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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을 땐

 

 

 

 

숙제하는 내 옆에

자기 공책 들고 와

글씨 연습 한다

 

 

가방 챙기는 나를 보고

유치원 가방 들고와

그림책 넣었다 뺐다

 

 

머리 묶고 있는 나를 보자

손에 잡히지도 않는 짧은 머리를

자기도 묶겠다고 조른다

 

 

피아노 연습 하는 내 옆에 앉아

아무 건반이나 뚱땅뚱땅

“하지 마” 하려는데

동생의 심각한 표정

피아니스트가 따로 없네

 

 

나만 따라하는 내 동생

나 학교가고 없을 땐

무얼 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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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 기다리는 놀이' 하겠지요~

hnine 2013-06-25 19:07   좋아요 0 | URL
저는 못된 언니였기 때문에 어릴 때 동생이 저를 따라하는게 참 싫었어요. 언니랑 뭐든지 똑같이 안해주면 떼를 쓰기 때문에 부모님은 늘 옷도 똑같이, 신발도 똑같은 것으로 사주셨답니다. 산들보라랑 사름벼리 사진 보면서 매번 웃습니다. 제 어릴 때 생각이 나서요. 사름벼리는 저 처럼 못된 언니가 아니더라고요 ^^

2013-06-2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28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6-28 12:52   좋아요 0 | URL
저 그책 바로 주문했잖아요 지금 ^^

2013-06-28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6-28 18:18   좋아요 0 | URL
지금 배송중이랍니다 ㅋㅋ
가볍고 슬렁슬렁 읽기에 좋은 책, 지금 저에게 딱이네요 ^^

2013-06-28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영미 <이미 뜨거운 것들>

 

다른 책은 한번 다 읽고 또 읽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시집은 그렇지 않다. 한번 쭉 읽어보는 것은 맛보기일뿐, 멀리 두지 않고 생각날때마다, 손이 갈때마다 펴서 읽고 또 읽는다.

 

지금까지 최영미의 책은 에세이든 시집이든 다 구입하여 읽어오고 있는지라 이 시집도 나온 것을 알자 바로 구입부터 했다.

 

 그녀때문에 알게 된 화가 Rothko. 이 시집의 표지를 보니 그 화가의 작품 '검정 위의 빨강' 혹은 '빨강 위의 검정'이 떠오른다. 그녀의 첫 시집 제목이 아직까지 표지에 저렇게 따라다니는구나. 그게 벌써 몇년 전인데.

 

새삼 그녀의 시들이 설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 자체가 긴 편이 아니고 연과 줄도 짧지만 읽을 때의 느낌이 산문 같기 때문인가보다.

 

이전 시집의 제목이 <돼지에게>인데, 여기엔  <돼지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있다. 읽어보니 전작에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돼지'가 누구를 의미하냐고 한참 말들이 많았었지.

 

 

 

 

 

 

추상 (秋想)

 

 

 

 

나쁜 자식,

위선자,

벗겨도 살점 하나 묻어나지 않을 껍데기들.

 

 

그들을 싸잡아 욕한 뒤에

단풍을 보았다

 

 

울긋불긋 물든

그들은 하나의 색이

아니었다.

한꺼번에 물들지도 않았다

 

 

진실은 순색(純色)이 아니다

 

 

 

그럴까? 진실은 순색이 아닐까?

 

 

그녀 시에 대해 말할때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많이 언급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보다는 인간에 대한 기대, 위선에 대한 실망, 고립과 고독, 지난 날 열정에 대한 회상, 아쉬움 등도 그 못지 않게 진하게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다. 읽는 사람 마음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오해

 

 

 

 

술보다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내 시가 쉽다고

 

 

 

노란 시월이 밀려온다고, 빗대어 쓰면

몰라도 뜻을 묻지 않고

 

 

 

출퇴근하는 지하철을

밥벌레들이 기어들어가는 순대에 비유하면

직장인들을 모욕했다며 분개하고

 

 

 

나도 모르는 말들을 주절주절 갖다 붙이면

그들은 내 시가 심오하다고......

 

 

 

이전의 시집을 읽을 때와 같은 깊이로 마음 속에 담박에 박히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 시집을 아직 다 읽지 않았다. 첫 페이지지부터 마지막 페이지, 해설까지 다 읽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직 다 읽은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송찬호 <저녁별>

 

 동시집 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근래 문학동네에서도 동시집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으며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시로 등단한 송찬호 시인의 첫 동시집인데, 첫 동시집이라지만 마치 동시를 오래 써온 것 같은 시들이 아주 알차게 담겨있다. 동화를 쓰는 동안엔 동화의 세계에 흠뻑 빠지기 위해 일부러 소설도 읽지 않는다는 어떤 동화작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어른과 아이 마음을 넘나들며 잘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나보다. 좋겠다.

 

 

 

 

 

 

 

저녁별

 

 

 

서쪽 하늘에

저녁 일찍

별 하나 떴다

 

 

 

깜깜한 저녁이

어떻게 오나 보려고

집집마다 불이

어떻게 켜지나 보려고

 

 

 

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

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

 

 

동시라면 그저 쉬운 소재, 쉬운 말로 쓴, 단순한 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것만으로 시가 되지 않는다. 시인의 새로운 '발견'에서 비롯되어야, 상투적이지 않은, 시다운 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시집 뒤에 해설을 쓴 이 안 시인은 이것을 이 시집에서 가장 빼어난 시로 뽑았다. (참고로, 이 안 시인의 해설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해설도 동시처럼 아기자기, 재미나게 썼다. 특히 시 <호박벌>에 대한 해석은 슬쯕 송찬호 시인에 대한 관심을 이 안 시인으로 돌리게까지 만든다.)

 

 

제비꽃

 

 

 

 

 

 

보랏빛 제비꽃한테 놀러 갔다

꽃이 나비보다도 작아

쪼그리고 앉아 바라만 보았다

 

 

 

한참 바라보고 있으니까

제비꽃이 하품을 해서

심심해진 나도 그냥 집에 돌아왔다

 

 

연꽃

 

 

 

 

우리 동네 연못

활짝 핀 연쫓 아래

둥근 연잎에

개구리가

앉아 있다

 

 

 

개구리가

연꽃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는 시인의 상상만으로 지어낼 수 있는 시가 아니다. 시인은 아마 이런 광경을 한참 들여다 보았으리라. 그리고 개구리가 연꽃을 들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순간이 왔을 것이다. 시인의 발견이다.

책머리에서 그는 전부터 동시를 쓰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즈음 나온 어떤 좋은 동시집을 보고 자극을 받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를 움직이게 한 그 동시집은 무엇일까? 그것도 궁금해진다.

 

김미희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청소년시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이다. 과연 청소년, 그리고 부모가 읽어서 공감할 내용들이 많다. 빗댐과 사회 풍자가 보인다.

 

 

 

 

 

 

 

 

 

 

 

 

신기술

 

 

 

 

새로 지어진 학교 건물

창문을 닫자

어찌나 방음이 잘되는지

새들

노랫소리를 멈췄다

푸르른 날갯짓도 멈췄다

 

 

 

우리 인간들은 이렇게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소외시키고 있는 중이다.

 

 

쉬는 시간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동윤이는 알까기

유리는 엎드려 자기

강우는공책 가득 그림 그리기

지수는 음악 들으며 몸 흔들기

모두 모두 즐겁다

자기주도학습이 시작된다

창의력이 맘껏 발휘되는 시간이다

 

 

수업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에 비로소 학습이 시작된다니, 누구를 위한 수업이란 말이냐고 한숨이라도 쉬어야 할까. 획일화되고 개인이 꿈이 반영되지 않은 교육 현실에 대한 빗댐이다.

 

 

다 다른 색깔의 시. 세상을 보는 다양한 눈.

 

오늘 아침엔 예전에 읽었던 유영금의 <봄날 불지르다>라는 시집을 다시 읽었다.

그건 또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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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3-05-10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엔 시집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인데요, 이 페이퍼에 몇 편 함께 올려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이전엔 처음 보는 책, 처음 듣는 이름이었겠지만, 다음엔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것처럼 기억나면 좋겠네요.(그렇더라도 겨우 이름 정도일테죠.^^)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3-05-10 19:38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도 시와 친해질 기회가 앞으로 올지도 몰라요. 일부러 시집을 사서 읽지 않아도 어느 순간 어디에선가 마음에 콕 박히는 시를 딱 마주치게 되는거지요. 사랑에 빠질 때 처럼요 ^^

박세웅 2013-06-1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밥벌레들이 기어들어가는 순대... 최영미 시인의 시였군요^^

hnine 2013-06-12 18:08   좋아요 0 | URL
세웅님, 최영미 시인의 시 좋아하시는군요. 저도요 ^^
 

 

 

 

 

 

 

느티나무

 

 

 

 

 

 

 

 

네 껍질 누른 빛 나서

누티, 느티라고

 

 

 

늦게 태가 난다고 해서

늦티, 느티라고

 

 

 

늘 태가 난다고 해서

늘티, 느티라고

 

 

 

뭐가 맞아

껍질 누른 느티야

늦게 태가 나는 느티야

늘 태가 나는 느티야

 

 

 

느티가 듣고 웃는다

그 많은 잎

살살 흔들어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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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1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는 어떤 이름으로 불러 주어도
다 너그러이 웃으면서 받아들여 주는구나 싶어요.

참 어여쁜 나무입니다..

hnine 2013-04-17 14:00   좋아요 0 | URL
사는 집 가까이에 저런 나무가 있으면 든든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야기 속에도 느티나무가 많이 등장하는가봐요.

2013-04-18 0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8 0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4-19 0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벽

 

 

 

 

 

몇번의 산을 넘고

절벽 앞에 까무라치고

물 속인지 불 속인지

허우적거리며

혼절하다 깨어나길

몇차례

이제 끝이다

다 끝났다

눈물 바람

콧물 바람

 

 

 

 

하늘 원망하여

고개 든 순간

뿌옇게 밝아오는

새벽

그래도

그 자리

절벽 아래가 아니라

절벽 위

지키며 버틴 시간

장하다고

상이라고

 

 

 

환해오는

새벽을 받다

 

 

 

 

 

 

 

 

 

받은 선물, 고맙게 잘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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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04-15 05:00   좋아요 0 | URL
새벽부터 일어나 무엇을 분주히 하셨을까요.
전 보통 새벽은 아주 조용히,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보내곤 하는데요.
밤에는 절망적이고 부정적이던 생각들이, 새벽에 일어나 앉으면 다시 조그마한 희망의 씨앗으로 움터 있는 것이 감사한 마음이 들어 써보았답니다.
이번 일주일도 화이팅 할께요. 빌어주신 마음, 고맙습니다. 언제나처럼.
 

 

 

시인이 들으면 반가와하지 않겠지만 나에게 있어 유안진의 시는 문학적인 감동을 주기 때문 이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어휘로 집약된 격있는 잔소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렇다면 이미 그건 '잔소리'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대신할 적당한 다른 말을 찾지 못해 그냥 잔소리라고 하련다.

내게 잔소리가 필요한 순간이란 수시로 찾아오기 때문에 나는 이 시인의 시집은 빌려서 보는 것으로 안되어 다 구입해서 가지고 있다. 구입하여 한번 쭉 읽고 책꽂이에 꽂아둔 후, 필요할 때 마다 꺼내어 아무 쪽이나 펼쳐 읽는다. 잔소리의 약발이 들을 때까지 읽는다.

 

 

 

피뢰침, 죽을힘으로 산다

 

 

 

 

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

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

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

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

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

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

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

가 통과한다, 응답이다

 

 

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

가장 외롭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가장 어리석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그 높이 그 깊이는

기다리며 갈망해야 차지하는 죽음뿐이니라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 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죽음 이상의 고독과 고통의 절정만이

부활의 희열을 안겨주느니라

싸잡아 죽음이라 해버리면 억울하지 않느냐

삶이 아닌 삶도

죽음보다 더한 죽음 이상도

또한 삶이니라

 

 

 

- 유 안 진 -

 

 

 

"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 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 아, 네...네...

 

 

 

 

 

 

 

 

 

 

 

 

 

 

 

 

 

 

잔소리를 하려거든 이쯤 되야지,

그렇지 못할 바엔

잔소리, 하나마나

차라리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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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1 0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9 0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9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3-03-23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 어머니도 죽는 것보다 더 힘든 죽음은 사는 것이라 하셨어요.
시로 적지 않고 삶으로 보여준 우리 엄마는 인생의 시인이셨네요.^^

hnine 2013-03-23 19:31   좋아요 0 | URL
머리로 쓰는 시가 아니라 몸으로 시를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