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 였다가
너 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ps : 알랭바디우의 <사랑 예찬론>를 거의 다 읽었다. 조만간에 간단한 감상글을 써야겠다. 뒷 부분에 보면 바디우 전공자인 서용순 교수의 "해제: 바디우의 철학과 오늘날의 사랑"과 옮김이의 말이 있는데 여기에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나온다.   

이 시를 읽으며 불연듯, 나에게 '기다림'이란 무엇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면 웃으며 나에게 달려오는 너를 기다리는 '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너를 기다리고 있는 '나'. 둘 다 나에게 기다림이었을까? 난 도대체 누구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나는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사랑을 기다리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걸까? 

바디우에 따르면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는 융합적 사랑이 아닌 진리를 추구하는 하나의 절차이며 온전한 '둘'의 우연전 만남으로 '둘'이 되는 것이라 한다. 현대 사회처럼 인위적 만남과 기형적인 성애적 만남이 판치는 세상, 사랑이 없는 시대에 바디우의 사랑에 관한 철학적 성찰은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깨우침이 많다. ‘사랑한다는 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이라 바디우는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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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추천은 제가 했다는 것을 밝히고요,,,님도 글을 잘 쓰시는구나!!!!!!저는 알랜 바디우나 황지우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짧은 글을 읽고 관심이 팍!!생겼어요!!읽어보고 싶은데 시작하기 위해 좋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부탁드려요,,,,아님, [사랑예찬]으로 시작할까요?????????????

햇빛눈물 2011-01-11 12:23   좋아요 0 | URL
제 블로그는 방문자가 별로 없고 그냥 저 혼자 노는 곳이라서... 나비님의 방문이 더욱 반갑네요. ^^
제가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고전적이며 가장 중요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바디우의 <사랑 예찬> 그리고 고미숙씨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도 꼭 읽어보시길...고미숙씨에 대한 의견은 좀 엇갈리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 분의 책들을 너무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사랑하려면 공부해라'라는 말을 좀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요즘 드네요...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의 젊은 연주자들이 많은 것 같다. 장한나, 김선욱, 손열음, 신현수, 서울시향의 부지휘자인 성시현까지. 얼마 전 신문에 주미 강이란 바이올리니스트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얼핏 이름은 들어본 것 같았는데, 기사를 통해서 좀 더 알게되었다. 콩쿠르 입상 성적도 대단하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거지만 대부분의 실력있는 젊은 음악가들의 집안 내력을 보면 부모나 형제들이 모두 음악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가정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소리겠다.  

그리고 이름에 클라라를 붙인게 피아노를 하라는 의미에서 클라라 하스킬의 이름을 어머니가 붙였다고 한다. ㅋㅋ 부모의 마음은 거진 거기서 거긴것 같다. 이런 부분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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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 1. 7   자신을 더욱 자극하고 싶은 ‘화려한 손놀림’ 
  
 
» 바이올리니스트 주미 강 

[2011 공연계 주목 이 스타] ② 바이올리니스트 주미 강

국내외 클래식계 유망주로 꼽혀
독주회·녹음작업 등 일정 빡빡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자가 꿈”

2009년 봄 서울국제콩쿠르 우승, 가을 하노버국제콩쿠르 2위, 그리고 2010년 봄 센다이국제콩쿠르 우승, 가을 인디애나폴리스국제콩쿠르 우승. 스물네살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지난 2년간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으로는 실로 눈부시다. 특히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는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에 가입된 미국 유일의 바이올린콩쿠르다. 4년에 한번씩 개최되며 네번의 무대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가려낼 정도로 까다로워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힌다.

“지난해 유명한 두 콩쿠르에서 우승해서 너무 기뻤지만 그 전후의 스케줄을 비워야 했기 때문에 좀더 연주회를 못했던 것이 늘 아쉬웠어요. 심지어 외젠 이자이 전곡 녹음이 연기된 일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올해부터 더 열심히 연주해야죠.” 올 한해 국내외 클래식 음악계에서 바쁜 활약이 기대되는 클라라 주미 강(본명 강주미·사진)씨는 지난해 활동에 대해 아쉬움부터 털어놓았다. “제가 토끼띠잖아요. 토끼띠들이 욕심 많고 잘난 것 같아요.” 173㎝의 큰 키에 아직도 앳된 얼굴, 여전히 10대 소녀로 보이는 젊은 연주자는 시원시원하고 막힘이 없었다. “20대는 가장 많이 변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제 지난 한해를 돌아보았을 때 여섯달 전의 모습과 지금은 굉장히 다르잖아요. 자고 나면 하루하루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자극을 더 많이 주고 싶어요. 지금 이 시기가 앞으로 5년, 10년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죠.”

클라라 주미 강은 한국 최초의 바이로이트 오페라 가수였던 베이스 강병운(필립 강)씨와 소프라노 한민희씨의 4남매 중 셋째로 독일 만하임에서 태어났다. 언니는 피아노, 오빠는 첼로를 전공해서 세 남매가 한때 강트리오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부모의 권유로 2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3살 때 바이올린을 잡으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제게 피아노를 시키고 싶으셔서 피아니스트 클라라의 이름을 붙여주셨어요. 하지만 전 언니가 하는 바이올린이 탐이 났어요. 그 무렵 크리스마스 때 산타할아버지가 조그마한 바이올린을 선물해주셨고요.”

그리고 겨우 4살 때 만하임음대 예비학교에서 발레리 그라도프를, 5살 때 뤼베크음대에서 자하르 브론을 사사하고 7살에 줄리아드에 입학해 이츠하크 펄먼과 나이절 케네디, 사라 장(장영주) 등을 키워낸 도로시 딜레이를 만났다. 어린 시절 짧은 시간에 최고의 스승들을 만난 것은 지금도 가장 큰 행운으로 여긴다. 그 당시 도로시 딜레이는 “클라라는 특별한 연주자다. 그의 화려한 손놀림은 나를 놀라게 하고,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에 관객이 울고 웃는다. 9살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적어도 25살로 볼 거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8살에 처음 예술의전당에서 코리아 챔버 앙상블과 모차르트 협주곡 5번을 협연하면서 데뷔했다. 9살에는 그의 형제들과 함께 녹음한 베토벤 3중 협주곡을 텔데크 레이블에서 발매했다.

하지만 ‘제2의 사라 장’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이 꼬마 신동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1998년 봄, 12살 생일 직전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던 세계적인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이 강주미의 연주에 반해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손가락 부상으로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 “운지를 하는 왼 손가락뼈가 부러져 4년간 재활치료를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그때 사고가 좋은 배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힘들어도 빨리 일어설 수 있는 것도 그 당시 경험 덕분이죠.” 그는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아마 신동에서 음악가로 커가는 과정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아직 스물네살에 꿈꿀 것이 많은데 스무살 전에 이뤄냈으면 그 꿈이 커지지 않았을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오는 15일, 그는 정말 소중한 새 동반자와 함께 고양아람누리 신년음악회에 선다. 인디애나폴리스콩쿠르 우승으로 4년간 임대받은 1683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로 관객들과 새해 처음으로 만나는 무대다. 그리고 5월에 독주회를 열고, 서울스프링페스티벌에 참여한다. 7월에는 대관령국제페스티벌, 9월에는 유니버설뮤직과 녹음작업 등 주요 스케줄이 벌써 다 정해졌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야니너 얀선처럼 바라만 봐도 빨려들어갈 것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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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1-1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은 기사 감사드립니다!!!!!!!!!!!!!!!!꾸벅,,,,제 딸아이도 바이올린을 하거든요..

햇빛눈물 2011-01-11 12:1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아들이 있는데 좀 크면 피아노를 좀 배우게 하고 싶은데..ㅋㅋ
 

방학이지만 시간은 잘 지나가는 것 같다. 보충 하나 하고 오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휴일은 또 휴일데로 시간이 잘가니... 오늘은 저녁에 쌍둥이 조카들이 와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해서 고기도 사오고 떡볶이도 사와 가족끼리 먹으려 준비했다. 준비하고 먹으려 하는데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부장님이 일이 있다며 지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것이다. 그때 시간 오후 6시였다. 헉... 부장님이 오죽 답답하셨으면 전화하셨을까 하며 빨리 저녁을 먹고 학교에 갔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일이 좀 컸다. 답답하다. 우리 반 애들도 관련이 된 일이라...  

하여 이주의 관심도서를 좀 늦게 작성한다. 어제 했어야 했는데, 와이프랑 싸우는 바람에. ㅠ.ㅠ  

 

첫번째는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최정태 명예교수의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이다. 표지 속 도서관 내가 항상 꿈꾸는 도서관이다. 사람들의 꿈은 사실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꿈'이라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꿈의 도서관은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이다. 단지 우리나라에 없을 뿐. 나에게 '도서관'은 초등학교때 처음간 천안중앙도서관이 시작이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생겼을 것이다. 초등학교때는 어린이 열람실에 가서 이것저것 많은 책들을 보았다. 그리고 중학교때는 친구들과 시험기간에 시험공부하러 다녔다.(사실 이 나이때 도서관 오는 애들이 다 그렇듯 별로 공부는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는 일반 열람실에가서 그래도 몇권의 책들은 읽은것 같다. 그리고 영상자료실에 가서 영화도 가끔 본 기억이 있다. 지금 가보면 크지 않고 책들도 많지 않은 도서관이지만, 나에게 '도서관'이란 장소를 알게 해준 소중한 곳이다.  

그렇지만, 천안중앙도서관이 나에게 아름다운 도서관은 아닌것 같다. 아니 지금까지 난 아름다운 도서관에 가본적이 없다. 가보고 싶다는 '욕망'만 있을뿐. 예전에는 그런 도서관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그런 도서관이 실제하더라.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겉표지의 영국박물관도서관이 그런 도서관 중 하나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도서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역사적 유형자산이 아닐까 한다. 서초동의 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난 영국박물관도서관과 같은 위엄과 역사를 느낄수는 없다. 우리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없다는건 큰 아쉬움이다. 소개 기사를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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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1.17  ‘책의 우주’ 보들리언 등 유서 깊은 도서관 12곳 순례기

영국 옥스퍼드대의 중추신경이라 할 수 있는 보들리언도서관이 설립된 것은 1602년.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이곳의 모든 책은 귀중서로 취급돼 도서관 밖으로의 반출은 물론 사진도 일절 찍을 수 없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촬영된 곳이기도 한 이곳은 옥스퍼드대의 랜드마크이자 신도서관과 과학도서관, 법학도서관 등 주변에 위치한 15개의 부속도서관을 관장하는 지성의 메카다. 독일 작가 페터 자거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란 책에서 보들리언도서관을 보고 '책의 우주'라고 표현한 바 있다.

책은 한 평생을 도서관 연구에 몸담아 온 저자(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세계의 유명 도서관 순례기다. 지난 2006년 6개국 15개곳의 도서관을 방문한 기록인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출간했던 저자가 속편 격으로 펴낸 것으로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과 시민을 위한 최초의 무료도서관인 미국 보스턴공공도서관 등 자타가 공인하는 유서깊은 도서관 12곳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도서관의 원형이 언제, 어디서 탄생했고, 어떻게 출발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약 2년 동안 아프리카와 북미주, 유럽 등지에서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저자가 순례한 도서관들은 고대 도서관 유적을 비롯, 중세 도서관과 초기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등 다양한 유래와 기능,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학문의 요람'이자 '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해왔다. 세계적인 도서관들 사이에 전남 순천 '기적의도서관'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친환경적이고 주민친화적인 건물을 선보인 점이나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도서관을 위해 도시 안에 40여개의 특화된 도서관을 설치한 점 등을 예로 들며 "기적의도서관에서 한국 공공도서관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적의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순천에 거주하고 싶은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2년6개월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행하는 월간지 '도서관계'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은 방대한 정보가 집약돼 있어 도서관 순례 가이드로서도 손색이 없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닮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캐나다 밴쿠버 공공도서관 등 각 도서관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 도서관 건물의 건축학적 의미, 도서관에 얽힌 사서와 책 이야기 등 도서관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각종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세계 공공도서관의 장·단점을 살피고 분석한 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두번째는 김훈씨의 책들이다. 얼마 전 김훈씨의 <내 젊은 날의 숲>을 읽었다. 아니 읽고 줄 치고 느꼈다. 그의 글을. 그래서 김훈씨의 다른 책이 뭐 있을까 찾아보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같은 소설들은 알고 있었지만 읽고 싶은 '땡김'은 없다. 난 김훈씨의 에세이식 글이 더 좋은 듯 하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다의 기별>과 <풍경과 상처>다. <바다의 기별>의 소개 글은 이렇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작가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치열한 글쓰기와 죽음에 대한 사유, 악과 폭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에 대한 날 선 시선, 힘겨웠던 유년 시절 등을 이번 산문집에 담았다. 13편의 에세이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그동안 펴낸 저작물들의 서문과 수상소감을 부록으로 실었다. 김훈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자의식과 문학론,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빈한했던 유년 시절과 시대와 불화했던 아버지, 헌신적이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추억한다. 한 개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소설가로서 겪은 삶을 담은 산문집으로, 작가 김훈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다." <풍경과 상처>는 1994년에 처음 나왔는데 위 책은 개정판이다. 김훈의 문장을 애기할때 꼭 언급되는 책이니 그의 문장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 

세번째 책은 도정일 외 지은 <글쓰기의 최소원칙>이다. 김훈씨의 책을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다. 글 을 쓰고 싶은 욕심과 필요는 느끼면서 정작 실천에 옮겨지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야 블로그에 간단한 책에 관련된 리뷰든, 짧은 소소한 애기든 조금씩 글을 써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훈씨의 글은 정말로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었다. 나도 할수 있을까? 타고난 끼와 많은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한 '스킬'도 필요하다 느꼈다. 시중에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은 꽤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글쓰기의 최소원칙>이 눈에 띄는 점은 저자들의 면모이다. 김훈, 도정일, 최재천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사들도 많고 그만큼 내용에 대한 일관성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둔 책같다는 느낌이다. 책 소개글보다는 차례를 옮겨본다. 

머리말 8

무엇을 쓸 것인가
도정일·사회: 김수이

삶의 경험에서 글감을 끌어오라 | 공포로부터의 해방, 글쓰기의 첫걸음 | 문장 훈련은 생각하기 훈련 - 수사 장치 활용하기 |‘히틀러가 죽었다’와‘독일의 심장이 멎었다’- 책과 문학에서 얻는 글쓰기의 자원 |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 성숙한 시민사회의 뿌리

문학적 글쓰기는 하나의 전략이다
김훈·사회: 이문재

말하는 자만 있고, 듣는 자가 없다 | 우리 모국어의 본질은‘조사’(助詞) 에 있다 | 동어반복의 지옥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 물리적 거리, 음악성 그리고 영상적 표현 | 칼럼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대학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은 청년 실업 문제

글쓰기로 아름다운 사회를 디자인하다
박원순·사회: 김동식

절박감과 열정, 진실이 글을 쓰게 한다 | 글은 실천하는 삶의 궤적 - 역사적 통찰력과 공공문화에 대한 관심 | 틈새 없는 실천, 글쓰기의‘즉결처분주의’|“나는 세상을 디자인해 실천하는 사람”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 그리고 치열성
최재천·사회: 김광일

통섭, 생물학적 합침 | 여럿이 깊고 넓게 파는 통섭학문의 시대 |“속속들이 알면 사랑한다”|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을 살려 치열하게 쓰다 | 대학, 일생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곳

고전, 현재형으로 끊임없이 다시 써야 할‘ 오래된 미래’
배병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나 | 고전을‘이해’하는 길 | 고전 읽기에서 쓰기로 | 고전 글쓰기의 유의점 | 고전을 현재형으로 쓰는 법

'결핍'과 '잉여'에서 '사랑'과 '상상'으로
김수이

말하기의 욕망과 글쓰기의 욕망은 하나 |‘결핍’과‘잉여’에서‘사랑’과‘상상’으로 | 수사법, 문학적 기교 이전의 삶의 원리 | 한 줄의 문장을 잘 쓰는 능력은 한 편의 글을 잘 쓰는 능력과 다르지 않다 | 문학,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

‘사이 공간(in-between)’으로서의 글쓰기
민승기

문화‘와’글쓰기 | 욕망의 글쓰기 | 이미지로서의 글쓰기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이문재

왜 저널리즘적 글쓰기인가?|저널리즘적 글쓰기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미덕|기사, 노력한 만큼 잘 쓸 수 있다|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개성적인 글쓰기를 위한 세부지침|‘30-3-30 법칙’을 명심한다

생명공학의 사회적 의미 이해와 글쓰기
이필렬

과학과 기술의 친밀한 관계 | 인간생활을 뒤흔든 현대 과학기술 | 생명공학의 경계 흩트리기와 정체성 문제 |생명공학에 위협받는 민주주의의 미래 |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라

글쓰기 작업으로 구성되는 법의 세계
차병직

생활 속의 법 그물망 - ‘난장판’을‘질서’로 | 법, 인간 중심의 필요와 욕망의 산물 | 법의 현실적 적용 - ‘법 텍스트에 대한 텍스트 작업’과‘경쟁하는 해석들의 각축장’|‘글쓰기 작업’으로 구성되는 법의 세계

y=f(x)로 풀어보는 사회과학 글쓰기
최태욱

사회과학 글쓰기의 기본 틀|종속변수와 설명변수 설정|종속변수 소개와 설명변수 분석|기존 주장 비판과 새로운 주장 제기|y=f(x)로 써보자

존재·삶·글쓰기
김영하·사회: 김수이

자기 즐거움과 해방감을 위한 글쓰기 |‘평범함의 콤플렉스’넘어서기, 이야기 만들기의 재미 | 소설 쓰기, 이미 쓰인 소설들에 대한 응답과 질문 | 인간의 운명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과 이야기의 영속성 | 글쓰기, 삶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 | 자신감, 행복한 글쓰기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엔진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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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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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7:30 

<자전거 여행 1권,2권>에 이어 김훈씨의 책을 두번째로 읽었다. <자전거 여행>을 읽을때도 느꼈지만, 정말 똑같은 한국인인데 한국말(글)을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부럽다! 

전문적 지리적 지식이 부재한 상태였을 텐데(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그럴것이라는 단순 나의 가정이다) <자전거 여행>에서 나타난 그의 감수성과 세상을 보는 지리적 시선은 그 어느 전공자보다도 지리적이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가짐, 그 어떤 사태를 남다르게 바라보는 감수성, 세상의 다양한 경험일 것이다.  

<내 젊은날의 숲>에서도 작가의 여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 주인공 조연주의 그림 작업을 묘사하는 그의 글에서, 조연주와 안요한 실장이 일하는 수목원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풀들과 곤충들의 만남에서 그리고 햇살에 부딪쳐 산란되는 형형색색의 나뭇잎과 나무의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단순히 많은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으로 되는 건 아닐것이다. 수 많은 고민과 고민에 의해 지식이 유려한 문장으로 체화되는 게 아닐까? 

산천을 떠돌며 우리의 국토 산하를 정처없이 떠돌며 생각한 말들 글들 느낌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에서는 왠지 모를 진정성과 지리적 향기가 풍긴다. 다음 책으로는 집에 있는 <남한산성>을 읽어봐야 겠다. 

ps : 김훈씨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줄을 긋고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옮겨본다. 이 책의 처음 줄친 부분과 마지막으로 줄친 부분을. 

p.8 "미안하다는 게 뭔지 아니?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p.339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려와서 단 한 번의 우회전으로 이 전방 민통선 마을로 들어왔듯이, 나는 단 한 번의 좌회전으로 자등령을 등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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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은 일본만큼이나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아마도 두 나라의 공통점은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양가적' 일 것이다. 아주 쉽게 '쪽바리'라며 은근히 그들을 무시하면서도 물건은 'made in japan'을 좋아하고(남자들은 대사가 별로 없는 동영상을 특히 더 좋아한다) 또한 '짱개'라며 중국인들을 무시하는듯 하지만, 그들의 경제성장과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그들의 문화적 자산에 대해서는 한없는 '경외심'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사실이 두 나라를 가깝고도 먼 나라로 만드는게 아닐까 한다. 물론 왜 그런 '양가적' 감정이 우리에게 생겼는지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분석해야 할 일일 것이다. 누군가 하겠지, 아니면 했는데 내가 모를 수도... 하여튼 이래나 저래나 두 나라는 우리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는 나라인 것 만은 확실하다. 특히나 최근 중국의 변화와 성장세를 보면 무서울 따름이다. 앞으로 멀지 않은 미래 지구사회를 지배하는 'one top'으로 중국을 꼽는 학자들이 많다.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도 그런 주장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책이 나온지는 몇 달 됐는데, 오늘 관련 기사가 있어 스크랩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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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1.6   “미→중 힘의 이동 돌이킬수 없어…서구잣대 고집말라”  

인터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지은이 마틴 자크
중 ‘평화적 굴기’ 변함없어…주변시선이 변한것
‘독단적 중국’보단 ‘과감해진 중국’ 표현이 옳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의 마틴 자크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는 바뀔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며, 이제 세계는 서구의 시각이 아닌,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이해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10~20년 뒤 아시아는 현재의 미국 중심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틀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중국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일부는 우리가 너무 서구의 프리즘에 익숙해진데서 오는 착시현상이라고 그는 말한다. 우리는 중국 중심의 세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난달 베이징에 온 그에게 질문들을 던졌다.  

  
 
[마틴 자크 누구]
영국 출신의 진보적 언론인이자 학자

마틴 자크(66)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한국어판 부키 펴냄)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영국 출신 학자이며 언론인이다. 런던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의 초빙연구위원이며, <가디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7년부터 영국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으로 일했으며, <인디펜던트>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비비시>(BBC)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기도 했다.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 ‘데모스’(Demos)의 설립을 주도했다. 중국 인민대학과 일본 아이치대학, 리쓰메이칸대학 등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했다.

12월 중순 베이징에서 2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서구인들의 문제는 항상 서구의 시각으로만 중국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은 서구에 있었다. 이제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려면 중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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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핵심개념은 ‘서구식 세계질서를 던져버리고, 중국식 새 질서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로 읽힌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는 중국의 ‘힘의 외교’에 반발을 느꼈고, 중국식 세계질서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도광양회’를 너무 빨리 포기했나?

“중국의 외교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변한 것은 ‘맥락’이다. 금융위기 이전, 사람들은 부시와 미국에 대해 매우 환멸을 느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아세안(ASEAN), 아세안+3 등을 통해 아시아를 하나로 통합하는 구심점이 됐다. 중국은 매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많은 존경을 얻었다. 하지만 금융위기와 함께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전세계 힘의 균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매우 분명하게 이동했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뽑혔다, 이 때 사람들이 중국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중국을 다른 식으로 생각하는 데 적응하는 중이다. 가장 두드러졌던 몇가지 사례를 보면 스프레틀리와 파라셀 군도가 있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이 섬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핵심이익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이것을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나는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남중국해 경계에 대해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다. 중국의 입장은 ‘우리는 다면적 협상은 거부한다. 국가 대 국가로 양자 협정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중국의 이익에 맞기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군활동이 늘었다는 것인데, 특히 베트남 어선들을 붙잡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남중국해에서 오래 전부터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동남아는 중국이 규모가 작은 나라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아세안 국가들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지난 7월에 자신들의 포럼에 초대했고 클린턴은 중국과 동남아국가들의 분쟁의 중재자처럼 행동했다. 중국에게는 매우 도발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 의미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지은이 마틴 자크 

우선, 부시는 이 지역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얻었다. 둘째 그는 동아시아를 완전히 무시했다. 셋째 오바마 행정부는 그보다는 훨씬 영리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동아시아를 우선 순위에 놓았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 지역에서 쇠퇴하는 세력이고, 중국은 떠오르는 세력이다. 이 지역의 모든 나라에게 중국은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다. 이것은 지금도 진실인데, 10년 뒤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중국은 훨씬 중요해 질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돈이 흘러나오고, 중국이 외부에 투자하는 돈도 늘 것이며, 3~4년 뒤면 이 지역 무역결제의 절반이 위안화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보고서가 HSBC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과 잘못된 관계로 갈 여유가 없다. 미국이 줄 수 있는 것은 안보다. ‘중국이 너무 커져버리면 우리가 너를 돌봐줄게’하는 식이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서 이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계란을 미국의 바구니에만 담을 리는 없다.”

- 중-일 댜오위다오 갈등, 천안함 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일본과 한국에선 중국 비판론이 고조됐다.

중-일 관계는 다른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2차대전 이후 중-일 관계는 한번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일본이 저지른 일에 대해 매우 강력한 감정을 느끼고 있고, 일본이 한번도 뉘우치지 않았다고 느낀다. 일본의 사과는 항상 공식적이고 상투적인 문구였고, 자신들이 아시아에서 한 행동에 대해, 인간으로서, 사회로서, 문화, 정치로서 받아들이려 노력한 적이 없다.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분쟁은 이미 매우 오래된 문제다. 일본은 이를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은 이를 자신의 영토로 간주하고 매우 강력한 주장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중국이 ‘도광양회’ 정책으로 해결하려 했을 때도 일본은 이를 거부했고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에 어선 선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은, 일본 해양순시선이 어선을 나포하고 선장을 국내법에 따라 체포한 것은 매우 도발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매우 분노해, 여러 관계를 끊었다. 이것을 중국의 도발적 행위라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 외무상은 매우 모험주의적 행동을 보였다. 이는 중-일 관계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임을 보여줬다. 하토야마 총리가 처음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가 됐을 때, 진정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였다.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쪽으로 돌아서 아시아와 멀어진 이후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아시아를 포용하고 아시아에 재통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얼어붙어 버렸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에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중-일 관계의 어려움을 더 명확히 보여줬을 뿐이다. 2005년 이후 중-일 사이에서 벌어진 최악의 상황이었다. 댜오위다오 문제는 두나라 사이의 가장 위험한 문제다.

한미합훈은 실수…미국은 역지사지로 따져보라
중 ‘김씨왕조’ 지지안해…북 붕괴 여파 우려하는 것

한국에 대해 얘기하자면, 당연히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아주 기묘하고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북한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은 북한을 지원했다. 북한의 요구대로 지원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지원했다. 하지만 분명 중국이 김씨 왕조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김정일은 인기가 없다. 중국이 김정일을 지원한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역사적 이유도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원조를 해온 이유는 한국전쟁의 여파이고, 중국이 자기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북한 경제, 엄청난 북한 난민의 유입 등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의 북상 등 북한의 붕괴로 인해 벌어질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의 외교는 매우 방어적이고, 입장의 변화도 없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북한 정권은 더욱 모험적이고, 행동이 더욱 광적으로 됐다. 그리고 중요한 요소는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실시했던 한국의 두 대통령 다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선출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매우 친미적이어서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한-미-일의 축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한미 연합해군훈련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중국은 현재로서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만약 지금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같은 상황이라면, 중국은 OK라고 말하고 대담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미국이 개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전까지 중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관계는 점점 좋아졌었다. 한국은 중국에게 북한보다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은 자신들이 입장을 바꾸면 북한을 자극해 북한이 더욱 나쁜 행동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바뀐 것은 중국의 입장이 아니다. 상황과 인식, 사건들이 변했다. 누가 북한 정권이 이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 미국의 대중국 수출입(2010년 1~10월) 

중국은 항상 평화적 발전에 대해 얘기한다. 헤게모니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이 약속을 지킬까? 중국이 미국과 충돌하지 않고, 헤게모니도 추구하지 않는 강대국이 될 수 있을까?

“2010년 들어 중국은 더 확신을 가지게 됐고, 서구사람들이 쓰는 용어로는 ‘독단적’이 됐다. 나는 중국이 ‘자기가 생각하는 말을 과감하게 말하게 됐다’고 표현하겠다.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좀 더 말하려고 하게 됐다. 예를 들면,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미국, 특히 미국 은행들을 비난했다. 원자바오 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미국 금융기관의 문제를 비판했고, 인민은행장은 특별인출권이 달러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대담한 발언이지만, 완벽하게 근거가 있다. 사람들은 중국이 왜 국제 시스템에서 더 책임있는 역할을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중국은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하겠다. 중국이 강해지면서 전세계에서 이해관계가 많아졌다. 여러 장소와 이슈들에 대해. 미국과의 이견의 영역은 계속 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진짜로 단순했다. 무역문제와 대만 문제에 국한됐다. 이제 중국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에 진출했다. 중국은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대부분의 국가들의 제1 무역상대국이다. 중국의 이익은 몇배로 늘었고, 미국과 많은 새로운 영역에서 접촉하게 됐고, 당연히 미국과의 이견도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정책을 따라왔다. 계속 힘을 길렀다. 그 시기 동안 중국은 매우 조용하고 논쟁하지 않는 역할을 하려 했다. 미국의 선의를 얻고 유지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절대적인 원칙이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나라의 관계가 변하고 있고 이미 많이 변했다. 지난해 11월 오바마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미국 언론들로부터 중국의 반체제인사와 인권문제에 대해 강의를 하지 않았다고 공격을 받았다. 많은 미국인들이 미-중 관계가 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의 물주,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다.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 매니저에게 설교를 할 수는 없다. 지난 한해 동안 중국이 한 행동 중에 평화적 굴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행동을 보지 못했다. 나는 중국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전세계적으로 군사적인 확장정책을 펴고, 서구식 군사적, 모험주의를 중시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중국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중국은 문화적, 인종적으로 매우 강력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전세계를 향해 중국의 문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서구의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본다. 중국이 또다른 서구식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 구매력평가 기준 국내총생산 
 
중국 정치개혁 느리지만 진행중…시간은 걸릴것
한반도 통일때 중국 신경쓰는 건 미군주둔 여부

- 중국이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것을 제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들이 보인다. 유럽, 동아시아, 중동 등에서 미국은 동맹을 구성하거나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미국 동맹들을 돌파할 것인가?

“중국은 이를 인내해야 한다. 미국의 문제는 진짜로 쇠퇴하는 세력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스템이 붕괴한 이유는 미국의 경제, 그러므로 달러가 더이상 강하지 않아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을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매우 낮은 성장을 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의 크기를 추월하는 시기는 2027년보다는 2020년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전에 미국 국방부가 국방 지출을 늘리겠다고 요구하면 따지거나 논쟁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는 미국은 더이상 이런 군사적 행동을 할 여유가 없다. 유럽 특히 미국의 가장 믿을 만한 지지자였던 영국에서도, 현재의 우익 총리 아래서 국방예산을 잔뜩 줄였다. 유럽 전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 정부들이 능력이 없어졌는데 나토의 미래는 어떻겠는가. 중국이 금융위기로 고통을 겪고 성장률이 5% 정도로 떨어졌다면 우리는 다른 논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매우 뛰어났다. 중국은 힘을 주변으로 투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이 핵 항공모함을 중국 영해 바로 앞에 데려와 훈련을 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이 얼마나 기분이 나빴을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멕시코만에 보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항상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은 매우 영리하게 행동했다. 나는 그들이 영리한 이유는 중국이란 국가가 매우 활력이 있고, 역사적인 구조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은 국가와 국가의 통치술을 신뢰한다. 미국에서처럼 사람들의 권리가 ‘국가는 꺼져버리라’고 소리치는 게 전부인 곳과는 다르다. 사람들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정치개혁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국가의 전체적인 성격이 과거시기로부터 변화했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개혁하고 시범적으로 추진하는 흥미로운 방식의 국가로 바뀌었다. 중국 지도자 개개인이 영리해서가 아니라, 이 체제가 중국에 매우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지 공산주의 시기만이 아니라 중국 역사의 수천년 동안 진행되온 방식이다.” 
  
 
» 중국 군사비 지출 

-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도 강력한 반미감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일본인들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미국의 헤게모니 안에서 경제적 성공을 이루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소위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도 중요한 이유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우리가 따라야할 가치를 찾기 어렵다. 중국이 세계의 주도국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은 가난한 국가들을 멸시한다. 한국인들은 북한이 가난하기 때문에 북한을 멸시할 것이다. 1997년 이전에는 홍콩인들이 중국 본토 사람들을 경멸했다. 홍콩인들은 본토 사람들이 가난하고, 비문명적이고 거칠고, 실패자들이라고 생각했다. 현재로서는 중국은 매력적이지 않다. 중국의 정치체제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개발, 전환, 성장의 정치체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중국의 문제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여전히 가난한 국가이고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론 중국에는 미국보다 많은 백만장자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평균 생활 수준은 여전히 한국보다 많이 낮다. 중국은 2008년에야 올림픽을 개최했다. 따라서 중국의 (인권이나 사회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은 서구에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은 권위주의적 정권이고, 인권이 없고, 반체제인사들을 가둬두고 있다, 류샤오보에게 한 짓을 봐라 이런 것들이 일반적인 관념이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면서 중국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삶에 자유가 훨씬 많아졌고, 아직은 제한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논쟁들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의 미래에 대해 중국에서 미국보다 훨씬 유익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참여해 논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마도 10년은 걸릴 것이다. 때가 되면 중국이 정치 시스템도 개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인구 

-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터뜨렸다. 당신은 서구식의 ‘자유 민주주의’가 세계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하는 보편적인 가치라는 생각은 서구인들의 편견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중국의 ‘인권’ 문제에 눈 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할 이야기는 많지만, 우리가 그 문제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류샤오보가 그의 사상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다는 데 대해 매우 강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인들도 류샤오보가 당국과 다른 생각을 했다는 것 외에 정부에 대해 어떤 위협이 되는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류샤오보 같은 사람들이 사회안에서 일상적으로 활동하도록 허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류샤오보의 사례는 천안문으로 광장으로 되돌아가는 데 이 점은 천안문 광장에서 일어났던 일 때문에 공산당 안에서 특별한 반향을 일으킨다. 특히 중국은 그들의 일에 외부에서 개입하는 데 매우 분노한다. 이유중 하나는 그들이 19세기 말 이후 서양의 개입 때문에 너무 큰 고통을 겪었다는 점이다. 외부의 개입은 큰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노벨위원회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현명하지 않았다. 두번이나 실수를 했다. 그들은 오바마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모두가 악당 부시를 몰아낸 데 너무나 안도감을 느껴, ‘오 대단해! 우리는 오바마가 있으니까 그에게 상을 줘야지!’하는 식으로, 부시를 이긴 공로로 오바마에게 상을 줬다. 류샤오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연 이것이 류샤오보나 중국 안에서 류샤오보처럼 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인가, 아니면 역효과를 냈을까? 역표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중국이 류샤오보에게 한 일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류샤오보를 석방해야 한다.”

- 중국이 부상한 뒤 세계, 특히 아시아에는 일종의 조공제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아시아 국가들이 ‘평등한 주권’ 시스템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많은 한국인들은 중국 중심의 불평등한 조공체제를 용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의 현재는 19세기 말의 약점과 실패를 겪으며 서구 시스템에 억지로 적응한 결과다. 조공체제가 붕괴하고, 민족국가라고 부르게 됐다. 중국은 홍콩에 대해 일국양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데 이는 국민국가와는 관계가 없다. 중국은 지난 100여년 동안 자신을 국민국가라고 부르고 있지만, 일국양제는 문명국가의 시스템이다. 문명국가는 민족국가보다 더 다원적이다. 두번째로 중국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도 역사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다. 중국을 문명국가로 이해하는 것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아직 조공체제는 부활하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압도적인 경제적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런 상황이 30년 더 계속된다고 상상해 보자, 현재와는 매우 다른 중국 중심의 경제가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의 무역결제가 위안화로 이뤄지면서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할 것이다. 중국어가 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언어가 되고, 한국에서도 중국어가 영어보다 중요해 질 것이다. 이 지역에서 문화, 금융, 무역의 흐름이 점점 더 중국 중심이 될 것이다. 중국 문화의 영향도 점점 커질 것이다. 아마 많은 아시아 사람들은 중국 정부의 조직원리에도 익숙해질 것이다. 중국 정부의 권위적인 부분은 한국인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겠지만,한국도 많은 권위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위치를 가지게 됐는데 모든 국가가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평등하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베스트팔렌조약 체제에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평등한가? 미국과 남미 국가들의 관계가 평등했나? 전혀 아니다. 베스트팔렌 조약이 국민국가 체제에 부여한 것은 법률상의 평등이다. 즉 원칙적으로는 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평등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시스템과 조공체제가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두 힘에 따라 형성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공체제는 매우 안정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이고 호의를 베푸는 시스템이라고 중국인들은 주장한다. 한국인들이 뭐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적 현상에서 조공체계가 매우 착취적인 시스템은 아니었다. 한국인들은 서구의 식민주의나 일본의 식민주의와 조공시스템을 비교해 봐야 한다. 중국은 식민지화는 하지 않았다. 중국이 식민지화 비슷한 것을 한 것은 청 시대에 17세기부터 중국 서부를 정복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동남아 등을 식민화하지 않았다. 역사를 보면 서구는 훨씬 고약한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다.”

- 중국이 경제적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중국의 빈부격차, 부의 불균형은 매우 큰 질문이다. 중국은 실제로는 자본주의 형태지만, 매우 강력하고 전지전능한 국가가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불평등을 만든다. 어느 정도까지 불평등을 용인할지가 문제다. 두번째 문제는 세계화다. 1970년데 말 이후 진행된 세계화를 보통은 성장의 측면에서만 보지만, 실제로는 세계화와 함께 매우 심각한 불평등이 생겼다. 중국에도 두가지 요소가 다 있다. 문제는 중국이 이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뭔가를 하려는 정치적인 의지가 있느냐는 거다. 두 질문중 하나에 대해서라도 대답이 노(NO)라면, 중국의 불평등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시작하는 12.5 경제계획에서 이는 우선 해결 과제로 등장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들이 이렇게 단호하게 얘기한 적이 없다.”

- 중국 공산당이 강력한 통치를 하고 있지만, 중국인들 특히 젊은 세대의 의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들이 미래에 중국을 변화시킬까?

“미래까지 볼 필요도 없다. 이미 그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와는 기묘할 정도로 다르다. 사회는 외부로 매우 개방돼 있고 투명하며, 이는 과거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중국 역사상 유례없이 외향적인 시기다. 누구도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같지 않다. 중국은 항상 매우 국가 주도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사회였다. 시민사회 영역은 항상 약했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중국 공산당이 더 개방될 것이고, 공산당 체제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공산당은 매우 성공적으로 통치해온 정치 체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50년 안에 이를 대체할 정치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분명 앞으로 30년은 공산당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현재 체제가 점점 더 개방돼 가는 쪽이며,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나타나는 쪽은 아닐 것이다. 변화라면, 개방, 점진적인 투명성 확대, 좀더 다양한 목소리들, 더 큰 책임, 대표성 확대, 정보의 확대 등일 것이다. 이는 원자바오도 어느 정도 제시했던 내용들이다. 나는 그런 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어떤 정치적 위기 같은 근본적 변화가 언젠가는 나타난다고 해도 가까운 시일 안에는 아니다. 하지만 항상 중국은 중국으로 인식될 것이고, 갑자기 미국이나 다른 식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 국가는 항상 중요할 것이다. 왜냐면 국가가 중국을 하나로 통합시켜왔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에게, 국가의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 당신은 책에서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미국에서 멀어지고 중국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미국 중심의 정책과 한미동맹을 고수한다. 이런 상황은 바뀌게 될 것인가?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행동이지만. 한국의 이전 두 대통령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했고, 상당한 성과를 냈다.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어떤 시기에 이뤄질지 모르지만 통일은 이뤄질 것이다. 한국인들은 가난하고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북한과 통일하면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통일은 올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은 한국이 내기를 걸기에 좋은 대상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무한정 군대를 유지할 수는 없다. 미국이 아시아 정책에서 주한미군을 얼마나 더 유지할지 확실치 않지만, 20년 이상으로는 보기 어렵다. 그 때가 되면 미국이 충분히 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분명히 한반도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이전 두 대통령이 올바른 노선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기묘하고 예측불가능한 (북한) 정권을 다루면서 일종의 화해를 하는 것은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그들은 옳은 길로 갔다. 한국의 우파들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북한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 ‘그들을 고립시키고 적으로 대해야 한다’ ‘중국의 입장은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냉전으로의 회귀다.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더이상 그런 상황이 아니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런 사고가 유효할 것이고, 10년 정도는 유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따라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한국은 이전에 그 길로 갔다가 현재는 뒤집어 버렸다. 얼마 전 한국 국방장관이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면 폭격하겠다고 한 것은, 완전히 ‘미친 이야기’다. 위험스러운 것은 북한의 극단주의가 한국에서도 똑같은 것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 정부의 정책은 매우 근시한적이다. 냉전 동맹의 정치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이해하지만, 냉전의 벙커로 퇴행하지 말고, 거기서 빠져나와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이 종국적으로 북한이 없는 남한 주도의 통일된 한반도를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한반도 통일을 중국이 용인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주요 인물들과 토론해 본적이 없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받아들이려면 미군이 떠나야 하고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사라져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이 한국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군이 중국과 국경을 접하면서 북한에 주둔하는 것이다. 중국이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군이 멕시코-미국 국경지대에 주둔하게 된다면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점점 강해지는 중국과 지정학적 마찰을 벌일 가능성이 적다. 그 때문에 중국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위치에 있어 보이는데, 유럽인들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유럽의 문제는 중국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해서라면 즉각 인권문제, 공산당, 선거가 없는 것 등을 얘기한다. 중국에 대해 잘 모르고, 흥미도 없다. 유럽은 지역적 사고로 후퇴하고 있다. 1년 전 나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을 방문했다.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느끼고 이해하고 참여하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세계의 중력 중심이 중국 가까이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려면 북미나 유럽으로 가지말고 동아시아로 가라고 한다. 오랫 동안 중심은 서구에 있었다. 그러므로 많은 한국인들은 미국으로 갔다. 이제는 중국으로 가야 한다.”

ps : 과거 '조공체제'와 '식민지 시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식민지 시대'만큼 '조공 체제'하에서의 조선이 살만한 시대였다고 '조공체제'가 좋은 체제라고 중국이 좋은 나라였다고 하는건 무리가 아닐까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과거 중국의 과도한 조공 요구로 문제가 됬던 사례는 많은 것 같은데, 저자가 그런 역사적 사실들은 모르는 것일까? 좀 긴 기사지만 읽다보니 고개가 갸우뚱하는 부분들도 많다. 왠지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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