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아버지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고 몇주 되었을때 담당의사로부터 아버지에게서 항생제내성균이 검출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단순폐렴인줄알고 병원에 가셨는데 입원까지 하셨고, 입원하신 바로 다음날부터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증상 (섬망)을 보이시더니 곧 의식을 잃으신 상태로, 그래도 이제나 저제나 차도가 있으시길 바라며 하루 두번만 허용되는 면회시간을 지켜 먼거리 불사하고 면회를 다니던 때였다.
"항생제내성균이라면 흔히 말하는 수퍼박테리아 같은거 말씀하시는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아, 어떻하나. 그때만해도 어쩌다가 항생제내성균까지 들어왔다는 말인가 절망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중환자실에 들어가서 오래 지나면 수퍼박테리아 감염은 각오해야한다는 말을 역시 오랜 병원 생활끝에 어머니를 여의신 친지로부터 들었다.
말로만 듣던 수퍼박테리아가 이제 코 앞에 있다. 의약계에서 좀 더 강한 항생제를 개발해서 내놓기가 무섭게 그것에 내성을 가진 수퍼박테리아가 출현하고 (박테리아는 워낙 분열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돌연변이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그래서 인간에게선 수천 수만년 걸려도 나올까 말까한 돌연변이가 박테리아에게선 일년도 안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것을 치료할 항생제를 또 개발해내고, 그럼 그것에 대한 내성균이 또 나타나고, 계속 이런 줄다리기를, 그것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과연 이 줄다리기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자그마치 26가지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난 70대 여성 얘기가 2017년 1월 13일호 사이언티픽 어메리컨에 나왔다. ("Woman Killed by a Superbug Resistant to Every Available Antibiotic" by Helen Branswell on Jan 13, 2017 Scientific American, 링크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woman-killed-by-a-superbug-resistant-to-every-available-antibiotic/)
미국 네바다 주 르노에 사는 70대 여성이 치료불가능한 감염 (incurable infection)으로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온 몸에 퍼져있는 항생제내성균은 자그마치 26가지 다른 종류의 항생제에도 듣지 않았다. 미국에 나와있는 모든 항생제를 다 써봤는데 효과가 없었다는, 미국 질병관리본부 소속 의사 Dr. Alexander Kallen의 말이다.
이 환자의 경우 오랫동안 인도에서 지낸 경험이 있었고 미국 이전에 인도에서도 통원및 입원 치료 받은 경력이 있다고 한다. 인도는 미국보다 더 항생제내성균이 보편화되어 있는 나라. 미국으로 돌아온 후 지역 내 병원에서 치료중 14개 항생제 모두 효과가 없었고 이런 예가 처음이자 병원에서는 아틀란타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시료를 보내어 더 검사를 요청한 것. 그 결과 미국에 나와있는 어떤 약으로도 생장을 막을 수 없는 균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에 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간 박테리아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바로 Klebsiella pneumoniae. 이것은 요로감염증을 일으키는 흔한 세균으로서 어떤 희귀한 신종의 세균이 새로이 나타난게 아니다.
이 환자의 병명은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여기서 enterobacteriaceae라고 하면 보통 흔한 장내 세균을 말하며 carbapenem은 임상에서 많이 쓰는 항생제 이름인데 다른 어떤 항생제를 써도 효과가 없을때 최후로 써보는 항생제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CRE를 악몽의 박테리아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박테리아는 자기 살길을 찾아 끊임없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형태를 출현시키고, 인간은 인간의 살길을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 물론 속도가 빠른 쪽이 될 것이다.
* 위의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이 박테리아 Klebsiella pneumoniae 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캡슐처럼 생긴 작은 것이 박테리아이고 야구공 처럼 생긴 큰 세포는 환자의 백혈구일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