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지음, 최윤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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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여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이니 그 얼마나 복잡한 심리가 얽히고 섥혀 있으랴. 꼭 부모 자식 간이 아니어도 말이다. 딸에게 엄마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앞으로 자기의 미래를 계획하는데 더 없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수지 모건스턴과 그녀의 딸 알리야 모건스턴이 '알콩달콩'이라고 하기엔 좀 치열한 갈등으로, 어쩌면 그 갈등이라는 힘으로 하루 하루를 밀어 진행시키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선 수지 모건스턴의 서문을 읽어보면 책의 느낌이 금방 그려진다.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의 일을 지치지도 않고 계속하고 있다. 말하자면, 들볶고 조바심치고 불안해하고 기를 꺾어놓고 기운을 돋우어주고 잔소리하고 상처 입히고 부려먹고 가슴뿌듯해하고 실망하고 기대하고, 한마디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엄마와 딸이라는 한 쌍을 이루는 각각의 짝들은 그럭저럭 살아남는다 .......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엄마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랑이란 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늘 그런 식이다... 엄마들도 그리고 딸들도.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5쪽 저자 서문)

 딸들은 자라면서 되도록 엄마의 울타리와 간섭을 벗어나고 싶어하고, 엄마는 자기가 겪은 불합리와 실수를 내 딸이 또 겪게 하고 싶지 않은 필사의 노력으로 더 간섭하게 된다. 하지만 딸들은 자기의 의견을 그저 들어주고 동의해주는 것 이외의 엄마의 어떤 관여도 원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나.

"잘 지냈어?" 눈 딱 감고 해본 인사.
"그렇지 뭐!" 대화의 끝.
"오늘 학교에 별일 없었니?"
"만날 그렇지 뭐." 퉁명스럽게 내뱉는 딸아이.
"뭐 새로운 일도 없구?" 노력하는 나.
"없어!" 딸아이의 신경질적인 반응. 결정타. (29쪽)

 어릴 때는 조금이라도 엄마의 관심과 애정을 획득하기 위하여 의식적, 무의식적 노력을 하던 딸아이. 이제 그 아이가 커가면 반대로 엄마가 더 딸과 가까와지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대와 다를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핏줄이란 무서운 것. 그리고 비논리적인 것. 결국은 이렇게 맺을 수 밖에 없는 것. 

그래, 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널 위해, 날 위해 연주하렴.
뭐든지 연주해봐.
사랑을, 네 생각을
힘차게, 떠오르는 대로
미운 것 싫은 것 모두 내던져버리고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너의 기쁨을 위해
네가 원하는 대로
그래, 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143쪽)

 
수지 모건스턴의 색다른 면을 읽는 재미가 괜찮다. 저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역자 (최 윤정)의 에피소드 식 후기도 인상적이다. 아마도 수지 모건스턴은 우리가 그녀의 글에서 짐작하는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유쾌하고 따뜻하고 재치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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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0-0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쓴이가 너무 힘들고 팍팍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딸아이하고 조금 더 따사로이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구나 싶어요.

수지 모건스턴 님은
당신이 살아가는 테두리만큼
꾸밈없이 글을 쓰기는 하지만,
언제나 이 테두리에서 머물 뿐,
스스로 당신 삶을 아름다이 열어젖히는
따사로운 길로 나아가지는 못한다고 느껴요.

hnine 2016-03-23 12:37   좋아요 0 | URL
예,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제가 보기에도 무척 바쁜 한 시절을 보냈겠다 싶더라고요. 저 딸이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안정된 직장도 잡고 아이도 낳아서 수지 모건스턴은 할머니란 타이틀도 하나 더 생겼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