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집에 대문도 없고 담도 벽도 없다.
명재고택 (明齋故宅).
입구에 문화해설사의 집이라고 조그만 사무실이 있긴 한데 입장료 같은 것도 없다.

충남 논산 노성산 자락에 위치한 명재고택은 조선 숙종때 유학자 윤증 (1629-1714)의 집이다.
명재는 윤증의 호.
약 300년 전 윤증의 자손과 후학들이 윤증을 위해 이 집을 짓긴 했으나 윤증은 집이 너무 크고 화려하다하여 여기서 살지는 않고 옆의 세칸 짜리 집에서 기거하면서 공부하고 후학 가르치는 일을 하였다고 한다. 윤증과 인연이 있으나 살던 집은 아니라고 해서 집 이름 고택의 한자로 古宅 이 아니라 故宅 이라고 쓴다고.

문도 담도 없기 때문일까? 들어가며 맞아들이는 배롱나무의 푸근함 때문일까? 들어서는 순간 집이 나를 맞아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수백년 된 집이 나를 맞아줄리 있겠는가만은 '너 누구니?' 가 아니라, '어서 와.' 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보는 집에서 이렇게 친근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높게 치솟아 위엄있게 큰게 아니라 옆으로 푸근하게 퍼져 큰 배롱나무.

배롱나무 지나 들어가면 앞면 4칸, 옆면 2칸, 팔작지붕 사랑채가 있는데, 일반인들은 밖에서만 볼 수 있고 고택민박을 신청하면 안에 들어가서 차경을 감상할 기회를 준다고 한다.

여기 저기 둘러보기,
그리고
집 뒤의 전망대라고 하는 곳까지 계단도 올라보기 (헉, 헉).






'이은시사'
세상을 살면서 떠나고 은거할때를 잘 아는 사람이 사는 집








지금도 윤증의 후손들이 살고 있고, 고택을 지키기 위한 경제적 활동의 일환으로 장을 담가 판매도 하는 모양이다. 장을 보관하는 장독대가 눈길을 끈다. 이렇게 장독대가 풍경이 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수백 개의 장독이 흐트러짐 없는 질서 속에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때문일 것이다.


역시 수백년 나이 되었을 이 은행나무가 노랗게 될때쯤 다시 한번 와야지.
집에서 1시간 거리니까 멀지도 않다.
시기로 봐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