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191 내소사'

 

네비게이션에 이렇게 입력하고 2시간 정도 달렸습니다.

來蘇寺. '이곳에 다녀가신 이들 모두 새롭게 소생하라' 는 뜻이라고 합니다.

신라시대 지어졌으나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고, 조선시대 인조때 다시 지어진 절.

본사인 고창 선운사의 말사랍니다.

 

 

 

 

 

 

'능가산내소사'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 지나면 바로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나옵니다.

 

 

 

 

 

 

 

20분정도 걸어요.

 

 

 

 

 

 

 

 

전나무 잎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태풍때문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가 많았습니다.

뾰족하게 위로 솟아있는 모습이 꼿꼿해보이지만 전나무는 뿌리를 깊게 못내려 보기보다 약해서 강풍에 잘 부러진다고 해요.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보기보다 잘 버티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전나무길과 함께 내소사 들어가는 길은 이 상사화로 유명하지요.

잘 알려진 붉은색 상사화가 아니라 노란색 상사화랍니다.

정확한 이름은 '붉노랑상사화'라고 안내판에 써있더군요. 붉은 빛을 띤 노란색이래요. 꽃색깔은 연한 노란색이지만 직사광선이 강한 곳에서는 꽃이 붉은 빛을 띠게 된대요.

왜 상사화인지는 아시죠?  잎이 다 사라진 다음 꽃이 피어서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로 사모하기 때문이라고요.

 

 

 

 

 

내소사의 두번째 문인 천왕문을 지나면 바로 이 느티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자그마치 1,000년 된 나무랍니다. 100년도 아니고 1,000년이라니.

 

 

 

 

보통 사찰을 대표하는 세개의 문이 첫번째 일주문, 두번째 천왕문, 세번째 불이문인데 내소사에서 불이문에 해당하는 것이 이 봉래루라는 누각이라고 합니다. 불이문(不二門). 속세와 구별되는 부처의 세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봉래루 기둥입니다. 모양, 크기 제각각 돌. 그러면서도 균형 잡고 당당하게 주춧돌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전 이런게 재미있어서 꼭 사진에 담아옵니다.

 

 

 

 

 

 

 

드디어 대웅보전을 만납니다.

크지 않고 소박해보여요 (정면 3칸, 측면 3칸). 단청이 없어 더 그렇게 보이는지.

쇠못 안쓰고 목재로만 지었답니다.

 

 

 

 

 

 

대웅보전 내부입니다. 가운데 석가모니, 왼쪽이 문수보살, 오른쪽에 보현보살을 모셨습니다.

뒷편의 후불벽화가 '백의관음보살좌상' 이라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백의관음보살상으로 유명하다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백의(白衣)가 아닌 듯 하여 갸우뚱갸우뚱하다 왔답니다.

천장의 무늬와 조각도 아름답지요.

 

 

 

 

 

 

 

우리 나라 장식무늬의 최고봉이라는 대웅전 꽃문살입니다.

 

 

 

 

 

 

 

 

 

 

 

 

 

 

 

 

 

 

 

 

 

 

 

 

돌아나오는 길.

 

 

 

가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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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9-1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나인님 ^^ 전주 살 때 열댓번은 갔었는데 이렇게 또 마주하니까 또 달려가고싶네요

hnine 2020-09-20 00:20   좋아요 0 | URL
수연님도 좋아하는 곳이군요. 전주에선 얼마나 걸리는지. 전 전북이니 제가 사는 대전에서 2시간까지 안걸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걸리더라고요. 저는 종교와 상관없이 절에 가보는걸 좋아하는데 산을 끼고 있다는 것도 좋고, 무엇을 보고 올지 대충은 예상을 하고 갈수 있다는 것이 좋고, 정작 가보면 꼭 그렇지 않고 그 절만의 특색을 발견하는 것도 좋고요. 한국 건축으로서의 절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아요.
아무리 그래도 수연님처럼 한 절을 그렇게 여러번 가본 곳은 없어요. 내소사가 그런 곳이구나, 다시 보게 되네요.

막시무스 2020-09-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봄에 한번 다녀왔었는데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롭내요! 특히 저 느티나무와 창문의 꽃살이 참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새록하니 떠 오릅니다!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hnine 2020-09-20 00:37   좋아요 0 | URL
봄에 다녀오셨군요. 봄의 내소사는 어땠을까요. 느티나무와 꽃문살은 저도 내소사 하면 자동적으로 함께 떠오를것 같아요. 입구의 전나무길도 그렇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서 내소사의 반은 오래된 나무들이 대표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전나무길의 피톤치드를 만끽하지 못한게 아쉬웠으니 적어도 한번은 더 갈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0-09-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내소사를 보내요. 특히 저 전나무길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곳이예요. 특히 겨울의 저 길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내소사가 참 먼곳인데 다시 가보고싶네요. 가을의 내소사는 간적이 없었구나 싶어서요

hnine 2020-09-20 00:44   좋아요 0 | URL
겨울의 전나무길, 안가볼수 없겠어요. 초록의 전나무길이 겨울에 눈까지 쌓여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에너지가 좀 남았더라면 내소사 근처의 개암사와 곰소염전도 둘러봤을텐데, 이제 하루에 두탕을 못뛴답니다 ㅠㅠ
내소사 입구에 맛있어보이는 식당들도 많던데 코로나때문에 그냥 패스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야외에서 먹어야했던 것도 아쉽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내소사, 소박하고 고즈넉했어요.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2020-09-20 00:59   좋아요 0 | URL
개암사도 좋지요. 내소사에 비해 더 고즈넉한 분위기죠. 전나무 숲길을 뺀다면 전 개암사를 더 좋아해요. ^^

Falstaff 2020-09-20 10:41   좋아요 0 | URL
불경스런 말씀이지만, 개암사는 무겁더라고요. 절집 전체에서 둔중한 분위기가 속인을 압도해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기억 역시 30년 쯤 묵은 것이라 지금 하고는 많이 다를 겁니다만.
오랜만에 머리 속에서나마 부안 구경 잘 했습니다.
곰소항에 들러 ˝묵혀서 썩히면 썩힐수록 제 맛이 살아나는, 때론 몰래 맛보소 싶은 그대, 첫사랑처럼 코끝이 싸한 맛, 한때 그대가 살았던 수심 깊은 내 가슴의 바다에서 쏴아아 눈물 끌어올려 내 눈자위를 적시고 바삐 사라지는 가오리과의 홍어˝회 한 점도 자시고 오셨으면 더 좋았겠습니다. ㅎㅎㅎㅎ
따옴표 속의 글은 박백남의 시 <홍어>를 인용했습니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고 난 다음날 산책길.

나뭇가지가 부러져 길을 막고 있는 곳도 있고 (이런 곳은 할 수 없이 돌아서 걸어가야했다)

아직 파란 밤송이들이 길에 마구 떨어져 있었다.

 

 

 

 

 

 

 

 

 

 

 

 

 

아직 새파란 감.

 

 

 

어제 TV에서 보니, 태풍으로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사과들을, 새가 먹고 짐승들이 먹고 상처가 나서 땅바닥에서 부패해가고 있었다

이렇게 부패가 진행되게 그냥 두면 안되고 모두 모아 땅 속에다 매립 처리를 해줘야 부패균이 더 이상 다른 사과들이나 작물들에 퍼지지 않는단다.

땅에 구덩이를 크게 파고 1년 동안 열심히 농사지은 사과들을 무더기로 매립하는 농부님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길 하나 뒤로 가니 이런 카페가 있다.

자작나무 잔뜩 있던 카페.

 

 

 

 

 

 

 

 

 

 

 

 

 

 

 

 

카페 들어가는 문 위의 캐노피에도 자작나무가 이용되었다.

들어가 앉아보고 싶었지만 구경만 하고 커피는 테이크아웃해왔다.

 

 

 

 

 

 

녹슨 문과 문을 덮고 있는 덩쿨.

 

 

 

 

 

 

 

사흘 전 저녁 산책 하며 알아차렸다.

'이제 여름 끝, 가을 시작이로구나'

 

이번 여름,

짧았다.

코로나 앞에 여름 마저 기 한번 못펴고 지나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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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9-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묘해요. 그렇게 5백년된 나무가 태풍에 부러졌다는데 감은 저렇게 붙어있기도 하니 말여요.
제 방 창문 열면 대나무가 보이는데 그것도 안 쓰러졌어요.

hnine 2020-09-16 19:45   좋아요 0 | URL
500년 되었다는 건 나이가 500살. 많이 늙었죠. 날이 갈수록 버틸 힘도 줄어들거고요.
그에 비하면 감은 아직 젊고 힘도 있겠죠? (슬퍼지려고하네요 ㅠㅠ)
대나무는 속이 비었으니까, 이런 바람에 더 잘 버틸지도 몰라요.
방 창문 열면 대나무가 보이다니, 특이한 배경이네요.

바람돌이 2020-09-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져있는 저 밤송이들이 안타깝네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hnine 2020-09-17 08: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대로도 더 익을수 있을지.
세찬 바람에 가차없이 밤송이 떨어지는 장면도 상상해보게 되고, 그런거보며 자연이 푸근하게 감싸안아주는 이미지로써보다 무섭고 예외없다는 경고로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페크pek0501 2020-09-1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앞에 여름 마저 기 한번 못펴고 지나간 느낌이다˝ .- 정말 그런 듯합니다.



hnine 2020-09-18 21:41   좋아요 0 | URL
이번 여름이 예년에 비해 덜덥긴 했죠.
 

 

 

사아고옹에에에 뱃노오래......”

새로 온 아줌마는 일하면서 늘 노래를 불렀다. 지난번 일하는 언니가 온 지 한 달도 못 되어 나가고 난 후 아빠가 한 고향 분이라며 모시고 온 아줌마였다. 마루 걸레질할 때, 부엌 일 할 때, 빨래 널 때, 당시 국민 학생이던 내가 모르는 노래들을 흥얼거리셨고 나는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하곤 했다.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냥 아는 노래라고만 대답하는 아줌마 얼굴은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아줌마가 부르는 노래는 슬픈 느낌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엄했던 할머니와 엄마에 비해 아줌마는 달랐다. 맛있는 것도 잘 만들어주시고 숙제할 때는 옆에서 연필도 깎아주시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잘 들어주셨다. 그런 아줌마가 좋아서 나는 일하시는 아줌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줌마가 부르시는 노래는 나도 따라부르게까지 되었다. 그 노래들 제목이 목포의 눈물, 신라의 달밤, 고향초, 나그네 설움 같은, 요즘 말하는 흘러간 노래라는 것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고 가사 뜻도 모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은 아줌마와 일체감을 느껴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내가 그런 노래들을 부르는 것을 엄마가 듣게 되었고 그런 노래를 어디서 배워 부르고 다니냐고 물으셨다. 난 아줌마에게 배웠다고 했다. 사실 아줌마는 내게 일부러 노래를 가르쳐준 적 없다 내가 혼자 따라불렀을 뿐. 엄마는 당장 그런 노래는 애들이 부르는 노래 아니니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 있을 땐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줌마 역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줌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 계시면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셨다. 아빠와 고향이 같다는 것 외에 피가 섞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아줌마는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정이 쌓여갔다.

나중에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 알게 되었다. 고향에서 빚을 잔뜩 져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도망치다시피 서울에 무작정 올라오신 아줌마는 가정사도 순탄치 못하여 자식들도 모두 고향 집에 두고 나온 상태였다. 막내 아들은 나와 동갑이었으니 아직 어린 아들 두고 나올때 마음이 어떠셨을까. 당장 어디라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집에서 급히 일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듣고 우리 집에 오시게 된 거였다. 고향 집에 두고 온, 아직 어린 막내아들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고 그런 마음을 숨기고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셨던 것이다. 눈물을 참는 대신 일부러 얼굴에 웃음을 지어가시며 노래는 부르지만 속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몇 년 전 우연히 아줌마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집에서 나가신 후로도 편한 삶이 아니었고 결국 병치레로 노년을 보내시다 돌아가셨다고.

아줌마의 눈물과 한이 담겼던 노래들. 멋모르고 따라불렀던 그 노래들을 지금도 어디서 듣게 되면 나는 그때 그 아줌마 마음도 되었다가 국민학생 꼬마로 돌아갔다가, 또 고향 집에서 엄마를 보고 싶어 했을 그 어린 아들 마음이 되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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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쭉~ 빠진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있는 세 줄의 글이 이 글 전체를 더 살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일 뿐입니다. ㅋ

hnine 2020-09-07 15:42   좋아요 0 | URL
제 여동생은 어렸을때 엄마보다 저 아줌마를 더 좋아하고 따랐답니다. 아줌마는 받을줄은 모르고 주기만 하는 분 같았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고생 많이 하셨으니 말년이라도 편안하게 사셨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소식에 저희 가족 모두 마음 아파했지요.
늘 아무글 대잔치 써제끼다가 한번 어떤 얘기를 써야겠다 작정하고 써보니 어렵네요 ㅠㅠ
마지막 세줄 없었더라면 그나마 더 모자랄뻔 했어요. 다 읽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순오기 2020-09-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포의 눈물,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네요~ 그분께 감정이입되니까 눈물도 났어요.
나도 어려서 아버지가 깨알같은 글씨로 쓴 노래책을 보면서 밤마다 불렀던 추억이 있답니다.
지금 임영웅 노래에 빠지게 된 것도 어린날의 그런 추억이 한몫 했을거라 생각되지만...^^

hnine 2020-09-07 19: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얼마만이십니까, 와락~ 잘 지내셨죠?
목포의 눈물은 요즘도 젊은 가수들에 의해서 많이 리바이벌 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가사 뜻도 모르고 그냥 따라 불렀는데, 그러면서도 어딘지 슬픈 노래라는 감은 있었어요.
제 아버지도 손수 만드신 노래책 있었는데...^^ 저도 밤에 동생이랑 그 노래책 보며 한곡씩 번갈아 부르기 놀이도 했고요. 그러다가 밤에 잠 안자고 뭐하는 짓이냐고 할머니께 들켜 꾸중도 들었고요. 정말 추억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네요.
자주 못뵈어도 건강하시고, 에너자이저 여사님 닉네임을 잊지 마시길 바랄께요~

감은빛 2020-09-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옛노래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누가나 인생에서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 없으니, 누가나 그 서글픈 노래 한 자락 부르면 괜히 눈시울이......

비 오는 저녁에 이 글을 읽으니 소주 한 잔 마시고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뽑오보고 싶네요. ㅎㅎ

hnine 2020-09-08 04:40   좋아요 0 | URL
그 노래들이 나올 시기의 시대상이 그러했고 슬픔과 한은 ‘노래‘로 푼다는, 우리 민족성도 한 몫 하는 것 같고요. 노래 따라 부르다 보면 감정이 쪼금이나마 위로받고 해소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아줌마의 18번은 목포의 눈물, 저의 18번은 고향초였답니다.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문구이네요.
 

 

 

 

 

 

 

 

 

 

 

 

무슨 집에 대문도 없고 담도 벽도 없다.

명재고택 (明齋故宅).

입구에 문화해설사의 집이라고 조그만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입장료 같은 것도 없다.

 

 

 

 

 

 

 

 

 

 

충남 논산 노성산 자락에 위치한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때 유학자 윤증 (1629-1714)의 집이다.

명재는 윤증의 호.

약 300년 전 윤증의 자손과 후학들이 윤증을 위해 이 집을 짓긴 했으나 윤증은 집이 너무 크고 화려하다하여 여기서 살지는 않고 옆의 세칸 짜리 집에서 기거하면서 공부하고 후학 가르치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윤증과 인연이 있으나 살던 집은 아니라고 해서 집 이름 고택의 한자로 古宅 이 아니라 故宅 이라고 쓴다고.

 

 

 

 

 

 

 

 

 

문도 담도 없기 때문일까? 들어가며 맞아들이는 배롱나무의 푸근함 때문일까? 들어서는 순간 집이 나를 맞아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수백년 된 집이 나를 맞아줄리 있겠는가만은 '너 누구니?' 가 아니라, '어서 와.' 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집에서 이렇게 친근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높게 치솟아 위엄있게 큰게 아니라 옆으로 푸근하게 퍼져 큰 배롱나무.

 

 

 

 

 

 

 

배롱나무 지나 들어가면 앞면 4칸, 옆면 2칸, 팔작지붕 사랑채가 있는데, 일반인들은 밖에서만 볼 수 있고 고택민박을 신청하면 안에 들어가서 차경을 감상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여기 저기 둘러보기,

그리고

집 뒤의 전망대라고 하는 곳까지 계단도 올라보기 (헉, 헉).

 

 

 

 

 

 

 

 

 

 

 

 

 

 

 

 

 

 

 

 

 

 

 

 

 

 

 

 

 

'이은시사'

세상을 살면서 떠나고 은거할때를 잘 아는 사람이 사는 집

 

 

 

 

 

 

 

 

 

 

 

 

 

 

 

 

 

 

 

 

 

 

 

 

 

 

 

 

 

 

 

 

 

 

 

 

 

 

 

 

 

 

 

 

 

 

 

 

 

 

 

 

지금도 윤증의 후손들이 살고 있고, 고택을 지키기 위한 경제적 활동의 일환으로 장을 담가 판매도 하는 모양이다. 장을 보관하는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이렇게 장독대가 풍경이 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수백 개의 장독이 흐트러짐 없는 질서 속에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때문일 것이다.

 

 

 

 

 

 

 

 

 

 

 

 

 

 

 

 

역시 수백년 나이 되었을 이 은행나무가 노랗게 될때쯤 다시 한번 와야지.

집에서 1시간 거리니까 멀지도 않다.

시기로 봐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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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06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가보고싶은 집이네요. 옛집들을 가보면 거기 살던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가 느껴질때가 많아요. 좋은 느낌의 집이네요.

hnine 2020-09-06 14:14   좋아요 0 | URL
논산에 가볼 곳이 꽤 있더라고요. 명재고택 외에도 관촉사 있고, 한옥 건축양식에 관심있으면 돈암서원도 있고 가까운 예산에 가면 추사고택도 있고요. 한번 들러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 처럼 사람은 가도 집은 남으니까,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가서 걸어보고 손으로 담이라도 쓸어만져보면 시간이 촉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색다르더군요.

막시무스 2020-09-0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은시사라는 현판의 의미가 정말 깊이있게 느껴 지네요! 특히 세월을 견디는 나무기둥이 고풍스레 멋있습니다!ㅎ

hnine 2020-09-06 14:18   좋아요 0 | URL
이은시사. 백의정승으로 살았다는 윤증의 일생과 통하는 말 같아요.
집을 떠받치고 있는 나무기둥도 멋있고요, 고택 내에 있는 수백년 나이 배롱나무와 은행나무, 느티나무도 정말 위엄있답니다.

2020-09-06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0-09-06 14:18   좋아요 0 | URL
제 폰에서도 사진이 거꾸로 보이더라고요. PC에서는 바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제 폰에서만 그런게 아니었군요.

페크pek0501 2020-09-06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거 보면 아파트보다 한옥이 훨씬 멋져요.

hnine 2020-09-06 14:25   좋아요 1 | URL
저는 지금은 오히려 관심이 한풀 꺾였는데 예전엔 한옥에 관심이 더 더 많았더랬어요.
한옥이나 우리나라 고건축은 직접 가서 보는 재미를 누릴 수가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한옥에서 살아볼 기회도 생길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가능성은 현재로 보면 전혀 없지만요^^
 

아이가 어렸을때 아이책은 일부만 구입하고 대부분은 도서관에 가서 읽거나 대여해서 읽거나 물려받아 읽혔다. 특별한 소신이 있어서는 아니었고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 아이는 이제 스무살 청년이 되어 더이상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지 않는데, 요즘 나는 종종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구입하고 싶어진다. 내가 보기 위해서, 나를 위해서이다.

최근 구입해서 본 네권의 어린이책이다.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글이 올라왔습니다> 황지영 글, 백두리 그림

 

어린이 책 치고 제목이 길다. 2020년 8월에 나왔으니 따끈따끈한 책.

초등학교 6학년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어린이책 치고 160여쪽 꽤 긴 이야기를 끌어나간 작가의 능력은 인정하겠으나, 왜 대부분 우리나라 어린이창작물은 이야기가 억지로, 겨우 이어나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일까. 이야기 진행이 자연스러우려면 우연보다는 인과에 의한 진행이어야 하고, 서사가 확실해야 할 것 같다. 어른 작가의 창의력이 거기까지 못미치는데서 비롯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 정도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트렌드에 맞게 썼다는데는 동의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황지영 글, 이명애 그림

 

같은 작가의 책을 한권 더 보기로 했다. 이 책은 2020년 5월에 나왔으니 아마도 최근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는 작가인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상처와 아픔을 가진 아이가 나오는 책은 많다. 여기서도 예빈이란 아이는 뭐 하나 못하는 것 없어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아이이다. 전학 온 학교에서 유나와 친해지면서 예빈이는 유나 집에 놀러가는 일이 잦아지는데 유나네 집에 와서 자기 집에 돌아가려고 하질 않는다. 유나 가족은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예빈이가 유나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환영하다못해 유나 보다 예빈이를 더 인정해주는 것 같아 유나는 속상하다. 여기에 양념처럼 유나 할머니의 복수여행 이야기가 들어가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중에 예빈이의 갈등 해소와 할머니의 복수 여행의 결말이 서로 통하는 면이 있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어떻게 보면 공식처럼 글을 끌고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큰일 한 생쥐> 정범종 글, 애슝 그림

 

저학년용 동화이다.

고양이 앞에 당당한 쥐의 모습이 표지에 보인다. 그것부터가 큰일이다. 여기서 큰일이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좋은 의미의 큰일, 즉 대단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작고 어린 존재를 응원하는 이야기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 '큰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큰일, 즉 대단한 일이란 무엇일까. 나보다 더 크고 힘센 동물 앞에서 겁먹지 않는 것이 큰일일까? 생쥐의 언니와 오빠에게는 아직 어린 동생 생쥐를 돌보는게 큰일, 즉 힘드는 일이었다. 나중에 생쥐의 엄마 아빠는 생쥐에게 말한다. 엄마 아빠도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느라 힘들었던 적 있다면서 이 세상에 큰일을 하지 않은 생쥐는 없다고.

고양이와 생쥐의 관계가 겨우 말 몇마디로 친구 사이로 급변하는 설정이 이 어른의 눈에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으니 어쩌나. 꼬마 생쥐가 하는 일들이 책의 설명대로 과연 용기와 지혜에서 비롯한 일들인지도 뚜렷하지 않은 것 같고.

 

 

 

 

 

 

 

 

 

 

 

<나와라 파랑!> 나은경 글, 그림

 

글, 그림 모두 독특한 그림책이다.

여기선 '파랑'이 명사이자 동사, 그리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이와 상대해주는 하나의 개체이기도 해서 파랑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그려놓았다. 과연 파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파랑이라고 소리내면서 느껴지는 경쾌함과 시원함.

이 책에 먹색 외에 등장색은 오로지 파랑이다. 그런데 수채화일까, 판화일까. 아니면 번지기 기법? 흐르기 기법? 그림의 방식이 독특하다. 파랑을 묘사하기 위해 그림 방식마저 여러가지를 이용한 듯 하다. 어른까지도 오랜만에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글과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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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있는 책이라 재밌을 것 같네요.
새로운 재미에 빠지신 걸 축하드립니다.

동화책도 어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어른 책도 어린이가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고 말한 사람은 미셸 투르니에였어요.
정채봉 작가의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동화를 읽어서 상상력을 키워야겠어요. ㅋ

hnine 2020-09-02 08:14   좋아요 0 | URL
동화책은 어린이가 등장하는 책이지 어린이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들 하잖아요? 말씀하신 정채봉 작가님은 특히 어른에게도 친한 동화책을 많이 쓰셨지요.
좋은 그림책들이 참 많아요. 좋은 그림책에는 어른책과 다른 방식으로 촌철살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어른책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상상력이 담겨있기도 하고요. 매력적인 분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