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 빌려온 책들이다.
오늘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루 종일 축구하러 나가 있는 관계로 네권의 책을 휘리릭 다 읽어삼켰다, 방에서 마루로 부엌에서 집 밖 공원 의자에 앉아.

<친구가 필요해> 글 박 정애 그림 김 진화
평범한 제목의 이 책을 얼른 빼어보게 된 것은 박 정애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서이다. 원래 성인 소설을 쓰던 작가이고 <환절기>라는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사진 배경에 인물은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표현한 삽화가 독특하다.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인 3학년 여자 아이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인데 이 아이의 이모의 조언 속에는 결국 친구를 사귀는데 외모도 무시 못한다는 의미가 있었긴 하지만 어쨌든 친구 사귀는 법 제 1조는 자신감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제목만큼 평범한 내용이다.

<뚱보면 어때, 난 나야> 글 이 미애 그림 최 철민
외모 컴플렉스는 아이나 어른이나 벗어나기 힘든 주제이다. 지난 번에 '코끼리를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한 꼭지 써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뚱보 주인공은 가족이 모두 비만. 엄마는 온 가족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추진해나가고 못마땅하기만 하던 주인공 동빈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비만 특별반에 편성되고 나서 살을 빼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제목을 보면 뚱보인 채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뜻 같지만 실제 내용은 뚱보에서 벗어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것이다.
많이 다뤄지는 주제의 이야기로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저자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꿈을 펼쳐 나가는 아이의 얘기를 쓴 <꿈을 찾아 한걸음씩> 의 작가이기도 하다.

<신통방통 왕집중> 전 경남 글 김 용연 그림
지난 주에 전 경남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 음악을 전공했으나 방송 작가와 카피 라이터를 거쳐 제4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참신하다.
이 책에 실린 네편의 이야기가 모두 독특하고 밝고 재미있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어린이날에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5월 5일>, 고양이 동네에 초대받아가는 이야기 <뒤로 걸은 날>,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쥐를 본 아이가 쥐를 안스러워 하는 마음을 그린 <살려 줘, 제발!>은 쪽지라는 장치가 글을 살리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통방통 왕집중>은 과연 무슨 뜻일까? 바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인공 아이의 엄마가 구입한 약 이름이다. 아이는 그것을 알고 엄마가 먹는 비타민 약과 바꿔치기를 하는데. 기발한 생각이기도 하고 등장하는 약 이름을 어찌나 재미있게 지어놓았던지, 작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다운 생각과 행동이 잘 살아 있었고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지,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과 다르게 대응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잘 살아 있었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살아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선된 아이> 푸른책들 제1회 올해의 작가상 동화집
모두 일곱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린이책이라고는 하지만 꽤 진지한 내용들이라서 읽는 아이들이 잘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독창적인 소재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볼 수 있는 두꺼비가 어느 날 단체로 학교에 와서 선생님이 되어 교단에 선다. 평범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만들어내지 못할 이야기.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슴을 알싸하게 건드리는 이야기. 마지막 장면의 삽화가 예쁘기도 하고 조금있으면 보게 될 풍경이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놓았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 눈에 보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아이와 노인을 함께 등장시키기 좋아하는 이용포 작가의 작품. 작가의 다른 작품인 <느티는 아프다>가 내가 읽은 것중 아직은 최고.
며칠 전에 읽은 정은숙 작가의 작품을 여기서 또 만난다.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조용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에는 도서관에 사는 도깨비가 등장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이와 쉽게 친해진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진은주라는 작가의 이름은 <천타의 비밀>이란 작품으로 여기서 처음 만나는데 발달장애를 가져서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지내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일곱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다 다른 색깔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지. 이런 모음집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곧 이렇게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