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포만





 

 

내 땀냄새 맡고 달려드는 버러지

홀랑 마셔버리다

노랗지도 푸르지도 않은 달빛도 재수없어

홀랑 마셔버리다

깜깜한 가운데 슬쩍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

홀랑 마셔버리다

끈적끈적 스며나오는 눈물 줄기

휘리릭 마셔버리다

죽었나 하면 가끔씩 비집고 고개내미는 꿈

너도 괘씸해 후루룩 마셔버리다

 

나는 이제 부른 배를 끌어안고

나를 마셔줄 깊은 바다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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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2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2 16:43   좋아요 0 | URL
알고는 있었는데 해볼 생각을 안하고 있었네요.
참여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7-03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3 21:47   좋아요 0 | URL
ㅋㅋ...고치러 갑니다. 저 지금 다른 사람 글 틀린 곳 바로잡는 일 하고 있던 중인데 (알라딘 말고 다른 일이요) 여기서 제가 틀린 곳은 순오기님께서 바로 잡아주시네요 ^^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07-0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전 이 시를 왜 이제야 봤다지요?
갈수록 깊어가는 시심^^

hnine 2012-07-05 21:21   좋아요 0 | URL
아무튼 너무 배부른건 좋지 않다니까요~ ^^
처음엔 제목을 '슬픈 포만'이라고 할까 하다가 '어떤 포만'이라고 붙였어요.
 

 

 

 

 

 

 

오랫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시기를 무어라 불러야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자 문학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문학이 전부라는 믿음이 자기 만족적인 위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동안 내가 감당해야했던 고민과 괴로움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허무했다. 그럴 때 내게 힘을 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문학이었다. 괴롭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고, 허무하지 않고는 충만해질 수도 없다는 그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 나를 살아가게 한다. -조해진 <한없이 멋진 꿈에> 작가의 말-

 

 

 

 

어느 일요일 낮, 집 바로 앞의 카페.

남편과 아이가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는 동안 나는 카페 책 꽂이에서 이 책 저 책 들춰보고 있다가, 말로만 듣고 읽지 않은 조해진 작가의 책에서 이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주저없이 수첩에 베껴 적었다.

소설을 쓰게 하는 힘의 하나가 '외로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외로움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꼭 나쁜 것만은 아닌 듯.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아마도 좀 외롭고 우울한 내용이 아닐까? 추측까지.

곧 읽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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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27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예술인들은 좀 외로워야해요.
그래야 위대한 작품이 나오는 것같더라구요.
전 외롭지 않아 예술인이 되지 못해 좀 서글프네요.ㅋㅋ

hnine 2012-06-27 19:44   좋아요 0 | URL
생각해보면 외로운 시기를 거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책읽는 나무님은 외롭지 않으시다니, 예술인이 되는 것보다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이 전 더 좋은데요? ^^

비로그인 2012-06-2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마음에 와닿는 작가의 말, 이네요.
시간의 공백에서 무감각이 아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예술가들인 것 같아요.

hnine 2012-06-28 05:42   좋아요 0 | URL
저 책의 표지와 제목과 저자 이름만 보고는 선뜻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 것 같은데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
우리는 무감각한 시간보다는 차라리 외로움이라도 느끼는 시간을 더 원할지도 모르겠어요.

하늘바람 2012-06-2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카페 나들이를 가셨네요
우린 그런 일이 없는데
전 혼자 카페 가서 앉아 있고 프네요
오롯한 제 시간이 별로 없고 점점 없어질 예정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hnine 2012-06-28 05:45   좋아요 0 | URL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날이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하여 카페에 들어갔지요. 요즘 카페들이 너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솔직히 저는 요즘엔 카페 잘 안가고 있답니다.
오롯한 시간, 그것 때문에 제가 후천적으로 아침형인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되어졌다기 보다, 제가 저를 그렇게 개조했는지도...^^

하늘바람 2012-06-28 06:38   좋아요 0 | URL
흑 전 아침잠이 넘 많아요 요즘은 밤잠도 많아졌지만
그나마 오늘은 다리에 쥐가 나서 6시에 일어났네요

Jeanne_Hebuterne 2012-06-27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야 그건. 난 네 단순성이 답답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겼을 뿐이야."
"내 단순성?"
"그래. 10대의 소녀가 배가 부른 죄가 단순히 성적인 무지뿐일까?"
"그럼?"
"걔들은 외로운 거야. 말도 못 하게 외로운 것뿐이야."
-박완서, 도시의 흉년.

마침 hnine님의 이 글을 읽기 직전 읽었습니다.

hnine 2012-06-28 05:48   좋아요 0 | URL
박완서님 '도시의 흉년'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어떤 내용이었는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이렇게 되살려주셨네요.
외로움때문에 사람들은 참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고 해내고 (저지름과 해냄, 거기서 거기인건가요?^^)그런가봐요.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데서 오는 외로움도 있고, 인용해주신 구절에서처럼 말도 못할 정도의 외로움도 있고...그렇군요.

파란놀 2012-06-28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앞에서 함께 쉴 만한 좋은 곳이 있군요~

외로움이라기보다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 아닐까 싶어요~

hnine 2012-06-28 05:50   좋아요 0 | URL
시원한 거 사달라고 조르는 눈길을 그렇게 한번 쯤 들어주기도 한답니다. 너무 비싸고 획일적이라 전 솔직히 카페 잘 안 가요.
홀로 생각에 잠기는 겨를이라...느낌이 다르게 들리는군요.

프레이야 2012-06-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움! 정말이지 이 단어가 요새 더더 잘 들리고 보여요.
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문득 영화 속 은교가 하던 말도 생각나네요.
서지우와 섹스를 하며 그에게 그러죠. 외로워서 이런다고. 외로운 여고생 한 명이라고.
우리에게 외로움이 힘이 되기를!!!

hnine 2012-06-29 07:43   좋아요 0 | URL
외로움이 나를 무너지게 하지 말고, 또 다른 나의 숨겨진 면을 드러나게 할 수 있도록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면 더 힘들게 생각되는 법이라고, 언젠가 오랜만에 만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저에게 친구가 그러길래 그 순간엔 그 말이 참 서운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더라고요. 외롭다, 힘들다, 그런 생각이 들때 부정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디 넋두리함으로써 해소하려고 하지 말고 (잠깐 뿐이더군요 ^^)인정하고 극복하면서 무던히 살아가는게 방법이 아닌가해요.
 

 

 

여기에 붙잡아 놓는 시간의 흔적.

다시 오지 않는 6월의 어느 날 아침.

 

 

 

 

 

 

 

 

 

 

 

 

 

 

 

 

갈색과 초록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줄 몰랐다.

갈색에서 비집고 나오는 초록.

초록만 생명의 색인줄 알았는데.

갈색은 그 반대인 줄 알았는데.

 

 

 

 

 

 

 

 

 

 

 

오늘의 수확은 바로 이거다.

살구.

나무에 달려있는 것 보다 이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들이 더 많았다.

신기하고 예뻐서 사진찍으려고 가지고 들어왔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만큼만.

 

 

 

살구.

살구는 왜 살구일까.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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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2-06-2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색이면서 동그라니까? ㅎㅎ
어제 살구 먹어보니 제법 다네요.

hnine 2012-06-24 05:43   좋아요 0 | URL
세실님 벌써 올해 살구 시식을 해보셨군요.
저는 살구를 일부러 사서 먹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저렇게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니 새삼 신기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더라고요. 말씀핫니대로 동글동글, 조그마한게 아주 귀여웠어요.

비로그인 2012-06-2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이름이 생각났어요. 세상에 추한 꽃은 없다.
꽃은 어쩜 이리 아름다운지, 볼 때마다 감탄스러운지 모르겠어요.

hnine 2012-06-24 10:04   좋아요 0 | URL
세상에 추한 꽃은 없다, 세상에 추한 꽃이 없다, 세상에 추한 꽃만 없다, 세상에 추한 꽃도 없다...--> 김 훈식의 조사 바꿔보기 흉내..ㅋㅋ
꽃은 예뻐야만 하지요, 꽃의 기능상. 언뜻 보기에 별로 예쁘지 않아보이는 꽃, 예를 들면 벼꽃, 명아주꽃, 질경이, 잔디 등등, 그런 애들이 신기해요.

글샘 2012-06-23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먹어도
살구,
빈 속에 먹으면
죽구...

hnine 2012-06-24 07:24   좋아요 0 | URL
제 남편도 그러더군요, 살다, 살린다 라는 뜻의 '살구'아니냐고 ^^
그런데 빈 속에 먹으면 죽나요?? ㅋㅋ

사과는 왜 사과일까, 감은 왜 감이라고 이름이 붙었을까, 배는 왜...저는 가끔 그런게 궁금하더라고요.

글샘 2012-06-24 11:57   좋아요 0 | URL
안 먹어 봤으면 말을 마세요.
빈 속에 먹으면 속을 완전 쥐어 짠답니다. ^^

나인님... 일곱 살이시군요. ㅎㅎ 궁금한 게 넘 많은 나이...

hnine 2012-06-25 06:02   좋아요 0 | URL
킬킬...일곱살~
막상 저 일곱살 때에는 모르는 것이 많았지 궁금한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빈 속에 먹으면 그렇군요. 그건 또 왜그럴까요? (ㅋㅋ...)

파란놀 2012-06-2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줄기는 흙빛이고,
흙에서 풀이 돋듯 새 잎도 푸른 빛깔이로구나 싶어요

hnine 2012-06-25 05:5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엮어지겠네요 흙색과 푸른색이요.
역시 된장님 ^^

프레이야 2012-06-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나인님이 마음으로 눈으로 담는 꽃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는 확실히 달라요.
살구, 전 문득 영화 '시'가 생각나네요. 양미자 여사가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우며
살구는 땅에 떨어진 게 더 맛나다고 그러죠. 전 올해는 아직 못 먹어 봤는데
몇 해 전인가 엄마가 잔뜩 주워다 주신 살구를 실컷 먹었어요. 새콤달콤ㅎㅎ
살구는.. 살살 구슬리어 살라고 살구가 아닐까요^^
사람이든 내 삶이든 살살 구슬려 잘 데리고 살라고요...

나인님, 식탁보가 정갈하니 까슬한 맛을 줘요. 코바늘 손뜨게 같은데요.
직접 뜨신 거에요? ^^

hnine 2012-06-25 05:58   좋아요 0 | URL
나무에 달려있을만큼 달려있다가 숙성된후 떨어지기 때문에 땅에 떨어진 살구가 더 맛난 것일까요? 살살 구슬리어 살라구 살구...저는 살구란 이름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궁금하던데 어찌 이렇게 여러 분이 다양한 뜻을 떠올려주시는지. 다른 사람보다 내 삶부터 살살 구슬려 잘 데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프레이야님 댓글 읽으며 들었습니다. 구박하지 말고 너무 앞장 세우지도 말고 살살 구슬리며...^^
식탁보는 친정어머니께서 어느 분께 선물받으셨다며 제게 주셨어요. 배워서 직접 떠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눈도 몸도 피곤해질까봐 아서라, 아서라, 하고 있답니다.

하늘바람 2012-06-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어디서 예쁜 꽃 사진을 살구 나무까지.
참 곱고 이쁜 꽃을 담으셨네요
저도 식탁보 넘 이쁘네요^^

hnine 2012-06-25 06:00   좋아요 0 | URL
제 아파트 주위에 많아요. 어제는 점심 먹으러 어느 식당에 갔다가 앞 마당에 빨간 열매 달린 나무가 있길래 뭔가 봤더니 '자두'이더라고요. 살구나 자두나, 과일 가게에서 파는 것 볼땐 별 느낌이 없었는데 나무에 달린 것을 보니 색깔부터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식탁보는 좀 구식이긴 하지만 여름용으로는 시원해보여 좋더군요.
 

 

제목만 보고도 끌렸다. '부끄럽지 않은 밥상'이라니.

 

 

 

 

 

 

 

 

 

 

 

 

 

 

 

흙냄새 나는 동시를 쓰는 시인으로 알고 있고, 그의 시 몇편은 여기에도 올린 기억이 있는 서정홍 시인의 에세이인데, 오늘 오후 손에 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손에서 놓지를 못하고 읽고 있다.

 

포스트잇을 가장 처음 붙친 곳은 38쪽. 이 시가 나와있는 쪽이다.

 

이른 아침에

 

 

 

 

감자밭 일구느라

괭이질을 하는데

땅속에서 개구리 한 마리

툭 튀어나왔습니다.

 

날카로운 괭이 날에

한쪽 다리가 끊어진 채

나를 쳐다봅니다.

 

하던 일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내내

밥도 먹히지 않았습니다.

물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 시집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중에서

 

 

무릎 수술을 받느라 농사 짓던 것 뒤로 하고 병원에 입원해있으려니 마음이 오죽 어지러웠으랴. 마음이 잔뜩 약해져 있다가, '그래도 살아야지요, 이 악물고 살아야 합니다.' 라고 마음을 추스린다. 그 이유란,

얼른 돌아가서 감자밭도 일구어야 하고, 감나무 가지치기도 해야 하고, 옮겨 심은 매실나무랑 무화과나무도 잘 자라도록 돌보아야 하니까요. (94쪽)

이 악물고 살아야 하는 이 이유가 거창하지 않다는 것 역시 너무 맘에 들어, 설거지도 미루고 지금 이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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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6-2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악물면 살기 힘든 세상이긴 하지만 너무 이를 꽉 물면 결국에는 비싼 임플란트 비용만 발생하는 서글픈 세상입니당ㅜ.ㅜ

hnine 2012-06-22 05:30   좋아요 0 | URL
임플란트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과정이 참 힘든 과정이더군요.
이 악물땐 이제부터 손수건이라도 물고 악물어야하는지...^^

비로그인 2012-06-2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착하다, 이 말 밖에 안 나오네요 ( '')...

hnine 2012-06-22 05:32   좋아요 0 | URL
사람 마음이 잠깐이라도 이렇게 착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의 괭이질에 신체가 절단난 장면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시인의 마음. 저는 이런 글을 읽을 때가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마음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착한 사람은 못됩니다만~ ^^

파란놀 2012-06-21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도 즐겁게 하셔요.. 삶은 아주 즐거운 선물이니까요..

hnine 2012-06-22 05:35   좋아요 0 | URL
청소에 비하면 설거지는 즐겁게 하는 편인데 어제는 아니더군요 ㅠㅠ
삶은 아주 즐거운 선물이기도 하고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고 숙제이기도 하고...현재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이 책 읽으며 된장님 생각도 했어요 ^^

책읽는나무 2012-06-22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이런 글 읽으면 읽는 순간 착해지는 기분이 잠깐이라도 생겨나는 것에 공감해요.^^
시인의 삶에 갑자기 경건해짐이 전해오네요.
우리 잠시라도 착해져 보아요.^^

hnine 2012-06-22 12:21   좋아요 0 | URL
착한 마음에 공감하는 순간 나도 잠시 그것에 물드는 느낌...나쁘지 않지요.
이 책 결국 다 읽었어요. 곧 리뷰 올리겠지만, 요즘은 사람 이야기보다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지는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네요.
어제 한참 햇볕 쨍쨍할 때 도서관 다느라 기진맥진한 보람이 있었어요.
오늘도 날씨가 만만치 않습니다~

하늘바람 2012-06-2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은 텃밭을 가꾸고 싶은 생각이 굴뚝입니다
고구마 감자 참외 다 기르고 싶네요 토마토랑 고추 상추도요.
설걷이를 늘 미루는 전 ~
게르음의 극치를 살고 있어서 이 악물고 살고 있지는 않은 듯한데 시간은 참 빠른듯 합니다.

hnine 2012-06-22 12:23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옥상에 미니텃밭 있지 않던가요? 손수 꾸미신...
이사가시면 또 한번 예쁘게 꾸며보세요.
이 책 읽고 제일 크게 느낀 것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를 직접 손으로 가꾸고 키워보는 일의 의의, 중요성, 교훈, 이런거랍니다.

Arch 2012-06-2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시가 참 좋았어요. 서정홍 농부 시인이 속한 공동체의 효소도 먹어봤어요.(자랑중 ^^)

hnine 2012-06-22 19:42   좋아요 0 | URL
송화차 말씀하시나요? 저도 지금 막 검색해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

Arch 2012-07-05 14:23   좋아요 0 | URL
아, 너무 늦은 댓글이죠..
열매지기 공동체에서 나온 산야초 효소에요. 인터넷에서도 판매하는지는 모르겠어요. 한살림에서 나온 것보다 맛이 더 복합적이던데.

프레이야 2012-06-2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이 악물고 살아야 할 이유에 숙연해지네요.^^
좀 극단적으로 말해, 나를 위해 살지말고 다른 생명을 위해 산다면 더 만족한 삶이겠군요.
불평불만은 나를 위한 기도에서 비롯된다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책 표지의 장독대 장독들이 두런두런 이야기꽃 피우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표지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hnine 2012-06-23 05:0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내가 되고 싶은 어떤 목표를 꼭 이루어내야겠다는 투철한 정신, 뭐 이런 것을 좇아 열심히 사는 것을 추구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나를 위해서라기 보다 다른 어떤 것, 특히 자연을 돌보며 사는 삶에 더 공감이 되는군요.
리뷰에 다시 쓰겠지만, 사람이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직접 키워보게 하는 것, 즉 농사를 경험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이분 생각인데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을 해요. 농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땅에서 자라는 풀 한포기라도 직접 내 손으로 돌보고 키워보는 경험을 어른이나 애들이나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생명'의 소중함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야클 2012-06-2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찡하게 하는 좋은 시네요. 여러번 읽고 갑니다.

hnine 2012-06-23 05:0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읽은 '시인의 서랍'이라는 책도 단숨에 읽히더니 이 책도 그렇더군요. 시인들은 저렇게 남들이 지나치는 장면에도 열배로 더 크게 마음의 물결이 생기나봐요. 그 물결에 이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일렁이게 하고요.
야클님, 오랜만에 뵈니 좋으네요 ^^
 
면세구역
이영수(듀나) 지음 / 국민서관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배명훈, 김보영 등의 작가들을 알게 되면서 한국SF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이영수라는 이 작가의 이름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금방 알기 어려운 두리뭉실한 이름, 책의 어디를 봐도 작가 소개따위는 없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서인지, 아니면 작품의 성격을 더 강조하는 효과를 의도해서인지. 한가지 확실한 건, 그녀 (이제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은 안다)의 이름과 작품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을 기회를 차단시킨 결과에 한몫 하지 않았나 생각되어 안타깝다.

이 책을 구입하려고 봤더니 '절판'이란다. 물론 다른 책들도 있고, 최근 작품으론 2008년에 나온 <브로콜리 평원의 결투>라는 중편집도 있지만 웬지 꼭 이 책 부터 읽어보고 싶었는데 낭패였다. 중고책으로도 나와있는 것이 없다니. 그러다 지난 주 우연히 동네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반갑던지.

'면세구역'을 첫 단편으로 시작해서 이 책에는 모두 열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 끝에는 기존의 어느 작품을 모티브로 해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고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어떤 점이 차별화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짧은 노트가 달려있다. 예를 들어 <면세구역>이라는 작품은 G.K. 체스터튼과 H.G.웰즈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도깨비 같은 장소들의 존재를 나름대로 설명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전에 이런 짧은 해설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재미있다.

작가가 자기 글에 해설을 붙이는 건 꼴사나운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표절범으로 몰리기 전에 자기 패를 미리 펴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독자들의 시선이 아이디어의 신빙성과 독창성에 가장 먼저 떨어지는 우리 장르에서는 그렇다. (21쪽)

이 작가에 대해 점점 더 궁금해진다.

<스핑크스 아래서>라는 단편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해설이 달려있는가 하면,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나는 너의 엄마와 결혼하지 않읐을 것이다.'로 시작하는 <나비전쟁>은 가볍지만 기발하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하던 '그녀'가 어느 부분에서 '나'가 되는 작품 <낡은 꿈의 잔해들>은 오싹하기까지 하다.

<펜타곤>같이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작품들도 있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시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이해 못했다는 것이 별로 기분이 안 좋아서.

<그 크고 검은 눈>, <비잔티움>, <숲의 제단>, <로렐라이> 등의 작품에서는 이제 무대는 지구가 아니라 우주, 혹은 그 이상의 세계이다. 특히 주목해서 읽은 것은 <비잔티움>이라는 작품인데 여기에 창조론과 진화론 외에 제3의 가설, 지적 조절자의 개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더구나 이 작품에서 이 지적 존재는 '지적 생물들'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우주를 돌아다니며 적절한 행성을 발견하면 그곳에 생명을 심는다. 제국주의적인 목적에서가 아니라 순전히  창조적인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그도 그럴 것이 이 창조자들은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진화 초기의 생물을을 더럽고 추잡한 동물들이라고 표현한 것도 독특하고.

마지막 작품 <아이들은 모두 떠난다>는 그중 제목이 비교적 편안해 보이지만 결코 받아들이기 편안한 내용이 아니다. 고치를 남기고 사라진 아이들의 정체를 생각하면 끔찍하기조차 하다.

작가는 상당히 예리하고 기발하며, 일단 누군가의 입이나 글을 통해 나와있는 이야기는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비숫해지기를 혐오하고 있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본다. 그래서 더 다른 작품들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치고 다니고 있다면 아이러니일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 자체가 마치 현재 한국 문단에서 <면세구역>같은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다음의 대사를 보면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가? 선택받은 사람들의 눈에만 들어오는 작품.

"...... 그러니까 면세구역의 존재는 일정 수준으로 커진 도시에서는 자연발생적이지요. 그 곳을 선택받은 사람들이 발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 어떤 사람들이 선택받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유전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20쪽)

 

언젠가 어린이용으로 미래 생명공학 관련 이야기를 재미로 써본 적이 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읽어본 모든 어른들은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해서 절망했던 경험이...

나는 이 작가의 작품을 또 읽게 될까?

나도 모르겠다.

 

 

 

▶ 다음은 내가 즐겨 보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The Science Times 사이트에 실려있는 이영수 작가 작품에 대한 기사이다.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atidx=0000061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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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6-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오래된 책인데(아무 절판되었을 겁니다),다행히 도서관에 있었네요.듀나는 정말 얼마 안되는 국내 SF작가지요.근데 듀나는 해품달의 작가처럼 남자인지 여자인지 개인인지 집단인지 정체가 불분명 하다네요.읽어보시니 hnine님은 어떤 작가 같으세용^^

hnine 2012-06-22 05:38   좋아요 0 | URL
예, 보시다시피 절판되었더라고요. 위에 링크 걸어놓은 기사에 보니 작가는 여자분이신 것 같아요. 무엇이 작가로 하여금 앞에 나서고 싶지 않게 했을까 궁금해요. 훨씬 더 빛을 볼수도 있을 작가이고 작품이지 않나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