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대해 '컴맹'이 있다면 난 '스포츠맹'이다. 직접 하는건 고사하고 정말 지능이 의심될 정도로 스포츠에 대한 룰도 들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이해도 잘 못하니 구경도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좀 망설였었다. 보아하니 Final Four가 어쩌구, 농구와 관련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농구 잘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누구의 말을 믿고 구입하였다. 그 결과, 정말 그랬다. 이 책의 저자처럼 정말 농구팬이라면 더욱 더 재미있게 읽었겠지만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였다.
이야기는 Stevie가 전미농구작가협회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흥분해서 엄마에게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 엄마! 엄마!"
이제 8학년 (우리 나이로 열넷이나 열다섯살)인 Stevie는, 위 협회에서 주최한 14세 이하만 참가 자격이 있는 writing contest에서 뽑혀서 공동우승자인 다른 한명과 함께 그해 Final four 경기에 참석할 수 있는 초청장을 받은 것이다.
다른 우승자는 Carol Anderson이라는 여자 아이.
그 둘은 Final Four가 열리는 New Orleans로 각각 아버지와 함께 참석하는데 Stevie는 열렬 Duke팬이고, Carol은 열렬 MSU팬이라 서로 아웅다웅하면서도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진행될지 전혀 짐작을 못하고 '뭐야, 결국 농구 얘기잖아' 하며 읽는 속도가 느려질 찰나였다)
우연히 이들이 엿듣게 된 누군가의 대화가 마침내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엿듣게 된 대화란, 누군가가 MSU의 어느 선수를 협박하는 내용이었다. Duke와의 경기에서 일부러 져주라는 협박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도 모르고 숨어서 들은 내용이라 Stevie와 Carol은 이 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우여곡절 거치면서 끝내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내고, 협박 받은 선수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제 열 몇살인 아이들이, 모른 척 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일, 더구나 어른들, 그것도 다 한자리씩 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련된 검은 술수와 사기성 조작을 끝까지 파헤져 가는 과정을 따라가느라 농구에 대한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루한지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농구 경기 결과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사람, 대학의 총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 새로 부임할 총장을 자기 손아귀에 넣고 맘대로 부리고 싶어하는 사람, 이들 셋이 각자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모여, 한 대학의 스타 플레이어를 협박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어 마지막 순간에 그야말로 몇분 몇초를 다투며 마지막 샷을 성공시키기 까지. 저자는 독자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면서 승부 조작, 사기, 술수, 협박 등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는, 뻔한 사실외에 또한가지, 기자로의 꿈을 가지고 첫발을 내딘 주인공들의 행동을 통해 기자란 단지 대박 기사를 쓰는 것, 글을 멋있게 잘 쓰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진실의 편에 서서 그것을 파헤쳐 나가는 것의 진짜 사명임을 암시하고 있다.
어찌보면 농구 경기를 빌어서 작가가 정말 말하고 싶던 것은 그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이 책의 작가는 실제로 Duke 졸업생이며 Washinton Post지의 스포츠 기자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약력을 보고 나니 문득 이 이야기는 픽션을 가장한 논픽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