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픔이란 물체는 지뢰처럼

어디에나 깔려 있어

걷다가 발에 밟히고

더듬다가 손에 걸리고

눕다가 머리와 부딪힌다

 

 

창 밖엔 보름달

높이 안맞는 앉은뱅이 책상

그 앞에 졸음 참고 앉아 있는

내 무릎 위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면서도

온기 찾아 기어오르는

강아지란 짐승

너를 보며 드는 서글픔

네가 오늘의 지뢰이구나

 

 

 

- 201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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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9-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보름달을 보셨군요.
어디에 있더라도
보름달 바라보는 눈은
한결같으리라 느껴요

hnine 2012-09-03 06:19   좋아요 0 | URL
달력을 보니 정확하게는 어제밤이 보름이었던데 전 하루 전 달을 본 셈이지요.
구름에 가려서 아주 밝은 달은 아니었어요.
다음 보름달을 보게 될 때는 벌써 추석이 되겠네요.

2012-09-02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9-03 06:25   좋아요 0 | URL
전 너무나 자주, 너무나 쉽게 우울해서, 이젠 가끔 찾아오는 손님이려니 하지 않고 늘 옆에 있는 친구이려니 (좋게 봐주면), 늘 주위에 있는 지뢰 같은 것이려니 (심술맞게 봐주면), 그렇게 생각하고 삽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그렇게 그냥 accept하게 되더라고요. accept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지요 ^^
공감해주시니 감사하긴 한데, 오래 우울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신나고 즐겁고 살맛나게 하는 일들도 여전히 또 다른 지뢰의 형태로 우리 주위엔 있을테니까요. 우리 이번엔 그런 지뢰를 좀 밟아 봤으면 좋겠어요 ^^

프레이야 2012-09-0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ᆢ 나인님 너무 좋아요. 서글픔이 폭삭하게 느켜지는 이유가 뭘까요. 눈시울이 괜스레 붉어져요. 저, 좀 서글펐나 봐요.^^

hnine 2012-09-03 06:2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무슨 일이 있으셨나봐요? 해가 뜨는 것을 봐도 뭉클하고 지는 것을 봐도 뭉클하고...낙엽이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때가 있었다는데 저는 무엇을 봐도 심각하고 뭉클하고 더 나아가면 서글퍼지고 그렇네요.
옆에다가 담요를 깔아주어도 굳이 불편한 제 무릎 위로 기어올라 기대고 자려고 하는 강아지를 보면서도 서글퍼졌으니까요.
또 아침입니다. 늘 6시 반에 아이를 깨워요. 이젠 꽤 선선하니, 가을 같지요?

블루데이지 2012-09-0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뒤에 찾아온 맑은 밤하늘 보름달이어서 그런지...
제 감정도 극과 극을 막 달리더라구요.
저도 보름달 물끄러미 보다 페이퍼 한장 썼었어요..
저도 이렇게 함축적으로 심장진동울리게 썼다면 좋았을것을...
hnine님 토닥토닥~

hnine 2012-09-03 06:34   좋아요 0 | URL
블루데이지님의 그 페이퍼 저도 읽었답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저도 달을 더 유심히 보았는지도 모르겠어요. 달이 마치 제 얼굴 같더군요. 얼룩덜룩 기미 낀 제 얼굴...^^
서울엔 창덕궁 같은 고궁에서 달빛기행, 그런 프로그램도 있던데 해보면 특별한 느낌이겠다 싶어요.
저에게 달을 보고 끄적거리게 해주신 블루데이지님께 감사를~

하늘바람 2012-09-03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요함이 느껴져요
고요함 적막 속에 느껴지는 서글픔은 배가 되잖아요
저도 툭하면 우울해져서
요즘은 더 단순해질려고 노력해서인지 너무 단순해져 버렸지만
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옛 생각이 나고 그러네요

hnine 2012-09-03 19:17   좋아요 0 | URL
저걸 언제 끄적거렸냐하면요, 고요한 장소도, 혼자 있지도 않았어요. 식구들과 모두 함께였고요, 어느 까페였답니다.
...
웃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