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순난앵>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황 재웅 옮김 (열린 어린이)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1959년 작품으로 '그리운 순난앵', '라임오렌지나무가 노래해요', '매매매!','에카의 융케르 닐스' 이렇게 네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1907년 생인 저자가 어릴 때, 즉 1900년대 초반의 스웨덴의 농촌 모습을 담고 있어서인지 여기 실려 있는 네 편의 동화는 우리가 많이 읽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어릴 때 스웨덴 동화집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가난한 농촌, 사랑 받고 보호 받으며 자라는 어린이들이 아니라 굶주리고 어른들 일을 도와야 하며, 부모를 잃어 이웃집이나 구제소에 위탁되어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특징적인 것은 여기 나오는 어린아이들 모두 끝까지 간절한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소망이었든간에 끝까지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기대하며 어려운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모습에서 문득 요즘의 현실과 비교해보게 된다. 어른이나 아이나,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시기를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고 마는 요즘의 현실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을 읽는 느낌이 새로왔다.
제목의 '순난앵'이라는 이름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스웨덴의 한 지명이라고 한다. 실제로 스웨덴의 지명에는 '-앵'으로 끝나는 것이 많다고. 

  

 

 <A Silly Science Experiment> by Timothy Roland
과학책은 아닌 것 같은데 제목에 science니, experiment니 하는 단어가 들어가길래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5학년을 맡고 있는 Lizzy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중력'의 예를 보이는 실험을 생각해서 보이라는 숙제를 내주고  잘 설명하는 사람은 선생님과 함께 TV의 과학쇼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도 준다고 하신다. TV출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저마다 의욕을 불태우던 중 Guy와 Zoe가 짝이 되어 함께 준비하게 된다. Guy는 학교 신문에 만화 연재 하는 것을 특기로 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성격의 남자아이이고 Zoe는 그야말로 범생이, 뭐든지 완벽해야 직성이 풀리는 여자 아이이다.  Zoe가 고안해낸 중력을 보이는 실험이란 높은 곳에 올라가 같은 무게의 물체를 떨어뜨리는데 그냥 떨어뜨리는 경우와 그 물체에 낙하산을 장치해 떨어뜨리는 경우 떨어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이는 것. 낙하산은 물체가 내려오는 동안 공기를 밀어내어 중력이 물체를 잡아당기는 것을 늦추게 되는 원리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중력이 무엇인지, 중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실생활에서 언제 확인할 수 있는지 읽는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더구나 책의 주인공 Guy가 신문에 연재하는 만화를 삽입하여 재미을 더해주었다.
아이들이 단순히 자기들이 고안한 실험을 가지고 TV쇼에 출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Lizzy선생님이 TV방송국에 의해 그 쇼의 사회자로 아주 발탁이 되어 학교를 떠날까봐 막후작업을 하는 아이, 뭐든지 완벽해야 한다는 Zoe의 생각에 변화가 오는 과정, Lizzy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 TV과학쇼 사회자로 발탁이 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흔들림이 없는 선생님을 통해 볼 수 있는 자기 직업에 대한 소신 등, 재미 외에도 전달해주는 것들이 충분했다.
'중력이란?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끌어당기는 힘. 작은 물체는 항상 더 큰 물체 쪽으로 당겨지게 된다.'
책의 맨 뒤에는 저자가 재미있는 생각 (스토리, 만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쓴 것이 있는데 첫째, 키워드를 적어본다. 둘째, 스케치를 한다. 세째, 과장을 해본다. 네째, 전혀 예상치 못하던 상황 (the unexpected)을 상상해본다. 다섯째, 풍자 (twist)를 더해본다.
과장을 해보고,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 재미있게 생각하는 방법이란다.
과학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책들이 우리 나라 작가에 의해서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되어 amazon 이미지를 복사해왔다)

 

지금 배송을 기다리는 책 두권은,

 앞에 나온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 (5권)도 나오기가 무섭게 어디서 듣고는 사달라고 해서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배송된다니 아마 오늘 오후엔 축구하러 나가자고 안할 것 같다. 

 

 

 

 

  

 

 

제목이 귀에 익어 읽은 줄, 또는 영화로 본줄 착각할 수도 있던 책.
아는 분 추천으로  읽어보려고 1권부터 주문해봤다.
음~ 제목도, 표지도 어딘지 음산해보이는걸......

 

 

 

 

 

 

 


댓글(7)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11-09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난앵, 예전에 도서관에서 보곤 중국 책인 줄 알았어요~
과학은 저랑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나인님 서재에서 맛보고 있어요.^^

hnine 2010-11-09 11:30   좋아요 0 | URL
특이한 지명이지요? 저도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기도 해요. 저기서 순난앵은 아마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드림랜드', '이상향', 뭐 이런 의미로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창작 동화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저희 어릴 땐 동화 하면 이런 류의 동화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을 견디고 이겨나가는 이야기요.
아래책은 과학책이라기보다 '이거 만화책 아냐?'하며 펼쳐든 책이어요. 군데군데 세컷, 또는 네컷 짜리 만화가 나오길래요. 그리고 끝까지 그런 기분으로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 생각하니 아, 이렇게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 방법이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2010-11-10 0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11-2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순난앵
참 표지가 이쁘네요

hnine 2010-11-21 23:17   좋아요 0 | URL
표지가 예쁘고 제목이 특이하니 눈길이 가더군요. 더구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이라니까 지나쳐지지가 않더라고요.
 
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 - 독일 올덴부르크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십대를 위한 눈높이 문학 10
베아테 테레자 하니케 지음, 유혜자 옮김 / 대교출판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읽은 빨간 모자 이야기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어린 여자 아이가 편찮으신 할머니에게 심부름을 가는 데 이미 할머니까지 잡아먹은 늑대가 이 여자 아이마저 잡아먹으려고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 흉내를 내며 기다리고 있다는, 좀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만약 이 여자 아이에게 정작 위험한 것이 늑대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면?
우리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물리적인 공간으로서 집이 언제나 우리에게 안식처이고 휴식처가 아니듯이, 가족 역시 항상 나의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 안에서 더 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어려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를 때 그런 상처를 입은 아이 말비나는 이제 겨우 열 몇 살 된 키만 크고 삐쩍 마른 여자 아이이다. 어릴 때 겪었던 일이 뭔가 잘못 된 일이었다는 것을 자라면서 알게 되고, 그것이 한때의 사건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말비나에게 강요되는 것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지자 가족을 향해 조심스레 도움을 요청하는 손짓을 지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과 은폐. 조용히 너만 알고 있으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들 아닌가? 왜 그랬을까. 읽으면서 나의 관심은 어린 말비나에게 처음 일어났던 일 보다 오히려 그 후 말비나에게 주어진 압력과 강요로 더 쏠렸다. 결국 말비나는 가족이 아닌, 친구, 친구의 엄마, 이웃 아줌마 등, 보다 더 말비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침묵 속에 은폐되어 있는 자아를 끄집어내기 위해 마침내 입을 연다. 그동안 말비나가 혼자서 겪었을 마음의 고통, 그 고통의 사슬을 스스로 끊어내기까지 필요했던 것은 바로 용기였다. 모두가 침묵을 지킬 때 사실은 이렇다고 당당히 입을 열 수 있는 용기.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 그것은 결단이고 의지이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이며 사랑이다. 내가 진실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함으로써, 이 세상에 알림으로써, 조용하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그로 인해 내 자신이 이목 집중의 대상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인가. 아마도 제일 두려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내가 그 진실을 폭로함으로써 사람들로부터 또 한번 외면당하고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와 뜻을 같이 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없을까 기다리며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이 나와 제일 가깝다고 생각되는 가족 중에 있으리란 법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놀란 것 중 하나였다. 가족이 항상 나에게 호의적이진 않음을, 오히려 선과 악이라는 양날을 모두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말이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내게 다가오는 관심과 사랑의 손짓을 외면하지 말자. 의외로 나의 지지자는 가족이 아닌 그 누군가 중에 있을지 모르니까.
필요한 순간에 말비나처럼 용기를 낼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한다. 살다보면 그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을 테니.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1-0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2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엇이라 말이 필요없는, 좋은 리뷰입니다.
결단, 의지,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사랑, 그리고 용기.

hnine 2010-11-03 04:43   좋아요 0 | URL
지금 저에게 부족한 것 다섯 가지이기도 하네요.
위의 책은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결말이 지어져 마음이 놓이기도 했어요.

순오기 2010-11-02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리뷰를 쓰셨네요~
책표지에 쓰인 이름 석자도 반가웠어요.^^
온실에서 키울 수 없는 사회가 되었으니, 이 책을 많은 청소년과 부모들이 읽고 각성과 더불어 대비책과 해결책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대박을 기원하며...

hnine 2010-11-03 04:45   좋아요 0 | URL
초고 받아 읽고는 리뷰를 써두었거든요.
저도 반가운 이름들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면서 기분이 좋았어요.

2010-11-02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0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11-0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긍심을 가질때 더 당당해질수 있겠죠.
리뷰를 미리 써놓으셨다니 님은 참......
멋져요~~

hnine 2010-11-03 14:23   좋아요 0 | URL
처음 다 읽고 났을 때 그 느낌이 제일 생생할 것 같아서 미리 써놓았어요.
세실님 성함도 보고 반가왔습니다. 우리가 다 한식구가 된 느낌이었어요 ^^

2010-11-03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3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1-0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분 서재에서 이 책의 리뷰를 보고 <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라는 제목이 동화 빨간모자에서 왔을까 생각했어요. 가족중에 있는 사건들로 힘들었겠지만, 진정한 용기를 지닌 말비나, 말비나를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해요.

hnine 2010-11-03 21:16   좋아요 0 | URL
내용상 동화 빨간 모자와 연관이 있지요. 그렇게 연관시켰기 때문에 작품성이 더 돋보인 것 같아요.

2010-11-06 0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6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6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지 모건스턴 (Susie Morgenstern) 은1945년에 태어났으니 올해 우리 나이로 66세.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나 프랑스 수학자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프랑스 니스로 이주, 박사 학위를 받고 비교 문학을 가르치고 있단다. 두 딸을 낳아 기르면서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40여 권의 어린이, 청소년 소설을 발표하였고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 그녀의 <공주도 학교에 가야한다>를 처음 읽은 후, 단순하지만 독창적인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그녀의 다른 책들도 눈에 보이는대로 찾아 읽고 있는 중이다. 
그중 나이듦에 대한 책 두권이다.

<어느 할머니 이야기>

원작 출판년도가 1979년으로 되어 있으니 저자가 아직 마흔도 안되었을 때의 작품인데 어찌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심리 묘사를 잘 해낼 수 있는지 놀랍다.
자식들도 다 키우고 혼자 사는 할머니.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면 열쇠를 잃어버릴까봐 항상 걱정을 해야하고,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어 문을 여는 것도 잘 되지 않아 무지 고생을 하지만 결코 투덜거리는 법이 없다. "예쁜 문, 착하지? 나 좀 들어가게 해 주렴."
책을 좋아했지만 눈이 너무 피곤해져서 이젠 그것도 잘 안한다. 바느질도 좋아했지만 손이 말을 안 들어서 그것도 잘 못한다. 아침 햇살과 바다와 등산을 좋아했지만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에 따라 그것도 못한다. 그러면서 할머니 하는 말, '그러면 적어도 신발은 덜 닳겠군.'
마늘과 양파를 볶아서 먹곤 했지만 이제 속이 안 좋아서 그런 걸 못 먹는다. '이젠 양파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은 없겠네.'
예전엔 너무 할일이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몰랐는데 이제 할머니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 생각할 시간이 있다. 그러면서 하는 생각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없다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하면 되는거지.'
가끔 옛날 생각을 한다. 가난했던 남자와 결혼하여 돈이 별로 없었지만,  그러면서 생각한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이를 주셨으니 빵도 주실거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던 아이들 생각을 한다. 유치원 가던 것, 공부하러 멀리 떠나던 것, 군대 가던 것. 결국엔 모두 자기 삶을 찾아 날아가 버린 아이들. 그 중에서도 전쟁 중에 영원히 사라져 버린 아들이 특히 더 생각난다. 그 일로 할머니는 세상의 사탕이란 사탕을 다 모아도 마음의 상처 때문에 생기는 쓴 맛을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필요한 거 없냐는 아들의 전화를 가끔 받을 때 할머니는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게 생각나지만 그냥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없어."
이런 저런 물건을 잃어버리고 하루 종일 찾아다니기 일쑤지만 그것 때문에 슬퍼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 거지, 뭐. 하나가 없어지고 열 개가 다시 나타나는 수도 있는거야.'
밤이나 낮이나 혼자 있는 할머니에게 유일한 벗이라면 그것은 텔레비전. 텔레비전을 보며 할머니는 자그마한 자기 아파트를 벗어나 세상 구석구석을 여행한다.
추억을 돌리는 기계가 자꾸 돌아가는 탓에 할머니는 밤에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할머니가 다시 한번 젊어지면 좋겠다는 손자들의 말에 할머니는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아니, 내 몫의 젊음을 살았으니 이젠 늙을 차례야. 내 몫의 케이크를 다 먹어서 나는 배가 불러." 

아, 이건 너무나 슬프고 아름답잖은가. 나이 들어 조금만 더 젊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내 몫의 케이크를 다 먹어놓고, 더 먹고 싶어 탐 내는 것이라 이제부터 생각하기로 한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아마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감동을 받지 않을까 한다. 지금 나처럼. 

 

<우리 선생님 폐하>

4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스틸리아노 선생님은 곧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한 직종에서 오래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바꾸는 것, 옮기는 것은 무엇이든 질색을 하지만 나름대로의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애정을 다해 가르친 선생님. 정년 퇴직이란 곧 후퇴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가르쳐왔음에도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고 학교를 떠나고 싶지 않다.
정년 퇴직을 기념하기 위해 학생들과 학교 측에서는 축제같은 파티를 열어주기도 하는데 선생님은 이런 축제를 조금도 기뻐하지 않고 급기야 이 선생님은 자기 교실 벽장안에다 자기 임시 침소를 마련하고 버티기 시작한다. 교장선생님이 와서 아무리 설득을 해도 꼼짝을 않고.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강제로 선생님을 교실에서 끌어내는 것? 그것은 너무 서글프다. 원칙을 위반하고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다. 작가의 예지와 위트가 발휘되는 결말이 돋보인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정년은 빨라지는 요즘,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40년을 몸담다가 떠나야 되는 심정이 어떨까? 이런 주제를 아이들 책 소재로 삼은 작가의 의도를 알것 같다. 아이들이 매일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 그 선생님의 입장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아닐지.
퇴직, 후퇴, 물러남. 이런 단어가 곧 피부로 와닿는 때가 올것이다. 누구에게나.
지금 막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번 쯤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른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들이다. 
특히 위의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어른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책.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slmo 2010-11-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할머니 이야기 넘 넘 넘 좋은걸요~
어제 저녁 춥다고 샤워를 대충하는 우리 아들에게 '웬일이야?'했더니,
(이 녀석이 사춘기여서 저희집 화장실을 거의 독식하는 수준입니다.)
'물세 안 나오고 좋잖아?'이러는 겁니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이라뇨,아웅~!!!

hnine 2010-11-02 12:20   좋아요 0 | URL
읽으시며 눈물 나올지도 몰라요...

하늘바람 2010-11-0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다 넘 재미날 것같아요 할머니 이야기 참 정감이 가네요 눈물나온다 흑
좀 겁도 나네요
눈물 날까봐 겁나는 나날들이어서요

hnine 2010-11-03 04:5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전 눈물 날때는 그냥 나게 내버려 두지만 그건 혼자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옆에 누가 있거나 특히 일터에서는 그럴 수도 없고...
눈물모다 웃음이 나오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럴꺼에요.

마녀고양이 2010-11-02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요.
노년에 "내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늙어서 평화롭게 죽을 차례야." 라고.
이런 삶을 살려면,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할까요? 아아, 아니군요.
모든 것을 놓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간다면, 그렇게 살아간다면....

좋은 저녁입니다. 나인언니, 굿나잇~ 쪽!

hnine 2010-11-03 04:57   좋아요 0 | URL
그 '열심히 산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하고 있지 않은 것,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
현재 저의 생각인데 앞으로 또 달라질지도 모르지요.

굿나잇 키스 댓글을 어제 못보고 잠자리에 들어서인지, 추워서 그랬는지, 밤에 잠을 설쳤네요 ^^

순오기 2010-11-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할머니 이야기는 장바구니로 직행해요. 이렇게 늙으면 너무 근사할 거 같아요.^^
수지 모건스턴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도 재밌어요.

hnine 2010-11-03 04:57   좋아요 0 | URL
또 소개해주실 줄 알았습니다 ^^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찾아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10-11-0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도 책이겠지만 hnine님 리뷰도 재밌고 솔깃해서..ㅎ

책 감상기를 따라 가다보면 읽지 않아도 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때론 흐뭇해지기도 하고, 때론 좀 안타깝기도 하고요. ^^

hnine 2010-11-04 05:50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쓰다보니 스포일러가 되었어요. 아래 책은 그래서 결말 부분은 쓰지 않고 남겨두었는데 위의 책은 그렇게 안되더군요.
좋은 책이었어요. 저 작가의 책 더 찾아 읽어보려고요.
 
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본 프랑스 영화' 베티 블루 37.2' 을 여러 번 떠올렸다. 야성, 순수, 사랑, 몰입, 여러 단어들이 떠올려지지만 그중 키워드는 역시 '사랑'이었다. 김 사과의 이 소설 역시 한마디로 말하자면 러.브.스.토.리. 하지만 좀 색다른 러브스토리이다. 주인공 '나'는 자신감도 무너지고 중심을 잃은 채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던 중 길에서 우연히 어떤 남자를 보게 되어 끌리듯 그를 따라가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이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풀'. 주인공 '나'가 화자가 되어 풀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얘기를 part 1, 2, 3, 4에 담고 마지막 part 5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덧붙여져 있다. 

김 사과.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1984년 생이니 문단에서도 거의 최연소 그룹에 속하는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의 시간을 거쳐 5년 후 대학엘 들어갔다고 한다. 대학 재학 중 작가 김 영하의 눈에 띄어 소설 쓰기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그 출발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요즘은 자기가 어느 정형화된 틀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 회의가 든다고 하는 그녀는, 소설 속의 주인공 '나'와 얼만큼 비슷하고 얼만큼 다를까. 

책은 아주 쉽게 읽힌다. 그녀의 문장은 길지 않고, 대화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어려운 말을 쓰려고 애쓰지 않았고, 복잡한 묘사도 없으며, 시간대를 오고 가는 복잡한 구성도 아니다. 그저 일년, 네 계절 동안의 일이니.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자기의 생각과 느낌에 의해 움직이며 하는 사랑이란 이럴 수 있겠구나 싶다. 풀에 대한 나의 지독하고 철저하고 본성에 충실한 사랑 속에서 그녀의 외로움, 소통에 대한 그리움이 보인다. 그녀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part 2 마지막 부분, 내가 왜 풀을 사랑하는지 풀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오랜 만의 감동을 끌어올려준 부분. 그런데 이런 사랑이 오래 갈까? 영원한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나는 그러면서 또 딴지를 건다. 미래를 계산하느라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는 그들 앞에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이 해피 엔딩이 아닌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녀의 다른 작품 '미나'도 읽어봐야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10-11-0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안녕하셨나요? 오랜만에 인사해요~~ㅎㅎ
1984년생이면 몇 살인가 한참 계산하고 있어요.

hnine 2010-11-02 04:4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이제 그동안 읽고 싶으셨던 책도 마음껏 읽으시고, 빛나는 리뷰도 많이 올려주세요. 저도 반갑습니다~ ^^
1984년생이라면 제가 고등학교 3학년때 태어났군요 ^^

같은하늘 2010-11-03 20:29   좋아요 0 | URL
헉~~ 생각보다 많으시네요.^^;;

hnine 2010-11-03 21:16   좋아요 0 | URL
실제보다 젊게 보셨구나~ ^^

비로그인 2010-11-02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젠가 이 영화의 끝장면의 동영상을 페이퍼 끝자락에 놓은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 영화를 생각하셨다니, 느낌이 팍 옵니다. ^^

hnine 2010-11-02 04:5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영화 거의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참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저렇게 감정을 포장안한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답니다.
재미있어서 이틀만에 후다닥~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친구가 어느 날 딸의 학교로부터 경고 문자를 받았단다.
'귀댁의 자녀가 복장이 불량하여 벌점을 받았으니 가정내 연계지도 부탁드립니다' 라는.
치마 길이가 짧았다는  이유인데, 일부러 치마 길이를 줄여 입은 것도 아니고 허리 사이즈에 맞추어 사다 보니 길이가 좀 짧았던 것 뿐이고, 그래봤자 무릎 길이였다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웃긴건, 그래서 벌점을 주었으면 되었지 그걸 일일이 집에다가 친절하게 통보해주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고등학교 2학년, 내일 모레면 고등학교 3학년 되는 아이인데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소피는 어릴 때부터 인형이나 장난감 같은데에는 관심이 없고 옷에 관심이 많은 아기였다. 다섯 살이 되었을 때에는 어린이 그림책보다 패션 잡지 뒤적이는 걸 더 좋아했고, 못보던 옷을 보면 그것을 구경하며 넋을 잃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소피는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발은 두개인데 왜 사람들은 똑같은 구두 두 짝을 신는지 이상했고, 왜 같은 색의 양말을 신는지 이해가 안갔다. 되도록 남들이 안 입는 옷을, 집에 있는 엄마 옷, 아빠 옷, 모두 동원하여 자기 나름대로 꾸며 입고 학교 가는 것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피 부모님은 학교로부터 경고성 편지를 받는다. '사육제 차림'으로 학교에 오게 하지 말라는 것. 소피의 부모는 소피에게 묻는다. 왜 그렇게 옷을 여러겹으로 입고 악세사리를 잔뜩 달고 다니는지. 그러자 소피는 이렇게 대답한다.
"이렇게 해야 옷을 입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시를 쓰는 것처럼 옷을 입는 거예요. 내 몸은 종이고요, 두 손은 만년필, 두 눈은 영감의 창이에요. 모자는 느낌표이고, 스카프는 쉼표, 레이스는 말줄임표죠." (와~ 난 여기서 감탄!) 소피는 자신의 '시'가 무엇 때문에 문제가 되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소피를 보고 엄마, 아빠는 학교에 이렇게 써서 답장을 보낸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이 책에 나오는 소피 같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는 내 아이의 독특함에 내심 기쁠 것 같은데, 그건 여러 학생들이 모인 학교라는 집단을 지도하는 입장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생각일까? 

아이가 네 살 때로 기억된다. 사진의 날짜를 보니 9월 초인데 여전히 땀이 줄줄 나는 더운 여름이었다. 어린이집 갈 준비를 시키고 나는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 아이가 부득부득 지난 겨울에 신던 털장화를 신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 신발은 겨울에 추울 때 신는 것이라고 얘기를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그냥 신겨서 보냈다. 덥긴 하겠지만 그거 하루 신고간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신나서 털장화 신고 아파트를 나서는 아이를 보고 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여동생이 이 사진을 보고서 내게 뭐라고 했다. 그날 남들이 애 옷차림을 보고 뭐라고 했겠느냐고.
'남들이 뭐라고 하는게 뭐 그리 문제야, 자기가 저러고 싶다는데 ㅋㅋ'
그리고 나도 바쁜 아침 시간이라서 더 아이를 말릴 시간이 없기도 했다.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slmo 2010-10-3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 꾸욱이요~!!!
이 책 넘 좋은 걸요.
저희 아들의 패션감각도 남달라서,제가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훌륭한 참고서가 되겠어요.

hnine 2010-10-31 12:17   좋아요 0 | URL
엊그제 <공주도 학교에 가야한다>라는 책을 읽고 관심이 가기 시작한 작가라서 도서관에 가서 세권을 더 빌려온 중 한권이어요. 책 괜찮지요? 소피의 패션은 하나의 예이고, 아이들의 취향이나 개성을 획일화로 밀어붙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어요.
양철나무꾼님 아들의 패션 감각, 궁금해요~ ^^

세실 2010-10-31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도 패션감각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 들어요. 규환이는 아직도 제가 꺼내주는 옷 입는 답니다. 스스로 꺼내 입으라고 하니 귀찮아서 싫다고 합니다. 에구구...

담주에 규환이가 중간고사 보는지라 오늘은 방콕입니다. 좀 답답해요.

hnine 2010-10-31 12:20   좋아요 0 | URL
엄마의 패션 감각을 규환이가 믿고 맡기는 것 아닐까요? ^^
저도 어디 나갈때마다 없는 감각에 옷 골라 입는 것이 어찌나 귀찮고 서투른지 모른답니다 이 나이까지요.
다음주가 중간 고사 기간이군요. 모범생 규환이, 잘 할거예요.

다락방 2010-10-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피랑 소피의 부모님께 추천이에요! 저라면, 제 아이에게 남들과 똑같이 입고 다니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긴 한데, 저렇게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 아이의 편이 되어서 지혜롭게 편지를 쓴다는게 제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일지 말이죠. hnine님, 가끔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잘 설명해주시 잖아요. 그런 모습으로 유추하건데, hnine님은 저런 편지를 참 잘 써내실 것 같아요!

hnine 2010-10-31 12:22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바로 그거죠. 저렇게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고 현명한 편지를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것. 소피의 부모님을 보니, 소피가 전혀 엉뚱한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옷을 입는 것을 시를 쓰는 것에 비유하는 것을 듣고 어리지만 자기 아이의 마음을 믿고 지지해줄 수 있는 부모, 발끝 만큼이라도 닮고 싶네요.

프레이야 2010-10-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큰딸도 같은 학년이네요.
치마길이 일부러 잘라서 무릎위로 올라가게 해서 입고 다녀요.
처음엔 한두 번 말렸지만 그러고 싶어하는 애한테 더 못말리겠더라구요.
한번은 단속한다고 급히 교복치마 하나 새로 사서 갖다달라고 해서 그래준 적도 있어요.ㅎㅎ
너무 많은 규제와 통제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참..
9월 초였지만 더웠을 건데 털장화 신은 아이 귀여워요.
요즘 아가씨들도 뭐 여름에 핫팬티에 긴부츠 신고 그러죠.ㅋ

hnine 2010-10-31 18:47   좋아요 0 | URL
한참 그러고 싶을 때 아닌가 해요. 우리 세대는 그래보기도 전에 미리 억압당해버렸지요. 너무 그 시기를 답답하게 지낸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좀 억울한걸요 ^^

마노아 2010-10-3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군요. 소피의 부모님에게 더 큰 박수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보다 어릴 때의 다린이라니, 깜찍해 죽겠어요. 울 조카도 저럴 때가 많았는데 언니도 말리다가 시간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보내더라구요.^^ㅎㅎㅎ

hnine 2010-10-31 18:49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요즘 제가 새로이 발견한 작가예요. 수지 모건스턴이요. 마노아님도 이 사람 책들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거라 믿어요.

춤추는인생. 2010-10-3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남자아이들은 관심없는 패션에 다린이는 어릴적부터 남달랐군요.^^
저런 고집 맘에 들어요... 요즘도 다린이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지, 나인님 궁금해져요.

hnine 2010-10-31 18:52   좋아요 0 | URL
춤추는 인생님, 초록바탕의 흰말, 혹시 김 점선 화가 그림인가요? 예뻐요.
다린이는 여전하지요. 머리에 물묻히고 학교가는거요 ^^ 그것까지는 괜찮은데요, 가끔 급하면 손에 침 묻혀서 머리 만지려고 해서 저를 기겁하게 한답니다 ㅋㅋ
요즘은 가끔 제 책상 뒤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서 보면 누워서 윗몸일으키기 하고 있어요. 뭐하냐고 물으면 자기도 식스팩 만들려고 그런대요 ㅋㅋ

상미 2010-10-3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 추억이지 ? ㅎㅎㅎ 털장화에 반바지차림 사진도
준이 반응이 의외네...

hnine 2010-10-31 18:53   좋아요 0 | URL
경은이때문에 쓰게 된 페이퍼야...^^

상미 2010-11-01 16: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그래도 시작이 우리 딸 얘기네 했단다 ㅎㅎㅎ
어제밤에 병규는 <어제도 학교 갔는데, 내일도 학교를 간다는건 말이 안돼>
그러는데,
딸은 <인간이 만든 조직 사회중 제일 잘 만든게 학교같아~ >
학교가는거 좋아하는거 뭔가 수상하지 ?? ㅎㅎㅎ

2010-11-01 0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1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0-11-0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철에 털장화 신은 꼬맹이가 너무 귀여운데요. ㅎㅎ

우리 모두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해주는 데 대해 너무 인색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눈을 돌려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름대로'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고 있고 또 그게 너무나 당연한데도 말입니다.

* * * * * * * * *

자기 감정 나름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294쪽)

-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中에서

- - - - - - - - - - - - - - - - - - - - - -

좀 더 비약해서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기술이 좀 부족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 * * * * * * * *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

로버트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본을 폭격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미니밴이 일본제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른 사람들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게 만드는 세계주의적 관점에 기여하는 기술에는, 언어 능력, 여행, 역사적 지식, 사실주의 예술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들을 통해 사람들은 다른 시대였다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었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자기 자신을 투사해 본다.(561쪽)

- 스티븐 핑커, 『빈서판』中에서

hnine 2010-11-01 15:07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내 맘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방식을 하나의 규격 아래 묶어 놓는다는 것은 눈에 안보이는 감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대중을 이리 저리 다루기 쉽게 하는 수단이 될 뿐이지요.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들어보고 교환하는 행위에는 참 취약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쉽게들 해요.
위의 스티븐 핑커의 말은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라는 말과 통하는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BRINY 2010-11-0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습지만, 학교에서 문자를 보내는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학생인권조례로 체벌이 금지되었으니까요. 아마 문자 경고가 쌓이면 그 다음은 보호자 호출이 아닐까요? 저희학교 상벌점제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벌점 주고 말지'로 끝날 게 아니니까요.
지난 여름에 신임교장이 '아예 여름 교복을 체육복으로 할까?'라고 말 꺼냈다가 부장교사들의 맹반대에 부딪히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도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당분간 학교현장에서 계속될 거 같습니다.

hnine 2010-11-01 15:02   좋아요 0 | URL
Briny님, 안그래도 쓰면서 짐작은 해보았네요. 학교 측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체벌이 금지되었으니 더욱 더 경고 조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말씀도 맞고요. 보호자 호출, 저도 받아봤지요. 긴장해서 갔는데 막상 교장 선생님께서는 자상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 책에서요, 소피의 영향이 온 학교로 다 퍼져서는 선생님 마저 옷차림이 바뀌기 시작해요. 예전에는 소피 혼자서 튀는 차림이었는데 전교생의 옷차림이 그렇게 바뀌기 시작하자 소피는 예전에 쳐다보지도 않던 얌전한 스타일의 블라우스와 치마를 꺼내 입고 학교에 가는 것으로 끝나지요 ^^

같은하늘 2010-11-02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피와 소피의 부모님이 존경스러운걸요~~
거기다 다린이의 반팔,반바지에 털장화 패션도요~~
저는 아들만 둘을 키우지만 아홉살인 큰 아이는 지금도 저에게 무슨 옷을 입느냐고 묻고, 다섯살인 작은 아이는 팬티, 양말, 내복마저도 골라 입어요. 그것도 아주 어려서부터...ㅜㅜ 아침에 유치원 시간때문에 저도 포기하고 하고싶은데로 해서 보낸적이 있네요.

hnine 2010-11-02 04:45   좋아요 0 | URL
같은 부모 밑의 형제나 자매가 이렇게 다른 것을 보면 참 재미있어요. 저도 어릴 때 두 살 아래 여동생과 여러 면에서 무척 달라서 그야말로 '아롱이 다롱이'였거든요. 저희 세대가, 아니 어쩌면 제가 워낙 스스로 선택하기 보다는 시키는대로 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보니 제 생각엔 아이들이 자기가 선택할 기회가 있을 때 웬만하면 그대로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제가 못 누려 본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