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여우> (문학동네, 2010) 김 옥
눈 덮인 숲에서 여동생 연이를 잃은 연오의 이야기이다.
눈 오는 날 함께 걷고 있던 동생이 갑자기 숲으로 뛰어들어간다는 설정에 갸우뚱. 갑자기 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시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불러 일으키자? 어른이라면 그럼으로써 카타르시스가 되겠지만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무엇을 얻나?
너무 뻔한 얘기라서 재미도 떨어진다.
김 옥 작가의 다른 작품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작품은 적어도 내게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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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기장> (창비, 2011) 전 성현
2011년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고학년 창작 부문 대상.
전 성현 작가는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고 이 책이 작가의 첫 책이다.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나가는 구성이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오카다 준의 <비를 피할 때는 미끄럼틀 아래서>, 시게마츠 기요시의 <친구가 되기 5분전>에서 만났던 적이 있으니 이 작품만의 독특한 구성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형식의 장편을 구성하려면 특별히 치밀하고 꼼꼼해야 하는 것은 맞을 것이다.
6학년 준호는 몸이 아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오며 외삼촌으로부터 받은 푸른 색 일기장을 벗삼아 지낸다. 우연히 이 일기장이 다른 아이의 눈에 띄게 되고, 그 일기장을 들춰 본 그 아이는 일기장 아래에 자기의 생각을 몇 줄 적어넣는다. 그리고 다시 준호 자리에 돌려놓는다는 것이 엉뚱하게 또 다른 아이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그 아이 역시 준호의 일기를 읽은 후 뭔가 자기 생각을 남겨놓고 싶어진다. 그렇게 네 아이의 손을 거쳐 다시 준호의 손으로 돌아오는데 준호를 포함한 다섯 아이의 이야기가 소제목 아래 각각 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이 이 책의 구성이다.
처음에 소개된 지우의 이야기, 세희의 이야기까지는 재미있게 읽혔으나, 작가도 이야기를 이어나가느라 무리했을까? 그 다음 동현이의 이야기부터는 어딘가 앞과 이야기가 억지로 이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 오는 혜진이의 이야기도 마찬가지. 위에 소개한 오카다 준의 이야기에서 그 이야기들의 이어짐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에서는 다섯 명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장편임에도 하나의 작품 속에 어색함 없이 어울려 들어가있던 기억도 떠올린다.
또하나, 개인의 비밀스런 일기장인데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여러 아이를 거쳐 돌아왔다는데 일기장의 주인인 준호는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이보다 더 눈에 거슬렸던 것은 마지막 부분에, 네명의 아이들이 준호의 일기장에 뭐라고 썼는지 직접 소개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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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가난이 불편할 뿐인 거라고 말해. 하지만 가난을 생활로 겪어 보면 불편한 정도에서 그치지 않아. 마치 내가 감당해햐 할 운명인 것처럼 나를 짓눌러서 무척 힘들지. (177쪽)
어떤 것이든 대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요즘 며칠 동안 나는 달라지는 내 몸을 감당하지 못해서 무척 힘들었어. 하지만 다행히 이제 그 힘든 길을 거의 지나온 것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내 몸을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려고 해. (18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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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초등학교 아이들의 말투가 아니다. 마치 일기장 검사를 마친후 선생님이 남겨놓은 도움글 같다. 이리 정돈되고 결론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우리 창작 동화의 문제점이 살짝 엿보고 말았다. 결말은 어떤식이어야 한다는. 특히 공모전 당선작이 되려면 말이다.
황선미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 나와 있는 수상작을 찾아 읽어볼 것 없다, 거기엔 이미 새로운 것이 없으니까 라고.
답답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