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환상문학전집 11
필립 K. 딕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20세기 최고의 걸작 SF로 추앙받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 핑크빛 띠지엔 이런 글귀가 있었다. 블레이드 러너? 그런 영화가 있었나? 본 기억이 없다. 궁금한 마음에 검색해봤더니 국내엔 1993년에 개봉한 영화였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맡았는데 몇 장의 스틸컷을 보니 온통 침침하고 어두운 장면이어서 순간 놀랐다. 넌 대체 뭘 담고 있는 거니?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이 책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




최후의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지구. 극심한 방사능낙진으로 인해 생명체가 살아남기 힘든 행성으로 변해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민행성으로 떠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마다 역한 냄새가 가득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외출할 땐 방진복을 입어야하며 아기를 낳으려면 ‘정상인’이라는 판정을 받아야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동물들이 온전할리 없다. 지구의 모든 숲에서 올빼미가 모습을 감추는 걸 시작으로 거의 모든 동물이 멸종되고 만다. 어쩌다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진짜 동물은 희소성 때문에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진짜 동물을 갖기를 염원한다. 살아있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자신의 능력과 재력, 인간성을 나타내는 상징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릭 데커드는 경찰서 소속 현상금 사냥꾼인데 그의 소원은 다름아닌 진짜 동물을 기르는 거였다. 안드로이드를 은퇴시켜서 받는 몸값을 모으면 자신이 원하는 동물을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던 차에 그의 선배였던 데이브가 안드로이드의 공격을 받아 입원하면서 그의 일거리까지 맡아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 사냥에 돌입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릭이 처리해야할 상대인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거의 흡사해서 구별하기조차 힘들다는 최신형 ‘넥서스-6 안드로이드’란 거였다. 지능으로만 보자면 ‘특수자’로 분류된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는 ‘넥서스-6 안드로이드’. 그들은 이주행성인 화성에서 인간 대신 힘든 노동을 도맡아하다가 몇 명이 무리지어 지구로 도망쳐 나온 거였다. 릭은 보이그트-캄프 테스트를 통해 인간과 안드로이드와의 감별을 시도하지만 그 중엔 가짜 기억이 이식된 안드로이드도 있어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그런 릭을 넥서스-6 안드로이드인 레이첼이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존 이지도어. 그는 정신능력이 최소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특수자’로 분류되어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닭대가리’로 불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줄곧 혼자 지내던 아파트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이 건물에 나 말고 누가 있다’고 생각한 이지도어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그 누군가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아니 그녀는 바로 지구로 도망쳐온 안드로이드였다. 이지도어는 새로운 입주자가 안드로이드란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데....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시간적 배경이 현재의 시점과 가까워선지 본문의 내용이 엄청나게 충격적이지는 않다. 감정전환기란 기계로 사람의 기분을 조작하는 대목도 어찌보면 현재와 비슷하다. 음악만 보더라도 ‘우울할 때 듣는 음악’ ‘슬플 때 듣는 음악’ ‘집중할 때 도움을 주는 음악’...처럼 여러 가지로 구분해놓은 음반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가...란 질문엔 선뜻 답할 수가 없었다. 감정이입하는 능력이 얼마나 잘 발달되었는지에 따라 인간과 안드로이드를 구별하는 장면도 의문스러웠다. 틀림없는 인간, 그것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간임에도 그의 행동을 보면 결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 않은가. 정답이 없다면 해답을 찾자. 과연 무엇이 해답이 될 것인가.




필립 K.딕.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표지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그는 여전히 답이 없다. 책속 미래의 지구에서 울려퍼지던 화성이주  홍보 문구가 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떠날 것입니까, 퇴보할 것입니까? 선택은 당신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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