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적성과 무관하게 부러워하는 직업이 둘 있는데, 작가와 건축가이다.

모든 창작 활동을 추앙하지만 건축은 정말 인간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집대성되어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은 건축 관련 책
















Edge of Order (Hardcover)


Daniel Libeskind 라는 건축가에 대한 책이다.

방학이 되어 집어 온 아들이 짐가방 속에 들고 온 책 중 하나인데 음악을 좋아했던 건축가라며 엄마도 한번 읽어보라고 흘리듯 말했다. 


https://libeskind.com/



1946년 폴란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다.

1959년 이스라엘을 거쳐 미국으로 이민.

어릴 때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 원하는 피아노를 사주기가 곤란했던 그의 부모는 대신 아코디언을 마련해주었고 그는 탁월한 연주 실력을 보이며 음악에 빠졌다.

음악에 대한 몰입은 drawing을 알게 되면서 방향 전환.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 다 그리고 싶어했고 실제로 그랬다.

뉴욕의 브롱크스 과학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다른 학생들이 화학 공식을 익히고 광선의 방정식을 공부할 때 그는 완벽한 원자 외각을 디자인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이 그를 희한하게 본 것은 당연하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건축을 할 수 없어도 건축을 하는 사람은 예술을 할 수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practical) 공부를 하기 원한 어머니의 권유가 작용, 브롱크스 과학고등학교를 거쳐 뉴욕 명문 쿠퍼 유니언 대학 건축학부에 들어간다. 이 대학은 비싼 등록금 대신 기부금으로 다닐 수 있는 학교여서 넉넉치 않던 가정 형편의 그가 아트 관련 공부를 하기에 적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eier),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같은 거장으로 부터 사사한다. 그가 보기에 이들 거장은 건축에서 건물에 대한 반란을 나타내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었다. 


"건축은 멋진 연설"






책에사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을 둘러본 나의 느낌은,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아."

하는 것이었다. 곡선보다는 직선, 직선이 만들어내는 각, 경사진 모서리, 위로 솟은 뿔 형태가 도드라졌다.


그가 건물을 디자인할때 영감을 얻는 원천을 보면 다방면에 걸쳐 다양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생 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서 모자 속에 코끼리가 들어가 있는 그림 --> 겉으로 보기엔 말이 안되는 모양이지만 서로 상관없는 두 가지 형태가 서로 뭉쳐 연결되어 있음. 독일 뒤셀도르프의 Ko-Bogen project (아래 사진)










미켈란젤로의 조각, Rondanini Pieta --> 이탈리아, 밀라노, City Life project






에밀리 디킨슨의 시,


To fill a gap

Insert the thing that caused it-

Block it up

With other - and 'twill yawn the more-

You cannot solder an Abyss

With air


틈을 채우려면 

그 틈을 만들어낸 것으로 끼워 넣어 막아라.

다른 것으로는 그 틈새를 막을 수 없으리. 

오히려 틈을 더 크게 만들어 놓을 것이니. 

그것은 공기 ( emptiness) 


의역하자면 뭐 이런 뜻.

이 싯구는 그가 미국 World Trade Center가 테러 폭격으로 무너지고 난 자리를 재건하는 프로젝트에서 인용하였다. 

It's a beautiful thought: use the emptiness, because nothing can eliminate it. That is exactly what I intended to do, while also giving New Yorkers a new public space. - Daniel Liebeskind



이 사람이 설계한 건축물, 또는 설계안이 우리 나라에도 있다.

-서울 현대 산업 개발 사옥 "탄젠트",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초고층 주상 복합, 

-서울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 "아키펠라고 21"

검색해보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여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으니 해석도 다양하고 논란 거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If a building doesn't come from an idea, if it's just a structure with some required functions, it's merely a building-and probably not a very good one. The architect's role is to bring something to the table that goes beyond addressing basic programmatic needs.

 -Daniel Liebesknd- 

그러면서 네덜란드 화가 베르메르 (Vermeer)의 그림 "The Consert"를 예로 들어 회화와 건축의 차이를 설명하였다. 건축은 테이블 위에 실제로 내어 보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악보가 아니라 실제로 연주되어 소리를 내는 교향곡에 건축을 비교하기도 하였다.


문득 든 생각은, 건축 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지 자기의 생각 (idea)과 철학 (Philosophy)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하는 방법이고, 다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다른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아, 또 혼자서 멀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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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1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곳은 제가 사는 곳이 아니니 잘 모르겠는데 부산은 가까운 곳이라 해운대 아이파크는 좀 알겠어요^^
처음엔 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보고만 있어도 찌를 것 같다는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는다니 그것도 뭔지 알 것 같네요?
아이파크 주상 복합도 찌를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쪽 랜드마크가 된 것 같아요.

hnine 2023-01-10 14:56   좋아요 1 | URL
저도 부산 아이파크만 직접 본적 있고 서울의 현대 사옥은 아직 못봤어요. 용산 국제 도시 마스터 플랜은 말 그대로 아직 마스터 플랜이고요.
유명한 프랑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도 실제로는 하자 보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이라고 비평의 소리가 많고 프라하에 있는 프랑크 게리의 춤추는 빌딩도, 서울에 있는 자하 하디드의 DDP도 그렇고 모두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건축물들이지요.
기존의 건물의 구조와 양식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건축물이 탄생하고 그러면서 랜드마크가 되니 논란의 과정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