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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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7:30 

<자전거 여행 1권,2권>에 이어 김훈씨의 책을 두번째로 읽었다. <자전거 여행>을 읽을때도 느꼈지만, 정말 똑같은 한국인인데 한국말(글)을 이렇게 잘 쓸 수 있을까? 부럽다! 

전문적 지리적 지식이 부재한 상태였을 텐데(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그럴것이라는 단순 나의 가정이다) <자전거 여행>에서 나타난 그의 감수성과 세상을 보는 지리적 시선은 그 어느 전공자보다도 지리적이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가짐, 그 어떤 사태를 남다르게 바라보는 감수성, 세상의 다양한 경험일 것이다.  

<내 젊은날의 숲>에서도 작가의 여러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 주인공 조연주의 그림 작업을 묘사하는 그의 글에서, 조연주와 안요한 실장이 일하는 수목원에서 벌어지는 무수한 풀들과 곤충들의 만남에서 그리고 햇살에 부딪쳐 산란되는 형형색색의 나뭇잎과 나무의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 알 수 있다. 단순히 많은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으로 되는 건 아닐것이다. 수 많은 고민과 고민에 의해 지식이 유려한 문장으로 체화되는 게 아닐까? 

산천을 떠돌며 우리의 국토 산하를 정처없이 떠돌며 생각한 말들 글들 느낌들, 그래서 그런지 그의 글에서는 왠지 모를 진정성과 지리적 향기가 풍긴다. 다음 책으로는 집에 있는 <남한산성>을 읽어봐야 겠다. 

ps : 김훈씨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줄을 긋고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옮겨본다. 이 책의 처음 줄친 부분과 마지막으로 줄친 부분을. 

p.8 "미안하다는 게 뭔지 아니?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 "아버지가 구속된 후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 인간, 또는 그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인간' 또는 '사람'이라는 익명성에는 어머니가 살아온 삶의 피로감이 쌓여 있었고, 익명성을 다시 구체적 대상으로 특정하는 '그'라는 말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p.339 "서울에서 고속도로를 달려와서 단 한 번의 우회전으로 이 전방 민통선 마을로 들어왔듯이, 나는 단 한 번의 좌회전으로 자등령을 등지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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