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그렇다고 

 

 

내가 시험 못 본 날
부모님 나란히 앉아
나를 혼낸다. 

   

화가 난 어머니
무심코 하신 말  

 

야,
너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학교 가지 말고 농사나 지어.  

 

이십 년째
농사밖에 모르는 아버지
뚱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더니 

 

차라리 나를 혼내지 그려,
아무리 그렇다고. 

 

- 윤  일호 -

   

개미의 장례식 

 

 

녹은 아이스크림에 쓸려
개미들이 까무룩 죽어 있습니다. 

 

두나랑 채린이가
도란거리며 지나갑니다. 

 

자전거 탄 관호가
쌔앵 달려갑니다. 

 

장 봐 오는 한나 엄마도
바삐 걸어갑니다. 

 

바람이 혼자
나뭇잎 한 장 가져다
가만히 덮어줍니다.  


- 박  소명 -

 

이사한 주소로 처음 받은 우편물은 정기 구독하는 어린이 동시 격월간지. 

잡지에 실린 동시를 읽다가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작품이 있어 옮겨 놓는다.

"바람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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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11-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제가 받은 문자네요
이사 잘 하셨어요?

hnine 2011-11-24 05:03   좋아요 0 | URL
문자로 시를 받으셨다는 말씀??
염려해주신 덕분에 이사는 잘 마쳤습니다. 정리만이 남아있답니다. 오늘 책장 주문한 것이 들어오고, 액자들을 자리 찾아 걸고 나면 좀 정리가 될 것 같아요.

2011-11-24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4 0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11-2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셨군요, 몸살 나지 않게 조금씩 정리하세요!
오늘도 바람이 차서 다들 감기 조심해야겠어요.

저도 가끔은 남편한테 하고픈 말을 아들에게 하고 있더라고요.^^

hnine 2011-11-25 06:02   좋아요 0 | URL
몸살날만큼 바지런히 정리도 못하고 있어요. 몸이 마음을 못따라가는지 느릿느릿, 어수선한대로 벌써 나흘밤을 새집에서 보냈네요.
동시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줄 것 같은 시들이 많아요. 위의 시들도 그런 것 같은데, 사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뽑은 시라네요. '동시마중'이라는 동시 격월간지에 실린 시랍니다.

마녀고양이 2011-11-24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 잘 하셨군요.
날이 차지기 전에 하셔서 다행이예요.

"차라리 나를 혼내지 그려", 요즘 FTA의 농어민 시위와 관련해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제가 음식물을 공급받는 언니네텃밭의 언니들이 엄청 걱정하시는걸 들었거든요.... ㅠㅠ

hnine 2011-11-25 06:05   좋아요 0 | URL
이사는 잘 했는데 이사후 정리를 아직 다 못했어요.
예전 집이 무척 추운 집이어서 이곳은 밖의 기온을 잊게해줄만큼 따뜻해서 좋아요.
FTA를 반대하는 것도 우리, 결국 염려하던대로 흘러가는 세태를 타고마는 것도 우리, 속는 것도 우리, 속이는 것도 우리...에효...

2011-11-24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5 0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1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의 장례식.. 뭉클해서 읽고 또 읽고 세 번 읽고 갑니다.(그래도 외워지진 않아요.ㅠㅠ)
아직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엄청 추워요. 따뜻한 집으로 가셨다고 해서 정말 정말 잘됐어요.^^


hnine 2011-11-25 11:5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대전 오실 일 있으시면 놀러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