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제부터인가
늘 즐거워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100% 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울하다고 한탄하는 사람에 대해
큰 걱정 하지 않기도 한다 

즐거워보이는 사람은
마음 속의 우울을 감추기 위해
더 즐거운 듯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일 수 있고
우울하다고 울듯이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털어놓고 또 위로받고 나서
우울에서 조금은 벗어났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진실은 그 어느 한편에만 있지 않은 것 같다 

절대로 중요한 일이라고, 내 모든 것을 걸기라고 할듯이 매달렸던 일들
지내고 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던가
그 하나를 위해 다른 것들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으려 했던 많은 시간들
그것들은 과연 그렇게 중요하고, 또 그렇게 덜 중요한 것들이었던가
이것을 얻기 위해 저것은 손에서 놓겠다고
대단한 결심끝에 놓아버린 것들
그래서 목표했던 그것을 얻었던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나야말로 우울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래서 안하던 짓을 이것 저것 건드려보고 있는데
아마 나를 보는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용쓰고 있는 중이라는 걸 전혀 모를지도 모른다
온실 속의 화분처럼 커서 그렇게 살고 있다고 볼지도 모른다 
까짓거, 그게 뭐 대수랴마는 

생각이 생각을 파먹고
내 몸을 파먹고
내 정신을 파먹고 있다는 것
그것은 좀 문제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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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10-0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열 사람한테 열 가지 걱정이 있다는 울엄마 말을 생각해.
주로 부러운 거 있을 때. ㅎㅎ
저 사람도 뭔가 걱정이 있겠지 해.

hnine 2010-10-01 14:21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들 보면서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아 이제.
그런데도 울적한건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처방 좀 내려봐.

상미 2010-10-01 15: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가을 타나보다...
우선 맛있고, 달콤한 거 많이 먹고,
생각을 하지 말고, 잠을 푹~~~~~~ 자봐.

hnine 2010-10-01 18:58   좋아요 0 | URL
참 맘에 드는 처방인걸?
그렇게 해볼께. 고마와~ ^^

Grace 2010-10-0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학파 맞죠? 영화를 자막없이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의 그 재주를 '꿈'만 꾸고 있는 저를
보며 훌륭한 재주에 뿌듯해하며 위로하면 안되죠?ㅎㅎ아마도 당신의 '당연함'중의 하나
일 것 같으네요!
자전거를 타보면 어떨까요? 혹시 저처럼 자전거로 '살아있는 것이 고맙다'라는 걸
느끼실지도...여튼 '울적'은 나쁘더라구요. 그 놈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쌓기땜에...^^
자전거, 자전거를 타 보세요!^^ 같은 땅이면 제가 당장 달려 갈 수도 있는데...애재라~

hnine 2010-10-02 20:28   좋아요 0 | URL
같은 땅이긴 한데 거리가 좀 멀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는 대전이거든요.
자전거,(서른 넘어서 겨우 배웠어요. 그것도 엎어지고 깨지면서, 강물로 떨어질뻔하는 위기를 몇 번 넘겨가면서요...속닥속닥 ^^) 안그래도 top님 서재에서 보고서 그래볼까 여러 번 유혹을 느꼈답니다. 탈 장소는 이 근처에 얼마든지 많거든요.
그리고 영화, 저 자막 없으면 아주 힘들게 보는데요? ㅋㅋ

Grace 2010-10-0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십도 훨~넘어서 잔차질 시작한걸요!^^
울적, 우울...뭐 이런 가당찮은 단어의 타파를 위해 신선한 바람보다 더 나은 걸 아직 보지 못했답니다.(경험에서 나오는 확신,불끈불끈^^)
대전이라면 같은 땅은 안되겠군요. 기꺼이 달려 갈 수 없어 안타깝다는..ㅎㅎ
아들 old pop부르는 실력이 대단하던데, 그걸 외할아버지께 배웠다는 것은 더 감동적이었답니다. 그 외할아버지의 그 엄마의 그 아들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흐뭇하게~~~^^

Have an awesome day further~~~~~~~

hnine 2010-10-05 20:04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이제야 보다니...
다 보셨군요 다 ㅋㅋ
저랑 제 아버지는 성격이 좀 닮은 것 맞는데, 제 아이는 어떤지 아직 모르겠어요.
자전거 탈 때 기분이 awesome하지요? 그런데 왜 한번 끌고 나가기 까지는 오랫동안 나갈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지 참...
 

 

뜨겁던 여름의 내 몸뚱이가
오기였고, 악이었다면,
버티고 말리라는 이 악물음이었다면  


이 가을은 내게
겸손을 가르치는구나
고개 숙이게 만드는구나
가진 것 많지 않지만
그것마저도 많다고 가르치는구나 


 

여름을 견디고나니
가을을 주시는
신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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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9-28 14:05   좋아요 0 | URL
시라고 생각하며 쓰지 않았는데 줄을 바꿔 썼더니 그렇게 보이네요^^
오늘 날씨는 정말 그 자체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해서요. 더 무엇을 바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읽어주셔서 고마와요...

2010-09-28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15: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28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냥 끄적거리고 싶어서 한 줄 한 줄 적다보면...어느새 시로 탈바꿈된 글이...
음~~저에게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찌찌뽕! 푸히히~

hnine 2010-09-28 20:33   좋아요 0 | URL
아이쿠, 이건 찌찌뽕도 아니어요. maggie님이 쓰시는건 정말 시잖아요.

세실 2010-09-2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알라딘이 너무 시적으로 변해가는거 같아 심히 부담스럽습니다.
난 시 정말 못쓰는데....

hnine 2010-09-28 21:11   좋아요 0 | URL
저거 시 아닌데...
저도 시 잘 못쓰는데...
^^

프레이야 2010-09-28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별것인가요? 너무 멋진 시에요.^^
가진 것 많지 않지만 그것마저도 많다고...
가을이네요. 높아진 하늘만큼 반대로 낮아져라고.

hnine 2010-09-29 08:11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서 나타나는 현상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식욕이요! 요즘 무척 잘 먹고 있습니다. 왕성한 식욕의 아들내미 먹는데서 다 따라먹고 있으니...ㅠㅠ

치유 2010-09-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이 따로없네요..
모두 맘에 들지만 두번째 연이 특히 더 맘에 와 닿아요..


hnine 2010-09-29 19:44   좋아요 0 | URL
가진 것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일 감사하고 싶은 건 이렇게 말하고 쓰고 보고 듣고 걸을 수 있는 건강이요. 참 자주 잊고 살아요.
배꽃님, 평안한 가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2010-09-3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에서,
뛰어노는 모습에서,
시무룩한 얼굴에서,
떼쓰는 얼굴에서,
그 모든 모습에서
하늘나라를 본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그러면서 나이들고 싶다
저 여린 것들이
마음에 상처없이
잘 자랄수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게 그런 힘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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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9-28 15:26   좋아요 0 | URL
금방 다녀가셨네요? ^^
'저널'이라는 카테고리는 그야말로 그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일기이고요 (그래서 즉흥적일수도 있는), '일기보다 절제된 글' 카테고리는, 그날 하루의 느낌이라기 보다 평소의 생각, 그러니까 덜 즉흥적인 내용을 쓰는 곳이지요.

넘 큰 소망, 맞아요...ㅠㅠ

마녀고양이 2010-09-2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코알라가 작은 마음의 생채기로 시무룩하거나 우는 것을 보면 맘 아파요.

하지만, 가끔은
그런 작은 생채기가 있어야 튼튼하게 올바르게 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처럼 우리 딸에게 큰 상처없이 그렇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줄 힘을 제게 바래봅니다.

너무 좋은 글이세요~

hnine 2010-09-28 20:33   좋아요 0 | URL
코알라가 작은 생채기로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옆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데요. 그게 부모의 역할 같기도 하고요. 딸에게 여러 가지로 마음쓰시는 것이 마녀고양이님 서재에 들를 때마다 많이 느껴진답니다.

세실 2010-09-28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그런 힘이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규환이와의 신경전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엄마의 권력을 마구 남용하고 있고요....ㅠㅠ

hnine 2010-09-28 21:36   좋아요 0 | URL
규환이에게도 이제 아빠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나 한번 관찰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린이에 관한 일의 일부를 저도 남편과 분담했어요. 남자아이어서 그런지 좀 크니까 엄마 말로 안되는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상태에서 계속 밀고 나가면 엄마와 사이만 더 안좋아질 것 같아서 남편과 얘기 끝에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덕분에 요즘 남편도 예전보다 집에 일찍 들어오고, 더 좋아진 것도 있네요.

프레이야 2010-09-2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정적으로 예민한 작은딸이 때때로 상처받는 것 같아
무척 신경이 써여요. 콤플렉스 없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는데
가끔 내 눈치를 살피고 먼저 마음을 쓰는 게 보이면 안쓰럽구요.
그저 고맙지요, 건강하게 자라주니요.

hnine 2010-09-29 08:38   좋아요 0 | URL
컴플렉스 없는 사람, 아마 드물거예요.
자식이 엄마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눈에 보일때, 마음이 찡~ 하지요.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 정말 그것만으로도 고마와야하는데 말이어요.
 

 

 

 

 

 

 

 

 


오 수연 작 <선물>
들어본 적 없는 작가의, 들어본 적 없는 제목의 책을 읽게 된 이유가 있다. 지금은 밝히기가 곤란하지만.
어린이책이라 하기엔 문장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제목 붙이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
채 인선 작가의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
1999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10년도 더 된 책인데 지금까지 꽤 많이 읽히고 있으니 제목이 내 귀에도 익었겠지.
읽어보니 과연, 유명한 책은 이유가 있구나 싶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쓰여져 있었고, 어색한 곳이나 억지스러운 곳을 찾을 수 없어 나는 이 정도면 秀作이라고 부르고 싶다. 여행간 섬에서 도마뱀을 발견한 아이 해수 (해수는 채인선 작가의 실제 딸 이름이기도 하다). 그 도마뱀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도마뱀이 하는 말, 쥐가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란다. 즉 도마뱀은 심심했던 것이다. 해수는 도마뱀이 심심하지 않도록 뜨개질 하는 것을 가르쳐준다.
<바다에 떨어진 모자>는 모자를 의인화해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주인과 떨어져나와 잠시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그것이 곧 심심함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조금씩 심심해졌어요. 아무 걱정할 것도 없고 아무 속상할 일도 없지만, 친구가 그리웠어요 (34쪽)

나는 왜 위의 짧은 구절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을까.
그 모자가 결국 도착하는 곳이 앞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마뱀. 뜨개질 하고 있는 도마뱀의 머리였다. 서로 별개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슬쩍 연결시키면서 작가도 재미있었으리라.  

 

 

 

 

 

 

 


생명과학의 여러 분야중 특히 유전학 관련 책들에 주목하는 것은, 유전학이라는 학문의 역사적 배경때문이기도 하고, 생명과학에 대해 기본 지식이 있던 없던 보통 사람들도 많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에게 유전 현상과 원리에 대해 어떻게, 어디까지 설명해주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너무 스토리화 해서 설명해놓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딱한 이론으로 무장한 책을 좋아하는 것은 더욱 더 아니다. 즉 적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 정도면 적정 수준이 아닌가 한다.
유전이란 무엇인지, DNA란 무엇인지, 너무 추상적으로, 뜬구름 잡는 식으로가 아니라 정확하면서 잘 비유를 하여 설명해놓았다.

DNA는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아주 가느다랗고 긴 두 줄의 띠야. 바로 이 띠에 유전자가 담겨 있단다.

-우리가 크는 것은 세포가 커지기 때문인가요?
-염색체는 왜 쌍으로 되어 있어요?
-Y 염색체가 왜 어떻게 남자를 만들어요?
-사람들은 왜 생김새가 모두 달라요?
-우리의 유전자는 어디서 생긴 거예요?
-왜 엄마와 아빠가 필요하죠?
-여자와 남자의 수가 비슷한 건 왜죠?
-우리가 병에 걸리는 게 모두 병든 유전자 때문인가요?
-머리를 똘똘하게 해주는 유전자도 있나요?
-한 유전자에 결함이 있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위의 질문들은 그렇다, 아니다, 혹은 한 단어로 대답될 수 있는 질문들이 아니다. 왜? 어떻게? 이런 질문들에 대해 '그냥 그렇다, 원래 그렇다' 라는 대답은 과학에서 있을 수가 없다. 이유를 모르는 것은 우리가 아직 못 밝혀 내었을 뿐. '이유가 있을텐데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어.' 라고 대답하는 것이 옳다.
번역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다. 초등 고학년 정도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그런 것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 나에게도 무척 유용하게 읽힌 책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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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7 0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09-2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전과 성정의 비밀,번역하신 분이 승영조 님이던가요?
이 분도 내공이 탄탄하시죠~^^
근데 제 개인적인 생각은,전공한 사람이 관련 번역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hnine 2010-09-27 06:41   좋아요 0 | URL
예, 승영조님 맞아요. 전공을 한 사람이 해도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도 많은데 이 책은 아이들에게 적절한 단어로 번역이 잘 되어 있었어요.

마녀고양이 2010-09-27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마뱀이 뜨게질을 한다니,,, 어쩐지 푸근해져버려요.
제 친구는 파충류 구경은 질색이라지만,
뱀을 한번 목에 둘렀을 때 그 싸늘하고도 부드러운 촉감이 생각납니다.
보는 것과 겪는 것은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

저도 제목을 잘 짓는 것 역시 재주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온다 리쿠>는 진짜 제목을 희안하게 짓거든요. ㅎㅎ

hnine 2010-09-27 16:05   좋아요 0 | URL
저는 아이 이름 지을 때도 얼마나 고심을 했던지요.
제목, 이름 잘 짓기, 정말 쉽지 않아요.
채 인선의 저 책은 제목도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더군요.
초등 저학년용이라고 나와있는데 유치원 정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0-09-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의 저 동화 오래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채인선 작가의 동화는 참 따뜻해요.^^

hnine 2010-09-27 16:06   좋아요 0 | URL
채인선 작가에 요즘 제가 주목하고 있어서요. 아이들책에 대한 주관이 아주 뚜렷하시더라고요.

씩씩하니 2010-09-28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은 모르겠지만 제목이 정말 재밌는걸요?
어떻게 할까? 도마뱀이 뜨게질말에요~ㅎㅎ

hnine 2010-09-28 13:2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도 있을거예요. 한번 읽어보세요, 미소가 절로 나오실걸요? ^^
 

일본 제국주의 마지막 무렵부터 전두환 군사 독재 마지막까지 40여 년 동안 학교 선생질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 앞에서 죄도 많이 짓고, 고민도 많이 했지요. 산골 학교를 쫓겨다니면서 그 긴 세월을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산과 골짜기가 있는 곳마다 우리 아이들이 그 자연과 함께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런 정도로 살았는데도 한때 나는 정권을 비판하는 좋지 않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 몰려 고생한 경력이 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일흔일곱. 아! 언제 이렇게 됐나? 마음은 아직도 어린 아이인데! 그저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부끄럽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이 오덕 선생이 이 책 <버찌가 익을 무렵> 의 뒤에 후기 형식으로 쓴 글의 일부이다. 하얗게 센 머리, 주름진 얼굴, 쑥 들어간 눈, 하지만 그의 얼굴은 늘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어린이와 평생을 지내며 어린이들 앞에 권위를 세우려 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주려 애쓴 이의 얼굴이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국어 책을 보는 듯한, 아련하고 부드러운 윤곽의 삽화들, 그리고 딱 그 정도로 정감있는 내용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동시에 요즘 초등학교의 분위기를 떠올려 보게도 했다. 학교 근처 숲의 버찌나무에 열린 버찌를 따지 말라고 조회시간에 훈계하는 교장 선생님. 잎이 뜯기고 가지가 꺾이고 해서 벚나무가 울고 있다고. 요즘 그런 훈화를 하는 교장 선생님이 계실까?
교장선생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버찌나무의 열매가 버찌나무 아래에 떨어져 밟혀있는 것이 발견되고, 범인을 잡자고 학교 선생님이 시간 날 때마다 자발적으로 보초를 서기도 하지만.
책의 뒤에는 부록처럼 벚나무에 대한 설명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벚나무는 왕벚이라는 일본에서 들여온 벚나무이고, 우리 나라에 옛날부터 있던 것은 산벚나무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산골 학교에서 아이들과 같이 나날을 보내면서, 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육의 방법과 그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 괴로와 하였고, '내가 교장이 되면 이런 교육을 하고 이런 교장이 되어야지' 하며 쓴 것이 이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독자가 될 어린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여러분들도 학교 생활에서 마음에 안 차거나 답답한 일, 억울한 일, 슬픈 일, 기쁜 일, 고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일들을 글로 한번 써보라고. 머리로 만들어 내는 동화를 쓰라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 마음 속에 쌓여 있는 생각을 풀어내보라고. 이 오덕 선생의 그 말을 어린이는 아니지만 내가 그 자리에 서서 고스란히 받아 듣는다.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으며 재미있어 한 책 <금자를 찾아서>. 충청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이렇게 한 책에 함께 소개되어 있는 어린이책도 흔치 않을 것이다. 확실히 지방 사투리에는 서울 표준말에 비해 운율이 숨어있어 소리내어 읽거나 말해 보면 느껴지는 특유의 흥과 재미가 있다. '금자'란, '金으로 만든 자(尺)'란 뜻. '경주에 가 본 적 있나요?' 로 시작되는 책 앞 부분의 지은이의 말에 의하면, 경주에 있는 금척 고분과 관련있는 '금척설화'라는 전설을 씨앗으로 쓴 이야기라고 한다. 금자가 묻혀 있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금척 고분. 경주에 몇 번 가보면서도 나도 아직 가본적이 없다 했더니 지은이의 말에 의하면 일반인들에게 그리 잘 알려진 유적지는 아니라고 한다. 절박한 사정때문에 지금의 충청도, 사는 곳에서 경주까지 금자를 찾으러 떠나는 주인공 돌배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구성도 재미있게 쓰여졌지만, 지은이의 우리말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문장 문장마다 느낄 수 있었다.   

 

추석 전날과 오늘 산소까지 오가는 차 안에서 읽었다.
돌아오는 길, 어느 집 대문 앞의 감나무가 빨갛게 익은 것을 보고 사진으로 담아 왔다. 우리 아파트 앞의 감나무는 아직 푸른 색인데. 
파란 대문 집 앞의 감나무,
파란 대문 집 앞의 감나무......

 

 

 

 

 

 

 

 

 

 

 

  

 

 

 

 

 

 

 

 

 

 

 

 

 

 

비가 오락 가락 하더니 다행히 산소에 있는 동안엔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가고 오는 길은 무지 막혔지만. 

추석은 이렇게 저물어가고, 이제 여름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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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3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소 다녀오시는 길에도 책을 읽으셨군요.
이오덕 선생의 버찌가 익을 무렵, 저도 오래 전 읽은 기억이 나요.
파란대문앞의 감나무가 탐스럽네요. 소소한 이런 것에도 눈길을 주시는 나인님.^^
여기도 오늘 아침부터 빗줄기가 오락가락, 기온이 제법 내려갔어요.
선선해요. 가을이네요!
나인님, 몸살 나지 않으셨어요? 내일은 좀 쉬세요.^^

hnine 2010-09-23 08:21   좋아요 0 | URL
이 오덕 선생에 대해 귀로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그분이 직접 쓰신 작품을 별로 읽은 것이 없는 것 같아 한번 읽어보았어요. 역시 프레이야님은 두루두루 독서의 범위가 넓으세요. <버찌가 익을 무렵>은 정말 저희 초등학교 국어책을 연상시키는 책이었어요.
대전은 추석 전날, 추석 당일도 비가 왔어요. 아버님 산소 모신 경기도 쪽으로 가니 이슬비 정도 오다 말다 하여 다행이었지요.
그런데 이젠 정말 여름 다 갔다 싶지요?
추석 잘 쇠고 돌아오셨기를 바랍니다.

순오기 2010-09-23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오덕 선생님 글과 오미경의 금자를 찾아서 읽으셨군요.
오미경 작가는 이금이 작가와 같은 충북 청원 출신이라 충청도 사투리가 리얼하지요.^^

파란 대문집의 감나무 보기 좋아요~ 이젠 정말 가을이에요!

hnine 2010-09-23 17:30   좋아요 0 | URL
오미경 작가의 글을 아마 저는 처음 읽지 않나 싶은데요, 아마 금척전설이라는 짧은 이야기 꼭지 하나 가지고 저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엮으셨네요. 얼마나 생생하게 글을 쓰셨는지, 꼭 드라마를 한편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경상도 사투리도 얼마나 잘 써놓으셨던지,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세실 2010-09-25 07:11   좋아요 0 | URL
오미경작가라....왠지 아는분 같다는.
중앙도서관 근무할때 이용자이기도 했고, 지난번 어떤 모임에서 우연히 만났다는..그분이 그분이라면 말이죠.
저도 금자..책 읽어봐야 겠습니다.

순오기 2010-09-25 12:02   좋아요 0 | URL
금자를 찾아서는 봤어요.^^
오미경씨 '교환일기'랑 '신발귀신나무'도 괜찮아요!

Grace 2010-09-24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t's a heartache도 듣고, 하얀 튤립 사진도 백합인양 쳐다 보고, 달필이던 학생수첩을 보며 가볍기만 했던 나의 학창시절에 부끄러워도 해가며, 몇몇 아동문학가들의 이름들도 새겨보고...박인희, 사이먼 가폰컬, 겨운새운...등등 오전을 내내 그러고그러고 한참을 허대다 갑니다. 잎사귀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홍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감나무를 보면 저는...미친답니다.^^ 가득가득한 훌륭한 서재입니다!

hnine 2010-09-24 15:26   좋아요 0 | URL
구석구석 다 보아주시니 고맙고 또 부끄럽습니다.
감나무 풍경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그래요 ^^

sslmo 2010-09-25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댁은 감나무도 대추나무도 아직 초록색이던데 말이죠.
감나무가 있는 풍경,왠지 정겨운 걸요~^^


hnine 2010-09-25 07:06   좋아요 0 | URL
같은 지역이라도 감나무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익은 정도가 달라지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집 앞의 감나무도 아직 푸르딩딩~ 해요. 차례상에 올린 감도 아직 푸른기가 조금 남아 있는 것이었지요.

세실 2010-09-25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오덕 선생님의 후기를 읽으면 괜히 부끄러워 집니다.
"그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저도 그렇게 살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감이 주황빛으로 물들어 가네요. 아 예뻐라.
이곳은 아직 초록빛이예요.


hnine 2010-09-25 20:41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 이목을 신경쓰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하늘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오덕 선생님 같으신 분도 저렇게 말씀하셨겠지요.
감나무가 키는 저렇게 높아도 가지는 약해서, 감이 익은 것 보고 섣불리 따보겠다고 감나무에 올라갔다가는 큰 일 난다고 제 남편이 늘 하는 소리랍니다. 한번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큰일 날뻔 했대요 ㅋㅋ

비로그인 2010-09-2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만하더라도 한낮에는 꽤 더웠는데 이제 "여름" 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 무색할만큼 가을이 이~만큼 우리 앞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런 느낌을 전해주는 사진이네요.

바람이 꽤 쌀쌀해졌습니다. hnine님, 건강 유의하시고요.

hnine 2010-09-25 22:4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잘 다녀오셨어요?
이렇게 금방 쌀쌀해질 것을, 그렇게 더위로 힘들어했네요.
마루에서 이불 다 차버리고 자던 아이도 이제 방으로 들어가서 이불 꼭꼭 덮고 자요 ^^
몸도 마음도 건강한 가을이 되어야겠어요.

비로그인 2010-09-2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 잘 보내셨어요?
ㅎㅎ감이 참 사랑스럽게도 달려있네요.
어렸을 적 교과서 얘길 하시니까...한참(?푸히히)을 되짚어 올라가서 정감을 느껴보고 왔습니다.
콩깍지의 콩들이 여물어 각자가 살 터를 찾는 내용이었는데...ㅎ

hnine 2010-09-26 11:59   좋아요 0 | URL
아, 저 그 얘기 생각나요. 그림도 생각나요. 우리 국어 책에 참 뭉클한 얘기들이 많았어요, 그치요?
명절은 뭐, 숙제하는 기분으로 보냈지요. 숙제 무사히 잘 마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