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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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과 얼마만큼 살아야 우리는 그 사랑에 대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원히 같이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마음이 변해 사랑이 식어 헤어지기도 하는 것을 볼수 있다. 결혼은 하나의 약속이지만,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을 경우에는 헤어져야 마땅하지만. 사랑이란 거?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해도 이것 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 같다. 늘 사랑하는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랑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보라.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여전히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꿈꾸는 우리. 사랑해서 결혼해 다른 사람 같은 거 바라보지 않을것 같지만 실제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나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지만 늘 사랑이야기를 읽는 건 다른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과는 다른 사랑, 다른 사람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런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총 17편의 단편 중에서 수록된 『풋내기들』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오리지날 버전이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지 않았기에 『풋내기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직접 쓴 글이며, 편집자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펴내면서 많은 부분, 오십 퍼센트 이상 덜어내 책을 만들었다. 이번에 읽게 된 『풋내기들』은 레이먼드 카버가 고든 리시에게 넘긴 원고를 복원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려 하지만 사랑만큼 어려운게 또 있을까. 함께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 결혼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사랑에 대해 궁금한 이들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표제작 「풋내기들」은 사랑에 관한 담론이었다. 

 

  두 부부가 마주 앉아 진과 토닉워터를 앞에 두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허브와 테리 부부, 나, 닉과 로라 부부다. 이 두 부부는 첫번째 배우자와 이혼했고 새로운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 신학대학에 다녔으나 그만두고 다시 의대에 다녀 의사로 일하고 있는 허브가 테리와 함께 살았던 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테리를 너무 사랑해서 죽이려고까지 했으며, 테리와 헤어진 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허브와 달리 나름대로 자신을 사랑했다는 테리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허브는 얘기 중에 자신의 병원에 왔던 한 노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린 소년이 낸 사고때문에 병원에 오게 된 이 노부부는 서로의 생사를 알게 되었을때 다른 방에 입원해 있으면서 상대방의 안부를 궁금해했고, 배우자를 보지 못해 꽤 우울해 했다. 사고가 난지 몇개월이 흘러 노부부중 아내 애나가 상태가 더 좋지 못했고, 헨리가 휠체어를 타게 되어 아내 애나를 보러 갔을때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다해 손을 잡았던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본 허브와 간호사는 병실 밖으로 나와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던 이들.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온 이들의 진정한 사랑을 엿볼수 있는 장면이었다. 간호사가 엉엉 울었을때 나 또한 노부부가 만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 노부부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사랑이 어떻다고 확실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도 노부부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 어쩌면 숭고하게 느껴지는 사랑이었다.  

 

 

 

 

 

"우리가 사랑이 뭔지 얼마나 알겠어?"

 

"뭐 그건 내 이야기도 마찬가지야, 이런 얘기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내가 보기에 우린 사랑에 순전히 풋내기들이야." (383~384페이지 중에서 발췌) 

 

 

  「풋내기들」 에서 허브는 현재 테리와 살고 있지만 자신의 아이들의 엄마, 즉 첫번째 아내를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했었겠지만, 지금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사람이다. 한때는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했을텐데 그에 대한 감정은 퇴색되어버렸다.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을 보지 못하는 허브가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가졌을때는 그걸 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먼훗날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을지도 모른다.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글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같다. 「정자」에서, 우리는 중요한 일들을 언제나 술을 마시면서 결정했다. 술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도, 식탁이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여섯 개들이 맥주나 위스키 한 병을 앞에 두고 있었다. (67페이지)를 봐도 그렇고, 작년에 읽었던 『대성당』에서도 느꼈던 바다. 일상 생활에서 술은 많은 역할을 하지만 알콜중독이 되어 버리면 문제 발생한다. 『풋내기들』 중에서 여러 편의 소설에서 음주 때문에 힘들어하고 음주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는 걸보며 우리의 일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을 다 읽고났더니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 편집자 고든 리시가 어떠한 부분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궁금해졌다.  『풋내기들』에 비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내용은 많이 짧아졌다고 하는데 그 부분도 비교하며 읽어보고 싶다. 어떤 소설가가 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추천하는지, 이제 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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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5-03-30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가, 멋진 소설, 근사한 리뷰. 잘 읽었어요. ^^

Breeze 2015-03-31 09:13   좋아요 0 | URL
좋은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