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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 제8회 푸른문학상 수상 청소년소설집 ㅣ 푸른도서관 39
김인해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이 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인 '푸른책들'에서 공모하는 푸른 문학상 8회 수상작인 김 인해의 <외톨이>와 이 주현의 <캐모마일 티 마실래?>, 그리고 6회 수상자인 문 부일의 <한파주의보>가 초대작으로 실려있는데 세편 모두 청소년 소설의 범주에 들어가면서도 각각 다른 색깔을 보이는 것이 흥미로왔다.
<외톨이>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나 성인이나, 인간은 모두 자신이 외톨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고 거기에 청소년 시기의 예민한 감성,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 배신감, 그리고 의리를 다른 어떤 감정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 아이들의 세계 등이 어우러져 있는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연령의 어린이들에게는 남들보다 공부를 잘 하던가, 외모가 출중하던가, 운동을 잘하던가, 아무튼 남보다 뛰어난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심리가 친구 사귀기에 중요한 동기가 되는 반면에 청소년 시기에 이르면 그런 요소보다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 친구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남들이 모르는 나의 어떤 면을 인정해줄 때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와 진다.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 시욱이와 재민이는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되어 단짝처럼 붙어 다니게 되는데, 그러다가 사소한 일로 오해가 생기게 되고, 그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낌 시욱이 재민에게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하여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한다. 재민이가 하는 말은 변명이라고 마음대로 단정한 채. 나중에 그것이 오해였음을 깨달으며 허망해하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외톨이>가 폭력과 불신으로 둘도 없는 친구 관계에 금이 가는 내용이었다면 이 주현의 <캐모마일 차 마실래?>는 불신의 벽을 깨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학교 봉사 활동 차원에서 복지 시설을 방문하고 있는 주인공 남자 아이는 그곳에서 다리가 불편한 한 여자 아이의 냉대를 받고는 '왕재수'라고 부르며 마주치지 않으려 피해 다닌다. 그러던 중 복지시설의 이 여자 아이는 주인공 남자 아이가 진심으로 열심히 복지원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게 되고, 제목처럼 캐모마일 차 마시자는 말로 마음의 벽을 허물었음을 알린다.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진심이 담겨 있든 담겨 있지 않든 우리가 보통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말, '나중에 커피나 한잔...'보다, 직접 건네주며 하는 '너도 캐모마일 차 마실래?' 라는 말은 얼마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지. 개인적으로 저자를 알고 있는 나로서, 작품은 저자의 성향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캐모마일의 꽃말은 '굴하지 않는 강인함, 고난 속의 강한 희망'이란다.
6회 수상자 문부일의 <한파주의보>는 이 책에 실린 세편 중 제일 돋보였던 작품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재혼을 하게 된 아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남자 아이가, 새엄마가 된 사람과의 서먹함과 불편함에서 점차 유대 관계를 형성시켜 가는 과정을, 한파에 얼어 터진 수도관에 비유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훌륭했다. <살리에르, 웃다>라는 작가의 이전 작품 제목을 보고 관심이 갔던 일이 생각났다. 깊고, 그러나 어둡지 않은 시선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작가가 보여주는구나 싶었다. 얼었던 수도관은 녹을 수 있고, 살리에르도 웃을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소재, 다른 이야기, 다른 목소리이긴 하지만 세 작가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출판사에서 청소년 소설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