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푸른 문학상 동화집 조태백 탈출사건 외

우리 나라 창작 동화 중에 등장하는 식물원이나 정원을 찾아보다가 알게 된 책이다. <엄마의 정원> 을 비롯하여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모두 읽을만 했다. 
<구경만 하기 수백번> 조 향미 작
반에서 태준이 일당에게 집중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진우를 보며, 나서서 말리거나 선생님에게 알릴 용기를 내기 어려워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꿈틀하는 지렁이를 보고 감정 이입을 하는 비유가 좋았다.
<상후, 그 녀석> 공 수경 작
열성 혹은 극성 엄마 덕에 시험, 학원 등 얽매인 생활을 하고 있는 상후의 잠재된 소망이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어느 대상에게 투사되어 대리 만족을 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조태백 탈출사건> 황 현진 작
부모와 한집에서 살고 있으나 사실 부모의 부재를 느끼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엄마, 택시 운전일을 하여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는 아빠를 둔 태백이는 숙제장 살 돈을 급하게 구할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집에 도둑이 들어서 숙제장을 못가져왔다고 거짓말을 한것.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고 아빠로부터의 욕을 피해 집을 나온 태백이는 교장 선생님과 형의 이해로 마음을 돌려먹는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그 자체를 야단치고 벌주기 보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해주는 작품이다.
<누구 없어요?> 조 현실 작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마저 사고로 잃고 장례가 끝난 후 빈집에 혼자 돌아온 아이는 엄마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집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옆집에 역시 혼자 사는 아저씨의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배가 고팠던 아이는 아저씨가 끓이는 된장국 냄새에 침이 고이며 식욕을 느낀다. 제목에서부터 누군가의 관심과 돌봄을 요청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독자에게도 확실히 들린다.
<엄마의 정원> 김 화순 작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간호하던 아이는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정원을 발견하는데, 식물인간이 되어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던 진짜 식물로 변해 이루어진 정원이다. 아이의 손길이 닿으면 그 식물은 원래의 사람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던 식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아이의 절실한 바램과 환타지 세계가 접목된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식물인간이라고 이름 붙여질 때와 달리 실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이 글 속에 묘하게 대조되어 있다.
<낯선 사람> 김 일옥 작
내 가족이 아니면 일단 낯선 사람으로 보고 경계해야 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내용이다. 이웃에서 도난 사고가 일어난 물건을 친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아버지를 좀도둑으로 의심하기 까지 아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얼마나 주의를 들었을까.
<마니의 결혼> 이 혜다 작
맹랑하다고 해야하나, 순진하다고 해야하나. 식구들이 많아 복작거리는 집에서 자기의 의지는 무시당하기 일쑤라고 생각한 여자 아이 '마니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라서 지어진 이름)'는 맘에 드는 남자 친구인 성준이와 결혼해서 자기들끼리 따로 살기로 했다고 식구들 앞에서 선언한다.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는 대신 순순히 그렇게 하라고 반응하는 마니의 식구들. 실제 살림을 차릴 준비를 하다가 마니가 깨닫는 것은? 가족의 의미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이다.  

 


최나미 작 <셋 둘 하나> 외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을 어른이 쓸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어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가라는 소개를 듣고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제일 먼저 읽게 된 책인데 <수호 천사>, <마술 모자>, <셋 둘 하나> 이렇게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수호 천사>
자기는 태어날 때부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며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자혜의 반에 선우가 전학을 오면서 그 인기도는 선우쪽으로 기울게 된다. 작가는선우라는 아이의 특이한 캐릭터 설정을 잘 해 놓았다. 그 아이를 통해 미움과 호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자혜의 심리 묘사가 섬세하게 잘 그려져 있다.

<마술 모자>
외로운 아이와 외로운 아줌마가 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할머니, 고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는 아이는 자기 생각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어 식구들과 늘 충돌한다. 우연히 동네 공터에서 만난 리어커에서 물건을 파는 아줌마와 가까와 지고 그 아줌마의 집까지 따라가서 알게 된 것은 자기보다 더 외롭고 딱한 아줌마의 상황이었다. 아줌마가 리어커에 가지고 있던 물건중 팔지 않는 것이라고 하던 마술 모자를 아줌마는 선물로 남기고 다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셋 둘 하나>
열 세살 아이가 등장하는 국내 창작을 찾아보다가 읽게 된 책이다. 셋이 친구일 때와 둘이 친구일 때, 그리고 혼자 다닐 때, 한 사람씩 인원이 많고 적고의 차이뿐 아니라 그 분위기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원래 셋이서 친하게 지내다가 반에서 왕따 당하고 있는 은혜를 동정하는 마음으로 함께 그룹에 끼워주고 어울려 다니지만 정작 은혜가 느낀 것은 단순히 고마움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나는 작가들도 있다. 아마도 최 나미 작가는 아이들의 내면 심리를 연구하고 묘사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타입이 아니가 생각된다. 어른들이 모르거나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결핍, 아픔, 소망을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을 글 쓰는 이유로 삼고 있지 않을까 혼자 추측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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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1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3-11 12:17   좋아요 0 | URL
어쩌면 당연할지도...위의 책은 거의 처음 등단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니까요. 아래 최 나미 작가는 저도 이름만 들어보았는데 아는 분이 추천하시길래 읽어보았어요. 어린이책을 읽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냥 소설이 더 재미있어요 ^^

어서 건강이 회복되어서 왕성한 활동을 재개하셔야 할텐데요.
 

 

 김 해원 <고래벽화>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부터 내용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신나는 일이라곤 별로 없는 조용한 마을에 초등학교 육학년 사내 아이들 네명이 비밀 아지트를 만들고 거기에 낙서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데 이 그림이 오해를 받으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독특한 발상도 좋았고, 작가의 문장력이야 흠잡을데 없는데 하나의 에피소드를 너무 길게 끌고 간 감이 없지않아 있다. 그래도 산뜻하고 예상 외의 결말이 작품을 살렸다고 생각된다. 어른이라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하게만 몰고 갈게 아니라 이 책의 교장선생님과 같은 현명하고 경쾌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경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 해원 작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더작가') 모임의 일원. 이들이 함께 낸 작품집 <박순미 미용실>에 실린 그녀의 단편 '연극이 끝나면'을 읽고난 후의 훈훈함과 그녀의 따뜻한 시각이 마음에 들어왔고 <가족입니까>를 읽고 확실히 좋아하게 된 작가이다. 이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일곱살의 털>을 읽어봐야할 때.

 

  

 토니 포터 외 글, 조 무어 그림, 김 경희 옮김
<나의 첫 세계 지도책> 

비슷한 책이 이미 많이 나와있는지라 이 책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염두에 두고 보았다.
'지도는 어떤 곳을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에요' 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도, 그리고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작하는 방식이 우선 좋았다. 그 다음 쪽에도 각 나라들을 설명하기에 앞서 지구 전체를 놓고 방향, 지도의 축적, 적도, 북극, 남극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그 다음엔 제일 먼저 대한민국. 외국의 저자에게 우리 나라에서 출판될 것을 위해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행정 구역, 역사 연대표, 볼거리, 생활과 문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다음으로 북유럽, 남유럽과 지중해 지역, 동유럽과 러시아, 영국과 중앙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나라들, 동아시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몽골과 함께 여기에 속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극지방 순으로 나와있다.
제목처럼 나의 첫 세계지도책인만큼 자세한 설명과 그림보다는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간략한 지도와 설명이다. 지적하고 싶은 점이라면 지도상에 있는 지명이 실제의 위치와 너무 다르게 표시된 곳이 눈에 띄었다는 것. 런던이 영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16쪽). 또 한가지,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간단한 그림이 지도 상에 그려져 있는데 그 의미가 금방 들어오지 않을 그림이 가끔 발견된다는 것. 우리 나라 서해에 두루미(정확하게는 두루미 모습도 아니지만)가 그려져 있어 무슨 뜻일까 봤더니 철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설명이 옆에 있다. 중앙유럽 지도에서 폴란드 땅 위에 그려진 새와 둥지는 그나마 설명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영어가 아닌 어떤 지명은 그 나라 말 식대로 표기되어 있어 번역하는 분이 애 많이 쓰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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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속에 들어있는 <엄마의 정원>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다. 14층까지 있는 병원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15층에서 아이는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는데, 아이가 손을 대자 그 식물은 활기를 되찾으며 사람으로 변한다. 그 사람들은 모두 그 병원에 식물인간으로 입원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자기가 평소에 좋아하는 식물로 변해 있던 것이다. 엄마를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 엄마가 평소에 좋아하던 식물이 무엇이었던가 아이는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모두 읽을 만 하다.)

 

 

 

 

 

 

많은 어린이 책에서 식물을 심고 키우는 행위는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을 상징한다고 보여진다. 
어린이책을 쓰는 작가들은 일종의 나무를 심는 사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나무가 잘 자라는지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눈을 가진 사람.
오늘 밤엔 저 나무를 심는 사람을 필사해보려고 한다. 

 

 

 

<아주 작은 씨앗>에 나오는 식물은 '달맞이꽃', <미스럼피우스> 표지의 보라색 꽃은 '루핀꽃'임.

  

 

 

 

 

 

 

 

 

 

 

 

루핀꽃  (사진 출처: Daum cafe vincenthi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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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2-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생의 책 중 하나인 리디아의 정원이 나와서 마구마구 반가웠어요. 저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어요. 식물이 등장하는 책 마음에 들어요.^^

hnine 2011-02-13 00:3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저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다는 마노아님의 말씀도 멋져요!

세실 2011-02-1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디아의 정원 책 참 예쁘죠. 내용도 좋구요.
큰 아이들에겐 비밀의 화원도 좋아요^*^

hnine 2011-02-13 05:49   좋아요 0 | URL
읽고 나면 마음이 환해지고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지게 만드는 책, '리디아의 정원'은 어른에게도 오래도록 기억 되는 책이지요.
맞아요, 비밀의 화원도 있었네요. 말씀대로 초등3,4 학년쯤 되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2-1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리디아의 정원이 무슨 책인가 막 찾아보고 있어요. 마노아님 인생의 책, 세실님은 예쁘고 좋다고 하시니 찜해두어요.^^

hnine 2011-02-13 00:35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도 분명히 좋아하실 거예요. 기회가 되면 꼭 보세요~ ^^

순오기 2011-02-1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디아의 정원은 '리디아에게 쓴 편지'로 2회 알라딘 리뷰대회 우수작으로 뽑혀서 더 좋아하죠.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부부의 작품은 다 좋아하지만.^^ 바버러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 루핀꽃은 실제 본 적이 없어서 매우 궁금하고, 나무를 심은 사람은 강추하는 책이고, 조태백 탈출사건의 '엄마의 정원'은 장미꽃이 되고 싶었던 엄마 마음을 알지요, 아주 작은 씨앗은 못 본 책이네요.

순오기 2011-02-13 16:21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를 보고 떠오른 책들은
숀 탠의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에 나오는 '에릭'과 '어디에도 없다'
에릭은 길바닥에 떨어진 조그만 물건들(병뚜껑 같은)을 모아 어두은 찬장에 꽃을 심었고, 어디에도 없다,는 천정과 지붕 사이에 다른 공간으로 연결된 안쪽 정원을 갖고 있는 환상적이지만 너무 부러운 이야기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3365443

그리고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도 생각났어요.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http://blog.aladin.co.kr/714960143/3106580

아~ 내가 생각한 책들은 희망을 가꾸는 것과는 다른 비밀정원 이야기네요.ㅋㅋ
아래 '이상한 식물원'을 보고 덩달아 상상이야기에 꽂혔나봐요.
달밤이면 온 몸에 꽃이 피는 <꽃이 피는 아이>도 있어요.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10365

hnine 2011-02-14 10:17   좋아요 0 | URL
루핀꽃을 사진으로 찾아서 보니,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그렇게 생각이 드는것지 정말 그런건지 모르겠어요.
역시 관련 책들을 줄줄이 알려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는 집에 있으니 지금 다시 보면 새로울 것 같아요. <이상한 식물원>은 도서관에서 발견해낸 책이고요, <꽃이 피는 아이>도 읽어보고 싶네요.
<리디아의 정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지요. 작가의 마음 속에 리디아 같은 어린이가 분명히 살아있으니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L.SHIN 2011-0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책 속의 식물'...내가 읽은 건 무엇이 있을까..하고 생각하다가,
어릴 때 인상깊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올랐습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어떤 내용일까..궁금합니다.(웃음)

오랜만입니다,h님. 연휴 잘 보내시고 건강하신가요?

hnine 2011-02-14 10:19   좋아요 0 | URL
더 많이 찾아봐야 하는데 저 몇 권만 올리고 그런 제목을 붙이기가 좀 미안했어요. 이렇게 여러 분들로부터 읽으신 책들 추천을 받을 수 있어 저는 좋았지만요.
L.SHIN님, 영영 떠나시지 않고 이렇게 다시 알라딘에서 뵙게 해주시니 참 좋아요 ^^

프레이야 2011-02-13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디아의 정원, 오랜만에요.
좋아하는 그림책 중 하나네요.
<모네의 정원>도 참 좋아요.
고학년 용이긴 한데 혹시 보셨나요?
나인님도 좋아하실만해요.^^

hnine 2011-02-14 10:21   좋아요 0 | URL
<모네의 정원> 아직 안 봤어요. 아마 다린이 사주려고 보관함에 담아 놓고 미리보기로 보여줬더니 시큰둥 하길래 안샀던 것 같아요. 남자 아이라서 그랬을까요? 이제 아이들책을 꼭 아이들을 위해서 산다는 생각을 버려야겠어요.

양철나무꾼 2011-02-14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심은 사람은 그 유명한 책일 것 같고,
미스 럼피우스 한 권 읽었는데...가물가물해요~

책 속에서 낙원을 보았다는 댓글도 있고하니...나머지 책들을 조용히 챙겨요~^^

hnine 2011-02-14 13:44   좋아요 0 | URL
<리디아의 정원> 같은 책은 사서 마구 뿌리고 싶은 책입니다.
 

 

예전에 로드무비님 서재에서 보고 찜해두었다가 이제서야 구해 읽게 된 동시집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시인들 동시 모음집, 문학사상사 

번역가이면서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대표로 있는 최윤정님이 우리 시인들의 동시를 모아 책으로 엮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도 있지만 이 책에서 처음 보는 시들도 꽤 여러 편 실려 있었다. 생존 작가도 있고 윤 동주, 천 상병, 김 수영 처럼 고인이 된 작가도 있고.
동심은 곧 시심, 즉 아이들의 마음은 곧 시의 마음이라는 엮은이의 생각에 동의한다. 이렇게 다 커서 그 마음을 다시 발견해가는 느낌은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그런데 실제로 동시를 좋아한다는 아이가 별로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와서 동시집을 많이 찾아 읽어보고 알았단다. 아이들의 마음이 들어있지 않은, 재미없는 동시들이 많더라는 걸. 여기에 실린 동시들은 엮은이가 그래서 나름대로 아이들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골라 본 것인데 몇몇 아이들에게 읽혀 보았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그 중의 어떤 아이는 "내 인생과 비슷하다"고 했다니.
실린 시들도 좋았지만 책 앞의 서문과 뒤의 글도 좋다. 실린 시들 중 '주먹 두개 갑북갑북' 하는 윤 동주 시인의 <호주머니>라는 시는, 내 아이가 어렸을 때 많이 읽어주던 시라서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로왔다. 아이에게 지금 다시 읽어주며 생각나는지 물었더니 생각 난다고 하며 웃는다. 

 

'더작가'라는 모임이 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을 말한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교사들이 해직되는 모습을 보고 2008년 12월에 첫 모임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용산 참사, 4대강 사업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오고 있는 이 모임의 취지는 무엇이겠는가?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이 작가들이 모여서 작년 말 한권의 책을 내었다. 

<박 순미 미용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모임 작품집, 한겨레아이들  

여덟명의 작가의 단편이 실려있다. 옛이야기에 그려져 있는 호랑이의 모습에 불만을 가진 호랑이가 어린이책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내용의 강 무지 글 '동물원에서 온 편지', 세계길거리 음악 축제 마당에서 쫓겨 나는 노점상 할머니를 그린 김 남중 작가의 '눈물은 싫어요', 주제가 좀 애매 모호하게 그려져 있어서 읽는 아이들이 작가의 의도를 잘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과 후 학습도 사교육의 일종이라며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반대한다는 내용의 김 하늘 작 '겁 없는 민주주의'는 좋은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방과 후 학습이 있다면 이 글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염려도 있을 것 같다. 김 해원 작가의 '연극이 끝나면'는 주제도 좋고 구성도 좋고 문체도 좋고, 외국인 불법 노동자들의 문제를 그렸는데 내 아이에게도 꼭 한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글이었다. 박 효미 작가의 '박 순미 미용실'은 아버지 없이 혼자서 미용실을 꾸려 나가며 딸을 키우는 엄마. 재개발로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릴 위기에 놓이자,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하기 위한 것이 재개발이라고 생각한 주인공 아이는 직접 나서서 동네 청소를 한다. 그러면 재개발로 쫓겨 나지 않게 될거라 믿고. 이 글도 좋았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함께 일제 시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흔치 않은 소재로 쓴 안 미란 작가의 '돌 계단 위의 꽃잎', 환경 보호 단체와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본 최나미 작가의 '그 여름의 천국, 그 여름의 유배지'도 잘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지막에 할아버지가 염소와 함께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결말이 아이들로 하여금 좀 황당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
여기엔 만화도 한편 실려 있는데 최덕규 작가의 '쪽방 할아버지'가 그것이다.
좋은 의도로 기획되었고, 실려진 글들도 다 읽어볼 만 한,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되는데, 정작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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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1-1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순미 미용실 제목이 참 정감가네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공감이 갈 책. 아이들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저도 궁금해요.

hnine 2011-01-15 21:51   좋아요 0 | URL
초등고학년 이상 정도되면 이해할 듯 싶어요. '평화'라는 공통적인 주제를 가지고 쓰여진 책이라서, 읽은 후 함께 얘기 거리가 많을 듯 합니다. '박 순미 미용실' 이라는 제목이 특이하지요? 여덟 편 글 중 특히 더 좋았던 하나였어요.

프레이야 2011-01-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도 참 좋아하는 시집이에요.
최윤정님의 안목도 미덥구요.
박순미 미용실, 호감가는 동시집이네요.
제목도 참 수수하니 좋아요.^^

hnine 2011-01-15 21:54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검색하다가 프레이야님 리뷰를 읽은 것 같아요. 제가 이 시집을 뒤늦게 발견했지요. 최 윤정님은 어린이문학계에서 소신있으면서 안목있는 분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시더군요.
박 순미 미용실은 동시집은 아니고 여덟 명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인데 제목은 수수하고 담겨져 있는 메시지는 뚜렷하지요.

프레이야 2011-01-15 22:56   좋아요 0 | URL
제가 요새 이래요ㅠ
단편집이라고 친다는 게 손은 동시집으로..ㅎㅎ

hnine 2011-01-15 23:19   좋아요 0 | URL
그러신 줄 알고 있었어요 ^^

순오기 2011-01-1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말에 유은실 작가 강연 뒤풀이에서 '더 작가'모임 이야기를 들었어요.
젊은 작가들이 광주대 배봉기 교수를 고문으로 추대하려고 애썼던 이야기와 당면문제들~
유은실 작가는 방학중 무료급식 예산 삭감에 충격받아, 애들한테 밥도 못 먹이고 배를 곯리는 나라가 OECD 운운하는 것도 부끄럽고...이런 상황에 작가들이 글이나 쓴다는 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절망스럽다고 하더군요...ㅜㅜ

hnine 2011-01-15 21:58   좋아요 0 | URL
아, 유은실 작가 강연 뒤풀이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군요. 어린이들에게 언제까지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일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위의 책은 펴낸 취지도 좋고, 그런 모임이 모임으로만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어 더 좋은 것 같네요. 인세의 일부는 평화박물관 기금으로 사용한다는군요. 글로써도 분명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겠지요.

2011-01-15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5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1-1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긋나게 흘러가는 현실과 눈앞에 펼쳐진 것들을 바로 잡으려는 생각, 그리고 그것에 대한 표현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꼭 작가가 아니어도 그러해야겠지만 최근 일제 강점기에 수많은 지식인들의 친일적인 행동을 살펴보면서 그런 현실인식과 표현이 왜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hnine 2011-01-15 22: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어린이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것은, 특히 다른 사람들이 읽을 것을 전제로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특히 명심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구드른 멥스 글 <할아버지는 내 친구> 
  
언젠가 신문 광고를 보고 쥬디스 윌슨의<엄마 돌보기>와 함께 내가 아이에게 사주었던 책이다. 아이만 읽고 나는 못읽어봤길래 어제 아이에게 두 권 중 어떤 것 부터 읽어볼까 물었더니 이 책부터 읽어보란다.
친할아버지도 아니고 연금을 받으며 혼자 살아가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천진난만 소녀 수지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와 꼬마는 왜 서로 끌리는 것일까. 사람이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이 되는 것 같아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한꺼풀씩 뒤집어 써온 가식과 허영을 다시 하나 하나 벗어 던지게 되는 시기일까? 노년의 시기란 말이다. 할아버지는 아이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체면을 앞세우지 않고, 어떤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아이와 할아버지는 누가 누구인지 거의 구분이 안가게 묘사되어 있다. 아이가 할아버지 같고 할아버지가 아이 같은.
구드른 멥스는 독일에서 태어난 연극 배우 출신의 작가로서 수상 경력도 화려한데, 이 책에서 그는 교훈을 앞세우려 하지 않고 아이들이 읽으며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썼다. 그에게는 그것이 더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읽는 아이들도 아마 그 편을 더 좋아할 것이다. 

 


임 정진 글 <일자무식 멍멍이>

가끔 임 정진 작가의 홈페이지에 놀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운좋게 작가의 최근작인 이 책의 사인본을 받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흔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라 개이다. 우울증이 있는 개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이 개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실제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아이는 그런 도서관이 어디 있느냐면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평소에 읽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 영후가 개에게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는데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개는 열심히 듣고 영후는 점차 책 읽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간다.
독특한 발상인데 비하여 이야기 자체는 평이하게 흘러간다는 점, 제목이 내용에서 조금 비껴가지 않았나 하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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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2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는 내 친구에 더 호감이 가네요. hnine님, 혹시 위 상품 두 개 다 알라딘 상품 넣기로 집어넣은 거예요? 최근에 이렇게 페이퍼에 등록된 상품들이 첫번째 상품만 링크가 바로가기 안 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 알라딘에 신고했는데 오류 없다고, 작성자가 잘못한 것 같다고 대답이 돌아왔거든요. 이런 현상을 지금 네 번째 발견했는데 오류같은데 말입니다. 상품넣기를 하는데 첫번째는 그림만 링크하고 그 다음 상품부터는 상품을 넣고... 이렇게는 안 하잖아요. 없는 상품이라면 모를까...;;;;

hnine 2010-12-26 11:00   좋아요 0 | URL
어라! 정말 그렇네요? 첫번째 상품도 당연히 알라딘 상품 넣기 한건데 링크가 안되네요!

무스탕 2010-12-26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자무식 멍멍이는 제목이 정말 재미있네요 ^^

근데 정말 오류 맞네요. 알라딘에선 다시한번 검토해 봐야겠어요.

hnine 2010-12-26 20:25   좋아요 0 | URL
일자무식 아닌 멍멍이도 있는지...^^
위의 상품 넣기는 다시 했더니 되는데 왜 한번에 안되는지 오류는 오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