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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말로 제목을 쓴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마음 또는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이라는 뜻의 소울 푸드라는 말이 소울메이트 등의 단어와 함께 어느새 우리에게 스며들어있었는지 모르겠다.
달달한 커피가 땡기는 날(사실 이것은 몸이 피로하여 에너지 공급이 급하게 필요할 때, 에너지 연료로서 탄수화물을 넣어달라는 몸의 신호이다), 비오는 날 생각나는 국물 요리나 부침개 (비오는 날은 으슬으슬 춥게 마련. 따뜻하고 기름진 것이 땡기게 되는 것), 다방 커피만 마시던 사람도 달디단 디저트를 먹을 땐 오히려 다방 커피보다 블랙 커피를 찾게 되고,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 의외로 신김치가 생각나는 것은 카레의 느끼함을 중화시키고 싶기 때문, 등등은 검증되지 않은 나의 생각이긴 하다.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고 제목 설명이 붙어 있지만 실제 레시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스물 한명이 자기에게 위로가 되는 음식 (술 포함)과 그에 얽힌 개인적인 얘기들을 짤막하게 풀어놓았다. 저자 중에 성석제, 김창완, 노익상, 강병인, 박찬일, 서유미, 이지민, 차유진, 황교익, 김어준, 박상, 백영옥, 이우일, 정박미경, 한창훈 은 알고 있는 사람, 그 외의 여섯 사람은 모르던 사람이다. 스물 한명 중 '술'을 소울푸드로 꼽은 사람이 둘 이상.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묶어놓다보니 읽는 데는 거의 막힘이 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막힐래야 막힐 곳이 없다. 특별히 눈길을 붙잡는 구절도 '없다'. 유감이다. 이런 구성의 책이 있었다는 것 외에 글쎄, 얼마나 오래 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읽는 동안 내 경우엔 무엇이 소울푸드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기회는 되었다. 너무 많이 떠오르다가 그 중 어느 것도 아닌 것도 같다가, 그래서 결국 한가지를 꼽는데는 실패했지만. 

비슷한 제목과 구성의 책은 앞으로도, 아니, 내가 모르고 있을 뿐 이미 나와있을지도 모르는데, 계속 나올 것이다. 삶의 허기를 채우는 음악, 노래, 그림, 여행지, 공간, 영화 등등.
내가 읽고 싶었던 에세이는 쓴 사람의 오래 숙성된 생각과 가치관이 들어가 있는 글, 경험이 녹아들어 있지만 경험 그것이 전부가 아닌 글, 공감을 불러 일으키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설득력 있게 쓰여진 글이라면 나의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그런 것이다.
그냥 재미로 한번 읽어볼만하지만 그리 권할 정도는 아닌 것은 이 책의 저자들 책임이라기 보다 이런 구성의 책이 가진 한계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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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2-0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래서 별 하나군요. 약간 충격!ㅋ
저는 아직 두 개 밖에 못 읽어서 잘 모르겠는데
깊이는 없을거란 생각은 했어요.
젤 앞에 백영옥의 글은 나름 나쁘지 않았는데...
그나마 그림이 좀 살린다는 생각은 했어요.
정말 나에게 맞는 소울푸드 찾기는 어렵겠죠?

hnine 2011-12-07 15:23   좋아요 0 | URL
백영옥의 글이 그래도 제일 나은 편이었어요.
그림이 그나마 살린다는 생각은 저도 했고요.
그런데 갈수록 이 책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더군요.
별 두개 했다가 가차없이 한개로 하향조정!
에세이도 좋은 것들 많은데 참...

이진 2011-12-0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차없이 별한개!
별한개의 평가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는데
오늘 처음 봅니다 ㅋㅋ
그렇게 실망스럽나요?
아직.. 두권다 처음만 읽고 놔뒀습니다 ㅠ

hnine 2011-12-08 05:35   좋아요 0 | URL
흔히 에세이를 읽기 쉬운 글, 쓰기 쉬운 글로 생각하는데 좋은 에세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울림과 생각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 쟝르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기대이기도 하고요. 그런 저의 기대를 가차없이 저버렸으므로 저도 가차없이 별 한개를 주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함께 온 성석제의 <칼과 황홀>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은 그래도 좀 낫군요.

비로그인 2011-12-0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잡문집]의 약점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하는 그런 책인가보네요.
저도 별점 하나가 반짝이는 평점에 순간 깜짝 놀랐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ㅎㅎ

hnine 2011-12-08 05:38   좋아요 0 | URL
제가 평소에 별점에 그리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서 제가 생각해도 별점 한개가 좀 놀랍기도 해요. 출판사의 기획하신 분이 보시면 언짢으시겠지만 이 책은 그냥 쓱 읽어넘기는 것 외에 별다른 소감을 주지 않네요. 이런 책이 계속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뜻으로다가 가혹한 별점을 주고 말았습니다.

프레이야 2011-12-07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하나! 나인님의 엄중한 별주기에 박수에요^^(그런 의미로 추천 ㅎㅎ)
술을 소울푸드로 말한 사람이 둘이군요.
정신의 허기를 채워주는 음식이란 의미의 소울푸드,
과연 제겐 어떤 게 그걸까, 잠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hnine 2011-12-08 05:41   좋아요 0 | URL
실제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술을 소울푸드로 생각하는 사람 숫자는 더 많을 것 같아요. 예전에 함께 일하시던 남자분이 있는데 일을 아주 열심히 하시는 분이었어요. 매일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을 하시다보면 지치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완전 지쳐서 집에 가지만 아내와 함께 마주 않자 소주 한잔씩 하며 이런 저런 얘기하면 다 풀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술 못 마시는 저는 부러웠어요.

파란놀 2011-12-0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밥
마음동무
마음이야기
......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될 텐데,
모두들 생각을 잃으니
마음을 살찌우는 밥 또한 잊는구나 싶어요...

hnine 2011-12-08 05:43   좋아요 0 | URL
아, 마음밥! 그말 좋아요.
그런데 `마음밥`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듣지 못할 수 있다는게 안타까워요.

2011-12-09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0 0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2-1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여러 사람을 모아 책 한 권 묶어내는 건 비일비재해서 식상하죠.ㅜㅜ
님은 책을 보면서, 나는 리뷰를 보면서 나의 소울 푸드와 우리 아이들의 소울 푸드는 무엇이 될까를 생각...^^

이사는 잘하시고 짐정리도 마무리 되셨는지요?
너무 늦은 안부인가...^^

hnine 2011-12-10 11:1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서재에 종종 소울푸드 얘기와 사진 올라오잖아요? ^^
이사 잘 마쳤고 짐 정리도 거의 마쳤어요. 짐의 반은 버린 것 같아요 ㅠㅠ
`버리지 않는 정리란 없다` 이번에 또 확인했답니다.
순오기님 대문 사진의 저 늘푸른도서관 모습만 봐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 잘 운영될 거예요. 보증수표 관장님이 계시니...^^
 

 

 

   
 

얼굴  


바탕색은 우울색
눈썹은 흩날리는 노염색
코는 고집스런 좌절색
입술은 굳어버린 꿈색으로
팔랑색 귀는 지나치게 크게 그렸나?
눈은 그냥 무색으로 남겨두고 


내 물감상자엔
어째 이런 색깔 물감만 들어있나
거울 앞에 서서
거울 속 얼굴을
그리고 있다

 
   

  

 

언제 내 얼굴이 이렇게 변했나
모르는 새 조금씩 굳어가고 있었나보다
주름이 슬픈게 아니라
허망해보이는 표정이 슬프다

    

좋은 시를 많이 읽고 싶은 겨울
눈은 오지 않지만
밤이 눈처럼 가만가만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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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2-05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하고 긴긴 겨우내
서로서로 좋은 시를 써서
함께 읽고 들으며
좋은 나날 누리시기를 빌어요~

hnine 2011-12-05 05:37   좋아요 0 | URL
긴 겨울의 시작이지요.
1층에서만 살다가 이번에 이사온 집은 4층이랍니다. 비가 오고 있는 느낌, 밤이 내리고 있는 느낌, 아침이 밝아오고 있는 느낌이 1층에서와 다르게 느껴져요.
시에는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아해요. 물론 잘 쓴 시의 경우이지만요.
오늘 하루도 좋은 날 만들수 있도록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습니다.
된장님도 따뜻하게 보내세요.

이진 2011-12-06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정말 멋져요..
제가 아는 시는 '타는 목마름'이나.. 그런 강렬한 시가 많아서
잔잔한 시를 읽고싶은데,
뭐 좋은거 없을까요 ㅎㅎ

hnine 2011-12-07 05:54   좋아요 0 | URL
음... 정현종, 나태주, 심보선, 김소연 시인의 시를 우선 추천드립니다.
 
<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건축하는 시인, 시 쓰는 건축가 함성호가 우리 시대의 옛집을 맨눈으로 들여다보고, 유동영 작가가 사진으로 담았다. 이 책은 이야기로 옛집의 문을 열고, 기어이 수백 년 묵은 마음의 빗장까지 풀고 마는 이제껏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하고 새로운 방식의 역사서이자 건축 기행서이다. 

 

 

  

 

 1978년 1월, 한국판 [CSI]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한국 법의학의 태두인 문국진 박사가 드라마틱한 법의학 에세이를 한 회사의 사보에 연재했던 것이다. 문국진 박사는 단지 법의학적 분석뿐만이 아니라 삶의 드라마까지 짚어주었다. 이 글들은 단행본 <새튼이>와 <지상아 1, 2>로 만들어졌다. <지상아와 새튼이>는 오랜 세월 동안 잊혀져왔던 한국의 법의학 드라마를 오늘날 다시금 살려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된 책이다.            

 

  

 

1979년부터 2010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엄선한 69편의 미수록 미발표 에세이. 작가 하루키가 들려주는 진지한 문학론에서부터 번역가 하루키 씨의 감각적인 번역론, 음악 애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깊이 있는 재즈론, 인생 선배 무라카미 아저씨가 들려주는 따뜻한 인생론, 책벌레 하루키가 귀띔하는 명쾌한 독서론, 그리고 막역한 지기지우 친구가 풀어놓는 내 친구 하루키 군에 이르기까지. 작가 하루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 책 소개는 알라딘 소개글에서 업어옴. - 

 

 

 

 

 

 

 

 

 

남지심. 오래전에 발표된 소설 <우담바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소설가이지만 내게는 그녀의 데뷔작품 <솔바람 물결소리> 그리고 청소년 TV 드라마 <고교생 일기>로 기억되는 작가. 그녀 나이가 벌써 고희를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낸 에세이집이라면 뭔가 읽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녀가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알게 된 책이다. 그녀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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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2-0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잡문집은 빠지지 않지요..
아, 저 지상아와 새튼이가 에세이였군요.
전 드라마라길래 소설인줄 알았는데.
사건현장이라니 사진도 있겠어요! 두근두근인걸요 ㅎㅎ

hnine 2011-12-04 05:21   좋아요 0 | URL
저 솔직히 눈에 확 들어오는 신간들이 없었어요. 제가 추천한 책들은 두달 연속 제외되는 것에 의욕을 좀 잃기도 했고요.
하루키의 잡문은 겨우 뽑힌 작품이랄까요? ^^
 

 

 

<내 동생, 여우> (문학동네, 2010) 김 옥  

눈 덮인 숲에서 여동생 연이를 잃은 연오의 이야기이다.
눈 오는 날 함께 걷고 있던 동생이 갑자기 숲으로 뛰어들어간다는 설정에 갸우뚱. 갑자기 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불러 일으키자? 어른이라면 그럼으로써 카타르시스가 되겠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무엇을 얻나?
너무 뻔한 얘기라서 재미도 떨어진다.

김 옥 작가의 다른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잃어버린 일기장> (창비, 2011) 전 성현 

2011년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전 성현 작가는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다.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나가는 구성이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오카다 준의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에서 만났던 적이 있으니 이 작품만의 독특한 구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형식의 장편을 구성하려면 특별히 치밀하고 꼼꼼해야 하는 것은 맞을 것이다.

6학년 준호는 몸이 아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오며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푸른 색 일기장을 벗삼아 지낸다. 우연히 이 일기장이 다른 아이의 눈에 띄게 되고, 그 일기장을 들춰 본 그 아이는 일기장 아래에 자기의 생각을 몇 줄 적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준호 자리에 돌려놓는다는 것이 엉뚱하게 또 다른 아이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아이 역시 준호의 일기를 읽은 후 뭔가 자기 생각을 남겨놓고 싶어진다. 그렇게 네 아이의 손을 거쳐 다시 준호의 손으로 돌아오는데 준호를 포함한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소제목 아래 각각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처음에 소개된 지우의 이야기, 세희의 이야기까지는 재미있게 읽혔으나, 작가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느라 무리했을까? 그 다음 동현이의 이야기부터는 어딘가 앞과 이야기가 억지로 이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오는 혜진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 위에 소개한 오카다 준의 이야기에서 그 이야기들의 이어짐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에서는 다섯 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편임에도 하나의 작품 속에 어색함 없이 어울려 들어가있던 기억도 떠올린다.
또하나, 개인의 비밀스런 일기장인데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여러 아이를 거쳐 돌아왔다는데 일기장의 주인인 준호는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이보다 더 눈에 거슬렸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 네명의 아이들이 준호의 일기장에 뭐라고 썼는지 직접 소개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 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 마치 내가 감당해햐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  (177쪽)

어떤 것이든 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 며칠 동안 나는 달라지는 내 몸을 감당하지 못해서 무척 힘들었어. 하지만 다행히 이제 그 힘든 길을 거의 지나온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내 몸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려고 해. (180쪽)
 
   

이건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투가 아니다. 마치 일기장 검사를 마친후 선생님이 남겨놓은 도움글 같다. 이리 정돈되고 결론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우리 창작 동화의 문제점이 살짝 엿보고 말았다. 결말은 어떤식이어야 한다는. 특히 공모전 당선작이 되려면 말이다.
황선미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나와 있는 수상작을 찾아 읽어볼 것 없다, 거기엔 이미 새로운 것이 없으니까 라고.
답답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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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1-12-03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짤막하게 완성된 틀로 보여주는 작품을 쓰자면
평생에 남을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면
섣불리 나아가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요.

이를테면 <아즈망가 대왕>이라는 만화책이 널리 사랑받은 뒤
이 틀을 똑같이 따르는 만화가 많은데,
하나같이 실패하기만 해요.
소재와 틀과 구성을 따른다지만,
알맹이가 없으면 젬병이에요.

hnine 님, <여자의 식탁>이라는 만화책 보셨나요?
이 만화책을 보시면, 여러 사람들 다 다른 이야기를 틀 하나로 모두는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를 잘 느낄 수 있어요.

hnine 2011-12-03 08:51   좋아요 0 | URL
이곳 알라딘에는 없는 권이 많아서 다른 인터넷 서점까지 가서 구입하고 왔습니다. 여자의 식탁이요. 12월 중순, 좀 바쁜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집에 푹 파묻혀서 읽어보려고요.

2011-12-04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04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길 

 

 

김 기림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江)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낳은지를 모른다는 동구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꼭 길어야 좋은 글은 아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이 몇 줄로 시인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끌어내게 한다. 

푸른 새벽처럼, 서늘하게 아름답구나.
'길'
그 한 글자로 이미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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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1-12-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가 너무나도 선명히 새겨지는 그림같은 시네요.

hnine 2011-12-01 11:3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요란한 꾸밈말 없이도 읽는 사람의 눈길, 마음길을 잡아 놓아요.
말씀하신 것 처럼 줄 마다 하나의 장면의 눈 앞에 그려지고요.
제가 그럴 자격도 없지만 흠잡을데가 없는 완벽한 글이 아닌가해요.

비로그인 2011-12-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시에요. 자줏빛으로 함뿍 젖은 소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게 되요.
오늘은 멜랑꼴리 덕분에 시가 내게로 더 가까이 오는 느낌이에요.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는데... hnine님 프로필 사진처럼 ㅎㅎ

hnine 2011-12-01 15:13   좋아요 0 | URL
정말 멋진 글이지요?
쓰여진 지 꽤 지난 시인데 지금 읽어도 어느 한 구절 식상한 곳이 없어요.
자줏빛으로 젖는 대신 오늘 여기 날씨는 회백색. 회백색으로 젖을 것 같네요.
'봄' 말씀하시니 생각나는데 이 시인의 '봄'이라는 시도 있어요. 한번 검색해서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1-12-01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길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까 머릿속에 한번 그려보게 되네요.
잘 떠오르진 않지만요.

hnine 2011-12-02 06:39   좋아요 0 | URL
그 길 위에 서있을 때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다 지나고 난 후에 돌아보면 그때 보이는 길. 과거로서, 추억으로서만 존재하는 길. 그게 우리가 사는 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서 있는 길, 앞으로 걸어갈 길도 눈에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니, 더 안 좋을까요?

전호인 2011-12-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속에 고향의 아련한 추억과 인생을 살아온 배경이 고스란히 담겨있군요.
나의 길은 어떤 길로 표현될지......

hnine 2011-12-02 14:24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만의 문체로 한번 표현해보세요. 저도 제가 지나온 길이 궁금한데 아마도 곧장 걸어온 길은 아닐 것 같고 이리 비뚤 저리 비뚤, 방향 전환이 여러 번 있었던 길이 아닐까 짐작만 합니다.

춤추는인생. 2011-12-02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저 수능볼때 늘 문제집에 나오던 시에요. 아스라한 이미지가 오랫동안 남던. 정말 아름답고 슬픈 시같아요.
전 길하면 늘 가지 않을 수 없던길 도종환의 시가 생각나요. 한밤중에 나인님의 음성으로 귓가에 들려주세요. 전 자주 울곤했지만.덕분에 많이 위로받았어요

hnine 2011-12-03 05:42   좋아요 0 | URL
앗, 아무리 좋은 시라도 시험 문제로 자주 만나던 시라면 정이 덜 갈 것 같은데요? (좋은 시는 시험에 출제하지 맙시다!! ^^)
자꾸 읽으니 생각이 더 많아지네요.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잃어버렸다는 뜻은 무엇일까. 은빛 바다 라고 하면 푸른 바다라고 할 때와 어떻게 다른 느낌이 오나, 눈물 흘렸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고도 울었다는 표현을 저리 멋지게 하는구나 (마지막 연) 등등.
소설도 그렇듯이 시에서도 우리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아요.
춤추는 인생님,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