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과연 글을 못 쓰는 것은 겁이 많아서일까?
어제 남편이 다음 달부터 지역에서 발간하는 조그만 잡지에 남편 전공과 관련된 글을 한 꼭지씩 써주기로 했다면서 나보고 쓰란다. 농담으로 하는 말인지는 알지만 이유를 물었더니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단다. '아무거나 쓰면 되잖아.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는 글이니 쉽게 쉽게.' 그랬더니 그게 더 어렵다고 한다. 아무래도 논문 쓰듯이 쓸 것 같다면서. 논문 쓰듯이 쓰면 어떠냐,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치면 되지. 이거 가리고 저거 가리니까 쓸게 없는 거 아니겠냐면서 주제 넘는 참견을 했다.
어떤 경우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딘가 끄적거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는데 그건 아마 아무런 제약이 없고 누가 읽을 거란 단서가 없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글이란 신변잡기의 글보다는 만들어내는 이야기, 즉 '소설'을 주로 말하고 있다. 글의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흉내내는 글은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떤 사람의 문체가 마음에 들어 필사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필사이고, 나만의 글을 쓸 때는 누구의 글, 그 시대에 유행하는 문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주제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보다는 우선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글,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 그런 소재를 가지고 써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리히 케스트너의 <에밀과 탐정들>을 예로 들면서 당신은 당신의 <에밀과 탐정들>을 쓰라고 한다. 여기서 <에밀과 탐정들>이란 나만이 쓸 수 있는,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그런 소설을 말한다. 어느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누군가 나 대신에 얼마든지 써줄 수 있는 그런 소설, 만드시 나이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그런 소설을 쓰지 말라고 한다. 동감, 동감!
언젠가 동화를 쓰는 임 정진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읽은 글이 생각난다. 글은 성격대로 쓴다는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나타내지 않으려고 해도 성향이 발랄한 사람은 그런 글을 쓰고 반대로 우울한 성향의 사람은 아무리 발랄하고 통통 튀는 글을 쓰려고 해도 우울한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같은 색깔의 글을 쓰겠는가. 밝고 희망적인 내용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라앉은 분위기, 우울한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들의 개성에 자기를 맞추려 하지 말고 차라리 자기의 색깔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변화를 모색해보는 것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 상자라고 말하는 저자의 경력을 보니 별로 평탄하다고 할 수 없는 세월을 보낸 듯 하다. 학생 운동으로 구금되었다 나온 후 실어증에 빠지기도 했고 발표한 첫소설의 혹평을 딛고 일어나기 위한 노력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는 현재 일본 문단의 질투를 한몸에 받고 있는 독특한 문체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첫 행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하며 그가 다음의 두 문장을 제시한다.

"생일 축하한다!" 나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는 외투 호주머니에서 한 권의 책을 꺼내 내게 건넸다.

 흐흠. 이 문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그 책은 내가 평소에 가지고 싶어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이렇게 평범하게 쓰고 싶지 않다면
'선물이라고 하기엔 다 낡아빠진, 거의 너덜너덜해진 공책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는 어떨까.
'책인줄 알고 받아든 그것은 책 모양의 작은 나무 상자였다.' 는?
'그것은 잃어버린 줄 알고 내가 그토록 찾고 있던 엄마의 일기장이었다.'
첫 행만 누가 시작해주어도 이어가기는 훨씬 덜 어려워지는데 말이다.
저자가 팁으로 제시한 몇가지 사항을 적으며 마치자.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를 충분히, 마음껏, 실컷 즐긴다.
-전혀 관계없는 것을 생각한다.
-정말로 알고 있는 것, 그것부터 시작한다.
-이야기는 쓰는 것이 아니다. 붙잡는 것이다.
-철저히 생각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생각한다.
-이야기는 다양한 곳에서 돌연 태어난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라. 다만, 아주 조금 즐거운 거짓말을 넣어서.

함께 어린이책 공부를 하고 있는 분의 권유로 읽게 된,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 책 치고는 꽤 유쾌하게 읽어내려간 책이었다.
전혀 관계없는 것을 생각하라는 저자의 팁이 여운을 남긴다. 작가들의 머리 속이 평소에 어떤 상태일지 그려져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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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3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1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3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10-01 00:01   좋아요 0 | URL
이 책 자체도 꽤 특이한 문체로 쓰여져 있어요. 한번 읽어보실만 해요.

비로그인 2011-10-0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만이 쓸 수 있는 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쓰다 보면 너무 내 얘기만 한 것 같고, 또 어떻게 보면 남들 의식하는 하찮은 재주부리기에 불과한 것 같고... 자기 마음을 온전히 글에 투영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ㅠㅠ 흠.. 좀 더 내공이 쌓여야 할까봐요.

hnine 2011-10-01 08:1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누구에게든 공개되는 글은 더 그렇고요. 그런데 그 내공도 글을 자꾸 쓰면서 쌓아가는 것 같아요. 저의 글쓰기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되네요.

2011-10-01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1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1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01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1-10-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이야기를 쓴다면, 조금이든 많게든 거짓말을 넣지 않아도 재미나면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hnine 2011-10-01 12:37   좋아요 0 | URL
논픽션 글이 아니라 아마 소설을 지어내는 데 있어서 주는 조언들이라고 생각되어요.

같은하늘 2011-10-0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모르고 알라딘서재에서 놀다보니 글을 맛깔나게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 부러워 했더랬죠.
<글 못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교실>이라는 부재가 눈에 띄어서요.
제 능력 밖의 일인지라 전 그냥 잘 쓰여진 글들을 보며 즐거워 하기로 했어요.^^

hnine 2011-10-01 20:24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너무 겁없이 아무 글이나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어요.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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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여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이니 그 얼마나 복잡한 심리가 얽히고 섥혀 있으랴. 꼭 부모 자식 간이 아니어도 말이다. 딸에게 엄마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자기의 미래를 계획하는데 더 없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수지 모건스턴과 그녀의 딸 알리야 모건스턴이 '알콩달콩'이라고 하기엔 좀 치열한 갈등으로, 어쩌면 그 갈등이라는 힘으로 하루 하루를 밀어 진행시키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선 수지 모건스턴의 서문을 읽어보면 책의 느낌이 금방 그려진다.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의 일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하고 있다. 말하자면, 들볶고 조바심치고 불안해하고 기를 꺾어놓고 기운을 돋우어주고 잔소리하고 상처 입히고 부려먹고 가슴뿌듯해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한마디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엄마와 딸이라는 한 쌍을 이루는 각각의 짝들은 그럭저럭 살아남는다 .......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엄마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늘 그런 식이다... 엄마들도 그리고 딸들도.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5쪽 저자 서문)

 딸들은 자라면서 되도록 엄마의 울타리와 간섭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엄마는 자기가 겪은 불합리와 실수를 내 딸이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은 필사의 노력으로 더 간섭하게 된다. 하지만 딸들은 자기의 의견을 그저 들어주고 동의해주는 것 이외의 엄마의 어떤 관여도 원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나.

"잘 지냈어?" 눈 딱 감고 해본 인사.
"그렇지 뭐!" 대화의 끝.
"오늘 학교에 별일 없었니?"
"만날 그렇지 뭐." 퉁명스럽게 내뱉는 딸아이.
"뭐 새로운 일도 없구?" 노력하는 나.
"없어!" 딸아이의 신경질적인 반응. 결정타. (29쪽)

 어릴 때는 조금이라도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획득하기 위하여 의식적, 무의식적 노력을 하던 딸아이. 이제 그 아이가 커가면 반대로 엄마가 더 딸과 가까와지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대와 다를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핏줄이란 무서운 것. 그리고 비논리적인 것. 결국은 이렇게 맺을 수 밖에 없는 것. 

그래, 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널 위해, 날 위해 연주하렴.
뭐든지 연주해봐.
사랑을, 네 생각을
힘차게, 떠오르는 대로
미운 것 싫은 것 모두 내던져버리고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너의 기쁨을 위해
네가 원하는 대로
그래, 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143쪽)

 
수지 모건스턴의 색다른 면을 읽는 재미가 괜찮다. 저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역자 (최 윤정)의 에피소드 식 후기도 인상적이다. 아마도 수지 모건스턴은 우리가 그녀의 글에서 짐작하는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재치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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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0-0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이가 너무 힘들고 팍팍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딸아이하고 조금 더 따사로이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구나 싶어요.

수지 모건스턴 님은
당신이 살아가는 테두리만큼
꾸밈없이 글을 쓰기는 하지만,
언제나 이 테두리에서 머물 뿐,
스스로 당신 삶을 아름다이 열어젖히는
따사로운 길로 나아가지는 못한다고 느껴요.

hnine 2016-03-23 12:37   좋아요 0 | URL
예,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제가 보기에도 무척 바쁜 한 시절을 보냈겠다 싶더라고요. 저 딸이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안정된 직장도 잡고 아이도 낳아서 수지 모건스턴은 할머니란 타이틀도 하나 더 생겼다네요 ^^
 

 

 

유전자 재조합 

 

 

조증 유전자를 넣어주세요.
전 아마도 선천적으로 그 유전자에 
부분적 결실이 일어났는가봐요.
가능하다고요?
좋아요.
다른 유전자까지 같이 들어오지 않게
말끔하게
조증 유전자만 넣어주셔야해요
서약서에 서명하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여기 주의 사항이라고 깨알만하게 적혀있는
이 말 말이어요
이 유전자가 들어가고 나면
울증에서 벗어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울증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고요?
하필 조증 유전자 삽입 위치가
정서 공감 유전자 중의 하나를 비집고 들어가야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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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2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하필 그 위치인거죠? ㅠ_ㅠ
둘 다 사이좋게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유전자 조합을 하기보다는 그대로 두는게 낫겠어요 ( '')~

hnine 2011-09-27 20:51   좋아요 0 | URL
똑같진 않아도 곧 저런 시대가 올거라고 예상하고 써봤어요.
유토피아가 될지, 케이오스가 될지, 지금은 예측만 난무하지만 실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예측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는게 아이러니 아닐까 해요.
만약 신이 있다면 저런 함정을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하는...그런 생각을 했지요.

비로그인 2011-09-27 21:59   좋아요 0 | URL
아, 직접 쓰신 거에요? 저는 어디 시집에서 옮겨온 건 줄 알았어요 ㅎㅎ

hnine 2011-09-28 16:37   좋아요 0 | URL
따로 저자 이름을 안 쓴 저런 글들은 다 hnine이라는 사람의 졸작입니다 ^^

bookJourney 2011-09-27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만이 쓰실 수 있는 시에요~! ^^
정서 공감 유전자가 없이 조증 유전자만 있으면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쵸?

hnine 2011-09-28 16:36   좋아요 0 | URL
저는 비유적으로 썼지만 저런 종류의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잡념이 많은 저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일지도 ^^

세실 2011-09-2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울 옆지기가 절 이기적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요......조울증도 비슷할듯.
한때 울증을 이해하지 못한적도 있었거든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좋겠지요.

hnine 2011-09-28 16:38   좋아요 0 | URL
울증을 이해못하신다는 말씀에는 저는 갸우뚱인걸요?
제가 가끔 울적해서 올린 글에 세실님의 따뜻한 위로가 많이 힘이 되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세실 2011-09-29 00:36   좋아요 0 | URL
제가 초긍정이었거든요. 한때.....ㅎㅎ

hnine 2011-09-29 14:32   좋아요 0 | URL
초긍정! 와, 그 기운을 저에게도 조금만...^^

하늘바람 2011-09-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증과 울증이 하루에도 수시로 오가는 전 ^^

hnine 2011-09-28 16:39   좋아요 0 | URL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거예요.

차좋아 2011-09-29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맘에 들어요 무척 맘에 드는 글에에요. 아쉽지만 그런 조증유전자는 사양할 밖에요.
세상에 공짜는 없군요.ㅎ

hnine 2011-09-29 14:26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마음에 드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직접적인 비유를 했지만 실제로도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를 저는 종종 보거든요.
울증, 조증 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우리가 한 일이고 저런 생각을 하는 것도 우리 인간들이 하는 일이고요.
실제로 조증유전자를 후천적으로 삽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저 역시 그대신 무엇이 달라지나 살펴볼 것 같아요. 말씀하신대로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꿈꾸는섬 2011-09-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섬뜩한 시에요.
조증유전자로 인해 다른 사람의 울증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정말 그럴 거란 생각을 하니 섬뜩해요. 그래서 잘 쓴 시라고 생각해요.

hnine 2011-10-01 00:03   좋아요 0 | URL
섬뜩하지요. 미래 시대에도 과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는 것때문에 자신의 조증유전자를 포기할까요? 저는 자꾸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같은하늘 2011-10-0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얻는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거지요?
어느것이 나를 위한 것인지 선택은 스스로...

hnine 2011-10-01 20:26   좋아요 0 | URL
그 선택이라는 것이 늘 쉽지많은 않지요. 더구나 다 비슷비슷하게 중요한 것 중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면.
 

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 빌려온 책들이다. 
오늘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루 종일 축구하러 나가 있는 관계로 네권의 책을 휘리릭 다 읽어삼켰다, 방에서 마루로 부엌에서 집 밖 공원 의자에 앉아.  

 

<친구가 필요해> 글 박 정애 그림 김 진화 

평범한 제목의 이 책을 얼른 빼어보게 된 것은 박 정애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서이다. 원래 성인 소설을 쓰던 작가이고 <환절기>라는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사진 배경에 인물은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표현한 삽화가 독특하다.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인 3학년 여자 아이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인데 이 아이의 이모의 조언 속에는 결국 친구를 사귀는데 외모도 무시 못한다는 의미가 있었긴 하지만 어쨌든 친구 사귀는 법 제 1조는 자신감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제목만큼 평범한 내용이다. 

 

 

 

<뚱보면 어때, 난 나야> 글 이 미애 그림 최 철민 

외모 컴플렉스는 아이나 어른이나 벗어나기 힘든 주제이다. 지난 번에 '코끼리를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한 꼭지 써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뚱보 주인공은 가족이 모두 비만. 엄마는 온 가족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추진해나가고 못마땅하기만 하던 주인공 동빈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비만 특별반에 편성되고 나서 살을 빼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제목을 보면 뚱보인 채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뜻 같지만 실제 내용은 뚱보에서 벗어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것이다.
많이 다뤄지는 주제의 이야기로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저자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꿈을 펼쳐 나가는 아이의 얘기를 쓴 <꿈을 찾아 한걸음씩> 의 작가이기도 하다. 

 

<신통방통 왕집중> 전 경남 글 김 용연 그림 

지난 주에 전 경남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 음악을 전공했으나 방송 작가와 카피 라이터를 거쳐 제4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참신하다.
이 책에 실린 네편의 이야기가 모두 독특하고 밝고 재미있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어린이날에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5월 5일>, 고양이 동네에 초대받아가는 이야기 <뒤로 걸은 날>,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쥐를 본 아이가 쥐를 안스러워 하는 마음을 그린 <살려 줘, 제발!>은 쪽지라는 장치가 글을 살리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통방통 왕집중>은 과연 무슨 뜻일까? 바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인공 아이의 엄마가 구입한 약 이름이다. 아이는 그것을 알고 엄마가 먹는 비타민 약과 바꿔치기를 하는데. 기발한 생각이기도 하고 등장하는 약 이름을 어찌나 재미있게 지어놓았던지, 작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다운 생각과 행동이 잘 살아 있었고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지,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과 다르게 대응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잘 살아 있었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살아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선된 아이> 푸른책들 제1회 올해의 작가상 동화집  

모두 일곱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린이책이라고는 하지만 꽤 진지한 내용들이라서 읽는 아이들이 잘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독창적인 소재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볼 수 있는 두꺼비가 어느 날 단체로 학교에 와서 선생님이 되어 교단에 선다. 평범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만들어내지 못할 이야기.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슴을 알싸하게 건드리는 이야기. 마지막 장면의 삽화가 예쁘기도 하고 조금있으면 보게 될 풍경이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놓았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 눈에 보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아이와 노인을 함께 등장시키기 좋아하는 이용포 작가의 작품. 작가의 다른 작품인 <느티는 아프다>가 내가 읽은 것중 아직은 최고.
며칠 전에 읽은 정은숙 작가의 작품을 여기서 또 만난다.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조용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에는 도서관에 사는 도깨비가 등장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이와 쉽게 친해진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진은주라는 작가의 이름은 <천타의 비밀>이란 작품으로 여기서 처음 만나는데 발달장애를 가져서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지내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일곱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다 다른 색깔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지. 이런 모음집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곧 이렇게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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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2012-08-2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nine 2012-08-31 08:26   좋아요 0 | URL
저자 분 중 한분이신가봐요.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
 

어제 새벽에 순오기님 서재에서 김 환영 시인 (원래는 화가)의 재미있는 시를 읽었다.
조금 있다가 아침 먹을 때 다린이에게도 들려줘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만 깜빡 잊고는 또 잊어버릴까봐 다린이가 학교 간 후에 아이에게 이메일로 보내놓았다.

   
  다린아 , 

오늘 아침 먹으면서 엄마가 말해주려고 하던 것을 깜빡 잊었어. 새벽에 읽은 짧은 시인데 재미있어서 다린이에게도 말해주려고 했었는데.
 
메일로 보낸다 또 잊어버릴까봐~  
 
   



악어 지퍼   


내 바지엔
악어가 산다 

고추를 한 번 물면
안 놔준다.

 
 

 

 

그랬더니 아이가 읽고 답장을 보냈다. 맞춤법 틀린 것 까지 그대로 옮겨본다.

   
  엄마,
바지에 악어가 살아서 물면 진짜 아프갰어요. 지퍼에 껴도 아프갰고요. 내 바지에도 악어 살아요:'(:(:(:(:(:(    
 
   

이 시 때문에 몇번을 웃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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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1-09-24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밌는 시네요.
그 재미를 같이 느끼고 싶어 메일로 보내는 엄마 마음도 느껴지구요.^^

hnine 2011-09-24 12:47   좋아요 0 | URL
재미있죠? 저 혼자 낄낄거리기엔 아쉬웠나봐요 ^^

달사르 2011-09-2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린이가 '시'를 아는군요. ^^

원래 화가였던 사람이 이제는 시인이라..와..멋져요. 표지의 저 그림도 시인이 그린 거려나요. 꽃의 'ㄲ'이 정말 꽃처럼 보여요. ^^

hnine 2011-09-24 18:16   좋아요 0 | URL
아, 그렇네요. 깜장꽃이라는 제목의 'ㄲ' 이 정말 꽃모양이어요. 이 저자의 재치가 여기서도 드러나는군요 ^^
어린이책 삽화가로 일하다 보니 직접 어린이를 위한 시를 쓰게 되었나봐요.
다린이는 저 시의 뜻을 아는데 남편은 모르더군요. 진짜 악어를 말하는 줄 알았대요 ㅠㅠ

잘잘라 2011-09-2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어 지퍼,
잊지 못할 지퍼,
한 번 물면 안 놔주는 악어 지퍼,
어이쿠.. 증말 아프겠다..
한 번 듣고 외워버린 악어 지퍼.
재밌어요^^

hnine 2011-09-24 18:17   좋아요 0 | URL
재미있지요 그치요? ㅋㅋ
아이랑 깔깔 웃었어요.

하늘바람 2011-09-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귀여워서 꺠물어주고 싶네요
동시를 메일로 보내주는 엄마
참 멋져요

hnine 2011-09-25 05:24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것은 누구와 나누어야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

비로그인 2011-09-25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남자만이 아는 고통^^ 이 아닐까요? ㅎ

풉. 어릴적에 맵다고 울던 기억이 나서, 좀 웃고 갑니다.

hnine 2011-09-26 05:12   좋아요 0 | URL
ㅋㅋ...

다락방 2011-09-2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쩌면 좋아요. 저도 웃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이 시를 보내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생각나는 사람은 없네요. :(

hnine 2011-09-26 16:54   좋아요 0 | URL
낄낄...웃으세요 웃어요~ ^^
그런데 누군가에게 보내시려면 잘 생각해보고 보내셔야해요 ^^

같은하늘 2011-10-01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우리아이는 이메일을 사용안하니 핸드폰에 문자로 보내볼까요?

hnine 2011-10-01 20:26   좋아요 0 | URL
반응이 궁금하시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