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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눕는다 - 김사과 장편소설
김사과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 전에 본 프랑스 영화' 베티 블루 37.2' 을 여러 번 떠올렸다. 야성, 순수, 사랑, 몰입, 여러 단어들이 떠올려지지만 그중 키워드는 역시 '사랑'이었다. 김 사과의 이 소설 역시 한마디로 말하자면 러.브.스.토.리. 하지만 좀 색다른 러브스토리이다. 주인공 '나'는 자신감도 무너지고 중심을 잃은 채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던 중 길에서 우연히 어떤 남자를 보게 되어 끌리듯 그를 따라가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이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풀'. 주인공 '나'가 화자가 되어 풀과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얘기를 part 1, 2, 3, 4에 담고 마지막 part 5는 에필로그 형식으로 덧붙여져 있다.
김 사과.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1984년 생이니 문단에서도 거의 최연소 그룹에 속하는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의 시간을 거쳐 5년 후 대학엘 들어갔다고 한다. 대학 재학 중 작가 김 영하의 눈에 띄어 소설 쓰기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그 출발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요즘은 자기가 어느 정형화된 틀 속에 들어가는 것 같아 회의가 든다고 하는 그녀는, 소설 속의 주인공 '나'와 얼만큼 비슷하고 얼만큼 다를까.
책은 아주 쉽게 읽힌다. 그녀의 문장은 길지 않고, 대화도 많고, 그래서 그런지 어려운 말을 쓰려고 애쓰지 않았고, 복잡한 묘사도 없으며, 시간대를 오고 가는 복잡한 구성도 아니다. 그저 일년, 네 계절 동안의 일이니.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자기의 생각과 느낌에 의해 움직이며 하는 사랑이란 이럴 수 있겠구나 싶다. 풀에 대한 나의 지독하고 철저하고 본성에 충실한 사랑 속에서 그녀의 외로움, 소통에 대한 그리움이 보인다. 그녀만이 아니라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part 2 마지막 부분, 내가 왜 풀을 사랑하는지 풀에게 설명하는 모습은 오랜 만의 감동을 끌어올려준 부분. 그런데 이런 사랑이 오래 갈까? 영원한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나는 그러면서 또 딴지를 건다. 미래를 계산하느라 현재를 희생시키지 않는 그들 앞에서,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이 해피 엔딩이 아닌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녀의 다른 작품 '미나'도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