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의 모든 것 - 건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히가시 시게요시.고다 미쓰오 지음, 나희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설명절을 앞두고 덜컥 감기에 걸렸다. 며칠 피곤하긴 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수온주가 뚝 떨어져 유난히 추운 날, 명절장을 보기 위해 재래시장을 다녀온 거였다. 사람이 북적이는 좁은 길을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들고 바쁘게 다닐 때는 몰랐는데 다음날부터 갑자기 몸에 한기가 느껴지고 목이 따가웠다. 급기야 명절 앞날엔 목소리가 안 나오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결혼한지 10년, 장손에 맏며느리가 명절을 앞두고 감기몸살에 걸리다니. 민망했다. 평소 내 몸 관리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가족들에게 들통이 난 것 같아 부끄럽고 창피했다.

 

사실 불혹을 넘기면서부터 한 해 한 해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피로를 더 많이 느낄 뿐 아니라 휴식을 취해도 예전처럼 개운해지가 않았다. 잦은 두통과 묵직한 어깨, 끊어질 것 같은 허리통증과 밤만 되면 퉁퉁 붓는 팔다리 때문에 난 밤만 되면 끙끙 댄다. 그런 내게 남편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니가 쌀 한가마라도 지고 나른 줄 알겠다며 농담처럼 말을 하는데 그게 얼마나 서운한지...

<혈액의 모든 것>을 만났을 때 오직 나만을 위한 맞춤책이란 기분이 들었다. 친정아버지께서 뇌혈관질환으로 갑자기 돌아가신데다 친정엄마와 언니는 고혈압이라 난 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에 비해 몇 배나 높다. 가족력에 의한 유전적인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현재 내 몸 상태를 알고 근본적인  예방책이 꼭 필요할 것 같았다.

<혈액의 모든 것>은 제목 그대로 ‘건강을 위해 꼭 알아야 할’ 혈액의 모든 것, 그 중에서도 혈액순환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혈액순환이 건강을 결정한다’에서는 혈액순환의 중요성과 글로뮈의 역할, 기능이 무엇인지 짚어주고 있다. 2장 ‘생활습관병 예방, 혈관부터 관리하자’에서는 혈액순환에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글로뮈가 건강할 때 예방되는 질병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3장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법’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글로뮈’에 관한 것이다.

 

흔히 심장의 펌프활동에 의해 온몸에 혈액이 공급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그건 모세혈관이 발견되지 않았던 17세기의 가설이며 잘못된 지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혈액순환은 온 몸의 세포에 의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뮈’는 과연 무엇인가.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으로 이어져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글로뮈’에 대해선 모르는 사람이 많다. 글로뮈는 혈액이 모세혈관을 지나지 않고 동맥과 정맥을 직접 잇는 바이패스와 같은 통로(일명 동정맥문합)인데 모세혈관과 함께 온 몸의 혈액순환을 조절할 뿐 아니라 체온을 조절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필요에 따라 열려서 혈액을 소통시키는 이 글로뮈가 발달하면 세균이나 유해물질이 세포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잇몸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 위장염, 암, 심근경색, 고혈압, 뇌출혈이 예방되고 뇌의 글로뮈가 건강하면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한다.

 

그 반면에 글로뮈는 망가지기 쉬운 혈관이기 때문에 알코올, 과식, 스트레스에 의해서 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히 백설탕이 들어간 단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글로뮈가 녹는데 간혹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쇼크사로 사망하는 것도 바로 이 글로뮈가 약해진 게 원인이라며 전날 아이가 케이크 같은 단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글로뮈의 기능이 저하될 경우 냉증이나 동상, 빨간코, 장딴지 경련, 탈모증, 간 기능저하, 발기부전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글로뮈는 온 몸의 혈관 중 97%를 차지하는 모세혈관의 1만배나 많은 양의 혈액을 흘려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글로뮈의 기능이 떨어지면 생활습관병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긴다니 글로뮈는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열쇠인 셈이다.

 

또 책에는 글로뮈의 재생과 강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냉탕과 온탕을 1분 간격으로 오가는 냉온욕처럼 추위가 글로뮈를 단련시킨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는 추위를 극도로 싫어했던 게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도 감기 걸릴까봐 추운 날엔 바깥출입도 자제했는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나마 천연 비타민 C가 가장 많이 함유된 감잎차를 평소에 자주 마셨다는 게 다행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건 바로 모관운동이었다. 하루 만보를 걷는 것과 맞먹을만큼 근육단력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내게 적당한 운동인 것 같다. 처음 1,2분으로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 꾸준히 모관운동을 하다보면 그동안 나쁜 생활습관에 의해 망가지거나 기능을 잃었던 글로뮈가 다시 기운을 되찾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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