 절개하여 모든 장기를 꺼내는데 심장은 꺼내지 않고 남겨둔다.

 

 

 

 

 

 

미라를 싼 수의마저도 이렇게 화려하다.

 

 

 

 

 

미라를 만드는 과정에서 주검에서 꺼낸 장기들을 보관하는 단지이다. "카노푸스 단지"

 

 

 

 

 

 

미라를 감은 붕대. 여기도 빼곡히 글자와 그림.

 

 

 

 

 

관에 넣어주는 것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 "사자의 서"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죽은자 (사자)가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문을 외워야 하는데, 주문을 잘 외워서 사후 세계로 안전하게 들어가게 하기 위한 기원으로, 그 주문을 적어 관 속에 넣어주는 것이 바로 이 사자의 서 (Book of the dead)이다.

 

 

 

관의 구성.

오른 쪽이 미라, 왼쪽과 가운데 것이 관이다.

 

 

 

 

 

 

 

 

 

이집트인들은 동물도 신처럼 인간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의 주검을 미라로 만들때 동물도 함께 미라로 만들어 넣었다고 한다. 동물 미라는 고대 문명 중에서 이집트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화유산으로서, 이집트인들이 동물을 사람과 동등하거나 신과 같은 존재로서 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의 사진은 고양이 미라를 넣은 관.

 

 

 

 

 

이것은 따오기 미라 (Ibis Mummy).

따오기는 지혜의 신 "토트"를 상징하기도 하는데, 관에 그려져 있는 여러 가지 그림 중에 빠지지 않고 꼭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무척 많은 사진을 찍어왔으나 몇개만 골라서 올렸다.

 

기원전 유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보존되어 내려올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기술도 놀랍지만, 인간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 그것을 극복하고자 한 인간들의 믿음은 더욱 놀랍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이 찾아온 순간 끝나는 것.

삶은 영원하지 않지만 죽음은 영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무덤에서 잘 살아라"는 위의 싯구가 아이러니하면서도 뭉클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qualia 2017-01-09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Soul의 존재를 믿었다는 건가요?

hnine 2017-01-09 00:15   좋아요 1 | URL
네, 실제로 영혼을 사람의 머리 위에 ˝새˝의 형태로 그려놓기도 하는데 이것을 ˝바 (ba)˝라고 한대요.

qualia 2017-01-09 01:12   좋아요 0 | URL
아하, 그렇군요. 고대 이집트인들이 믿은 영혼/Soul이 정확히 어떤 개념의 영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고대 이집트인들을 비롯한 수다한 고대인들의 영혼 존재 믿음에는 어떤 근원적 진리가 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영혼 존재에 관한 고대인들의 믿음은 결국 옳았다는 것으로 판명나지 않을까,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밝혀질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죠. 어제 인터넷 뉴스에도 나온 것 같은데요. 인간은 아직도 전체 우주의 5% 정도밖에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나머지 95% 정도는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등등으로 추정할 뿐 아직 감도 잡지 못한 상태라고 합니다. 요컨대 현재 지구인들의 저런 과학 수준 가지고 (흔히 과학 맹신주의자들이 그러하듯이) 영혼 존재론을 허무맹랑한 미신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커다란 오류라는 것이죠. 물론 이런 논리로는 영혼 존재론이 진리라는 것도 입증할 수 없습니다만, 영혼 존재론에는 우리의 마음/의식 자체라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얘기가 다소 동어반복적인 오류, 혹은 하나 마나 한 소리 같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것 같아서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아무튼 고대 이집트인들의 영혼론은 정확히 어떤 유형의 영혼론인지 알아봐야겠습니다.

hnine 2017-01-09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과학을 전공하긴 했습니다만 과학을 공부해보면 오히려 과학 지식으로 설명이 안되는, 빙산의 아래같은 방대한 미지의 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과학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분야만 다루기로 한다고, 일반생물학 개론서 첫장에 명시하는 것도 있거든요. 그런데 과학 지식으로 우주, 영혼 같은 것을 모두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은 시도 자체야 해볼 가치가 있겠지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고 과학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집트 유물을 보면서 처음엔 아, 어떻게 이렇게 수천년 보존될 수 있는 기술이 가능할까 감탄하다가 나중엔 그런 기술이 가능케한 이집트인의 정신 세계, 그들의 믿음이 경외스러워졌어요.


oren 2017-01-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들을 보니 2008년에 이집트로 여행을 갔을 때 ‘카이로 박물관‘에서 실컷 보았던 숱한 ‘미이라‘가 다시금 떠오르는군요. 그리고, 거기서 직접 봤던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를 대할 때의 격한 흥분과 감동도 다시금 생각나고요.

hnine 2017-01-09 06:51   좋아요 1 | URL
미라도 종류와 형태가 무척 다양하더군요. 부자이냐 아니냐에 따라 관의 재료, 종류, 크기, 방법, 같이 묻는 껴묻거리도 달라지고요. 사진이 너무 많아 다 못올렸는데 이집트에 직접 다녀오신 oren님 기억 속엔 훨씬 더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을 것 같아요 ^^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저 아주 어릴때 소년중앙 부록으로 나온 것을 처음 보고서 와! 와! 놀랬던 기억이 나요. 그게 벌써 몇십 년 전인데 아직도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그리스 로마 신화도 다 모르고 있지만 이집트 신화에 대해서는 정말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전시 보면서 깨닫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 토트, 오시리스, 이비스, 등이 이집트 신화 속의 신의 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stella.K 2017-01-09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갔다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저는 서울인데도 못 가고 있습니다.ㅠ

hnine 2017-01-10 00:30   좋아요 0 | URL
오히려 먼데 사는 사람이 볼 확률이 높을 때가 많답니다. 작정하고 나서기 때문인데 서울에 살면 언제든지 금방 나설 수 있기 때문에 마음 급할 것 없으니까요. 더구나 아직은 그리 춥지 않아서 다닐 만 했어요. 긴 줄 서있는 동안에도 별로 춥지 않았고요.
이번 전시 기간동안 혹시 못가시면 뭐 직접 이집트나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에 가셔서 보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