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있네!'
최근 이웃님 서재에서 보고 얼른 구입한,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자연과학 그림책이면서 동시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물에 사는 물고기 240여종 중 35종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동시 형식으로 들어가있다.
'빠가사리'라고 더 많이 알려져있는 꼬치동자개는 가슴지느러미로 빠각빠각 크게 소리를 내기때문에 빠가사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럼 얘들은 왜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것일까? 이유는 본문에 나와있다.
빠각빠각 빠각빠각
소리 무지무지 커서
덩치 큰 붕어도 도망가요
방어목적이라는 뜻이다.
물고기에 따라 산란과 부화 방법도 참 다르다. 꺽지라는 민물고기는 암컷이 바위 밑에 알을 낳아놓으면 (아마도 다른 물고기로부터 안전한 위치를 찾다보니 바위 밑인 것 같다) 수컷 꺽지가 와서 그 알을 몸으로 덮어 보호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주어 안썩도록 해준단다. 그럴려면 수컷 자신은 거꾸로 바위에 매달린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것을 평범한 문장으로 설명해놓는 것보다 리듬있는 시의 형식으로, 다정다감하다는 느낌까지 들어가게 설명해주니 훨씬 재미있고 감정이입이 되어 단순한 지식 전달 목적의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씬한 금강모치라는 물고기는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모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입이 크고 먹성이 좋지만 날씬한 비결은 잠시도 쉬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가늘고 긴 가는돌고기의 몸이 가는 이유는 겁이 많아 숨기 좋아하는 특성으로 미루어 보아 좁은 틈으로 자꾸 숨어서 가늘어졌나보다 라고, 시인의 상상력을 발동시켜 설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떤 생물이든지 특징이 되는 형태 뒤에는 특정 목적이나 기능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넌지시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그린 신외근 화가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시골의 자연풍경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민물고기 관련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조소정 시인에게 제안했더니 시인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이후로 5년에 걸쳐 우리나라 방방곡곡 민물고기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자연관찰 창작물인 셈이다.
이에 걸맞는 동시를 만든 조소정 시인은 자연환경과 생태, 여러 동물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그녀의 동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35종의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 수록된 35종의 민물고기들은 모두 천연기념물 아니면 멸종위기에 있는 것들이다. 그림과 설명으로라도 이들과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