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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평점 :
1.
(1) 정부는 악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2) 여배우 고혜나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3) 신참은 고혜나의 죽으에 관련된 악플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4) 악플을 쓰면 살아남을 수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악플을 쓸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5) 배우 고헤나씨의 악플을 단 사람들도 수용소에 끌려와 있다.
(6) 수감된 100일 동안 수행조건을 수행해야 수용소에서 풀려날 수 있다. 관계가 좋아서 같은 수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 이른바 레드볼을 받으면 일찍 퇴소가 가능하다고 한다.
(7) 악플러 수용소에 끌려온 이들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그 암흑과 같은 상황 속에서 그들은 티격태격.
(8) 수용소에서 억지로 탈출하려다간 자칫 아주 고통스럽게 죽어갈 수 있다.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레드볼을 받거나 수감기간 100일을 채우는 것.
(9) 수용소에 끌려온 사람들은 결국 레드볼을 받기 위해 뭉치고 차례차례 레드볼을 밀어주기로 한다.
(10) 레드볼을 받은 사람은 풀려난다. 하지만, 저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차례차례 죽어가는데…
2.
“여러분들 안일한 정신머리로 살다가 오신 분들이잖습니까? 왜 여기 오셔서까지 잘못을 번복하십니까? 잘못을 또 저지르면 그땐 벌을 받는 겁니다. 이렇게 말이죠. 자, 다시 설명을 ㅎ자면 여러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발진 트랜지스터가 작동하고 있는데요. 그것이 만든 전압은 모두 콘덴서에 비축이 되지요. 차고차곡… 꼭 여러분들의 죄처럼 말이죠. 큭…!” - p.85
악플러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까? 이미 우리 사회는 악플러로 인해 많은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죽음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또 죽음으로 인해 비난받는 사람들도 있지요. 이 소설은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수용소에 꽁꽁 묶어두고 그들이 악플을 달아 사회적인 낙인을 하였듯이, 악플러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음으로서 그들에 의해 죽어간 사람들과 똑같은 과정을 겪게 하는 일종의 “사회적 복수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정부의 악플러 정책으로 인해 수감되었고, 레드볼을 받으면 나갈 수 있지만, 이미 낙인 찍힌 그들은 사회에 나가서 악플러라는 오명을 덧씌위게 되어 왕따가 되어 버리죠. 결국, 자살하거나, 악플러 짓을 계속하다가 죽거나, 또는 사고가 나 버리게 되죠.
사실, 『악플러 수용소』는 통쾌한 복수극은 아닙니다. 끝을 읽고 나면, 왠지 모를 씁쓸한 맛이 남게 되죠. 그것은 아마 우리 사회가 비춰온 “악플”에 대해 당사자들은 너무도 무책임한 상황을 남발하는 데서 오는 무력감일 것입니다. 악플이 악플을 낳고, 결국 자살을 하게 만들고, 악플로 사회적 관계는 엉망이 되고… 책임은 지지도 않을 것이면서, 너무 마구마구 댓글들을 남기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댓글실명제도 있는가 하면, 댓글을 아예 달지 못하게 막아놓는 경우도 많지요. 우리 사회 씁쓸한 단면입니다.
악플러 수용소에서 읽을 수 있다면, 악플러를 처단했다! 는 메시지가 다일 것입니다. 그 이상의 더 큰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이미 악플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는 측면에서 소용없어 보입니다. 그저, 그렇구나, 이 사람들은 악플을 달다가 결국 그렇게 씁쓸한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하는 얼얼함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3.
물론, 『악플러 수용소』를 읽는데 재미는 있어서 한번에 다 읽는데 성공했습니다.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가 버리더라구요. 그러나 여기에서 어떤 감동이 있다거나, 카타르시스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역시, 마지막 남은 건 씁쓸함이더군요. 제목이 제목이다 보니, 악플을 달아야 할 것 같은 느낌도! (???) 그러다가 내가 또 갇히는 건 아닌가 하는 살짝의 두려움도(???)
『악플러 수용소』 뭐, 이른 아침 읽기엔 조금 버거운 내용일 수 있지만, 오후 한가한 시간에 읽으면 스트레스는 꽤나 날려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묘미는 레드볼을 받고 풀려난 사람들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입니다. 씁쓸한데 재미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괴상한 재미가 『악플러 수용소』를 살려놓은 것 같습니다.
그럼 여러분, 악플 달면 악플러 수용소에 갇힐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인생,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악플을 다는 순간, 당신은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여러분 꼭 선플 달아주시길 기대할께요. 그럼, 바이바이!
이 리뷰는 델피노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