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폐허의 철학자 에밀 시오랑의 절망의 팡세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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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우선 저자 소개를 찬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사유한 모든 것을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옮겨놓은 허무주의 철학자, 수필가.

사르트르 이후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다.

우수적 기질을 보이긴 했으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불면증과 자살에 대한 충동에 시달렸다.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심취, 20대에 첫작품 <절망의 끝에서>를 펴낸다. 이 책이 바로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고 번역된 위의 책이다. 이 책으로 장래 촉망되는 작가의 대열에 서게 되고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젊었을 때부터 자살의 충동에 시달렸다고 하나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5년 84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생을 마감할때까지 문단의 교류도 인터뷰도 사양한 채 철저한 고독 속에서 살았으며 두 차례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은 삶의 위축을 뜻하며, 수많은 고독의 시간과 고통의 연장을 의미한다. 정신을 통해 우리가 구제된다고 말한 사람이 누구인가? 정신을 통해 우리 내면의 번민을 극복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오히려 정신은 우리에게 내적 불균형을 가져다주지만 어떤 위대함을 부여하기도 한다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삶을 찬미한다는 것이 정신적 불안의 표시이듯, 정신을 찬미하는 것은 의식이 없다는 표시이다. 정상적 인간에게 삶은 자명한 현실이지만, 병든 인간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병든 사람은 무너지지 않으려고 삶을 찬미하며 그 속에서 뒹군다. (23쪽)

그렇다. 삶을 자명한 사실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한 사람은 굳이 삶을 찬미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불안의 표시이고, 찬미함으로써 그 불안을 잠재워보고자 하는 몸부림임을.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형벌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은 삶 속에 이미 내재하므로 삶 전체가 거의 죽음의 고통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마지막 고통의 시간이란 단지 삶과 죽음의 다툼이 가장 치열해지는 순간, 죽음을 의식적이고 괴롭게 경험하는 순간일 뿐이다. (29쪽)

이 책에는 죽음, 고통, 절망, 슬픔, 무의미 등의 말들이 차고 넘친다. 그가 두려워 한 것은 죽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고통, 절망 등에 대해 쉼 없이 써내려 가며 그 슬픔과 삶의 무의미성에 적응해보려 한 것이 아닐까. 죽음과 관련되지 않은 슬픔, 절망으로 괴로와 하는 사람은 당장 육신의 고통과 맞서보라고 했다.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 눈 앞에서 죽음과의 대면을 체험해보라고. 결국 정신의 고통은 육신의 고통을 다스리지 못한다. 육신의 고통은 정신의 고통을 지배한다. 내 경우에도 아무리 무의미하고 절망스런 밤을 보내고 난 후라도 아침에 온전한 육신으로 눈을 뜬 순간 일단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왜 나는 자살을 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나는 삶만큼 죽음도 혐오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왜 이 지상에 존재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98쪽)

 

인간은 세상에 내던져져, 나름의 삶의 방식-자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을 찾도록 선고받은 불행한 동물 (120쪽)

하이데거였던가? 인간은 던져진 존재라고 말한 철학자가.

 

이성간에는 정신적인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어, 그것이 내게 정신적이라는 환상을 주는 물리적 현상만이 있을 뿐이다. (151쪽)

이성간의 우정이란 단지 사랑으로 승화하는데 실패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내 평소 생각이니, 저자의 이 말에도 동의할 수 밖에.

젊었을때부터 에밀 시오랑을 괴롭혀온 것은 자살의 충동과 불면증이라고 했다. 불면증은 실로 인간의 몸과 정신을 갉아 먹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다. 혹시 잠이 많은 것을 고쳐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다. 불을 끄면 잠을 못자는, 주위가 조용해도 잠을 못드는 사람으로서.

신은 잠을 빼앗고 대신에 깨달음의 시간을 주면서 인간에게 벌을 내린다. 잠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은 가장 무서운 형벌이다. (153쪽)

 

각기 혼자 노력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은 비참하다는 것을 모른다. 계급이나 착취를 모르니까. 비참함이란 동류를 예속시키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에게서만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 정도로 자신을 스스로 멸시할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168쪽)

비참함이란 자기 멸시에서 비롯한 느낌이라는 것.

 

이러한 절망과 회의, 무의미, 슬픔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은 어떤 위대한 철학자의 깨우침도, 발견도, 종교도 아니었다. 이 책에서 한줄 의외의 문장을 보았다.

한 송이 꽃의 아름다움이 우주의 궁극적 목적을 충분히 보상해주듯,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작은 구름 조각이 나의 우울한 염세주의를 즐겁게 해주는 순간들을 경험했었다. 내면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지극히 미미한 자연의 광경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발견한다. (198쪽)

한 송이 꽃, 작은 구름 조각.

 

번역본으로 읽었으니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겠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저자의 문체에 열광한다고 한다. 그의 이런 극도의 염세주의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시적인 문체가 가진 아름다움은 그가 전하는 삶의 비극까지도 용서하게 만든다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속에 들어있는 온갖 비극적인 생각들, 우울하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어져서 구경하듯이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것은 실로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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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26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해가 저무는 자리에서,
또 새해가 찾아오는 자리에서,
언제나 새로운 빛과 노래를 누리시기를 빌어요.

hnine 2013-12-26 18:2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3-12-2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소개 한줄부터 마음에 드네요. 담아갑니다.
나인님, 차분히 한해 마무리하고 계시지요^^

hnine 2013-12-26 18:3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자에 대한 정보 없이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은 아니어요. 뒤에 역자 해설에도 천천히 음미하며 삭여야 하는 귀족적 독서를 요구한다고 했더군요.
한해가 또 이렇게 저무네요. 그냥 모른척 하고 보낼까요? ^^ 서운해서요.

oren 2013-12-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시오랑이 20대의 그 예민한 때에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심취했다니 이런 작품을 쓸 만 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저는 "어떠한 이치라도 그 반대의 이치가 없는 것은 없다고 철학자들 중의 가장 현명한 학파(피론 학파)는 말한다. 나는 방금 옛 사람(세네카)이 인생을 경멸하며 "언젠가는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는 것밖에는 어떠한 보배도 우리에게 쾌락을 주지 못한다", "한 사물을 잃어버렸다는 비통과 그것을 잃을 것이라는 공포심은 똑같다"(세네카)고 한 이 묘한 말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 말은 그것을 잃을 근심이 있으면 생을 즐긴다는 것이 진실한 재미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뜻이다."고 말한 몽테뉴의 말을 떠올리며, 그가 '배운 꾀가 탈이 된다'며 '극도의 철학'에 대해 충고했던 말을 여기에 덧붙여 보고 싶네요.

* * *

플라톤에 나오는 칼리클레스는 극도의 철학은 해롭다고 하며, 이익이 있는 정도를 넘어서 거기 빠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철학을 절도 있게 대하면 유쾌하고 유익하지만, 마침내는 사람을 황당하고 악덕스럽게 만들고, 일반의 종교와 법률을 경멸하고, 사람들과의 교섭을 회피하며, 인간적인 해학을 적대시하고, 모든 정치적 사건의 처리나 남을 도와주는 일이나, 자기를 지키는 일도 불가능하게 되며, 빰을 얻어맞아도 대항 못하는 인간이 되게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옳다. 왜냐하면 철학이 과도하고 지나치게 풍부하면 우리의 타고난 자유를 속박하며, 배운 꾀가 탈이 되어서 오히려 자연이 우리에게 그어 준 좋고 탄탄한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

hnine 2013-12-26 18:40   좋아요 0 | URL
20대에 썼다는 것을 알고 저도 놀랐지만 또 한편 생각하면 20대의 예민한 때이니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잃었다는 비통, 잃을 것을 알고 있을때 느끼는 것은 '공포심'.
말씀하신 것 처럼 잃을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를 더 즐겨야 마땅한데 대부분 인간은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공포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지요.
극도의 철학을 경계하라는 말도, 배운 꾀가 오히려 탈이 되는 경우도, 모두 마음 속에 담아둘 수 밖에요. 어차피 정답은 없는거 아닐까요.

착한시경 2013-12-2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신간으로 나온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를 얼마전에 읽었어요~ 사실 문장이 쉽게 와 닿지는 않았지만 반복해서 읽을수록 더 좋더라구요^^ 인용해주신 문장을 다시 읽으니 더 좋았어요~감사합니다...

hnine 2013-12-26 18:43   좋아요 0 | URL
착한시경님 서재에서 보고 이 책 구입한거랍니다. 어떻게 보면 극단으로 치닫는 내용임에도 그의 문장을 사랑한 프랑스 사람들. 다양함을 인정하는 분위기니까 가능하겠지요. 책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답니다. 읽어볼만한 책이었어요. 제가 감사드립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2-26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사람도 아닌 시오랑이 프랑스어를 그렇게도 유려하게 썼다는 점에서 대단하죠.하지만 자기 조국어인 루마니아어로 책을 냈다면 그만큼 유명해지진 않았겠죠.불편한 진실이지만...

hnine 2013-12-27 06:07   좋아요 0 | URL
프랑스어로 언어를 바꾸게 된 계기도 궁금하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이 사람 문체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좋아해주고 유명해지게 한 프랑스 사회, 프랑스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13-12-2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마니아어를 아는 사람이 유럽에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습니까...특히 서부유럽 사람들은 발칸반도 나라들을 은근히 무시하니까 시오랑으로서도 프랑스어로 쓰는 게 낫다고 생각했겠죠.체코 출신인 카프카나 릴케가 독일어로 글 쓴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hnine 2013-12-27 13:53   좋아요 0 | URL
한국어를 쓰는 나라는 전세계에 오로지 우리나라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네요. 우리나라와 루마니아는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비로그인 2013-12-2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친구가 에밀시오랑을 참 좋아해요.. 쓰신 글을 읽으며 고개만 끄덕 끄덕.. 했어요.. 아.. ~~ 날카롭네요.. hnine님.. 두려워질만큼이요~~~..

비로그인 2013-12-27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경우에도 아무리 무의미하고 절망스런 밤을 보내고 난 후라도 아침에 온전한 육신으로 눈을 뜬 순간 일단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흑... 아.. ~~

hnine 2013-12-28 07:43   좋아요 0 | URL
아침이, 또는 새벽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절망은 한편 사람에게 감사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 모순이지요? 모순적인 존재가 바로 사람이니까요.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려요.

2014-01-03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4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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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서 표지의 작가 인터뷰 글을 읽었다.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 처음 몇 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써 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한 청년의 눈에 비친 한정된 세계의 모습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매일 조금씩 변모하여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간다는 것은 제게 굉장히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독자에게 무엇이 전달되기를 바랐을까. 내가 소설을 읽으며 주로 집중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다.

'어느 날 문득 어떤 한 인물상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대부분의 소설에는 일상에서 보기 힘든 개성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극적인 사건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반해, 뚜렷한 개성이 있는 인물이라기 보다 오히려 뚜렷한 개성이 없는 인물, 그래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지만 알고 보면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기 소신에 따라 살고 있는 인물. 이 사람은 어디에 절망하고 어떻게 다시 자기를 재구성해나가는지 보여준다. 한꺼번에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이런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의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 쓰쿠루는 눈에 드러나는 개성은 없어보이지만, 쓰쿠루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것을 하나의 컴플렉스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게 된데는 고등학교부터 친하게 지내온 네명의 친구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절교를 당하고 부터이다. 이유를 알수 없는 일을 당하고 나서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생각하게 되고 생각의 정도는 거의 집착의 수준에까지 간 상태에서 사라라는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쓰쿠루의 문제를 듣고 난 사라의 조언에 따라 쓰쿠루는 자기를 거부한 예전의 친구들을 찾아나선다. 이것이 책 제목에 '순례'라고 표현된 것이다.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과거의 끈 속에 현재가 묶여 있던 생활을 정리하고 여자친구 사라와의 관계를 새로이 하는 것으로 현재의 쓰쿠루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며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이 작품 역시 하루키가 처음부터 치밀한 구도를 잡고 써나갔다기 보다 어떤 인물을 설정하고 그때 그때 직관, 즉흥에 의존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누군가. 하루키이니까 이것이 가능하고, 치밀하게 구성를 계획하고 쓰는 것 못지 않은 가독성을 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나 따라하지 못할 영역이라고 할까.

과연 쓰쿠루는 그의 생각처럼 색채가 없는 인물이었을까. 드러나지 않는 색도 색은 색이다. 오히려 한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가지 색이 합쳐지면 검정, 빛의 경우엔 흰색이 되는 것처럼, 뚜렷한 색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많은 색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소설을 읽는 이유도 그런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단순해보이는 것이 사실은 복잡한 배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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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12-2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올해의 책, 투표중인데 하루키의 이 책이 순위안에 드는 건 뻔한 결과겠지요?
전 아직 안(못)읽었어요. 일단 제목이 너무 긴 탓인가, 도무지 끌리는 구석도 없고 표지도 맘에 안들고ㅠㅠ
유명세를 떠나 나중에라도 읽을 날이 오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저만치 밀쳐둔 책이예요.

그래도 언젠가 이 책 읽게 되면, 언급하신 나인님 관점에 맞춰서 한번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hnine 2013-12-27 06:10   좋아요 0 | URL
제가 도서관에 구입 신청한게 지난 여름인데 도착하자마자 계속 대출중이다가 이제서야 제 손에 들어와 읽게 되었답니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책장이 술술 넘어가요. 기회되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하루키가 어떤 큰 의미와 깊이를 담아 썼다는 생각이 제 경우엔 별로 안들어서 그건 읽는 사람 몫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섬사이 2013-12-2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늘 대출중인 이 책이 언젠가 제 손 안으로 들어올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


hnine 2013-12-28 07:45   좋아요 0 | URL
하루키의 인기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그런 경우이지요. 이 책 나온지 이제 꽤 되었는데도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늘 대출중이라는거요 ^^ 저도 한참 기다려서 읽었어요.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 엄마와 남자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관계의 심리학
루신다 닐 지음, 우진하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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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번역본 나올 때 제목 만드는 실력은 갈수록 원본 제목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는 About our boys. 번역본 제목에 비해 매우 평범하다. 이것에 비해 얼마나 눈길을 끄는 제목인지.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라니.

널리 알려진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생물학적인 차이 말고도 남자 여자가 이렇게 다르구나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그 차이는 꼭 어른이 되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남자 아이를 키우며 알아가는 중이다. 아들과 딸을 함께 키워보는 부모들에게 들어보면 이들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아들 딸 상관없이 공통인 부분이 더 많겠지만 아들의 경우 엄마와 성이 다르다보니 엄마 어릴 때 기억을 바탕으로 아이를 대하다 보면 절대 이해못할 일이 발생한다.

남자아이는 어른의 혈압이 솟구치는 걸 보고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5쪽)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한다는 말을 종종 아이에게 한다. 하지말라고 하는 순간 멈추는게 아니라 더 하는 것이다. 그게 아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더 하는 아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녀석이 나를 갖고 노는건가 생각이 들면 더 화가 난다. 그런데 그건 아이에게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라기 보다 원래 그런 성향이 남자 아이에겐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알아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 남자아이는 무조건 '재미있는 일'을 좋아한다.
  • 농담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을 약 올리고 싶어한다.
  • '하지 마!' 라고 하는 순간 남자아이는 하고 싶어진다.
  • 과도한 걱정은 금물. 다만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소통의 채널을 열어두면 된다. 아이의 대답을 듣고 그 생각을 이해해주는 게 중요하다. 비록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 아이를 꾸중한 뒤에는 이렇게 물어보자 "지금 내가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니?"
  • 계속해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 "혹시 이 규칙이 이해가 안 가니?"
  • 남자아이는 남자 어른의 인정이 필요하다.
  • 아이에게서 칭찬할만한 자질을 찾아낸다.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할 때만 주목한다면 결국 그 아이는 주의를 끌려고 나쁜 행동만 하게 될 것이다. 아이에게는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 아이를 존중한다는 건 불량스러운 태도를 참고 넘기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예의를 지키며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는 것이다.
  • 아이에게 육체적 에너지를 발산할 기회를 주라.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지 말고 안전하게 하는 법을 가르쳐라.
  • 텔레비전이나 게임의 폭력성에 대하여, 부모는 아이가 자기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일정 시간 동안 가정에서 '폭력물'의 시청이나 게임을 허락한다는 것은 집안의 어른도 그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한다는 (함께 시청) 의미이다.
  • 장난이 심하고 집중을 잘 못하는 아이에게 항상 도전할 거리를 준다. 목표가 있는 아이는 장난치는 일도 다 잊어버린다.
  • 경계선을 지켜서 그 안에서 노는 것이 아니라 경계선을 돌파하는게 남자아이에겐 놀이이다. (여자아이와 차이점)
  • 예의바르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예의 바르게 군다면 엄마도 네 말에 귀 기울여 줄거라 약속할게."
  • 규칙과 제재방법을 아이와 함께 의논한다. 종종 아이는 어른의 예상보다 더 가혹한 방법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자. 고쳤으면 하는 구체적인 부분을 알려준다.
  •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에게, "네게 좋은 해결책이 있으리라 믿어. 이리 와서 네 생각을 한번 이야기해보렴."
  • 금지하지 말고 원하는 바를 말하라. "복도에서 뛰어다니지 마!" 라는 말에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많은 교사들이 걷는 것보다는 뛰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대답했다. 금지 사항을 말하기보다는 바라는 바를 말하라.
  • 모든 감정은 다 받아들일 수 있지만 어떤 행동은 제한이 필요하다.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면 확인해준다.
  • 남자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자 아이가 감정을 쉽게 드러내도록 도울 방법을 찾아본다.
  • 10대는 토론이 중요한 시기이다. 토론의 핵심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 남자아이는 누군가가 가르치듯이 말하는 걸 싫어한다.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무뚝뚝하게 반응하고, 가르치려는 내용은 아이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비공식적이고 질책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는 어른이 하는 말을 잘 받아들인다. 바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무언가를 할 때 말이다. 자동차 여행을 같이 가거나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좋은 기회이다.
  •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아이는 무시한다. 말을 줄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대하라. 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아이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면 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갖다 대라.
    • 아이가 옷이 더러워져 들어오면 옷을 가리키며 얼굴을 조금 찡그린다.
    • 아이가 식탁 위에 앉아있다면 거기서 내려오라고 손짓한다.
    • 아이가 규칙을 어기면 규칙이 적혀있는 곳을 가리킨다.
  • 한마디로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중요시하고 불필요한 세부사항을 성가시게 생각한다.짧게 이야기하고 핵심만 지적하자.
  • 아빠는 아이의 첫 번째 역할모델이다.

 

모든 남자 아이에게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를 대하는 것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같은 잔소리를 계속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나름대로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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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3-12-2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아이에 대한 설명에 구구절절 공감이 가네요. '짧게 이야기하고 핵심만 지적하'는데 하나 더 추가한다면 얼굴에 힘을 주고 강력하게 말해야 한다는 점이지요. 특히 중학생이라면 그래요, 경험상.
재미있는 설명입니다.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더라구요.

hnine 2013-12-21 10:03   좋아요 0 | URL
옮겨놓진 않았지만 말씀하신 부분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얼굴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낮춰서 힘있게 말하는거요. 이건 제 아이도 말한 적 있어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에게 자기 의견을 말할때 목소리를 높이고, 속도는 빨라지고, 소리는 더 커지는데 외국 사람들은 오히려 말 속도를 늦추어 또박또박, 힘주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고요. 그게 더 효과가 있다는 말이지요.
이 책 읽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서니데이 2013-12-21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자아이'가 아닌데도, 리뷰쓰신 내용중에 약간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 읽어보면서 이럴 경우에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면서 읽었어요. 남자아이는 어른의 혈압이 솟구치는 걸 보고 정말로 좋아한답니다. 라고 강조하신 부분, 처음 봤을 땐 그냥 웃었는데, 진짜 그 순간에 어른입장이 된다면 무척 난처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렇지만 비슷한 점이 있긴 해도, 다행히 그것만큼은 정말로 좋아하지 않아서... ^^:)

덧붙여, 오늘 알라딘 서재의 달인 페이지 보고 왔는데, 나인님도 계시더라구요.
서재의 달인 되신 거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자주 올게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hnine 2013-12-21 23:01   좋아요 0 | URL
오늘도 남편과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제 남편은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라고 믿는 편이어서 저 만큼 공감을 안하네요 ㅠㅠ 하루도 아이에 대해서 얘기 안하는 날이 없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머리에, 아니 가슴에 쏙쏙 들어와요.
알라딘 서재의 달인은 알라딘에서 그렇게 이름 붙여주시니 고맙긴 한데, 뭐가 '달인'이라는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엠블럼도 조용히 내렸는데 ^^ 그래도 축하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래동안 여기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 전 그것뿐이랍니다. 내일도 춥다던데 서니데이님도 잘 보내세요. 전 오랜만에 친구만나러 서울가요~

2013-12-24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25 00:34   좋아요 0 | URL
네, 이제 크리스마스날이 되었네요. 날은 아직 안밝았지만요.
올 한해 차근차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해 그렇지만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으니까요.
늘 따뜻한 댓글, 고맙습니다.

무지개모모 2013-12-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덕분에 달인 엠블럼 내릴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고 좋아하며 정보 수정했는데
체크 풀었는데도 이상하게 안 내려가네요ㅠㅠ

hnine 2013-12-25 00:34   좋아요 0 | URL
혹시 체크 풀고나서 저장 버튼 안누른거 아닌가요?

순오기 2013-12-2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남자는 아이들이든 어른이든 다른 별에서 온 게 맞는 듯해요.^^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hnine 2013-12-25 06: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딸, 아들 다 키워보셨으니 이런 책 쓸만한 노우하우가 머리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으시겠어요 ^^
기쁜 소식 안겨준 자녀들과 함께 포근한 성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nama 2013-12-2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인 엠블럼...웃기는 장난이지요. 잘 내리셨어요.
그것보다 저 위의 그림, 참 좋습니다. 분명하고 투명한 앞부분보다 왼쪽 뒷부분의 뭉친 듯한 부분에 자꾸 눈길이 갑니다. 어떤 먼 지역을 떠도는 듯한 기분에 젖어들어요.

hnine 2013-12-25 17:52   좋아요 0 | URL
서재 지붕 그림은 세잔느의 그림인데 제목은 모르겠어요. 전 그냥 전체적인 구도와 밑그림 드러나는 색채만 봤었는데 nama님 말씀에 왼쪽 뒷부분을 자세히 보았네요. 갑자기 그림 제목을 찾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습니다 ^^
 
친절한 생물학 -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에 생물학이 대답합니다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이규원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짧은 문답식으로 엮었지만 훌륭한 책들도 많다. 그 중 개인적으로 제일 추천하는 책은 하리하라 시리즈.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이고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문적인 핵심을 얼마나 쉽게 설명할 수 있는지 모범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후쿠오카 신이치가 이전에 쓴 <생물과 무생물 사이>와 <모자란 남자들>을 감탄하며 읽었다. 이번에 나온 <친절한 생물학>은 책의 구성이 앞의 두권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저자에 대한 기대감때문에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평소에 생길 수 있는 의문중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을 <AERA>라는 주간지에 '돌리틀 선생의 우울'이라는 연재칼럼으로 써올린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돌리틀 선생은 저자가 어릴 때 읽고서 동경해오는 인물 이름이고 생물학자가 되기로 하는데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연재칼럼도 그렇게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마흔 아홉가지의 짧은 문답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표지에 있는대로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인지 한번 둘러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안그럴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Q1이라고 붙은 첫글 제목은 제목치고 긴데, '남자 친구를 처음으로 집에 초대했는데 바퀴벌레가 나타나네요. 바퀴벌레들은 멸종돼버렸으면 좋겠어요. 이거, 잘못된 생각일까요?' 이다. 생물의 다양성과 동적 평형에 대한 이야기인데 만약 제목을 그렇게 붙였으면 아마도 읽어보려는 마음이 싹 달아날지도 모른다. 주제어보다는 어떤 일상속의 상황을 차라리 제목으로 삼아 읽는 사람의 흥미를 돋군다는 의도이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시작은 그렇게 했어도 읽은 후엔 이것이 무엇을 얘기하려고 했다는 것이 전달되어야 한다.

피부를 매끈하게 하기 위해 콜라겐 성분이 풍부한 돼지 껍질을 많이 먹는 것은 도움이 될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인데 이것에 대한 글의 제목은 '자라탕을 먹고 나니 피부가 매끈매끈해진 기분입니다. 콜라겐은 정말 미용에 좋은가 봐요.'이다. 자라탕이 좀더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요리였다면 더 흥미를 끌었을텐데 일본에서는 자라탕을 많이 먹나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버섯이 채소인가? 비슷한 질문을 나도 한적 있다. 밥상에 버섯 반찬이 있는 것을 보고 함께 밥을 먹고 있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버섯이 식물일까 라고 물어본 것이다. 답은, 버섯은 식물이 아니다. 사실 버섯이 식물이 아니라는것 보다는 왜 식물이 아니라고 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아내가 딸을 너무 떠받듭니다. 자식을 과보호하며 키우고 싶지 않군요.' 이 제목을 보면 이것이 생물학과 무슨 상관일까 싶은데 읽어보니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글루티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 몸의 기관중 여과 기능을 하는 신장. 그 신장이 필터나 활성탄 같은 것으로 물을 여과하는 정수기와 다른점은? 정수기는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거름망이 막히기 때문에 거름망을 정기적으로 교체해 줘야 하지만 우리 몸의 신장은 이런 교환이 필요 없다. 혈액이 통과하면서 걸러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두 통과시켜버린 후 필요한 것은 다시 재흡수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억 년쯤 전에 생명의 진화에 아주 커다란 도약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 인간도 존재하게 되었죠. 생명의 다세포화가 그것입니다. 그때까지 단세포 생물은 분열하면 두 개로 갈라져 '안녕'하며 각자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분열해도 서로 붙어 있는 쪽을 선택한 것입니다. 세포는 증식함에 따라 2,4,8,16,32로 수가 불어납니다. 그대로 붙어 있기만 해서는 단세포 생물이 군체를 형성한 것에 불과합니다. 다세포 생물에서는 여기에서 세포의 '분화'가 일어났습니다. 즉 전문화 분업입니다. 현재 우리 몸은 이런 분화에 의해 피부 세포, 소화관 세포, 근육 세포, 내장 세포라는 식으로 각 세포가 역할을 분담합니다. 이렇게 역할을 잘 분담할 수 있는 것은 세포들이 원활하게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76-177쪽)

세포 분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문화'와 '분업'이라고. 기억해놓았다가 인용해야겠다. 세포들의 대화라는 말은 또 얼마나 적절하고도 마음에 와닿는 표현인지.

 

겉표지의 문구처럼 '생물학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면 동의하겠다.

재미있는 주제들을 선정하여 문답식으로 구성한 것은 좋았으나 흥미를 끌도록 붙인 제목만큼 그 속에 담긴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마무리 짓기에는 글이 너무 짧았던 것일 수도 있고, 배경 설명에 많이 할애하느라 촛점이 흐려지기 쉬운 탓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래서 별점을 넷만 준 이유이다.

 

 

나비들은 금욕적이다 싶을 만큼 식초를 한정합니다. 이렇게 한정된 자우너을 분배함으로써 지구 환경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니치'입니다. 이 말의 참된 의미는 서로 영역을 나눠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에릭 칼의 그림책 <배고픈 애벌레>처럼 뭐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에릭 칼이 벌레를 잘 몰랐거나 인간을 희화한 것이겠지요.

인간만이 공유가 아니라 독점을 추구합니다. (227쪽)

 

마지막 문장이 여운을 남긴다.

생물학은, 감동적인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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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3-12-25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덕분에 과학상식도 늘려가고 있어요,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 그렇군요!^^
님이 추천하신 책을 몇 권 장만했는데~ 아직 등록을 못해서 서가에 꽂지도 못했네요.
날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짬이 안나서... 이번 목요일이면 모든 프로그램이 끝납니다.
그래도 새해가 돼야 등록작업을 할 수 있고, 1.2월은 프로그램에 매이지 않아도 되니까 책 읽을 수 있겠지요.^^

hnine 2013-12-25 06:46   좋아요 0 | URL
이정도 과학 상식책을 쓸 수 있으면서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를 인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도 있는 남자 어른이란 멋있지요~ ^^
늘 바쁘게 사시는 순오기님, 취업서류 내신 곳에서도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설처럼 - 우리시대의 지성 5-016 (구) 문지 스펙트럼 16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를 이런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 다 있을거라 생각된다. 내 경우엔 두가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과 어릴 때 어디든 여행을 많이 해보게 하자는 것이었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해서 내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사준 것도 아니다. 내가 읽을 책도 필요하고 또 아이 데리고 먼데 갈만큼 부지런하지도 못하여 아이 데리고 도서관에 자주 갔다. 나는 내 책을 고르고 아이는 자기 읽고 싶은 책을 맘껏 뽑아 읽도록 했다. 아이가 무슨 책을 골라 읽는지 흘끔 넘겨 보고 나도 아는 책이면 책 내용에 대해 아이와 얘기도 나누고, 그 일은 아이가 열 세살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한 일은 거기까지가 전부이고 한번도 독후감을 써보라고 해본 적이 없다.지금 아이들의 엄청난 독서량에 못미쳐서 그랬는지 어릴 때 난 한권 읽으면 반드시 독후감 노트에 기록을 하여야 했는데 책 한권 읽고 나면 숙제가 하나씩 늘어나는게 싫었었다. 독후감을 써서 좋은 점은 잘 알고 있는데도 빨리 다음 책 읽고 싶은데 그거 쓰느라 머리를 써야하는게 귀찮았고 어떤 때는 독후감을 쓰는 동안 책 읽은 후의 그 생생한 감동이 한풀 꺾이기도 했다. 만약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께서 숙제로 내주시면 해야겠지만 내가 집에서 따로 독후감 쓰도록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 학교에서도 지금까지 독후감 쓰라는 숙제를 내주지 않는다. 대신 책 읽고 난 후 그 내용에 대한 퀴즈를 풀게 하는데 퀴즈를 푸는 동안 책 내용이 한번 정리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책을 읽은 후 지금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의 필요성을 안다는 것이고, 그것이 그리 귀찮거나 싫지 않다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해도 그럴까?

이 책의 제목만 보면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수도 있는데 제목을 풀어서 얘기하자면 소설은 그냥 소설로 읽게 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 책으로 <까모와 나>, <늑대의 눈> 등의 어린이책으로 우리 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다니엘 페낙이다. 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의 책 읽기 교육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는데  책의 첫장에 다음과 같은 말에 저자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부디 이 책을 강압적인 교육의 방편으로 삼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교육자'를 자처하지만, 실은 우리는 아이에게 성마르게 빚 독촉을 해대는 '고리대금업자'와 다를 바가 없다. 말하자면 얄팍한 '지식'을 밑천 삼아, 서푼어치의 '지식'을 꿔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격이다. (61쪽)

 

우리는 다그치고 또 다그친다. 맙소사, 불과 열댓 줄 남짓한 글의 내용을 내 아이가 이해하지 못한다니! 도저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무슨 바닷물을 통째로 삼키라는 건가, 읽어봤자 기껏 열댓 줄일 뿐인데. 이야기꾼이었던 우리는 이제 몇 줄, 몇 장까지도 꼬장꼬장 챙기는 회계 감사원이 되어버렸다.

"좋아! 그렇다면 이제 텔레비전 볼 생각일랑 아예 하지도 마!"

그렇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텔레비전이 보상이라는 지위로 격상됨에 따라, 당연히 독서가 억지로 해야 할 고역으로 전락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에게서 나온 우리 스스로의 발상이었다는 사실을. (65쪽)

 

어른들은 읽기를 익히게 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그럴듯한 공부방을 꾸며주고, 독서 카드 만들고, 출판사를 무색케 할 만큼 온갖 전집류로 도배를 한다.

조급하게 얻으려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곧 가장 확실하고 빠르게 얻는 길이다. (67쪽)

이 모든 것이 다 아이를 위해서 그런거라는 말은 제일 하기 쉬운 변명이다. 그게 아이를 위한 것일까,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는지.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과 바쁜데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저자는 책 읽는 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나 연애하는 시간처럼 말이다). 대체 어디에서 훔쳐낸단 말인가? 굳이 말하자면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의 시간들에서이다.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시간이 그렇듯, 삶의 시간을 확장시킨다.

만약 사랑도 하루 계획표대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 사랑에 빠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들 사랑할 시간이 나겠는가? 그런데도 사랑에 빠진 사람이 사랑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독서란 효율적인 시간 운용이라는 사회적 차원과는 거리가 멀다. 독서도 사랑이 그렇듯 그저 존재하는 방식인 것이다. (161쪽)

알만한 사람은 공감할 구절이다.

 

아이들이 자연스레 책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다.

읽고 또 읽어주면서, 아이들의 눈이 열리고 아이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차리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163쪽)

청소년들에게 서로 책에 대해 이야기 할 시간을 갖게하는 것도 좋은 일이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유익할 수 있는 과정이긴하나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토론, 혹은 이야기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작품이다. 또한 독서를 하면서 가장 먼저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아이에게 따로 독서지도라는 것을 해오지 않은 것에 대한 구실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그 충분한 변명거리를 이 책에서 찾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책읽기에 대한 그 어떠한 효율적인 방법도 책읽기에 대한 흥미를 앞지르게 하면 안될거라는 것, 그것은 대부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이제, 이 책과 반대 입장에서 쓴 책도 한번 찾아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한쪽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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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12-1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즐겁게 읽는 아이한테
이제 어느 만큼 나이가 되었으니
한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네가 읽은 책에서 꼭 한 줄만 뽑아서
종이에 정갈한 글씨로 옮겨 적은 뒤에
벽에다 붙여 보렴." 하고요.

또는, "책에서 한 줄만 뽑아서 어머니한테 읽어 주렴." 하고
이야기해 볼 수도 있겠지요~

hnine 2013-12-18 16:09   좋아요 0 | URL
그런 말 안해도 대개 아이가 먼저 조잘조잘 얘기를 하더군요. 전 그럴때 그냥 열심히 들어줘요.

서니데이 2013-12-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과 다른 생각을 가진 책을 읽게 되면, 그 때도 페이퍼 써주세요. ^^

hnine 2013-12-19 00:25   좋아요 0 | URL
네, 그러겠습니다. 읽은 책인 일단 다 리뷰를 쓰니까요.
오늘도 역시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13-12-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습관이네요. 일단 읽으면 리뷰를 쓴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더라고요. 어떤 책에선 몇 개의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를 얻는가 하면
어떤 책은 소재도 얻지 못할 뿐더러 리뷰조차 쓸 수가 없는 거예요. 물론 제 능력 부족이겠지만요.ㅋ
저도 이 책 내용에 동감합니다. 우선 책이 재밌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게 가장 중요할 듯해요.
그러면 교육의 반 이상은 된 게 아닐까요.

hnine 2013-12-19 12:25   좋아요 0 | URL
읽은 책은 일단 다 리뷰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리뷰를 별로 정성들여 쓰지 않기 때문일거예요. 대부분 빌려 읽고 반납해야하는 책들이었기 때문에 반납하기 전에 어딘가에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이지요. 그런데 그게 습관이 되었네요. pek 님을 비롯해서 정말 리뷰 잘 쓰시는 분들의 글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냥 저 나름의 방법이어요 ^^

sangmee 2013-12-1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다른것 보다
외국도 비슷하다는게 더 신기하다.
너 예전에 쓰던 일기 묶음은 어떻고....

hnine 2013-12-19 22:54   좋아요 0 | URL
내 일기 묶음을 기억하는구나.
난 내가 싫었던것에 대해선 철저하게 아이에게 반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수퍼남매맘 2013-12-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아서 두 번 정독하고 있는데 님 서재에 올라와 있어서 반갑네요.
부모라면 꼭 읽어보라고 강추하고 싶은 책이에요.

hnine 2013-12-25 00:35   좋아요 0 | URL
이책 수퍼남매님 덕분에 알고 읽게 된 책이랍니다. 말씀대로 기회되면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더군요.
좋은 책 알게 해주셔서 제가 감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