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초록
초록을 열두가지 색으로 볼줄 안다고
너는 나를 부럽다고 했지만
초록 속에서 열두가지 색을 보기 시작하고부터
내 삶이 열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숨기고 살고 있음을
또 숨겨야 했다
초록은 초록
나는 나
너는 너
삶은 삶
죽음은 죽음인데
내 눈은 가끔 프리즘이 되어
초록을 산산이 분해하여
열두가지, 아니
수백가지 색깔로 보게 되었을까
나 역시 어쩌면
어떤 것에서 분해되어 나온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
영원히 모르리
나란 무엇의 분산의 결과인지
네가 부러워하는
내가 누군지
나는 영원히 모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