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 아니라서 그 유명한 시크릿 가든도 한번도 안 본 사람이, 엊그제 낮에 우연히 '드림하이' 라는 드라마를 중간 부터 보기 시작해서 끝까지 자리 뜨지 않고 다 본 것을 보면 나는 정말 청소년 세대 얘기를 참 좋아하는가보다. 책만 그런 줄 알았더니, 드라마 속의 진짜 푸릇푸릇 청소년 아이들이 정말 예쁜 것이다. 약간 유치하달 수도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그러면서 신선한 그들의 얘기가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회분을 끝까지 앉아서 다 본 또 하나의 이유는 말로만 듣던 아이유, 미스에이, 이런 아이돌 스타의 얼굴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냥 고등학생 탤런트인가보다 했는데 드라마 중에서 노래를 너무 잘 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아이가 아이유, 저 아이가 미스에이 중의 수지였던 것. 2PM의 우영과 택연의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고.
소녀시대와 씨앤블루 정도 알고 있는 나에게 아이유와 미스에이를 알게 해준 것은 우리집 열한살 짜리 어린이이다. 이젠 어린이 소리에도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 어린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인터넷에서 그 노래를 다운 받아 달라고 부탁할 때가 많은데 그 중에 아이유의 좋은 날,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 Breathe 등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 얼굴은 몰라도 노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라서 그런지 몇번 들려주면 금방 따라 부르니 참...
예전에 남동생이 중학교 다닐 때였나, TV에서 무슨 배경 음악으로 나오는 것 중에 좋은 음악이 있으면 며칠 내로 번개 같이 그 음악이 실린 음반을 사오는 것이다. 제목이나 가수를 어떻게 알고 가서 사왔냐고 내가 신기해서 물으면 단골 레코드 가게에 가서 들은 음악을 그대로 부르거나 흥얼거린단다. 그러면 그 주인 아저씨가 아~ 무슨 노래~ 하면서 찾아 주신다는 것이다.
우리 집 어린이가 아마 외삼촌의 이런 기질을 물려 받았나. 어제도 Who let the dogs out이란 노래를 검색해달라고 하길래 이건 또 어디서 알아왔냐고 했더니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주신 음악이란다. 듣고 와서는 집에서 검색하더니 금방 따라 부른다. 내가 보기엔 그저 신통한 재주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어제 드림하이를 보다보니 그 학교 아이들이 춤 연습을 하는데 나오는 음악이 또 귀에 익다. 잘 들어보니 Kesha의 Tik tok. 이 노래 역시 우리집 어린이때문에 알게 된 곡.
나도 예전에 가요, 팝송 남부럽지 않게 부르고 듣고 끼고 살았는데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된 것 같아 요즘 노래는 아니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라면서 Martika의 Toy soldiers, Madonna CD를 틀어놓았더니 그 노래도 좋단다. 그 CD에 있는 노래중 엄마는 특히 무슨 노래가 좋으냐고 해서 La Isla Bonita가 좋다고 했다. 이 그룹은 어느 나라 그룹이냐 (Madonna가 그룹 이름인줄 알았나보다), 저 제목이 무슨 뜻이냐 (허걱~ 영어도 아닌 제목을), 꼬치꼬치 묻기 시작. Martika의 Toy soldiers는 그나마 가사와 그 유래를 좀 알고 있어서 설명해줄 수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며 와서 다운받아 달라고 할지. 그런데 나도 그렇게 알게 되는 노래들이 싫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