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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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깔끔하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손에 들고 읽어도 될 정도로 크기도 아담하다. 제목은 또 어떤가. 마치 초등학생이 쓴 듯 서툰 글씨로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라 적혀있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이란 말의 느낌과 표지가 전달하는 분위기만 보면 전혀 부담없어 보인다. 그런데 부제를 보아하니 ‘김탁환의 독서열전.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대한 기록’이라 되어있다. 소설가 김탁환의 책은 이 ‘뒤적뒤적 끼적끼적’이 처음이라 그의 영혼을 뜨겁게 달군 100권의 책이 과연 어떤 책일까.




두근대는 마음으로 표지를 넘겨 가장 먼저 차례부터 훑어봤다. 목적은 내가 읽은 책은 몇 권이나 될까...궁금해서였다. 소설가와 아줌마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와 나는 같은 또래(사실은 동갑)가 아닌가. 나도 어렸을 때부터 책 꽤 많이 읽은 편이니 은근히 기대가 됐다. 그.런.데...세상에 이럴수가. 최소한 양손 열손가락 정도는 채우겠지 했는데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초토화, 완전전멸에 가까운 기록으로 급좌절모드에 빠져버렸다. 그럼 그렇지. 김탁환이 누구야. 21세기 한국 문학을 이끄는 소설가잖아. 그러니 책읽는 수준도 천지차이지...안그래?




책은 10개의 작은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이여 인생이여, 너희 얼굴 참 곱구나’에서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시작으로 김탁환은 말문을 연다. 그에게 오스터의 책은 힘들 때마다 기댈수 있는 언덕이었고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마다 깃발처럼 나부끼는 책이라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도 항상 <빵굽는 타자기>를 정독시킨다고 한다. 자기만의 문장을 만들기에 몰두했을 때 그에게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문장과 이야기라도 그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란 걸 깨달았다는 거였다. 노먼 F.매클린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으며 지나온 시절을 뒤돌아보고,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마흔을 앞두고 다시 읽으면서 가장의 처절한 고독을 느꼈다고 한다. 또 그가 한국문단에 발을 들여놓을 즈음 읽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통해 대하소설 작가의 지침을 배울 수 있었으며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를 쓴 다치바나 다카시의 말을 빌어 ‘책이란 만인의 대학’이라며 ‘젊은 시절에 다른 것은 몰라도 책 읽을 시간을 꼭 만들어라’고 강조한다.




예술과 문학, 역사, 인문, 과학....다방면의 책을 두루 읽고 자신의 영혼에 녹여낸 그는 ‘비일상적인 일상들’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을 얘기하면서 삶이 때론 한없이 가벼울 수도 있다며 ‘무거우면 안돼. 가볍게, 남쪽으로 튀어!’라고 유머스런 조언을 한다. 그리고 의외의  책, 아니 만화 <음주가무연구소>. <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만화인 <음주가무연구소>는 술에 취하다못해 술이 사람을 먹는 지경에 이른 이들의 온갖 추태가 총집합된 책이다. 읽으면서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나와 달리 김탁환은 그 책에서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취하지 않고 이 각박한 세상 어찌 살아가리’하며 이태백의 시를 읊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김탁환의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은 단순한 기록 이상이었다. 이 책을 부적삼아 가까이에 두고서 뭐라도 뒤적이고 사소한 거라도 끼적이고 싶어진다. 그가 느꼈던 감(感)과 동(動)했던 순간들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희망을 갖자고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읽었던 책보다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음을, 읽어야 할 책이 많기에 삶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오히려 행복하다고. 참, 임진왜란을 다룬 책을 개작할 계획이라고 했던데, 그 책은 출간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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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지음, 최인자 외 옮김 /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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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을 이제야 만났다.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그의 <눈먼 자들의 도시>를 구입하고 아직 읽지도 못했을 때 주위에서 엄청난 얘기들을 쏟아냈다. ‘세상에, 따옴표가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줄줄줄이라니까.’ ‘읽느라 눈 빠지는 줄 알았지.’ ‘어려워 어려워 어려워’. 이런 상황이라 그의 책을 읽는다는 건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의 책을 부지런히 사들였다. 주제 사라마구 ‘인간의 조건’ 3부작으로 불리는 <도플갱어>와 <동굴>은 물론이거니와 <눈먼 자들의 도시>를 뒤이은 <눈뜬 자들의 도시>와 <이름없는 자들의 도시>까지 구입했다. 왜? 그 작가에 관해 알기 위해선 적어도 3~5개의 작품을 읽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는? 안타깝고 죄송스럽게도 처음 책장에 꽂았던 자리에 아직도 고이 모셔두고만 있다. 왜냐면 겁이 나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낼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수도원의 비망록>은 왠지 느낌이 달랐다. 그동안 알려진 그의 책보다 저작연도가 훨씬 앞선 것이었고 무엇보다 내게 용기를 줬던 건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 스토리’라는 거였다. 제목까지 ‘비망록(備忘錄)’ 아닌가. 옳지. 바로 이거야. 이 작품으로 주제 사라마구를 하나씩 알아가면 돼. 그동안 기다리길 잘했지. 오호...정말 그럴까?




책은 포르투갈의 군주인 주앙 5세가 마리아 아나 왕비의 침실을 방문할 거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결혼한지 2년이 되도록 왕비가 아이를 낳지 못했다는 거였다. 왕자의 탄생을 학수고대하는 왕실로 봐선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바로 그런 때에 왕을 알현한 프란시스쿠 수도회의 안토니우 수도사는 이런 얘길 한다. 마프라 마을에 수도원을 하나 세워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면 폐하의 뒤를 이을 자식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실 거라고. 다만 그 수도원은 반드시 프란시스쿠 수도회의 종단에서 운영해야만 한다고. 어찌보면 황당무계한 얘기가 아닐 수 없지만 왕은 흔쾌히 약속하고 그걸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왕비는 드디어 임신을 하고 본격적으로 수도원 짓는 작업에 들어간다. 군주인 주앙 5세가 계획한 수도원을 짓기 위해 엄청난 인원이 마프라로 모여든다. 백성들 각자의 사정이나 여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그리고 이 책의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인 발타자르와 블리문다!! 발타자르는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마녀재판이 벌어지는 곳에서 블리문다를 만나 그들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런데 블리문다는 음식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인이었다. 사람들의 몸 안에 있는 것, 땅 밑에 있는 것들을 보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런 능력 때문에 블리문다는 아침마다 일어나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눈을 감고 빵부터 먹는다. 블리문다의 그런 사연을 알게 된 발타자르, 그들은 함께 집을 떠난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기계인 파사롤라를 만드는 바르톨로메우 로렌수 신부를 만난다. 파사롤라가 제대로 작동해서 하늘을 날려면 꼭 필요한 게 있었다. 바로 하늘을 꼭 날아오르겠다는 ‘인간의 의지’였는데 블리문다가 그 인간의 의지를 모으기 위해 길을 나서는데....




힘겹게 책을 다 읽었다.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러브 스토리라고 하지만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니었다. 거기다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문장, 따옴표 없는 대화체를 드디어 실감했다. 줄줄 이어지는 문장이라 한 페이지에 한번 정도 단락이 나누어지는 게 너무나 반가웠다. 밤에 책을 읽다 그대로 엎드려서 잠든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도 내가 과연 저자인 주제 사라마구가 발타자르와 블리문다의 사랑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을 알고 있는걸까. 인간의 의지란 정말 어떤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블리문다가 인간의 의지를 찾아 힘든 길을 떠났듯 나역시 힘든 독서였다. 하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읽었다는 것. 만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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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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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몸집이나 두뇌, 경험 모든 면에서 아이는 불리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동지팥죽을 몇 그릇씩 먹었다. 그런데 막상 까치발을 하면서까지 되고 싶었던 어른, 그것도 부모가 되고 보니 이젠 어린 시절이 그립다. 순수했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타임머신은커녕 그 비슷한 것도 없는 지금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때는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 얼마전 주석을 곁들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번엔 <오즈의 마법사>를 만났다. 연두와 초록빛 표지에 반짝반짝  금빛 테두리가 둘러져있는 책, 그것도 상세한 주석을 덧붙여서 보통 책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에 약 500쪽의 두툼한 책으로. 주석? 아이들 동화가 재밌으면 됐지 뭐하러 주석까지 달아서 숨은 뜻이며 의미같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냐고 여길지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불어온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오두막집채로 휘말려 도로시가 겁 많은 사자와 허수아비, 나무꾼을 만나 여러 신나는 모험을 벌인다는 <오즈의 마법사>는 그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한 흥미와 가치가 있다. 하지만 궁금해진다. 백 년 전, 그것도 미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동화가 지금까지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학자들에게 연구 대상이 된다는 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무엇 때문일까. <오즈의 마법사>의 무엇이 이토록 오래토록 사람들을 매료시키는가.




<오즈의 마법사> 원작 출간 100주년 기념판으로 출간된 이 책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저자의 간단한 인사말이 자리잡는 곳이 1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묵직해졌다. 저자인 바움이 <오즈의 마법사>를 어떻게 쓰게 됐는지, 삽화를 넣은 덴슬로우와 함께 작업해나간 과정과 영화나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는 것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놓아서 <오즈의 마법사>가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아니란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본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본문을 읽는 게 아니라 본문을 읽어나가는 도중 주석을 읽는 게 사실 번거로울 수도 있다. 게다가 그 분량이 때론 본문보다 몇 배나 많은 부분도 있어서 흐름을 놓치지 않을까 살짝 우려되긴 했지만 주석달린 앨리스를 읽으면서 익숙해져서 그런지 걱정했던 일은 없었다. 오히려 예전에 미처 몰랐던 아주 사소한 것, 숨겨진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한 주석이 달려 있어서 새로운 면을 보게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그 느낌을 표현하자면 평소 잘 알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얘기들, 누가 첫사랑이었다더라 하는 식의 숨겨진 비밀들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보는 재미이다. 원작의 초판에 수록된 일러스트가 고스란히 실려 있다. 책을 손에 쥐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수록된 그림을 보는 거였는데 등장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잘 살린 올컬러 그림과 사진들, 공연에 사용된 포스터들을 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동화는 아이들만 보는 거라고? 천만의 말씀. 성인들도 동화를 읽어야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오즈의 마법사>에 매료된 아이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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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2-2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축하해요~^^

자목련 2009-02-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당연필님, 저두 축하드려요. 넘 멋져요.^^*

몽당연필 2009-02-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뒷북소녀님, 자목련님. ^^

순오기 2009-02-25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당연필님, 이주의 리뷰에 잘 올라오는 거 같아요. 축하합니다!
나는 일년에 딱 하나 뽑히던데~ 게다가 넘보지도 못할 분야의 리뷰가 많더군요.
책나눔하면서 님의 리뷰 찾아 땡스투 하는 센스도 발휘했어요.^^

몽당연필 2009-02-25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순오기님.
알라딘 이주의 리뷰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넘 기뻐요. ^^

emhy311 2009-02-2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 합니다. 좋은서평 이네요.

몽당연필 2009-03-0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emhy311님.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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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걸작 SF로 추앙받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핑크빛 띠지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 그런 영화가 있었나? 본 기억이 없다.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봤더니 국내엔 1993년에 개봉한 영화였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았는데 몇 장의 스틸컷을 보니 온통 침침하고 어두운 장면이어서 순간 놀랐다. 넌 대체 뭘 담고 있는 거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이 책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




최후의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지구. 극심한 방사능낙진으로 인해 생명체가 살아남기 힘든 행성으로 변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민행성으로 떠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역한 냄새가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외출할 땐 방진복을 입어야하며 아기를 낳으려면 ‘정상인’이라는 판정을 받아야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동물들이 온전할리 없다. 지구의 모든 숲에서 올빼미가 모습을 감추는 걸 시작으로 거의 모든 동물이 멸종되고 만다. 어쩌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진짜 동물은 희소성 때문에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짜 동물을 갖기를 염원한다. 살아있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자신의 능력과 재력, 인간성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릭 데커드는 경찰서 소속 현상금 사냥꾼인데 그의 소원은 다름아닌 진짜 동물을 기르는 거였다. 안드로이드를 은퇴시켜서 받는 몸값을 모으면 자신이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던 차에 그의 선배였던 데이브가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받아 입원하면서 그의 일거리까지 맡아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 사냥에 돌입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릭이 처리해야할 상대인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거의 흡사해서 구별하기조차 힘들다는 최신형 ‘넥서스-6 안드로이드’란 거였다. 지능으로만 보자면 ‘특수자’로 분류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는 ‘넥서스-6 안드로이드’. 그들은 이주행성인 화성에서 인간 대신 힘든 노동을 도맡아하다가 몇 명이 무리지어 지구로 도망쳐 나온 거였다. 릭은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를 통해 인간과 안드로이드와의 감별을 시도하지만 그 중엔 가짜 기억이 이식된 안드로이드도 있어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그런 릭을 넥서스-6 안드로이드인 레이첼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존 이지도어. 그는 정신능력이 최소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특수자’로 분류되어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닭대가리’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줄곧 혼자 지내던 아파트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이 건물에 나 말고 누가 있다’고 생각한 이지도어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그 누군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아니 그녀는 바로 지구로 도망쳐온 안드로이드였다. 이지도어는 새로운 입주자가 안드로이드란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시간적 배경이 현재의 시점과 가까워선지 본문의 내용이 엄청나게 충격적이지는 않다. 감정전환기란 기계로 사람의 기분을 조작하는 대목도 어찌보면 현재와 비슷하다. 음악만 보더라도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슬플 때 듣는 음악’ ‘집중할 때 도움을 주는 음악’...처럼 여러 가지로 구분해놓은 음반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란 질문엔 선뜻 답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입하는 능력이 얼마나 잘 발달되었는지에 따라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별하는 장면도 의문스러웠다. 틀림없는 인간, 그것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간임에도 그의 행동을 보면 결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은가. 정답이 없다면 해답을 찾자. 과연 무엇이 해답이 될 것인가.




필립 K.딕.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표지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그는 여전히 답이 없다. 책속 미래의 지구에서 울려퍼지던 화성이주  홍보 문구가 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떠날 것입니까, 퇴보할 것입니까? 선택은 당신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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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의 모든 것 - 건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히가시 시게요시.고다 미쓰오 지음, 나희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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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명절을 앞두고 덜컥 감기에 걸렸다. 며칠 피곤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수온주가 뚝 떨어져 유난히 추운 날, 명절장을 보기 위해 재래시장을 다녀온 거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좁은 길을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바쁘게 다닐 때는 몰랐는데 다음날부터 갑자기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목이 따가웠다. 급기야 명절 앞날엔 목소리가 안 나오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결혼한지 10년, 장손에 맏며느리가 명절을 앞두고 감기몸살에 걸리다니. 민망했다. 평소 내 몸 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가족들에게 들통이 난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했다.

 

사실 불혹을 넘기면서부터 한 해 한 해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피로를 더 많이 느낄 뿐 아니라 휴식을 취해도 예전처럼 개운해지가 않았다. 잦은 두통과 묵직한 어깨, 끊어질 것 같은 허리통증과 밤만 되면 퉁퉁 붓는 팔다리 때문에 난 밤만 되면 끙끙 댄다. 그런 내게 남편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니가 쌀 한가마라도 지고 나른 줄 알겠다며 농담처럼 말을 하는데 그게 얼마나 서운한지...

<혈액의 모든 것>을 만났을 때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책이란 기분이 들었다. 친정아버지께서 뇌혈관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신데다 친정엄마와 언니는 고혈압이라 난 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몇 배나 높다. 가족력에 의한 유전적인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현재 내 몸 상태를 알고 근본적인  예방책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혈액의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 ‘건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혈액의 모든 것, 그 중에서도 혈액순환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혈액순환이 건강을 결정한다’에서는 혈액순환의 중요성과 글로뮈의 역할, 기능이 무엇인지 짚어주고 있다. 2장 ‘생활습관병 예방, 혈관부터 관리하자’에서는 혈액순환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글로뮈가 건강할 때 예방되는 질병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3장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법’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글로뮈’에 관한 것이다.

 

흔히 심장의 펌프활동에 의해 온몸에 혈액이 공급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그건 모세혈관이 발견되지 않았던 17세기의 가설이며 잘못된 지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혈액순환은 온 몸의 세포에 의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뮈’는 과연 무엇인가.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으로 이어져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글로뮈’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많다. 글로뮈는 혈액이 모세혈관을 지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을 직접 잇는 바이패스와 같은 통로(일명 동정맥문합)인데 모세혈관과 함께 온 몸의 혈액순환을 조절할 뿐 아니라 체온을 조절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필요에 따라 열려서 혈액을 소통시키는 이 글로뮈가 발달하면 세균이나 유해물질이 세포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잇몸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 위장염, 암, 심근경색, 고혈압, 뇌출혈이 예방되고 뇌의 글로뮈가 건강하면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 반면에 글로뮈는 망가지기 쉬운 혈관이기 때문에 알코올, 과식, 스트레스에 의해서 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히 백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글로뮈가 녹는데 간혹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쇼크사로 사망하는 것도 바로 이 글로뮈가 약해진 게 원인이라며 전날 아이가 케이크 같은 단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글로뮈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냉증이나 동상, 빨간코, 장딴지 경련, 탈모증, 간 기능저하, 발기부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글로뮈는 온 몸의 혈관 중 97%를 차지하는 모세혈관의 1만배나 많은 양의 혈액을 흘려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글로뮈의 기능이 떨어지면 생활습관병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니 글로뮈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열쇠인 셈이다.

 

또 책에는 글로뮈의 재생과 강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1분 간격으로 오가는 냉온욕처럼 추위가 글로뮈를 단련시킨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는 추위를 극도로 싫어했던 게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도 감기 걸릴까봐 추운 날엔 바깥출입도 자제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나마 천연 비타민 C가 가장 많이 함유된 감잎차를 평소에 자주 마셨다는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건 바로 모관운동이었다. 하루 만보를 걷는 것과 맞먹을만큼 근육단력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내게 적당한 운동인 것 같다. 처음 1,2분으로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 꾸준히 모관운동을 하다보면 그동안 나쁜 생활습관에 의해 망가지거나 기능을 잃었던 글로뮈가 다시 기운을 되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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