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악기가 하나 있어

노래를 연주하고 싶었으나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몰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늙은 새가 날아가며 말하네

그 악기는 백년에 한번 소리를 낸다지

부서지는 바위가 말하네

살아있는 동안 한번도 소리를 못듣는 수도 있다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악기

버릴까보다

들고 나갔다가

다시 들고 들어오며

백년에 한번이

오늘일지 몰라

내일일지 몰라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이야 2012-05-24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아침을 또 좋은 시로 열어요 :)
그 백년이 오늘일까 내일일까, 기다림 자체가 인생인 것 같아요.
그 백년을 소유하고나면 정작 기다림이라는 달디달고 조금은 결핍된 설렘이
사라질지도 모르지요.^^ 그런 의미로 저는 읽었어요. 좋아서 주절거려 봐요.^^

hnine 2012-05-24 11:57   좋아요 0 | URL
예, 그런 마음을 담았어요. 제 몫으로 받은 악기를, 한번도 소리를 제대로 내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조바심이 날 때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그 악기를 버리면 안될 것 같아요.
시라고 하긴 뭐하고, 그냥 짧은 문장으로 나타낸 제 마음 한자락일 뿐이지요.
읽어주시고 함께 느껴주셔서 고마와요 ^^

숲노래 2012-05-24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 년은 어쩌면 그리 안 긴 시간일는지 몰라요

hnine 2012-05-24 11:58   좋아요 0 | URL
백년은 절대적인 시간이라기 보다, 음...긴 세월을 뜻하는 말로 썼어요.

하늘바람 2012-05-2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를 내고 싶지만 막상 소리를 내려니 용기도 안나고 가마있으면서도 내안의 쿵쿵대는 소리에 늘 답답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이것도 소리내는 방식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싶긴 할 거 같아요
다른 길을 모색해보듯 다른 악기를 흉내내 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시가 참 좋고 여러 생각이 드네요

hnine 2012-05-24 16:51   좋아요 0 | URL
열 사람이면 열 사람, 가지고 있는 악기는 다 다른데, 남의 악기와 비슷한 소리가 나기를 바라며 내 악기의 가치를 내 스스로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리만 차지한다고 내다 버리면 안되겠지요? ^^ 자리 차지하고 있어주는게 어딘데요...

하늘바람 2012-05-25 10:58   좋아요 0 | URL
하긴 그래요 남의 소리 따라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나를 발견할 때가 있지요.
그럼요 누가 뭐래도 소리가 나든 안나든 내 악기가 최고지요

댈러웨이 2012-05-24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많은 글을 쓰신 hnine님도 이런 고민을 하시네요.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그나저나 hnine의 뜻이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요? ^^


hnine 2012-05-25 05:50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댓글을 읽으니 제가 끄적거려놓은 것을 어떻게 해석하셨는지 알것 같습니다 ^^ '악기'라고 쓴 것은 어떤 구체적인 것이라기 보다 막연한 대상이라고 해야겠지요.
hnine은 다른 분들께서'에이치나인'이라고 불러주시던데, 아무 뜻 없어요. 어떤 분께서는 줄여서 그냥 '나인'이라고 부르세요. 그것도 좋고...저를 불러주는 이름이면 그저 반갑습니다.

달사르 2012-05-28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드디어 대금소리가 모두 났어요. 장장 석달이 걸렸다지요. 백년에 비하니 정말 빠른 시간이다 싶어요. 하하. 내 마음 속 악기 소리는 저도 늘 궁금한데요. hnine님의 악기소리는 어떤 소리가 날지 그것도 무척 궁금합니다. 은은한 방울꽃 소리와 같을까요? ^^

hnine 2012-05-28 07:46   좋아요 0 | URL
반가운 달사르님, 안그래도 달사르님 오랜만에 올리신 글 읽었는데 저는 잘 모르는 책이라서 리뷰만 찬찬히 읽고 나왔네요.
석달 걸려 소리를 내는 악기라니, 멋진데요.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 소리를 내줄 것 같아? 악기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좀 해봐요, 아름다운 소리를 내줄테니...이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아이가 학교에서 플룻을 배우는데 보니까 그 악기 소리내는 것도 쉽게 되지 않더군요. 한참 애 먹더니 드디어 소리가 난다고 좋아하던 기억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