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커튼을 올린다

시계를 본다

전원을 켜고 탄식을 읽는다

남의 밥상을 훔쳐서

내 밥상을 차린다
먹인다

먹는다

거울을 본다

노래를 한다

달력을 본다

쇼핑을 한다

버틴다

남의 글자를 읽는다

남의 삶을 엿본다

내 글자를 적어보자

포스트잇을 꺼낸다

간신히 세줄 적는다

요가를 한다

명상도 하지

내일은 혹시

다르게 시작되어

다르게 끝날지 모른다고

어제와 똑같은

명상의 한계이자 목적

잠든다

 

커튼을 올린다

시계를 본다

 

무한할 것 같은

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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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4-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진짜로.. 와 닿아요.

hnine 2014-04-12 12:58   좋아요 0 | URL
내용이랑 너무 안맞는 제목인 것 같아 바꿀까 생각중인데, 그냥 둘까요? ^^

서니데이 2014-04-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틴다, 는 말이 눈에 많이 들어와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hnine 2014-04-12 19:50   좋아요 0 | URL
버티는 시간 보다는 즐기는 순간이 많은 삶이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지요. 버티는 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요?
매일 잠들며 하는 생각은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구나, 하지만 내일은 오늘과 좀 다른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기대인지 욕심인지, 그렇답니다. 내일도 오늘과 같았으면 하고 잠드는 날은 없는 것 같아요.

하늘바람 2014-04-12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게 읽으며 끄덕이네요 멋져요 님

hnine 2014-04-13 04:46   좋아요 0 | URL
남들도 저렇게 살고 있을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실 2014-04-1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상도 하시는구나.....
요즘 제 뇌의 80%는 아이들인듯요. 주말에는 특히요.
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

hnine 2014-04-14 16:24   좋아요 0 | URL
에이, 명상이라기보다 숨고르기이지요.
경주엔 잘 다녀오셨나요? ^^
다린이도 이제 부모의 간섭을 싫어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고, 차라리 간섭 말고 제 삶을 살자 결심하는데 자꾸 잊는단말입니다 ㅠㅠ
 
언젠가는, 터키 -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곳
장은정 지음 / 리스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결혼전 살던 동네에 앙카라 공원이 있었다. 우리 동네이니 나는 '앙카라'가 터키의 수도이고 왜 그런 이름의 공원이 거기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앙카라'라는 이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책 제목 앞에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곳' 이라는 구절이 붙어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닌가 보다.

저자는 10년 동안 21개나 되는 나라를 여행했는데 터키는 두번 다녀왔고 또한번 방문을 곧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 소개와 함께 나와있는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제주도에 일때문에 내려가 있다고 하는데 제주도에 관한 책을 쓰려나?

 

지리적으로 보면 유럽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이스탄불의 일부만 유럽 대륙이고 그 외 지역은 모두 아시아 대륙이다. (16쪽)

- 역사, 지리에 모르는 것이 많은 나는 이런 것을 대할때마다 새롭다.

 

터키 음식은 중국,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음식 (23쪽)

- 유럽에서 흔한 간식 거리 중에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것이 있어서 먹어봤는데 평소에 달다구리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많이 달다 싶었다. 그것밖에 터키 음식을 먹어본게 없구나. 세계 3대 음식이라는데.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 (46쪽)

- 더 이상 콘스탄티노플과 이스탄불을 따로따로 떠올리지 말것

 

이야소피아 성당 (46쪽)

- 537년 비잔틴의 황제 유스티아누스가 설립하여 '교회'로 쓰임

- 오스만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 함락후 '이슬람 사원'으로 쓰임

- 1934년 수리하여 박물관으로 지정

 

오리엔트 특급열차: 파리와 이스탄불을 오가던 열차. 파리에서 출발하여 유럽13여개국을 거쳐 이스탄불에 이르는 최초의 대륙횡단열차. 지금은 운행중단 (71쪽)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의 배경이 되기도 한 열차. 사건이 일어나기 충분한 여행 시간이었겠구나.

 

이스탄불에서 낚시는 일상이다. (88쪽)

 

이스탄불에서는 높은 곳에 올라가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스탄불은 뭐라 설명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현재 이스탄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지상 54층 높이 236m의 '이스탄불 사파이어'.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건물 꼭대기로 올라가면 이스탄불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102쪽)

- 어느 도시든 높은 곳에 올라가면 색다르고 아름다워보이지 않나. 고층 빌딩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놓고 360도로 조망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은 세계적인 관광도시이니 당연히 있을 법 하다.

 

이스탄불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밤새 12시간 달리면 카파도키아.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 (118쪽)

- 버스로 12시간. 해보진 않았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건 짐작할 수 있다. 어제 겨우 3시간 버스 타고 오면서도 지루해하지 않았나?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는 300TL, 한화로 약 20만원 정도의 비싼 가격 (2010년 기준). 그럼에도 권장. 한시간 정도 소요.

- 언젠가 가보고 싶다고 사진까지 올려놓은 곳이니 구체적인 정보도 눈여겨 보고.

 

미국의 수도가 뉴욕이 아닌 워싱턴이고 호주의 수도가 시드니가 아닌 캔버라인 것처럼 터키의 수도는 이스탄불이 아니라 앙카라이다. (166쪽)

- 나처럼 지리에 약한 독자를 위한 설명

 

쿠샤다스에서 운행하는 페리를 타면 1시간 반만에 그리스의 사모스섬에 도착한다. 사모스섬을 둘러보고 다시 쿠샤다스로 돌아올 수도 있고, 사모스를 시작으로 로도스, 산토리니, 아테네 등의 그리스 여행을 할 수도 있다. (240쪽)

- 알다시피 서로 앙숙인 두 나라 터키와 그리스는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사모스, 산토리니, 아테네 등은 그리스에서도 유명한 관광지. 아마 사진을 보고 한번쯤 꿈꾸어보지 않은 사람 드물 것이다.

 

오지랖이 태평양 같아서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정이 넘치다 못해 퍼준다

흥이 많아 음주가무를 좋아한다

기분파다

남자들의 허풍이 심하다 (21쪽)

터키 사람들의 성격이라는데 한국인들과도 어찌보면 비슷한 구석이 있어보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보자면 내가 아는 그리스 사람들 성격과도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빌려온 책이라서 메모하면서 읽고 있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물어본다. 열심히 메모까지 하며 읽으시는걸 보니 곧 여행갈 계획이 있으시냐고. 대답을 대신해 웃기만 했지만 책 제목처럼 대답해도 좋았겠다.

"언젠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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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4-04-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간버스로 12시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터키 버스에는 친절남(남자 안내양)이 있어서 손에 향수도 뿌려주고 간식도 주고 친절미소도 날려주고...재밌어요. 개인적으로는 인도 다음으로 재밌는 여행지로 터키를 꼽고 싶습니다.

hnine 2014-04-07 05:50   좋아요 0 | URL
전 비행기도 12시간 정도 가면 몸 속 피 도는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이 나는 것 같던데요. 제가 아무래도 참을성이 부족한가봐요.
터키 남자들의 친절에 대해서는 많이들 얘기하더군요 ^^ nama님께서는 그래도 터키보다는 인도가 더 재미있는 여행지라는 말씀이시네요? 와, 인도... 인도와 터키, 두 나라 모두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올라갑니다.
제 친정아버지께서도 예전에 유럽 여행 다녀오신 후 말씀이 터키가 제일 인상적이라고 하시기에, 더 유명한 관광지가 많을텐데 터키? 하고 의아했던 기억이 나요.

2014-04-08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8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10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 주말. 3월의 마지막 일요일.

집에서 2시간 좀 넘게 걸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다. 이번이 세번째 방문.

2013년 9월 현재 14,000여 품종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의 식물 보유 수목원. 설립자는 2002년에 고인이 된 Carl Ferris Miller. 우리말 이름 '민병갈'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분이다.

 

작년 이맘때 왔을때는 목련이 한창이었다. 그렇게 많은 종류의 목련이 있는 줄 그때 처음 알았는데 실제 400여종류의 목련이 있다고 한다. 이번 방문엔 이름 하나를 외워왔다. 'Star above star' 이름이 특이해서.

 

 

 

 

이건 천리포 가는 길, 예산 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찍은 꽃.

 

 

 

 

 

 

장미과 식물인데, 보라색 꽃이 피는 것도 있다. 천리포 수목원 여기 저기 많이 볼 수 있는 식물 중 하나.

 

 

 

 

 

"산수유!" 외치고 나서, 혹시 생강나무일까봐 다시 확인해보고 사진찍는 소심성. 산수유가 맞다.

 

 

 

 

 

'고향의 봄'노래가 저절로 나오게 하는 집.

천리포 수목원 내에는 이렇게 예쁜 단독 숙박시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한옥 5채, 양옥 6채.

 

 

 

 

'올해는 매실을 꼭 담그어야지.' 꽃을 보며 아줌마 다운 생각.

 

 

 

 

뭐더라, 뭐더라, 이 꽃 이름이.

('히어리'라고, 숲해설가 순오기님께서 가르쳐주심 ^^)

 

 

 

 

 

 

 

 

오늘은 동백을 아주 가까이서 찍어줄수 있겠다.

동백은 꽃이 여기 저기 피어있는 단체 사진과, 이렇게 독사진으로 찍었을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마치 조화 같은 생화이다.

동백은 목련, 호랑가시, 단풍, 무궁화와 함께 천리포 수목원의 집중수집종 중 하나.

 

 

 

세번째 오면서 이 식물은 처음 본다. 마치 잎 위에 꽃이 핀 모양이라니!

이것 좀 보라고 남편과 아이를 불러 세웠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안내하시는 분이 오셔서 알려주신다.

"신기하게 생겼지요? 여기 넓적한 잎처럼 생긴게 사실은 잎이 아니라 줄기가 변해서 된 부분이랍니다."

 

 

 

 

어떤 이유로 이 식물은 이런 모양으로 환경에 적응을 해야했을까?

 

 

 

이 식물의 이름이다.

Ruscus hypoglossum

아주 드물게 열매가 열린다는데, 빨간 타원형의 열매를 집에 와서 검색해보며 사진으로 보았다.

 

 

식물원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 나, 아이 모두 다른 메뉴를 선택.

메생이국을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았는데 이 맛있는 음식을 왜 이제야 먹어보는건지.

 

 

토요일까지 비가 뿌리더니, 이 날은 마치 수목원에 가야만 할 날씨 같이 맑았다.

 

마음은 여러 가지 연유로 우울했다가, 꽃을 보는 순간 개었다가, 다시 흐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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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4-01 21:34   좋아요 0 | URL
오늘도 걷기 좋은 날씨였지요.
꽃, 그리고 키우는 강아지를 보면 전 가끔 혼잣말을 해요. 너희처럼 인간에게 무해하고 기쁨의 원천인 생물이 또 있을까 하고요.

무스탕 2014-04-01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뜩이나 봄인데 나인님 서재에 오니 완전 봄이네요.
아~~~ 이뻐라~~~

꽃은 확실히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어요.
존재 자체만으로, 단순히 보는것 하나로 마음을 말랑말랑 녹여줘요.
(다시 흐려지진 마세요. 꽃피는 봄은 짧잖아요 ^^)

hnine 2014-04-01 21:3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반가와요~~
치유 능력 맞아요. 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는데 그거였네요.
같은 충청권인데 대전에서 천리포 수목원까지 2시간 넘게 걸리면 생각보다 꽤 가는 거리이지만 제가 즐겨 가는 곳 중 하나랍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같이 잘 안다니려고 해요. 집에 혼자 두고 가긴 아직 이른것 같고 ㅠㅠ
(댓글의 '가뜩이나 봄인데' 라는 시작 문구가 좋아요. 무슨 싯구 같아서 어디 적어놓고 싶네요.)

순오기 2014-04-0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리포수목원은 못 가봤어요~
무슨 꽃이냐고 한 건 '히어리'에요.
숲해설가 공부할 때 '완도수목원'에서 처음 봤어요.
이쁘죠?^^

hnine 2014-04-03 00:12   좋아요 0 | URL
'히어리'~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천리포수목원에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4-04-02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리포수목원 찜해뒀ㅇ니요. 다음에 시댁가면 그쪽으로 나들이 가자해야겠네요.

hnine 2014-04-03 00:15   좋아요 0 | URL
네, 자신있게 권해드립니다. 저 설립자 분은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저 식물원에 일생을 바치셨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일군 식물원의 한켠에 수목장을 지내달라 부탁하셨다지요. 그런 저런것 생각하며 둘러보면 그냥 예쁜 꽃구경 이상의 것을 하고 오게 되더군요.

nama 2014-04-0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곳에는 몇 번 갔었어요. 심지어 황금가죽나무순도 뜯어 먹어봤어요. 가죽나무순 나물을 나물 중의 왕으로 여기고 있는데 맛이 정말 궁금했거든요. 역시나 향이 기 막혔어요. 그리운 천리포...

hnine 2014-04-03 00:19   좋아요 0 | URL
황금가죽나무, 세번이나 갔어도 전 아직 못봤으니 또 가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
가죽나무순 나물은 그 전에 구해서 먹어볼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향일지 궁금해서요.

2014-04-03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4-05 0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도,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 - 만화와 사진으로 풀어낸 인도여행 이야기, 인도 여행법
박혜경 지음 / 에디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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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은 말과 글을 알면 가능한 일 같지만, 때로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안다. 지금도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하며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본다. '바람도 그릴 수 있다면'

만화 형식의 여행기라는 것을 책장을 넘겨보기전엔 몰랐다. 지금은 없어진, 알라딘 틀림그림찾기 하며 눈에 익은 표지라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을 골라든 제일 큰 이유라면 이유랄까. 평소에 인도에 대해 관심이 특별히 많지도, 그렇다고 관심 없지도 않은 편이었으니까.

이 책 말고도 인도 여행에 대한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많은 인도 여행 책들 중에 복잡하지 않고 개성있는 필치로 저자가 직접 그린 만화 형식으로 되어있다는 이 책의 두드러진 점외에, 책 전체에서 내가 꼽은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문장이고, 다른 하나는 세쪽에 걸친 저자의 느낌글이다.

화가는 자기그림이 제 나이이고, 시인은 시가 제 나이이며, 시나리오 작가는 자기 영화가 제 나이이다. 바보들만 자기 동맥이 제 나이다. -앙리 장송 (12쪽)

지나가던 한 인도인이 내 카메라에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을 행복 또는 불행하다고 섣불리 해석할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여행자를 만날 때면 그가 관심 있는 건 오직 인도에서의 경험을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풀어내 친구들에게 공감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주의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은 어딘가 비세속적으로 보이는 인도인의 생활을 소박한 평온이라 칭송하면서도 결코 그들의 삶을 닮으려 풍덩 뛰어들지는 않는다.

언젠가 사진을 찍어달라 조르던 아이들이 뒤늦게 돈을 달라고 해서 화가 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가난한 상대가 아무 대가 없이 내게 친절을 베풀면 그것이 곧 그의 순수함이 되고 친절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면 그것을 상대의 타락으로 여겨 왔던 나의 얄궂은 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보면 최신 기기를 들고 원시림을 여행하면서도 주민들은 세속적으로 변하지 않길 바라는 여행자의 이기심이랄까.

가끔은 나를 비롯한 많은 여행자들이 자신의 모험심과 동정심에 심취해 그걸 과시하느라 애꿎은 인도인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 말하길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지. 혹시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마음껏 구경할 준비가 된 철없는 이방인은 아닐까? (238-240쪽)

이 사람, 여행에서 귀한 걸 배우는구나 싶었다. 책을 통해, 공짜로 그 깨달음을 섭취해버리는게 미안했다.

그들은 왜 누군가에게 그들의 삶을 구경당하는가. 우리는 무슨 권리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멋대로 해석하고, 동정심과 싸구려 감성으로 그들의 삶을 뒤범벅 해석하여 우리 삶을 자만하고 안심하는데 이용하려 하는가.

내 친구 하나는 인도를 여행하다가 여행 기간 내내 배탈 설사로 고생만 하다가 왔다고 했고, 소설가 강석경은 인도를 여행하고 인생의 큰 전환점을 돌았다고 했다. 얼마전에 읽은 엔도 슈사쿠의 소설 <깊은 강>도 생각 난다.

사람들이 인도에 가서 보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작가가 될 꿈을 가지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 바람도 그릴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란다. 그러려면 바람을 느껴야 하고 바람을 느끼기 위해 우리의 감각을 다른 곳에 다 내어주지 말아야 하리라.

 

책속의 여러 사진, 그림, 내용들보다 인용한 위의 저 두 부분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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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4-01 21:42   좋아요 0 | URL
전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저 구절을 읽는데 금방 넘어가지지 않더라고요. 꼭 여행을 다닐때만 그러겠어요? 어차피 우리는 우리의 안경을 통해 보고 판단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하고 단정하고, 그러겠지요. 혹시 여행을 통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런 비교를 추구하고 있지않은지, 잠시 심각해져봤어요 ^^
이러니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의 눈이 깊어지고 넓어질 수 밖에요.

비로그인 2014-04-01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 hnine 님의) "페이퍼를 통해 공짜로 그 깨달음을 섭취해버리는 게" 죄송하거나 하진 않고 ^^

무척, 감사한 마음으로 꼼꼼히(당연히 이렇게 읽어야겠지만 나인님 페이퍼는 특히..) 읽었답니다.

hnine 2014-04-01 21:46   좋아요 0 | URL
컨디션님~~ 사진 잘 찍으시는 컨디션님~~ ^^
꼼꼼히 읽어주신다니 순간 덜컹! 전 한번 글 올리고 난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성격이 못되어서 나중에 읽어보면 오타가 만발이거든요 ^^
인도에 가볼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라씨'라는 디저트는 꼭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저 책에 나와요 ^^

몬스터 2014-04-02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바본것 같아요. :-( 제 나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더 살아봐야겠죠. (?). 세상 많은 일들이 그렇겠지만 여행도 저는 아직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한 번 발을 떼면 , 두 번째는 덜 두렵다는 거 아는데도, 처음이 어렵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hnine 2014-04-03 00:21   좋아요 0 | URL
저도 자신있게 제 나이를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저 문장이 마음에 이처럼 들어오지 않았겠지요.
몬스터님 서재에 다녀왔는데 지금 영국에 계신가요? 여기 저기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더 길을 나서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저도 영국에 3년 반 정도 있었는데 정말 다닌데가 별로 없거든요.
 

 

 

 

지난 일요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서 고속도로를 달려 두시간 후인 11시쯤 구례에 도착하였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떠난 건 아니다. 거의 매일 24시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가 아무래도 바깥 공기를 좀 유입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지리산에 처음 갔던 것은 1988년, 대학 4학년때. 과에서 생태학 실습에 쓸 자료 채집이 목적이었다. 버스로 화엄사 입구까지 간 후, 거기서부터 노고단까지 걸어 올라갔다. 우리 과 60여명에 교수님 두분, 조교 등, 출발은 같이 했으나 도착 시간은 각각. 돌이 많은 길을 올라가자니 어찌나 힘들던지, 헉헉 거리며 나는 대열의 맨 뒤에서 겨우 따라가고, 교수님 한분이 옆에서 같이 가주셨다.

 

목표지점인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거기서 1박을 했다. 

25년 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차로 성삼재휴게소까지 갈 수 있게 길이 닦여 있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성삼재휴게소에서 우리가 차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며 찍었다.

노고단을 향하여 올라가기 전에 툴툴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야했다.

 

 

 

3월이지만 노고단 올라가는 길에 저렇게 눈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많았다.

 

 

 

 

 

 

 

생각난다, 예전에도 이 돌길을 걸어올라갔었지.

남편과 아들은 벌써 앞서 올라가고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번에도 역시 맨 뒤에서, 하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가파른 돌길. 시멘트가 아닌 자연의 돌을 디디며 걷는 것이 오랜 만이어서 그런지 힘들지만 좋다.

힘든 건 몸이고, 좋은 건 마음이겠지.

저렇게 경사가 좀 가파른 곳도 있고, 아래 사진 처럼 비교적 덜 가파른 곳도 있다. 어느 길이나 그렇겠지만.

 

 

 

 

 

 

돌길 한쪽에 쭉 늘어서 있는 관목은 대나무처럼 생겼지만 조릿대라고 알려주시던 교수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 어딜 가든지, 돌이 있는 곳엔 이런 조형물 (!)이 꼭 있다.

 

 

 

 

 

 

아, 여기! 그 옛날 숨이 턱에 닿아 도착했던 곳.

 

 

 

 

노고단이라는 이름의 '노고'는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으로, 우리 나라 옛이야기 속의 '마고할미'로 해석하기도 한단다.

노고단대피소 입구에서 맞아주고 있는 목각 '노고'이다.

 

이 건물 2층에 숙소가 있었다. 군인 내무반같이 생긴 곳이었는데 60여명이 함께 밥 해먹고 잠 자던 그 날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왔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그 아이들은 다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잠시 앉아서 쉰후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옛날엔 내려올땐 피아골 쪽으로 내려왔었는데.

더 도전해보고 싶은 몇몇 사람은 노고단보다 좀 더 높은 천왕봉까지 갔다왔지만 나는 물론 아니다.

 

첫번째 지리산이 대학생때였고, 두번째 지리산은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7~8년 쯤 전인가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때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주로 산수유 꽃구경, 쌍계사 등을 둘러보고 왔었다.

이번이 세번째 지리산.

앞으로 또 언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여길 오게될지 모르겠다. 모쪼록 건강한 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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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봄에 눈이라니~^^ 아직 지리산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인데,,, 사진으로 미리 답사하네요~ 올해는 꼬옥 도전해봐야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hnine 2014-03-28 09:08   좋아요 0 | URL
착한시경님, 꼭 다녀오세요. 대전에서 2시간이면 가요.
꽃이 더 활짝 피었겠지요?

nama 2014-03-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20여 년 전에 두 세번 종주하고, 기껏 화엄사만 둘러본 것도 10년 전쯤...지금도 지리산 종주하는 게 늘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어요.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니...부럽습니다.

hnine 2014-03-28 11:59   좋아요 0 | URL
대전에 살다보니 남도 지방도 2-3시간이면 갈 수 있어 좋더군요.
화엄사는 참 큰 절이었어요. 웅장하고 위엄 있어 보이고요. 그에 비해 쌍계사는 그 역시 큰 절이긴 하지만 더 정감이 느껴졌어요. 나무도 건물도, 오는 사람을 감싸안는 느낌이랄까요.
다리가 많이 나았다고 하셨으니, 희망사항을 이루실 날도 머지 않았을거예요. 10년 세월도 훌쩍이지요? ^^

세실 2014-03-2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삼재 휴게소까지 올라간 기억은 있는데 노고단에 가본 기억은 가물가물 합니다. 갔었나? 안갔었나? ㅎㅎ
아이가 씩씩하게 잘 올라가네요^^

hnine 2014-03-29 06:01   좋아요 0 | URL
저도 두번째 갔을땐 성삼재휴게소까지만 차로 올라가고 노고단엔 올라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돌길이 많고 가파른 곳이 가끔 나와서 그렇지 어린 아이들도 엄마 아빠 도움 받으며 올라가기도 하더라고요. 기특한 어린이들이죠.
다린이는 저보다 앞질러 올라가서 사진엔 없어요 ^^

순오기 2014-04-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까지 다녀가셨네요.^^
지리산 저곳은 서너번은 가봐서 풍경이 반갑네요.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워요!!

hnine 2014-04-03 00:2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멀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서울에서 갈땐 멀다고 느꼈는데, 대전이 그게 좋아요. 중간 지점에 있다보니 국내 어딜 가더라도 비슷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는거요 ^^
지리산은 아직 노고단까지 밖에 못가봤는데 천왕봉도 언제 한번 올라보고 싶어요. 노고단까지도 낑낑대며 오르긴 했지만요. 대신 내려올땐 남들보다 걸음이 빨라져서 남편이 저보고 미스테리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