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았던 시간에 - 김소연 여행산문집
김소연 지음 / 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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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김소연의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산문집'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여행을 기록할 때 우리는 보통 시간순으로 혹은 지역별로, 다녀온 곳을 쭉 나열하여 보고 듣고 느낀 것, 여행지에 대한 정보 등을 기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김소연 시인의 이 책은 분명 여행 때문에 만들어진 책이긴 하지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지도 않고 그곳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고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 여행책을 읽고 싶어 찾고 있던 참이었다. 

'역시 시인이 쓰면 뭘 써도 달라.'

하루 만에 단숨에 다 읽으며 아쉬워했다. 좀 더 페이지가 남아있었으면.

'찻물을 끓이는 데에 한나절을 보냈다' 같은 글의 소제목에 비하면 '그 좋았던 시간에' 라는 책 제목은 너무 평범하다. 


나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구별 짓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로 기꺼이 나아간다. 낯설어져서 비로소 새로워지는 나를 자랑하고 싶을 때, 엽서를 사러 나간다. (35쪽, '낯선 사람이 되는 시간' 중에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한치도 다름없이 똑같을 때, 그래서 내일의 나도 역시 그대로 재현될 것이 뻔할 때 우리는 그것을 안정이라 부르는 대신 무료함, 지루함, 공허함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럴땐 나를 낯선 환경에 놓아보는 적극적인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안정을 깨어보는 댓가, 낯설어져 보는 용기를 택한 댓가로 우리는 비로소 새로워지는 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서 확인까지 받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여행의 진짜 목적은 그런데 있다고 생각한다.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불상사가 저절로 차단될 수 있었던 것은 불필요한 우연들이 곳곳에 포진된 혼자만의 여행보다 분명 나은 점이었다. (173쪽, '잠든 친구의 얼굴' 중에서)

같은 곳을 가더라도 혼자 하는 여행과 동행이 있는 여행은 각각 다른 여행으로 카운트해야 한다고, 그만큼 다른 경험이고 다른 느낌을 준다고 나는 말해오곤 했다. 그리고 솔직히 혼자 하는 여행을 조금 더 선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동행이 있는 여행이 주는 미덕도 있음을 얼마전 그룹 여행을 다녀오면서 체험했는데 그것을 시인은 위와 같이 표현했다. 친구와 여행을 하면서 어딘가 편하지 않은 느낌을 받아오던 어느 날 문득 잠들어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 든 느낌을 적은 글이다. 


즐거웠지만, 나는 이상했다. 마음이 없는 사람처럼 건조해져갔다. 거울을 보면 슬픔도 근심도 말끔히 사라져,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라던 것이었으나, 바라던 게 아닌 것만 같았다. 안온하되 허전한 상태. 그 허전이 난감한 상태. 나는 소파에 심드렁하게 누워 바다를 바라보다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토록 바라던 한가함을 얻었고 이토록 태평한데, 왜 헛헛해하는지에 골똘하다가 그만 불안해져버렸다. 한 톨의 슬픔조차 남지 않아 공허했고 그게 불편했다. (216쪽, '바캉스적 인간' 중에서)

한 톨의 슬픔마저 없을 때 우리는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허전하고 공허하다는 것.


시인은 여행 그 자체의 의미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느냐에서 나아가 위에 인용했듯이 낯설게 하여 새로와지기, 살아있음을 확인하기에 여행의 궁극적 목적을 두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다음 인용한 시에서도 시인의 그런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다.


목적지보다는

목적지에 가다가 만난

시골 마을이 더 좋았다.


시골 마을 보다는 

시골 마을의 사람 없는 골목이 더 좋았다.


(...)


목적보다는

목적한 적 없는 것들이 언제나 좋았다. (120쪽, '시골 마을' 중에서)


분명 자연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배경이 더 이상 배경이 아닌 듯 보이는, 시인이 직접 찍어올린 사진들은, 글에 더하여 덤으로 좋았다고 하면 미안할 정도로 매우 좋았다.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여행기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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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돌의 크기 비교를 위해 찍은 사진. 참고로 제 키는 150cm가 조금 넘습니다.)




















(새벽마다 그 전날 다닌 곳들을 기록하는 일로 시작하였습니다. 머리가 나빠서 금방 잊어버려요 ^^)







마지막을 모래 바위 틈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버티고 있던 풀 사진으로 합니다.



잊지 못할 9박 10일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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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2-2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집트를 다녀오셨군요, 나인 님! 잊지 못할 9박 10일의 시간을 이제 글로 적어주실건가요? 후훗

moonnight 2023-02-2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수고많으셨습니다~ 이집트 못 가 봤어요. 힘들긴 하셨겠지만 부럽네용^^ 멋진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nama 2023-02-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여행 사진에 제 마음이 다 두근거리네요. 잘 다녀오셨네요^^

stella.K 2023-02-2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다녀오셨나요?
어쩐지 요즘 잘 안 보이신다 했더니. 부럽습니다.
근데 마르셔서 그런지 키가 작아 보이지는 않은 거 같은데요? ㅎ

hnine 2023-02-22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제 여행 시작이다! 라며 가게 된 곳이 이집트였네요. 혼자 가긴 어려울 것 같은 곳이고 마침 제가 다니던 박물관에서 마련된 프로그램이라 큰맘 먹고 가게 되었답니다.
다녀오고 나니 확인해볼것도 많고 더 조사해볼것도 많아서 이렇게 사진 몇장으로 대신했어요.

moonnight 님, 이집트는 거리도 멀고 역사적으로 시간대로도 워낙 먼곳이라 쉽게 가게 결심하기 어려운곳 맞아요. 그런데 저는 꼭 가봐야할곳 같더라고요. 그리스 로마 서양 문명 이전에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 가치를 너무 모르고 있지 않나 생각도 들었고요. 맨위 사진 신전의 기둥을 보면서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인가 떠올린 사람들 많겠지요? 아무튼 잘~다녀왔습니다.

nama님, 이번엔 혼자 여행 엄두가 안나서 단체로 다녀왔어요. 남편 포함 19명인데 제가 거의 막내인 분위기 ㅋㅋ 은퇴하신 분들이 많고 여행도 얼마나 경력이 빵빵하신지, 이집트 여행도 여행이지만 그런것도 보면서 각성되는게 많던걸요. 70 넘으신 분들도 계셨어요.

stella님, 제가 봐도 저 사진이 좀 그렇게 나왔네요. 그런데 팩트가 어디 가나요ㅠㅠ 관광객들에게 선심쓰듯 공개하는 것은 관광객 입장에선 좋지만 3,000~4,000년전 유물이 앞으로도 잘 보존될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답니다. 보시다시피 투탕카멘 미라도 저렇게 가까이서 다 볼수 있게 해놓았어요.

모나리자 2023-02-28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그림으로만 본 풍경입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실물로 보면 대단할 것 같아요. 여행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기록하는 일이 필수지요. 여행의 추억으로 오랫동안 행복할 것 같아요. 늘 멋진 하루 보내세요. hnine님.^^

hnine 2023-02-28 12:03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제가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기는 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이집트를 직접 가보리라고 꿈도 꾸지 않았었답니다. 그러다가 어찌어찌 해서 가게 되었어요. 기회가 닿은거죠.
백년만 되어도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그곳은 3000년 정도의 시간이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되는 곳이더라고요. 예전의 문명은 문명이고 호객행위를 하는 남루한 사람들, 쓰러져 가는 집, 먼지를 뒤집어쓰고 아이를 업고 장사를 하는 여자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어요.
모나리자님도 오늘 분명 멋진 하루를 만들고 계시리라 봅니다~ ^^

순오기 2023-03-13 0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공부를 하고 다녀오셨군요. 9박 10일이면 공부한 것들 잘 보고 오셨을 듯해요!
나도 더 늙기 전, 다리 힘이 있을 때 가보고 싶은 곳인데...
미라를 저렇게 가까이서 볼 수도 있군요!!
키는 나와 거의 비슷할 듯요.^^

hnine 2023-03-13 07:51   좋아요 0 | URL
저도 단체여행 처음이라 일행의 스케쥴대로 움직이는데 못맞추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었는데, 저보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또 다들 잘 걸으셔서 무리 없이 일정대로 움직일수 있었어요.
이집트는 가기전 후로 공부가 많이 되는 여행지 맞아요. 삼천년 역사를 가졌는데 당연한 얘기겠지요.
 


1. 초등학교 다닐 때 소년중앙이라는 어린이잡지가 있었다.




 - 사진은 다음 사이트에서 발췌 -




본책 외에 가끔 별책부록이라는 것이 발행되는 달이 있었는데 그때 투탄카멘의 수수께끼였던가 그런 제목으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얘기가 실린 별책부록이 있던 달이 있었다.

거기서 처음 접하게 된 피라미드와 미라, 스핑크스 이야기.




2. 내가 고등학교때였나 대학교 다닐때였나, 아버지께서 이집트 여행을 다녀오셨다. 사진과 파피루스 기념품 같은 것을 잔뜩 보여주시며. 너도 나중에 꼭 가보라고 하셨다.




- 그때 아버지께서 사오신 파피루스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둔 것.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내가 친정에서 집으로 가져와서 책꽂이 앞에 세워두었다. -





3. 기억의 시간대를 훌쩍 뛰어 넘어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집트 문명전이 열렸다. 처음엔 혼자, 며칠 후 아이 데리고 다시 한번 더 갔다. 오벨리스크, 기념사진첩 같은 것을 사오고 아이와 퀴즈 문제 만들어 맞추기 같은 것을 하며 즐겁게 관람했던 기억이 있다. 




- 그때 사온 오벨리스크 기념품 -




4. 202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파라오와 신들의 나라 이집트>라는 연구 강좌를 들었다. 격주로, 2시간씩, 1년 동안 진행된 강좌였다. 처음엔 재미있다가 갈수록 좀 지루해지기도 했었다만, 1년 이라는 기간은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5. 2023년! 이집트를 직접 가보게 되었다. 바로 내일 모레.

9박 10일의 일정





















작년 한해 강의 들으며 받은 자료들과, 무엇보다도 위의 양정무 교수의 미술이야기 1편의 이집트 부분을 복습중인데 (이 책은 정말 아무리 봐도 좋다), 떠나기전 다 보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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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2-01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준비하신 여행이네요! 제겐 아직도 이집트 여행은 해볼 엄두가 나질 않는 ‘최고 수준의 여행‘입니다. 그냥 이집트는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아요. 나인님의 이집트가 현실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여행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저도 덩달아 설레네요. 건강하게 다녀오세요.

hnine 2023-02-01 07:26   좋아요 0 | URL
저렇게 써놓으니 제가 봐도 마치 오래 준비한 여행처럼 보이네요 ^^
이집트에 대한 관심은 그리스에 대한 관심과 마찬가지인데, 이쪽 문화와 역사를 모르면 이후의 다른 이야기들을 읽을때 자꾸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차피 알고 넘어가야 하는 나라이고 문화, 역사이구나 생각하고 작년에 강의를 듣게 되었지요.
혼자 가기는 좀 꺼려지는 나라라서 이번에 처음으로 단체 여행이라는 것을 가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벼락치기 공부하는 학생때 떠올리며 자료들 읽고 있습니다 ㅋㅋ
잘 다녀오라고 바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2-0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집트 여행!^^
정말 꼬꼬마 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처럼 바랐던 이집트처럼 보입니다. 그와중에 아~ 소년중앙이여!!ㅋㅋㅋ 어깨동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책의 표지 모델 어린이들은 흰머리 중년이 되어 있겠죠? 잠깐 회상에 젖었습니다.
아버지의 파피루스 그림 액자며, 중앙박물관의 오벨리스크 기념품 사진을 보니, 오랜시간 이집트 문명에 대한 집념을 품어오셨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준비 열심히 하신만큼 좋은 구경 잘하시고 오시길 바랍니다^^

hnine 2023-02-01 07:49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 감사합니다.
요즘도 아이들은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이야기, 미라 이야기 해주면 금방 눈이 동그래지면서 호기심으로 가득차더라고요.
우리나라 고조선이 생겼을때 이집트란 나라는 이미 성했다가 쇠하고 난 후라니까 얼마나 오래전인지 짐작이 가지요. 그때의 유물과 유적이라니... 제가 제목에도 썼지만 그렇게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 했던 곳이 지금은 미래가 없는 나라라고 불린다는게 참 허망하기도 하고 이유가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어깨동무도 있었고 얼마후엔 보물섬이라는것도 나왔지만 저는 소년중앙 찐팬이었어요 ^^
잘 다녀오겠습니다~

yamoo 2023-02-0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집트를 가시는 군요~
좋은 여행 되시길요~~

그나저나 소년중앙...와~~ 저 사진을 볼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남아 있는 책이 있을지...만화 박물관에 가야 만나볼 수 있는 사진인데..ㅎㅎ 어깨동무도 있었죠..ㅎㅎ

hnine 2023-02-01 14:00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이 알고 가면 호기심이 줄어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자기 합리화 시키면서 공부 집어치우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답니다 ㅋㅋ
먹는 것, 자는 것, 씻는 것, 한 까탈 하는 저인지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려고 합니다. 9박 10일이라 짐이 너무 많아질 것 같네요.
소년중앙을 아시는 yamoo님 ^^ 육영재단에서 나오는 어깨동무도 있었지요. 그런데 저는 소년중앙이 훨씬 더 재미있었어요. 소년중앙 사진은 다른 사이트에서 퍼왔는데 정말 박물관 같은데 가야 볼 수 있을거예요.

순오기 2023-02-2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준비하고 가는 여행 너무 좋아요.
저도 지난주 카작스탄으로 고려인 역사기행 다녀왔어요.
제 서재에 댓글 주셔서 오랜만에 와보네요.
제 근황은 나인님 댓글에 남겼어요!^^

hnine 2023-02-20 23:0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근황 댓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셔야죠. 갑자기 활동을 줄이려고 하면 그것도 무리가 될테니 조심조심, 쉬엄쉬엄 다니셔요. 2월 28일 방송은 적어두었다가 잊지 말고 꼭 들어야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집순이 노릇을 자처하며 살았으니 이제 많이 돌아다니려고요.

2023-03-13 0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3 0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작년 생일 선물로 남편으로부터 받아낸 선물이랍니다. 재봉틀. 

이것도 기계인지라 겁나서 손도 못대고

구석에 포장도 안 뜯은 채 몇달을 방치하다가

결국 공방에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워보신 분들 모두 아실거예요.

이런 것 부터 배우기 시작한다는 것을.

컵받침, 끈주머니, 파우치, 에코백.

입구를 다 박아버려서 뜯은 적도 많아요.







비매품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유입니다.






스무명이 시작하여 끝까지 간건 다섯 사람.

이 다섯 사람의 글이 한권으로 묶였습니다

맨 끝에 롤러코스터라는 제목의 글이 hnine의 글인데 읽어보니 다른 네분 모두 저보다 더 잘 쓰셨고, 재미있더군요.





제 글 <롤러코스터>의 목차입니다.




이 모두 물론 책 읽으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제가 워낙 용량이 부족하고, 책 읽는 것이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래서 제목을 저렇게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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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5 14: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 👍 👍
책 안 읽고, 더 멋진 일들을??^^
저도 재봉틀 사고 싶은데 기계 다루는 걸 잘 못해서 저도 포장 뜯지 않고 방치할 것 같아요.
은근 어려워 보이던데..그래도 공방 다녀서라도 잘 배우셨네요^^
전 손으로 일일이 바느질 하다가 손가락 물집 잡혀서....바느질 때려치웠어요ㅋㅋㅋ
나인님도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만드는 거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그나저나 언제 책을 내셨답니까?
이미 작가님이 되셨었군요^^

hnine 2023-01-16 18:15   좋아요 2 | URL
저도 기계치라서 내 손만 닿으면 고장난다는 두려움까지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기계 아닌 것이 몇이나 되나요. 제가 극복하는 수 밖에요 ^^ 그런데 공방 가서 배우니까 정말 초보도 잘 할 수 있게 차근차근 가르쳐주시더라고요. 책읽는나무님도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세요. 그런데 책 읽는 일은 한밤중에 해도 되지만 재봉은 드르르륵 소리때문에 남들 자는 시간에 하면 안되겠더군요.
저 책은 책이 목적이라기보다 자서전 같은 것을 써보고 싶다는 평소 제 생각에 마침 저런 기획이 있는 것을 보고 지원해서 나오게 되었어요. 제가 낸 책은 아니지요. 내 생을 돌아보는 일은 나 말고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게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답니다.

singri 2023-01-15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능력자님들~

hnine 2023-01-16 18:16   좋아요 1 | URL
능력은 없는데 하고 싶은 것은 많은, 능력 결핍자랍니다 ^^
그래도 결핍된 능력은 노력으로 채우자! 막 이러면서 덤비고 있네요 .

유부만두 2023-01-15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전 단추 달기도 엉망이라
그저 금손인 분들께 감탄 할 수 밖에요!!

hnine 2023-01-16 18:18   좋아요 1 | URL
어머, 저 금손 전혀 아니랍니다.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해 손이 서툴고 덤벙거려요.
오히려 저희 집엔 남자들이 더 세세하고 꼼꼼한 손을 가졌어요.
위에 만들어놓은 것들도 지금 저보고 혼자 다시 만들어보라고 하면 못만들어요. 선생님이 하나하나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해서 나온 작품들이거든요,

stella.K 2023-01-16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군요. 저는 재봉은 잼병이지만 재봉틀로 뭔가를 드르륵 박아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들 보면 부럽고 멋져보이더군요.
저 어렸을 때도 엄마가 재봉틀에 앉아 있으면 그게 참 신비해 보였어요.
아시죠? 우리 엄마 땐 재봉틀도 혼수의 한 품목이었던 거. ㅋ

hnine 2023-01-16 18:31   좋아요 2 | URL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어쨌거나 쓸데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안들어서 좋아요. 결과물이 눈앞에 나오니까요.
뚝딱 만들어낼 수준까지 꾸준히 배워야할텐데 그럴 수 있을지.
저희 엄마는 전혀 재봉틀 쓰시는 분이 아니었고, 저는 할머니께서 구닥다리 재봉틀로 늘 뭔가를 만드시던 기억이 나요. 그런 추억들이 다 있나봐요. 요즘 재봉틀은 점차 더 자동화되어가서 기능이 얼마나 다양한지 모른답니다. 저야 물론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고 있지만요.

순오기 2023-03-13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재봉틀, 저도 이웃집에서 박는 것만 배워서 남편이 현수막 사업할 때 조금 도움은 됐습니다.ㅋㅋ
글쓰기가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은데~ 끝까지 남은 다섯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역사박물관 소유라니, 나인님 글 더 궁금하네요!!^^

hnine 2023-03-13 07:53   좋아요 0 | URL
뭘 쓰나 했었는데 일단 쓰기 시작하니까 페이지가 막 늘어나서 줄이고 줄이고를 반복했어요.
좋은 스타트가 되었고 이후로도 계속 자서전 형식의 글을 써보자고 결심했는데 벌써 흐지부지 되고있네요.
 

내가 내 적성과 무관하게 부러워하는 직업이 둘 있는데, 작가와 건축가이다.

모든 창작 활동을 추앙하지만 건축은 정말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집대성되어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건축 관련 책
















Edge of Order (Hardcover)


Daniel Libeskind 라는 건축가에 대한 책이다.

방학이 되어 집어 온 아들이 짐가방 속에 들고 온 책 중 하나인데 음악을 좋아했던 건축가라며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흘리듯 말했다. 


https://libeskind.com/



1946년 폴란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1959년 이스라엘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원하는 피아노를 사주기가 곤란했던 그의 부모는 대신 아코디언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탁월한 연주 실력을 보이며 음악에 빠졌다.

음악에 대한 몰입은 drawing을 알게 되면서 방향 전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리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랬다.

뉴욕의 브롱크스 과학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다른 학생들이 화학 공식을 익히고 광선의 방정식을 공부할 때 그는 완벽한 원자 외각을 디자인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이 그를 희한하게 본 것은 당연하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건축을 할 수 없어도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practical) 공부를 하기 원한 어머니의 권유가 작용,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뉴욕 명문 쿠퍼 유니언 대학 건축학부에 들어간다. 이 대학은 비싼 등록금 대신 기부금으로 다닐 수 있는 학교여서 넉넉치 않던 가정 형편의 그가 아트 관련 공부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같은 거장으로 부터 사사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 거장은 건축에서 건물에 대한 반란을 나타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건축은 멋진 연설"






책에사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나의 느낌은,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아."

하는 것이었다. 곡선보다는 직선, 직선이 만들어내는 각, 경사진 모서리, 위로 솟은 뿔 형태가 도드라졌다.


그가 건물을 디자인할때 영감을 얻는 원천을 보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모자 속에 코끼리가 들어가 있는 그림 --> 겉으로 보기엔 말이 안되는 모양이지만 서로 상관없는 두 가지 형태가 서로 뭉쳐 연결되어 있음. 독일 뒤셀도르프의 Ko-Bogen project (아래 사진)










미켈란젤로의 조각, Rondanini Pieta --> 이탈리아, 밀라노, City Life project






에밀리 디킨슨의 시,


To fill a gap

Insert the thing that caused it-

Block it up

With other - and 'twill yawn the more-

You cannot solder an Abyss

With air


틈을 채우려면 

그 틈을 만들어낸 것으로 끼워 넣어 막아라.

다른 것으로는 그 틈새를 막을 수 없으리. 

오히려 틈을 더 크게 만들어 놓을 것이니. 

그것은 공기 ( emptiness) 


의역하자면 뭐 이런 뜻.

이 싯구는 그가 미국 World Trade Center가 테러 폭격으로 무너지고 난 자리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서 인용하였다. 

It's a beautiful thought: use the emptiness, because nothing can eliminate it. That is exactly what I intended to do, while also giving New Yorkers a new public space. - Daniel Liebeskind



이 사람이 설계한 건축물, 또는 설계안이 우리 나라에도 있다.

-서울 현대 산업 개발 사옥 "탄젠트",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초고층 주상 복합, 

-서울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 "아키펠라고 21"

검색해보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여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으니 해석도 다양하고 논란 거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If a building doesn't come from an idea, if it's just a structure with some required functions, it's merely a building-and probably not a very good one. The architect's role is to bring something to the table that goes beyond addressing basic programmatic needs.

 -Daniel Liebesknd- 

그러면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Vermeer)의 그림 "The Consert"를 예로 들어 회화와 건축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건축은 테이블 위에 실제로 내어 보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악보가 아니라 실제로 연주되어 소리를 내는 교향곡에 건축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문득 든 생각은, 건축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자기의 생각 (idea)과 철학 (Philosophy)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하는 방법이고, 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아, 또 혼자서 멀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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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곳은 제가 사는 곳이 아니니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가까운 곳이라 해운대 아이파크는 좀 알겠어요^^
처음엔 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는다니 그것도 뭔지 알 것 같네요?
아이파크 주상 복합도 찌를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쪽 랜드마크가 된 것 같아요.

hnine 2023-01-10 14:56   좋아요 1 | URL
저도 부산 아이파크만 직접 본적 있고 서울의 현대 사옥은 아직 못봤어요.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은 말 그대로 아직 마스터 플랜이고요.
유명한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도 실제로는 하자 보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비평의 소리가 많고 프라하에 있는 프랑크 게리의 춤추는 빌딩도, 서울에 있는 자하 하디드의 DDP도 그렇고 모두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들이지요.
기존의 건물의 구조와 양식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고 그러면서 랜드마크가 되니 논란의 과정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