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다고
내가 시험 못 본 날
부모님 나란히 앉아
나를 혼낸다.
화가 난 어머니
무심코 하신 말
야,
너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학교 가지 말고 농사나 지어.
이십 년째
농사밖에 모르는 아버지
뚱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더니
차라리 나를 혼내지 그려,
아무리 그렇다고.
- 윤 일호 -
개미의 장례식
녹은 아이스크림에 쓸려
개미들이 까무룩 죽어 있습니다.
두나랑 채린이가
도란거리며 지나갑니다.
자전거 탄 관호가
쌔앵 달려갑니다.
장 봐 오는 한나 엄마도
바삐 걸어갑니다.
바람이 혼자
나뭇잎 한 장 가져다
가만히 덮어줍니다.
- 박 소명 -
이사한 주소로 처음 받은 우편물은 정기 구독하는 어린이 동시 격월간지.
잡지에 실린 동시를 읽다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작품이 있어 옮겨 놓는다.
"바람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