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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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라며, 나는 해본 적 없는 기발한 생각, 저자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책을 읽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게 바로 내 생각인데 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잘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득력있게 쓸 수 있었을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또한 나같은 보통 사람에 비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뛰어남일텐데 이 책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심플하게 산다> 원제가 프랑스어로 나와 있는데 난 프랑스어는 한마디도 모르지만 눈치로 보건대 <The Art of Simplicity>쯤이 아닐까.

예전에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할때 내 방에 와본 친구들이 내 방을 보고 그랬다. 바로 어제 이사온 사람, 아니면 바로 내일 이사나갈 사람의 방 같다고. 그만큼 방 안에 뭐가 없다는 얘기이다. 지금도 책꽂이에, 냉장고에, 옷장에, 뭐가 꽉 차 있으면 불안해진다. 텅 비어있을때보다 더 내 심기를 건드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간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뭔가 자꾸 쌓이는게 싫은 나는 책도 웬만해선 미리 사놓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도리어 읽은 책은 리뷰를 쓰고나서 누굴 주거나 중고책으로 파는 것으로 정리하는게 대부분이다. 나중에 또 보고 싶으면 어떻하냐고? 그럼 그때 또 사면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식사 준비할때에도 나의 이런 성향이 드러나는데 여러 가지 반찬이 올라와있는 밥상이 좋은 밥상이라고 생각하질 않는다. 물론 음식 솜씨가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접시도 그냥 들러리로 상에 올랐다가 내려지는 것 없이, 적은 가짓수로 꽉 찬 밥상을 차리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때보다 생각을 더 많이 해야한다. 적은 가짓수로도 영양적으로 충분한 식사가 되어야 하니 책도 찾아봐야 하고 내가 정한 메뉴에 대한 분석도 해봐야 한다. 필요한게 들어가있나.

이 책에 그런 구절이 나온다. 안쓰는 물건을 정리하는 첫단계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이라고.

심플하게 사는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 노동, 두뇌 작용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다. 안버리고 그냥 쌓아두는데에는 머리 쓸 일이 없다. 그냥 두면 되니까. "언젠가 또 필요할지 몰라." 라는 한 마디 말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버리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머리를 써야하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버리기 싫어하는데는 욕심보다도 이런 '귀찮은' 과정이 필요한 것도 이유가 아닐까?

열 몇평 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30평대 처럼 사는 집이 있다. 삼십 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열 몇 평 아파트에 사는 것처럼 사는 사람이 있다. 차이가 무엇일까? --> 이건 가끔 내가 남편과 아이에게 "정리하라'는 잔소리할때 하는 얘기이다. 버리는 것은 낭비, 버리지 않는 것이 곧 더 소유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그게 더 낭비인걸 모른다.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의 낭비.

요즘 많이 나와있는 정리의 기술을 주제로한 책들과 이 책의 차이가 무엇인지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심플하게 사는 것의 철학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몸의 어디에 좋기 때문에 이걸 먹어야 하고, 다른 어디에 필요하니까 또 다른 종류의 뭘 먹어야 하고, 건강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건강 식품, 영양제 등을 파는 광고가 사람들을 솔깃하게 한다. 양파 한가지 먹으면서도 몸의 여기에 좋으니까 이걸 특히 많이 먹어줘야 하고, 고기는 고기대로 충분히 먹어줘야 하고, 이건 이래서 먹어줘야 하고 저건 저래서 먹어줘야 한단다. 하지만 내 생각엔 뭘 더 먹어서 건강해질 생각을 하기보다는 몸에 좋지 않은 걸 하나라도 먹지 않음으로써 챙기는 건강이 더 먼저가 되어야 한다. 일단 돈도 덜 들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거나 쓰고 싶은 글이 있을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게 된다. 더 좋은 단어, 문장이 떠오를때마다 포기할 수 없어 쓰고 또 쓰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농축된 짧은 말, 글로 끝내야 더 차원높은 말, 글이 된다는 걸 모르는바 아니면서.

 

이 책에서 인상깊은 구절을 여기에 다 옮겨적지는 않기로 한다. 마음다스리기 편에 나와있는 문장 딱 하나만 남겨두자.

자기 자신을 바로잡는 것이 그 어떤 지식을 얻는 것보다 우리를 훨씬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이게 심플하게 사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고? 읽어보면 알게 된다. 자유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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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3-08-18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글도 님도~!! 밑줄 그어주신 문장 열 번 읽고 갑니다. 열 번 읽었더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hnine 2013-08-18 05:31   좋아요 0 | URL
열번씩이나! 감사합니다 ^^
자기 자신을 바로 잡는데에는 규율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남이 만든 규율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잘 알고 만든 나만의 규율이요. 그래서 내 삶의 중심을 가질 때 물질적인 소유욕으로 비어있는 나의 중심을 대신 채우려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요.

이제 새벽 공기가 많이 선선해졌어요. 더위에 잠 설치지 않고 저도 잘 자고 일어났네요. 메리포핀스님도 잘 주무셨기를, 그래서 오늘도 힘찬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크아이즈 2013-08-18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책 정리에 대한 부분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생각은 님과 같은데 실천은 잘 못해요. 사는 속도에 비해 읽는 속도가 느리니 쌓이는 게 좀 있죠.
책을 그때그때 읽고 메모 남길 수만 있으면 실은 책꽂이가 모자랄 이유가 없지요. 책꽂이의 70퍼센트 이상의 책이 장식용이 되어가는 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테니까요. 하지만 장식용이 된들 뭐 어쩌랴 하는 심정으로 책이 쌓이는 걸 방치하게 되는 게 읽고 쓰는 자들의 운명...
남은 여름 잘 보내시어요.^^*

hnine 2013-08-19 05:42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는 속도가 빠른 건 아니에요. 읽고나서 바로 리뷰 남기지 못할 때 많고요. 다만 새 책을 사는 속도도 그에 맞춘다고 해야되겠지요. 제가 2,30대에, 아니 최근 몇년까지 수시로 이사를 다녔다는 경험도 아마 한몫 하는 것 같아요. 이사할때 책이 얼마나 큰 짐인지, 자잘한 짐보다 책들 다 묶어서 포장하고 다시 박스 풀어서 책꽂이에 정리하고, 와, 그게 장난 아니더라고요.

프레이야 2013-08-1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제가 느끼고있는 나인님의 생활철학이 잘 드러나는 리뷰에요. 이 책이 새삼 관심가는 리뷰구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나이들어가면서 이제 다운사이징 해야한다고. 예를들어 자동차도 오히려 작은거로 바꾸고.ᆢ 버리지못하고 이곳저곳 쌓아두는 건 제 자신을 방치하는 거나 다르지 않군요. 책을 비롯한 물건에서 글쓰기까지 , 그리고 크고작은 인연에까지. 나 자신을 알고 바로잡기 그리고 자유롭기, 좋은 충고 고마운 일요일 아침이에요. 무더워도 힘내고 방긋^^

hnine 2013-08-19 05:46   좋아요 0 | URL
저한테는 저자처럼 철학이라고까지 말하기 부끄럽고요 ^^
책을 읽다보니 ( 이 저자의 다른 책도 한권 읽었는데 ) 역시 사람에 관심이 많은 저는 이 저자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아주 멋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좀 독특하고 괴퍅할 수도 있는 사람이거나...ㅋㅋ
제 남편은 뭐든 쌓아놓는 성격. 결혼하고 나서 저희 둘의 충돌이 어땠는지 짐작하시지요 ^^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건 모아두는게 아니라 '방치'하는 것이라는 말씀, 맞아요. 나 자신을 바로잡는 것은 자유로움으로 가는 수단이라는 것 까지...프레이야님은 따로 이 책 안 읽으셔도 되겠네요 ^^

서니데이 2013-08-18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루다미루다 얼마전부터 저도 정리를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걸린 시간에 비해서는 눈에 보이는 차이는 크지 않아서 아쉽긴 해요. 그래도 며칠 해보니까 좋은 점도 있고, 필요한 점도 있었어요. 리뷰에 적어주신 글에서처럼, 쓸만큼 사고, 쓸만큼 가지고 있는, 그리고 필요하지 않으면 정리하는 쪽으로 저도 앞으로는 바꿔보려구요. 저녁부터 비온다더니 덥네요. 즐겁고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hnine 2013-08-19 06:16   좋아요 0 | URL
덩치가 큰 세간을 갖다버리지 않은 이상엔 정리한 것이 눈에 금방 띄지는 않지만 분명히 정리가 많이 되어 있을거예요. 저도 오늘은 화분들 정리좀 해볼까 생각중. 이거 벌써 몇달때 미루고 있는 일이랍니다. 날이 더우니 화분들고 이리 저리 옮기는게 힘들 것 같아서요.
여긴 어제 저녁 비 안왔어요. 이제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지 않을까요? 아이들도 이제 개학하고 대학도 개강이 멀지 않았는데 좀 선선해져야 할텐데요.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 동양고전 슬기바다 13
노자 지음, 김학목 옮김 / 홍익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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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무지한 나에게 논어, 맹자, 채근담, 명심보감, 법구경, 소학 등은 그저 다 묶어서 '고전'의 카테고리일 뿐이었다. 자발적으로 읽을 확률이 아주 낮을 카테고리이기도 하고.

언젠가 <채근담>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잘 읽혀졌다. 그리고서 <법구경>을 읽었는데 이것 역시 그리 어렵지 않고 가르침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고전이라고 모두 다가가기 어려운 것은 아닌가보다 했다.

며칠 전, ㅊ대명사가 나와 두권의 책을 추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는데 그 중 한권으로 이 책, <노자의 도덕경>을 추천하는 것이다. 도덕경이란 제목으로 나와있는 책 중 이 책, 즉 왕필의 주가 제일 잘 해석되었다면서. '노자의 도덕경'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검색을 해보니 정말 많은 저자의 <도덕경>이 나와 있었다. 누가 번역을 하느냐, 누가 해석을 했느냐에 따라 수십권의 책들이 있었다. 그중 이 책은 중국의 천재학자라고 알려진 '왕필'이라는 사람이 해석을 해놓은 것을,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로 번역을 해놓은 책이다. 같은 내용을 원본으로 했다면 누가 해석을 해놓은 것이 그리 큰 차이가 있으랴 했던 나의 생각 역시 잘 모르고 한 것이라는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다른 책에 보면 이렇게 해석되어 있다는 예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노자는 중국 춘추시대의 철학자인데, 춘추시대 하면 제자백가도 함께 떠올려지듯이 여러 사상들이 제각기 나름의 덕목을 내세우면서 번성하던 때이기도 하다. 이중 '도가'의 시조를 이룬 노자의 사상은 다른 사상들과 조금 다른 것이, 덕목을 내세우지 않을 것을 권한다는게 덕목이랄까. '무위 (無爲:없을 무, 할 위)'라는 한마디 말로 요약되는 그의 사상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나오는 '버리라, 비우라'는 말에서도 나타난있다. '무엇을 행하라'는 가르침이 담겨있기 보다는 무엇을 행하려하지 말라니, 종교 서적을 읽고 있는 착각이 들때도 있었다. '도교'라는 것이 생겨났을 만 했다.

노자의 도덕경이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이 조선시대인데, 조선시대의 정치철학이었던 유학과는 근본 이념부터 많이 차이가 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위에 말했듯이 노자의 도덕경 원본을 누가 해석했느냐에 따라 유학, 혹은 성리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써놓은 것도 있고 (이충익), 유학의 근본 사상을 부정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아마 조선시대에 노자의 도덕경이 이단으로 찍히지 않고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조선시대의 대부분의 도덕경 주석이 유학의 근본 사상을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노자의 도덕경은 왜 '무위'를 주장하는가? 무위를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모든 '있음 (有)'은 모두 '없음 (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있음과 없음은 절대적으로 대립되어 있는 개념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고, 하나의 이면이 다른 하나라는 것이다. 즉, 나온 곳은 같은데 이름을 다르게 붙였을 뿐이라고 한다. 사물의 존재 방식에 있어서도 대상화된 유는 무에 의해 성립하는 것이 필연적인 존재 방식이라서 어느 한쪽만 추구하는 것은 그것의 본성을 보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비어 있음에서 생기고 움직임은 모두 고요함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만물이 다 함께 움직일지라도 끝내는 비어 있음과 고요함으로 돌아가니, 그것이 바로 사물의 궁극이다.

잘은 모르지만 어떤 종교적인 철학이 느껴진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이치도 같은 맥락일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불교 사상과도 어딘가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우면 반드시 넘친다'라는 말에서 나아가 '배움을 끊으면 근심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다.

도덕경 상편의 22장 내용은 짧은 댓구 형식으로 노자의 사상을 그나마 쉽게 전달해준다.

"굽히면 온전해지고, 스스로 그 밝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온전해진다.

우묵하면 채워지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으면 그 공을 소유한다.

낡으면 새로와지며, 스스로 자만하지 않으면 그 덕이 오래간다.

적게 되면 (근본을) 얻고, 많게 되면 미혹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기만성'에 대한 글이 나오는데, '큰 그릇은 반드시 늦게 완성된다' 라고 풀이가 되어 있다. '반드시'? 큰 그릇이 늦게 완성되는 이유는 분별을 고집하지 않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분별하기 보다는 수용하는데까지는 연륜이 필요할테니까.

379쪽에, '허무 (虛無)'를 '마음비움'이라고 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책의 뒤에는 노자의 도덕경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쓰여진 <숭유론>, 그리고 도덕경과 관련된 논문들도 함께 실려 있으며 책의 시작은 '왕필'에 대한 소개글로 하고 있다. 24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 짧은 생을 살면서도 천재 소리를 들었다는 왕필. 하지만 우리말로 번역을 한 번역자는 이 왕필의 주석본보다는 조선시대 이충익의 주석이 훨씬 더 뛰어나다면서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집중이 요구되었던 책. '다 옳은 말이야'라면서 술술 읽어넘어가지질 않았다. 소위 '생각'을 해가며 읽어야하는 책이었기에 다른 주석으로 또 읽어봐야겠다고 안그래도 생각하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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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3-08-1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경을 읽으셨군요! 한구절 한구절 심오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1장 1절의 첫구.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을 제대로 이해해야합니다. 여기서 막히면 뒤로 읽는 건 무의미 하다고..엔날에 도올이 그랬습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 하구요~ 도덕경은 정말 난해한 정치철학서 입니다. 원문을 주해하며 읽으면 훨신 더 사상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도덕경에 입문하신걸 축하드려요~

hnine 2013-08-16 06:03   좋아요 0 | URL
yamoo님, 정말 도움이 되는 댓글을 주셨네요. 멋모르고 읽었는데 이건 그냥 한번 쓰윽 읽어넘어갈 내용이 아니더라고요. 도올의 강의도 한번 들어보려고 하는데, 원문을 주해하며 읽을 수 있을지 그건 좀 자신이 없네요^^
이제 겨우 '입문'이군요. 그 말씀이 오히려 맘을 편하게 하네요. 솔직히 다 읽고도 내가 뭘 읽은거지? 했었거든요.

yamoo 2013-08-16 14:31   좋아요 0 | URL
현암사판 번역은 많이 읽히지만 노자 전문가의 전언에 따르면 오역이 많은 문제의 책입니다. 왕필의 주를 번역한 한길사본이 가장 잘 된 번역서 중 하나라고 합니다.

도올이 엔날에 노자 강의한 자료가 있을 거에요. 원문주해도 해주니 찾아서 보시면 아주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도올만큼 쉽게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도올이 노자에 한해 설명하지 않고 동서철학을 넘나들며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방영당시 이 부분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그럼에도불구하고 노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합니다. 꼭 찾아서 봐보세요~

hnine 2013-08-17 06:25   좋아요 0 | URL
EBS에서 도올이 노자에 대해 한 특강이 있네요. 오랜 기간 강의를 했었는지 수십 편이 올라와있어요. 그중 한편을 들어보았는데 시작부분이라서 그런지 책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의 해설이 주이고, 위에 말씀하신 도가도비상도에서 '상 (常)' 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들어보았습니다.
이거 볼때마다 yamoo님 생각날 것 같은데요 ^^

무지개모모 2013-08-1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암사의 도덕경을 읽었습니다만 솔직히 이해가 잘...^^;
이 글을 읽으니 도뎍경이 이런거구나 하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고전은 누가 옮겼냐가 중요하다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문제네요.

hnine 2013-08-16 06:06   좋아요 0 | URL
현암사의 도덕경이라고요. 검색해봐야겠네요.
주해를 누가 했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의미로 읽혀지는 문장도 많더라고요.
어찌보면 도덕경만 그러겠어요? 성경도 그렇고 불경도 그렇고...
그런 걸 앍고 읽어야겠지요.
무지개모모님도 도덕경을 읽으셨다니 반갑습니다. yamoo님 말씀대로 우리도 일단 도덕경에 입문한 셈이니까요.

카스피 2013-08-1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덕경은 5천자밖에 안되는 짤은 내용에 무한히 넓은 사상을 내포하고 있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그 내용이 사뭇 다르게 전달될수 밖에 없지요.야무님 말씀처럼 도덕경은 첫구부터 사람에 따하 해석이 달라 예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은 책입니다.
불경도 논,술,초라고 경전을 해석한것을 또 해석한 책도 부지기수라고 하는데 도덕경역시 많은 책을 읽어봐야 노자가 맗하는 도덕경의 참뜻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될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에서 hnine님은 어려운 길에 들어스셨네요^^;;;

hnine 2013-08-17 06:28   좋아요 0 | URL
하나를 알면 모르는게 다섯가지 생기더라고, 저 가끔 그런 농담을 하곤 했는데 제가 이번에 아주 딱 걸렸네요.
도덕경 한권 읽고 났더니 더 알아야 할 것이 몇가지로 늘어난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게 꼭 싫지만은 않은.
아는게 목적이 아니라 알아가는 과정에 의의를 두고 있으니까요.
도움 말씀 감사드려요.
 

 

 

 

 

 

 

나는 아홉 음절로 된 수수께끼

나는 코끼리, 육중하고 칙칙한 집

두 줄기 덩굴손으로 걷는 멜론

오, 붉은 과일, 상아, 양질의 목재!

효모가 부풀어 커다래진 이 빵

이 두툼한 지갑에서 새로 주조된 돈,

나는 수단이고 무대이며 새끼 밴 암소

초록 사과를 한 자루 먹어치우고

나는 내릴 길 없는 기차에 올라탔다

 

 

 

 

석지영의 책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에 인용된 시 중 한편.

제목처럼 '은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는 순간 언어 속으로 휘리릭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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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5 0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3-08-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페이퍼 제목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실비아 플라스라는 시인에 대해서, 이름도 들어본 적 있고, 영화가 나왔다는 것도 알고, 그리고 실은 조금 더 알 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이 쓴 이 시를 저는 처음 읽어봅니다. 이 시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으면 저는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은유법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지금까지 거의 시를 안 읽어서 그럴지도;;)

hnine 2013-08-17 12:46   좋아요 0 | URL
예, 기네스팰트로가 나왔던가요? <실비아>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지요.
실비아 플라스를 저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어느 시인의 여행 수필집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어요. 딱 한줄인가 두줄인가 인용되었는데 그때에도 그 문장속에 금방 빠져들겠더라고요. 시는 일부러 읽으려고 해서보다는 그런 식으로 인연이 맺어지더군요, 제 경우에는요.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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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저자의 이름을 본 것은 일간지였다. 서른 셋의 한국계 여자, 하버드대 종신 교수라는 제목의 기사.

얼마 지난 후 우연히 TV에서 그녀를 또 보았다. 처음부터 본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모르겠지만, 일종의 '자랑스런 한국인'같은 류의 기획물 일환이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방송국에서 직접 그녀가 사는 미국으로 찾아가 그녀가 사는 모습을 취재하여 보여주었다. 그녀의 하버드 연구실, 집, 남편, 두 딸. 아무것도 부족할게 없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는 그녀가 하버드 종신 교수라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과는 좀 다른 경로를 거쳤을 것 같은 그녀의 그동안의 삶이 궁금해서 꽤 흥미있게 그 프로그램을 끝까지 다 보았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그렇게 알게 되었듯이, 한국에서 그녀의 이름이 점점 알려지게 되고, 여기 저기서 그녀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한국계이긴 하지만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편하고, 국적도 미국인 그녀는 예상치 못한 한국으로터의 관심과 주목을 갑자기 받게 되자 무언가 생각하게 되었나보다. 여섯 살까지 살았던 나라, 부모님의 나라 한국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우리 나라에서 보통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한 우물을 판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녀도 분명 그런 영향을 받긴 했지만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의 강력한 권유와 지도, 그리고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않았던 그녀의 성격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TV에 나왔을 때에도 무용을 포기한 건 지금도 상처로 남았다고 하더니 이 책에도 그렇게 써놓았다. 처음엔 엄마의 권유로 시작한 무용이 너무 좋아서 계속 무용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그말을 들은 부모는 취미로만 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지고, 처음엔 굴복하지 않고 영재 학교에 다니면서 방과후에 가서 무용 수업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부모의 강력한 반대가 계속되자 그만 두게 된다. 그리고 다시 엄마의 권유로 배우게 된건 피아노. 맹연습 끝에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들어간 그녀는 열심히 피아노를 공부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취미로만 허락되었다. 결국 그만두게 할 것이면서 그녀의 엄마가 이렇게 무용, 피아노 등을 배우게 한 것은 '무엇이든, 골고루 다 잘 해야한다'는 방침때문이었다고 한다. 자기 의지가 계속 좌절되자 그녀는 책을 도피처 삼아 그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를 닦으면서도 책을 읽을 정도였다고 한다. 시(詩)에 사로잡혀 언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Yale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게 되고 장학금의 혜택으로 Oxford 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막상 문학을 공부해보니 자기는 언어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 일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진학하게 된게 하버드 법대였다. 아마 우리 나라 같으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Oxford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고, 그때쯤이면 대학 입학할 나이는 지났을 터인데 다시 다른 전공의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희열에 가까운 느낌을 경험했고 학교가서 공부할 생각에 매일 아침에 눈뜨는게 즐거울 정도였다고 한다.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적어도 글에서 알수있는 그녀는 Yale, Oxford, Harvard, 법대 교수 등을 목표로 하여 노력하지 않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부모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약간의 원망스러움이 왜 없었겠는가. 드러내서 쓰지는 않았지만 읽는 동안 어쩔 수 없이 슬쩍 엿볼 수 있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좋은 점, 도움을 받은 이야기 외에는 함부로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 같다. 부모가 그녀를 어떻게 키웠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썼지만 그것에 대해 지금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한 말로 맺는게 전부였다. 더구나 내가 TV에서 볼때만 해도 아주 다정해보이던 남편과도 지금은 헤어졌지만 그건 자기에게 큰 슬픔이었다는 말이 전부이다. 아마 자기 책을 통해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글 몇 줄로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 드러나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책의 후반에는 법학이라는, 보통 사람들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꽤 진지하게 그녀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의사가 환자를 관찰하고 해부하듯이 법학은 사람들이 사는 사회, 국가를 해부하는 역할을 하고, 의사가 사용하는 칼에 해당하는 것이 법학자에게는 '언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었다.

100 사람이 있으면 100 가지 다른 삶이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삶에도 나는 관심이 간다.

그녀는 완벽한가? 책에서 그녀의 입으로 말한다. 완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갑옷을 둘러 쓴 것 마냥 답답하고 무거운 부담에 지나지 않는다고. 완벽해지도록 노력하라는 말 대신 그녀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라고 한다.

용기.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그 결정은 능력이 아니라 용기가 하는 일이다.

책에 쓰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가 그녀에겐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하는 항목 중에 '단순하게 살고자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던데, 단순하게 살자고 일부러 마음 먹는 사람은 이미 단순한 사람이 아닌 것이다. 단순은 곧 '집중'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집중하며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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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3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3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3-08-14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꿈을 찾고 에너지를 쏟는것도 큰 행복이죠.
무용, 피아노..... 예술적 소질 있는 사람들이 참 부러운 요즘입니다.

hnine 2013-08-14 10:13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일찍 일어나셨어요.
예술적 기질은 타고난다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자신의 꿈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뭔가를 시작하고,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것, 이런 것들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자기 꿈에 대한 확신이 설때까지 생각하고 결단을 내리는 용기를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바램을 쫓는 일이 많으니까요.
이런 생각들은 늘 제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 자식에게는 어찌어찌 하지 말자, 라는 다짐으로 이어져요.
피아노는 좀 배워서 치지만 무용, 체육등 몸을 쓰는 일은 전 거의 저능아 수준이네요. 작년에 공부하느라 힘드셨으니 올해는 보상으로 춤이나 악기 배워보시면 어때요? ^^

2013-08-14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15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8-14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제가 읽기에도 무용에 아직 미련.. 같은 게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원망보다는 감사로 정리하는 부분을 보면서 저 역시 생략인지 초월인지 궁금했는데요, 당시에는 원망이 왜 없었겠냐마는 지금은 분명 초월일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리고 저도 워십댄스라는 춤을 배워봤는데요 지난 학기요^^, 재밌었어요. 친구가 찍어준 동영상 보면서 내가 나 안 같이 보이는 그 무언가? 그 무언가에 아마 무용하는 사람들은 빠지는 것이 아닐까.. 성인발레 배우고 싶은데 많이 비싸더라구요.. 더 늦기 전에 배우면 좋겠는데요....^^

hnine 2013-08-15 07:23   좋아요 0 | URL
원망보다는 감사로 정리 --> 현명한 방법이지요. 전 원망을 잘 해대는 성격 ^^
미미앤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다른 책 빌리려고 도서관 갔다가 없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나온 책이었어요. 어떤 사람의 인생에서도 배울 점은 있는 것 같아요.

블루데이지 2013-08-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함을 포기하고 너 자신이 되라 라고 말하는 그녀가 생각나는 리뷰네요^^
그녀가 스스로 찾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왠지 궁금도 하고 ......ㅋ
읽어본 친구말로는 그녀의 어마어마한 이력에 비해 책에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꽤나 담담하다고 하더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요....
저는 왜이렇게 이런 분들보면 맘이 복잡해지는지 모르겠어요...ㅋㅋ 속이 좁은가봐요...

hnine 2013-08-17 12:47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면 웬만한 자기 사랑, 자기 긍정, 의지력이 없었다면 상처로 남았을 수도 있을 경험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뭐든지 골고루 다 잘해야 한다고 하는 부모, 저도 부모이지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거든요.
친구분 말씀처럼 침착, 사려, 배려가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남을 가르치려드는 느낌도 없었고요, 지나친 과장, 미사여구도 별로 없었고요.
저는 차라리 저와 비슷한 코드를 가진 저자를 만날 때 마음이 술렁술렁하면서 복잡해지는데 저와 아주 다른 사람을 보면 별로 안그래요. 아주 객관화가 잘 되지요 ㅋㅋ
 
Last Shot: Mystery at the Final Four (the Sports Beat, 1) (Paperback)
John Feinstein / Yearling Books / 200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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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에 대해 '컴맹'이 있다면 난 '스포츠맹'이다. 직접 하는건 고사하고 정말 지능이 의심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룰도 들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이해도 잘 못하니 구경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좀 망설였었다. 보아하니 Final Four가 어쩌구, 농구와 관련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농구 잘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누구의 말을 믿고 구입하였다. 그 결과, 정말 그랬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정말 농구팬이라면 더욱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였다.

이야기는 Stevie가 전미농구작가협회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흥분해서 엄마에게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  엄마! 엄마!"

이제 8학년 (우리 나이로 열넷이나 열다섯살)인 Stevie는, 위 협회에서 주최한 14세 이하만 참가 자격이 있는 writing contest에서 뽑혀서 공동우승자인 다른 한명과 함께 그해 Final four 경기에 참석할 수 있는 초청장을 받은 것이다.

다른 우승자는 Carol Anderson이라는 여자 아이.

그 둘은 Final Four가 열리는 New Orleans로 각각 아버지와 함께 참석하는데 Stevie는 열렬 Duke팬이고, Carol은 열렬 MSU팬이라 서로 아웅다웅하면서도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진행될지 전혀 짐작을 못하고 '뭐야, 결국 농구 얘기잖아' 하며 읽는 속도가 느려질 찰나였다)

우연히 이들이 엿듣게 된 누군가의 대화가 마침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엿듣게 된 대화란, 누군가가 MSU의 어느 선수를 협박하는 내용이었다. Duke와의 경기에서 일부러 져주라는 협박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도 모르고 숨어서 들은 내용이라 Stevie와 Carol은 이 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우여곡절 거치면서 끝내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협박 받은 선수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제 열 몇살인 아이들이, 모른 척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일, 더구나 어른들, 그것도 다 한자리씩 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련된 검은 술수와 사기성 조작을 끝까지 파헤져 가는 과정을 따라가느라 농구에 대한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루한지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농구 경기 결과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사람, 대학의 총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 새로 부임할 총장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맘대로 부리고 싶어하는 사람, 이들 셋이 각자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모여, 한 대학의 스타 플레이어를 협박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마지막 순간에 그야말로 몇분 몇초를 다투며 마지막 샷을 성공시키기 까지. 저자는 독자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면서 승부 조작, 사기, 술수, 협박 등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는, 뻔한 사실외에 또한가지, 기자로의 꿈을 가지고 첫발을 내딘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기자란 단지 대박 기사를 쓰는 것, 글을 멋있게 잘 쓰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진실의 편에 서서 그것을 파헤쳐 나가는 것의 진짜 사명임을 암시하고 있다.

어찌보면 농구 경기를 빌어서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던 것은 그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이 책의 작가는 실제로  Duke 졸업생이며 Washinton Post지의 스포츠 기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약력을 보고 나니 문득 이 이야기는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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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8-1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경기에는 으레 돈이 걸리기 마련이라서
협박도 하고 조작도 하고 뒷거래도 있고...
그야말로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운동하고는
어디에서나 다 멀어지는 듯해요.
참말 모두 논픽션, 우리 이야기일 테지요.

hnine 2013-08-10 09:24   좋아요 0 | URL
세상물정 모르는 저는 농구 경기에도 저렇게 돈이 으레 걸린다는걸 모르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든 돈이 걸리기 시작하면 원래의 성격과 색깔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는 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걸까요.
저 책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사실 처음에 몇 페이지 잃고 그만 둘까 했었거든요.
중요한 주제가 뒤로 가면서 나오더군요.

마녀고양이 2013-08-1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의 편에서....
썰전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철희 소장님이
문재인 의원을 실제 만난 소감이 맑다 였다고 해요.... 권력욕이나 정치적인 면이 부족하지만 맑다고...
그게 더 멋지지 않을까 싶어요. 권력욕이나 정치적이지 않고 맑은 사람은, 언제나 진실의 편에 설 것 같아서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너무 덥네요, 잘 지내시죠?

hnine 2013-08-12 00:52   좋아요 0 | URL
진실...요즘은 과연 진실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네요. 변하지 않는 것일까,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일까.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때마다 모양을 맞춰가며 바꿀 수 있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가. 혼잣 생각이지요. 갈수록 얕아가고 표면에 떠오른 것만 보려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과 제 마음과의 불협화음이지요.
저 책에서 결국 Last Shot으로 모두 평정이 되었듯이, 진실은 존재하고 통한다고 믿고 싶어요 아직은.
너무 덥지요?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기후 맞나 싶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