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 > 아이린 크리스틀로 지음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쓰는지 작가가 아닌 사람들은 궁금하다.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재미있는 책을 읽고 이 책을 쓰는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제목을 보고 한번 쯤 들춰보고 싶으리라.
실제 작가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처음에 어떻게 글감을 찾는지부터,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이해하기 쉽게 만화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일반인들을 상대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라면 어려운 용어를 써가면서 형식을 따져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책이 있는데. 

 

<달을 마셨어요> 김 옥 지음 

 이 저자에 대해서는 이전에 읽은 <보물상자> 하나로도 충분히 호감을 가질 만 하다. 이후에 읽어본 <청소녀 백과 사전>역시 작가의 섬세함과 따뜻함이 작가 특유의 익살과 어우러진 좋은 작품이었다.
이 책 <달을 마셨어요>는 사계절 출판사에서 다른 책들과 묶어 7-8세를 위한 '사계절 웃는 코끼리 세트'라는 이름으로 출판되고 있다. 위에 말한 <보물상자>도 그 중의 한 권. 

자기 물 컵에 비친 달을 보고 어린 아이는 물을 마시며 달도 함께 마셨다고 생각한다. 어른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아이 다운 생각이다. '글자 따오기 놀이'라는 제목의 글은 글자카드를 누가 빨리 붙이나 내기를 한 후에 형이 부르는 글자를 따오기 놀이를 함으로써 동생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 돌 틈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피어있는 꽃을 보고 돌들이 꽃을 죽이려고 한다고 걱정하는 아이의 이야기 '돌들이 꽃을 죽이려고 해요'도 너무나 사랑스런 이야기이다. 아이를 재우는 엄마의 재미있는 방법을 '상상놀이'라는 이야기에서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 아이들의 귀를 크게 그리는 서현 화가의 그림도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그래도 괜찮아> 안 오일 청소년 시집 

2007년에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한 안 오일 시인은 2009년에 동시로 푸른문학상을, 2010년에는 동화로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청소년들이 읽을만한 시를 모아 펴낸 시집이다.
청소년 시집이라. 어떤 내용, 어떤 느낌의 시들이 담겨 있을까 읽기 전에 짐작해본다. 짐작되는 바가 있으면서 한편 지금까지 나와 있는 청소년들 대상의 시와 좀 다른 점이 있기를 동시에 바라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
시집을 펼쳐 읽어보니 역시 기존의 청소년 시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빡빡한 공부, 시험, 기성 세대에 대한 불만, 고된 현실과 그것에서 벗어나고픈 꿈.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어찌 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조금 다른 시들이 나와주어도 되지 않을까? '상품화되기 위해 아침마다 공장으로 가는 우리는...'으로 시작하는 '공산품'이라는 제목의 시가 보여 주는 것은 이제 새로운 감동으로 읽히지 않는다. 현실에 찌든 기성 세대, 청소년들이 불만스러워 마지 않은 바로 그 기성 세대의 사고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청소년시라고 따로 이름을 붙일 바에는 어딘가 다른 면이 있기를 기대하면 안될까? 분명히 청소년들에게는 어른과 다른 면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발견해내는 것을 시인의 몫이라고 하면 너무 무거운 짐이겠고, 시인들이 해주었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고 해두어야겠다. '씨앗'이라는 시의 마지막 연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오히려 이 시집에서는 참신해보였던 것은 그런 식상함에서 좀 벗어나보였던 때문일 것이다.

'언제나 그대로 품어야 할
내 씨앗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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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는 어떻게 책을 쓸까?>는 이해하기 좋게 만화로 꾸며져 좋았어요.
<그래도 괜찮아> 중학교에서 여러 편 읽어줬는데 자기들 이야기라 공감했어요.
저희들도 생활경험을 중심으로 시를 썼는데, 갑자기 써서 그랬는지 중학생 시도 새로울 건 없었어요. 아마도 어른이 바라보는 청소년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직접 풀어내면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hnine 2011-10-12 23:4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말씀이 정답이지 않을까 싶네요. 어른들이 보는 청소년들의 모습,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대상으로 하는 시가 점점 늘어가는데 대부분의 시가 한 목소리인 것 같아 좀 아쉬웠어요.

2011-10-13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3 1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오일 2011-10-1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래도괜찮아,를 쓴 안오일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쓴다고 했지만 진짜 그들의 이야기가 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 청소년시에 대한 고민을 하고있었는데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서 좀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어습니다. 더 공감할 수 있는 청소년시로 다가갈 수 있도록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nine 2011-10-13 19:51   좋아요 0 | URL
저의 개인적인 느낌을 썼는데 귀담아 들어주시고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청소년'과 '시'라는 단어는 저에게도 일종의 키워드인지라 더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답니다.
청소년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의 마음을 읽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몫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계속 활발한 작품 활동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어서 빌려온 책들이다. 
오늘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루 종일 축구하러 나가 있는 관계로 네권의 책을 휘리릭 다 읽어삼켰다, 방에서 마루로 부엌에서 집 밖 공원 의자에 앉아.  

 

<친구가 필요해> 글 박 정애 그림 김 진화 

평범한 제목의 이 책을 얼른 빼어보게 된 것은 박 정애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서이다. 원래 성인 소설을 쓰던 작가이고 <환절기>라는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사진 배경에 인물은 종이를 오려 붙인 듯 표현한 삽화가 독특하다.
키도 작고 얼굴도 별로인 3학년 여자 아이가 친구를 사귀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인데 이 아이의 이모의 조언 속에는 결국 친구를 사귀는데 외모도 무시 못한다는 의미가 있었긴 하지만 어쨌든 친구 사귀는 법 제 1조는 자신감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제목만큼 평범한 내용이다. 

 

 

 

<뚱보면 어때, 난 나야> 글 이 미애 그림 최 철민 

외모 컴플렉스는 아이나 어른이나 벗어나기 힘든 주제이다. 지난 번에 '코끼리를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한 꼭지 써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뚱보 주인공은 가족이 모두 비만. 엄마는 온 가족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추진해나가고 못마땅하기만 하던 주인공 동빈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비만 특별반에 편성되고 나서 살을 빼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제목을 보면 뚱보인 채로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뜻 같지만 실제 내용은 뚱보에서 벗어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것이다.
많이 다뤄지는 주제의 이야기로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저자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요리사가 되기 위한 꿈을 펼쳐 나가는 아이의 얘기를 쓴 <꿈을 찾아 한걸음씩> 의 작가이기도 하다. 

 

<신통방통 왕집중> 전 경남 글 김 용연 그림 

지난 주에 전 경남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름은 들어 알고 있었지만 미안하게도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원래 음악을 전공했으나 방송 작가와 카피 라이터를 거쳐 제4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을 받으면서 동화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참신하다.
이 책에 실린 네편의 이야기가 모두 독특하고 밝고 재미있어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어린이날에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아이의 이야기 <5월 5일>, 고양이 동네에 초대받아가는 이야기 <뒤로 걸은 날>, 놀이터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쥐를 본 아이가 쥐를 안스러워 하는 마음을 그린 <살려 줘, 제발!>은 쪽지라는 장치가 글을 살리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신통방통 왕집중>은 과연 무슨 뜻일까? 바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인공 아이의 엄마가 구입한 약 이름이다. 아이는 그것을 알고 엄마가 먹는 비타민 약과 바꿔치기를 하는데. 기발한 생각이기도 하고 등장하는 약 이름을 어찌나 재미있게 지어놓았던지, 작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재미있고 기발한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다운 생각과 행동이 잘 살아 있었고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지, 어떤 상황에서 어른들과 다르게 대응하는 아이들의 세계가 잘 살아 있었다.  재미와 의미가 모두 살아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선된 아이> 푸른책들 제1회 올해의 작가상 동화집  

모두 일곱 작가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린이책이라고는 하지만 꽤 진지한 내용들이라서 읽는 아이들이 잘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김기정의 <두껍 선생님>은 독창적인 소재이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볼 수 있는 두꺼비가 어느 날 단체로 학교에 와서 선생님이 되어 교단에 선다. 평범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만들어내지 못할 이야기.
김민령의 <견우랑 나랑>은 가슴을 알싸하게 건드리는 이야기. 마지막 장면의 삽화가 예쁘기도 하고 조금있으면 보게 될 풍경이기도 해서 사진을 찍어놓았다.
김영혜의 <수선된 아이>는 따돌림 당하는 아이 눈에 보이는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아이와 노인을 함께 등장시키기 좋아하는 이용포 작가의 작품. 작가의 다른 작품인 <느티는 아프다>가 내가 읽은 것중 아직은 최고.
며칠 전에 읽은 정은숙 작가의 작품을 여기서 또 만난다.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
조용희의 <책을 돌려 주세요>에는 도서관에 사는 도깨비가 등장하고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이와 쉽게 친해진다. 어른이 아니라 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진은주라는 작가의 이름은 <천타의 비밀>이란 작품으로 여기서 처음 만나는데 발달장애를 가져서 학교도 못가고 집에서 지내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일곱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다 다른 색깔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지. 이런 모음집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곧 이렇게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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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2012-08-2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hnine 2012-08-31 08:26   좋아요 0 | URL
저자 분 중 한분이신가봐요.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
 

 

실험이 꼭 거창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마법의 실험아, 과학을 다 알려줘> 
정 홍철 지음, 초록아이

평이 좋은 것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 책이다.
기획은 좋았다. 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종이를 뜯어 종이 접기 하듯 쉽게 금방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과학은 '손'을 움직여야, 즉 직접 해보아야 비로소 '머리'로 잘 들어온다고 평소에 말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아쉬움을 느꼈던 것은 직접 해본 실험 속에 담긴 원리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깊은 내용을 길게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대신 열줄 미만에 아이들이 이해할 만한 용어로 요점을 잘 잡아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가지 실험을 위해 짧은 동화로 도입을 하고, 간단히 종이로 만들어볼 수 있는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그 수준에 맞춰 원리 설명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그런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은, 단순히 설명의 양만 줄여놓은 것은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이 책을 구입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실험을 해보며 재미있어 했을 것이고 그걸 보며 부모는 흐뭇했으리라. 하지만 그게 무엇에 관한 실험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하는데까지 책의 효과가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별점을 준다면 다섯개중 세개)

 

 

"왜?"라고 물을 수 있다는 것


<학교는 왜 가야하지?>
오스카 브르니피에 글, 델핀 뒤랑 그림, 최 윤정 옮김, 바람의 아이들  

내 맘대로 이 책을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이라고 불러본다.
학교는 왜 가야하는지, 나는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당연히 가야하는 것으로 알았고, 결국은 누구나와 같이 더 좋은 학교에 가야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필수 관문쯤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에 실패하는 것은 곧 행복한 인생을 살기는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왜?'란 질문은 감히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고 있어도 곤란했던 학창시절. 지금의 아이들은 좀 다를까?
이 책에서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꼬마가 이런 의문을 갖는다. 나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의문을.

이 책을 읽고 나도 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학교에는 왜 가야하냐고. 공부하기 위해서 간단다. 그럼 공부는 꼭 학교에 가야만 할 수 있나 물어보았더니 그런건 아니란다. 그런데 왜 학교에 가야하냐고 계속 물었더니 여기서부터 대답이 흐지부지.
학교는 왜 가야하는지, 자기가 지금 막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알고 싶어하고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해 이 책의 아이가 하는 일을 따라가 보라. 궁극적으로 어떤 답을 얻어내는지 보라.
끌려가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흉내내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겉만 보고 속은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의 진정한 의미를 알면서 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이 질문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견제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분위기에서 더욱 주목해볼 내용이다. 기대이상이었던 책. (별점을 준다면 다섯개중 여섯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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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8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글공주 -임 정자 동화집 -

동화를 읽기만 읽었지 동화란 어떻게 써야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혼자서 ‘아, 동화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 제목

당글공주. 당차고 발랄한 모습과 성격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발음이 경쾌해서 아이들도 쉽게 입에 오르내릴 수 있을 이름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런 저런 여러 가지를 고심해서 지었으리라.


2. 운율

시에만 운율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 글에 리듬이 살아있는 것이 느껴진다.

예1.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예2. 겨우겨우 잠들었다 일어나 보니
      투둑투둑 투둑투둑. ‘이게 무슨 소리지? 비가 오잖아.
      난 몰라. 소풍 가긴 다 틀렸네.
      날마다 해 쨍쨍 나더니 갑자기 웬 비가 와.’ 
      마지못해 가방 메고 학교 가니까
      투둑투둑 떨어지던 빗방울, 언제 왔냐는 듯 그쳐 버렸네.


3. 적절한 비유와 상징

홍역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을 홍역 괴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그것과 맞서 싸우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어떤 아이가 홍역에 걸려서 며칠을 끙끙 앓고 아이의 엄마는 옆에서 아이에게 잘 참아야 한다고 달래는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사실 그대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보라. 아무리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도 이야기가 재미있겠는가?

4. 재미를 넘어서지 않는 교훈

동화가 갖춰야 할 조건 중의 하나라면 읽는 주요 대상이 어린이라고 간주하고 써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이 읽어서 배울 점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역에 걸리게 되는 과정, 그것을 잘 참고 이겨내는 과정, 이겨낸 후 따라오는 보상, 보람, 성장.
동화의 조건을 균형 있게 잘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게 드러나게 강조되어 재미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



수지 모건스턴의 '조커'를 통해 생각해 보는 아이들 교육 방식 


수지 모건스턴의 그 여러 작품들을 읽어보아도 어느 하나 비슷한 내용이 없다.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소재와 주제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늙고 뚱뚱하고 목소리마저 이상한 노엘 선생님. 아이들은 학교가 시작하는 날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실망하지만 노엘선생님이 한가지씩 내어놓는 아이디어는 곧 아이들로 하여금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곳이 아니라 그 반대로 만들어놓는다. 노엘 선생님의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다른 선생님들보다 아이들을 더 사랑했기 때문일까?
나는 오히려 그가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엘 선생님은 어른의 기준에 맞추어 모델 상을 만들어 놓고 모든 아이들을 그 규격에 맞추는데 온 시간과 노력을 소진하지 않았다. 좀 못하면 어때, 좀 모르면 어때, 학교 좀 빠지면 어때, 수업 시간에 한번 쯤 군것질 좀 하면 어때, 한번 쯤 떠들면 어때, 옆 친구 것 좀 베끼면 어때.

물론 아이들로 하여금 이런 규칙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기게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이 결과 아이들은 그런 규칙들이 왜 필요하고 왜 어쩌다 한번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법은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조커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발상 또한 작가가 던지는 의미 있는 메시지이다. 규칙을 어기지 않고 완벽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때때로 이렇게 스스로 조커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즉 융통성 있고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이 요즘 세상을 무사히 버텨나가는데 더 적자(適者)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내 친구를 찾아서 -조 성자 지음-


아이들의 고운 심성이 드러나는 고운 이야기인데 왜 재미가 없을까?

수지 모건스턴의 책을 읽고 난 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는 마치 이 책을 내가 쓴 것인 양 아이디어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해진다. 과연 작가, 특히 어린이책 작가로서 갖춰야할 제일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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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1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당글공주... 어떤 아이인지 얼른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막 샘솟네요. 가끔 동화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학교 도서관에는 동화책이 아예 없다는 게 늘 불만이에요. 어린이도서관에 한 번 들려야겠어요 ㅎㅎ

hnine 2011-09-11 05:03   좋아요 0 | URL
오, 수다쟁이님. 그림책, 동화책 읽기도 꼭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삶이 팍팍하게 느껴질때 '비타민'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머리 속 복잡할때 문제의 근본에서 흐트러지지 않게 해줄때도 아주 좋아요. 제가 돈만 많으면 그림책을 하나하나 사서 모으고 싶답니다.
위의 당글공주 같은 친구, 애인, 배우자 (?)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내가 내게 만들어주고 싶은 조커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저라면 'oo살 먹은 어른이라는 것 하루동안 잊고 지내보기' 이런 조커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

순오기 2011-09-11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점 깊이가 더해지는 나인님의 글쓰기 공부~ ^^
추석명절 잘 지내시고 알라딘에서 또 만나요!!

hnine 2011-09-11 08:08   좋아요 0 | URL
글쓰기 공부라기보다 언제부터인가 저렇게 막 따져가며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
순오기님, 이번 추석엔 제가 농떙이 부리고 있어요. 송편도 제가 안 만들고 버티니까 어제밤에 나가서 남편이 파는 것 사다놓고요, 다른 것도 당일치기 할 심사로 손도 안대고 있고요 (어떤 상황인지 금방 눈치채셨으리라...^^).
그래도 오늘 밤은 아이랑 달 그림이라도 그리고 소원을 빌어보려고요. 순오기님의 도서관도 무사히 잘 개관하게 되길 빌어드릴께요. 물론 그렇게 되겠지만요.
이렇게 들러 기운 주고 가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요 ^^

달사르 2011-09-1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운 이야기인데 왜 재미가 없는지..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동화작가를 꿈꾸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는데 hnine님처럼 저런 궁금점이 자꾸 생기더라구요.
동화책은 고운 이야기를 넘어서는 다른 그 무언가가 필요한가봐요.

hnine 2011-09-15 08:41   좋아요 0 | URL
동심천사주의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이들을 무조건 천사로만 그리려는 경향이 우리도 모르게 발동된대요. 외국의 어린이책들을 보면 착한 아이들보다는 장난꾸러기, 좀 별난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그 이야기에서만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요. 고운 이야기를 넘어서는 다른 그 무엇은 아마도 작가의 창의력과 많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지요?
친구분이 계시다니 그런 얘기 많이 하셨겠지만 어른이 되어 동화를 쓴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 것 같아요.

진주 2011-09-15 00:51   좋아요 0 | URL
두 분 대화에 잠깐 끼어들어도 될까요?ㅎㅎ
저도 '곱기만'한 동화는 별로예요.
애들 말대로 오글거리잖아요ㅎㅎ

hnine 2011-09-15 09:14   좋아요 0 | URL
어서오세요, 진주님^^
그런데 그 동심천사주의라는 것이, 작가가 일부러 의도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그렇게 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우리의 편견이나 선입관이 참 강한가봐요.
 

 

민이 어머니께
-어버이 날에  

 

민이가 여섯 살 때
민이 아버지와 싸우고서
어디론가 떠나셨다지요?
그러니까 벌써 세 해째가 되겠네요.
이렇게 함부로 물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시나요? 


어머니가
좋은지 나쁜지 잘 모르겠다는 민이가
오늘 글씨 물어 가며 비뚤비뚤
어머니에 대한 글을 썼어요.
딱 한 줄
뭐라 썼는지 궁금하지 않으셔요? 


아이 손톱을 깍아 주며
동무들이 잘 놀아 주느냐 물으니
아니라는군요.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온다고
아무도 가까이 와 주지 않는대요. 


민이 어머니 들리세요?
민이가 부르는 소리 


"엄마는 밥을 해 주었습니다." 

 

할 말 

 

현숙이가
내가 서 있는 쪽으로 오더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래 무언데? 


선생님, 있지요,
이번에 나 청군 좀 시켜 주세요.
4학년 올라올 때까지 한 번도 청군을 못 해 봤어요.

 

 

새앙쥐  

 


식구들 잠든 사이
새앙쥐 한 마리가
부엌으로 나왔다. 


이 추운 겨울 밤
무슨 사정 생겼을까.
내쫓지 말아 달라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그러나 새앙쥐야,
우리 부엌엔
네가 가져갈 게 아무것도 없어.
누룽지마저 일기 쓸 때
내가 다 먹은걸. 


아니야, 있다.
그래 맞아,
어머니가 불 지핀 부뚜막이
아직은 따뜻할 거야. 


새앙쥐야,
한겨울 밤 새앙쥐야,
남은 그 불기라도 가져가렴.
온 식구들 불러다
한껏 안아 나르렴. 

  

사랑스런 아이들아......

 

 

 

 

 

 

 

 

 

 

임 길택.
1952년에 태어났고 강원도 탄광 마을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가난에 찌들었어도 순수하기만 한 아이들을 보는 애처로움과 사랑이 그의 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않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고 손톱을 손수 깎아주던 선생님 임  길택 시인은 1997년 마흔 여섯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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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3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시네요! 저도 이 책 빌려서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hnine 2011-09-01 11:28   좋아요 0 | URL
말없는 수다쟁이님, 미소 짓게 만드는 시도 있고 마음을 적시는 시도 있고 그래요. 꼭 한번 빌려 보세요.

순오기 2011-08-3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임길택 선생님~~~~~~~
'엄마는 밥을 해주었습니다' 딱 한 줄 글이 눈에 밟히네요.

hnine 2011-08-31 19:29   좋아요 0 | URL
뭉클하지요. 모르는 글자 물어물어 썼다니 쓴 글은 딱 한줄이지만 그날 따라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모양이어요.

2011-09-01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1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11-09-0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오덕 선생님 글을 보는 것 같았어요^^

현숙이 귀여워~ㅋㅋ
현숙아 나도 그 기분 알아~~ㅋㅋ

hnine 2011-09-01 17:26   좋아요 0 | URL
진주님, 그렇지요? ^^
이 시집엔 현숙이 외에도 여러 명의 아이들이 나와요. 유순이, 영미, 영근이, 순덕이, 종희, 혜숙이, 혜란이...시 속의 그 아이들, 지금쯤 어른이 되었겠지요.

bookJourney 2011-09-0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이 어머니께 ... 마음이 아려요.

hnine 2011-09-01 19:57   좋아요 0 | URL
이분 임길택 시인의 시집엔 그렇게 마음 아린 시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탄광마을 아이들>이라는 시집도 그렇고요.

같은하늘 2011-09-0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하다가 현숙이 때문에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